자이, 자유를 찾은 아이 사계절 그림책
폴 티에스 지음, 크리스토프 메를랭 그림, 김태희 옮김 / 사계절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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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대부분 산업 선진국가들에서 소비하는 축구공과 장난감, 양탄자 등을 만드느라 5~14세 아이들이 학교도 가지 못한 채 작업장에 갇혀 노예처럼 일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아동노동의 실태를 알리고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하기 위해 국제사면위원회와 함께 그림책으로 엮은 '아동노동문제 보고서'이다. (작품 해설 참고) 

가난한 농부인 자이의 부모가 자이를 어떤 남자에게 판 이후 자이는 양탄자 공장에서 노예처럼 일하게 된다. (부모님은 빚때문에 자이를 팔았겠지?) 한창 뛰어 놀 아이들, 한창 공부 할 아이들이 작고 어두운 공간에 갇혀서 먼지 폴폴 나는 그 곳에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먹지도 못 하면서 만들어 낸 아름다운 양탄자는 백화점에 전시되어 돈 많은 누군가가 사 가게 되겠지?  

양탄자를 몇 개월에 걸쳐 완성 한 후 그 양탄자를 타고 유일하게 열린 창으로 날아가는 자이는 그대로 마법사가 된다. 자이의 간절한 소망이 꿈 속을 헤매게 하는 거겠지? 어디든지 갈 수 있으나 고향도 부모도 잊은 자이는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공장 주인과 딸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라고 양탄자에게 명령해 보는데. 자이가 간 곳은 자이가 속한 세계와는 너무나도 다른 곳이다. 하얀 성과 리무진, 화려한 정원, 예쁜 소녀, 분수...  

양탄자를 넘겨 주면 자유를 주고, 소녀의 입맞춤도 주겠노라 약속하지만, 양탄자를 넘겨 받은 후 경호원들에 의해 밧줄로 단단히 묶여 버리고 마는 자이. 이미 자유란 허락되지 않은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그곳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는 의미겠다.  

자, 그렇다면 자이는 어떻게 자유를 찾아야 할까? 그렇다. 발목에 달린 쇠사슬을 끊고 달아나는 거다. 악덕 공장주의 손에서 벗어나는 거다. 불쌍한 삶이 아니라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거다. 자이는 자기를 사 들인 사람에 대해 그 비용 이상의 몫을 다 했으니 달아난다고 해도 죄라고 이야기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어린 도망자 자이는 혼자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짐꾼 노릇도 하고 담배 꽁초도 주워 팔고, 자동차도 닦고, 피리를 불어 뱀을 춤추게 하는 일도 하면서 말이다. 자이가 찾은 자유가 많은 아이들에게 함께 주어지길 바란다.  

덧붙여)차를 타고 갈 때면 아이들이 심심해 하고 지겨워 합니다. 끝말 잇기, 가위 바위 보 등 간단한 놀이를 하기도 하지만, 아주 가끔은 제가 읽은 책을 들려 주지요. 어제는 이 책 이야기를 들려 주었더니 희망이는 조금 컸다고 제법 진지 모드로 듣고 찬이는 "재미없다."를 연발하면서 듣더군요. 그러면서도 나름 잘 듣더라구요. 아이들과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할 때 이 책이 쓰임이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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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8-12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계절 리뷰가 줄줄이 올라오네요.^^
이 책 참 괜찮았죠, 사계절 마인드라고 느껴지는 책.

희망찬샘 2010-08-13 06:43   좋아요 0 | URL
사계절 그림책을 줄줄이 보면서 그림책이 전부 무겁고 생각거리를 잔뜩 안겨준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너무 이른 결론이겠지만, 요즘 줄줄이 읽은 그림책이 그러네요. 어려운 그림책이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특별하고 좋은지도 모르겠어요.
 
잃어버린 것 Dear 그림책
숀 탠 글 그림, 엄혜숙 옮김 / 사계절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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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을 그린 숀탠의 작품이다.  

그런데, 너무나도 어려워 이해하기 어려운 그림책이다. 형태가 뚜렷하지 않는 어떤 독특한 것을 '나'는 '버려진 것'이라 여기고 집으로 가지고 온다. 부모님은 그런 나의 이야기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으시는데, 나의 보살핌으로 '버려진 것'은 조금은 행복 해 보인다. 그것을 위해 집을 찾아 주고 싶어 신문 광고를 찾아 나서는데, 도착한 곳에서 듣게 되는 말 

"저것을 정말로 염려한다면 여기다 두어서는 안 돼요. 여기는 잊혀질 것이나 버릴 물건, 엾앨 것 따위를 두는 장소랍니다. 자 이것을 받아요."하면서 어떤 기호가 그려진 명함을 준다. 그것이 가리키는 곳을 따라 찾아 간 곳에서 '버려진 것'은 그런대로 만족스러운 소리를 낸다.  

'나'의 목소리를 빌어 작가는 말한다.  

그래, 이게 전부야. 이게 바로 그 이야기지. 특별히 깊은 뜻이 있는 건 아니야. 나도 알아, 하지만 내 이야기에 무슨 깊은 뜻이 있다고 말한 적도 없어. 교훈이 무엇이냐고 묻지도 말아. 난 그냥 우리가 마지막으로 간 그곳이 그것이 마땅히 이썽야 할 장소라고 말할 수는 없다는 거야. 사실, 그 곳에 있던 다른 것들도 제자리에 있는 것은 아니었지. 그렇지만 그것들은 충분히 행복해 보였어. 그러니 별 문제는 없는 것이겠지. 잘은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도 가끔씩 그 '버려진 것'을 생각하곤 하지. 특히 거리를 지나다, 그 자리에는 썩 어울리지 않는 무언가를 보게 될 때에는. 알고 있겠지만, 이런 것들은 왠지 이상하고, 슬프고, 버림받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어.  

하지만 요즘은 그런 것들은 점점 더 적게 보여. 아마 이제는 우리 둘레에 버려진 것들이 그리 많지 않아서일 테지. 혹은 그것들을 보고도 단지 잠깐 멈춰 설 뿐, 이내 그냥 지나치기 때문일지도 몰라. 이젠 나도 다른 일들로 너무 바쁜 탓이겠지.  

이 이야기는 인간소외의 문제를 이야기 하는 것도 같고, 잃어버린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같고, 점점 부속품화 되면서 주변의 작은 것들에 관심을 가지지 못하는 현대인에 대한 작은 위로같기도 하다.  

하여튼 어렵다. 아이들에게는 별로 권하고 싶지 않은 그림책, 아이들의 사랑을 받기는 어려운 그림책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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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10-08-11 0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아이들은 이 책이 가장 재미있다고 보고 또 보고 그랬어요. 저희들끼리 해석도 하고 그림도 따라 그려가면서요.

희망찬샘 2010-08-11 17:04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제가 너무 빨리 책을 읽었기 때문인가 봅니다. 그렇게 읽을 책이 아닌데 말이에요.
 
파란 막대 파란 상자 Dear 그림책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 그림,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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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면 그림책이다. 양면 그림책은 가운데서 만나서 두 이야기를 연결시킨다. 내가 본 책들은 거의 그랬다. 이 책도 파란막대와 파란 상자를 가운데 지점에서 만나게 한다.  

먼저 파란 막대 이야기. 그냥 집 안에 굴러 다니는 파란 막대라면 별 볼일 없을텐데, 이 파란 막대는 특이하다.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막대의 유용성에 대해 적어두는 노트 한 권 때문이다. 거기는 집안의 여자 아이들이 이 막대를 가지고 어떻게 놀았는지가 상세히 적혀 있다.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 대부터 말이다.  

아홉 살 생일을 맞이한 클라라는 집안의 모든 여자 아이들에게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아름다운 무늬가 새겨진 파란색 막대를 선물로 받는다. 비밀스럽고 특별한 이 선물은 클라라를 뭔가 중요한 사람이 된 것으로 느끼게 해 준다. 함께 받은 낡은 공책 속에는 생쥐를 훈련 시킨데 썼다는 클레멘티나, 인형을 만들 때 썼다는 로잘리아, 원을 그리며 놀았다는 테클라, 배의 돛대에 이용했다는 발비나, 팻말의 막대로 썼다는 체칠리아, 마법의 막대라 믿으며 가지고 논 라우라! 

그리고 엄마의 어린 시절까지 엿보는 행운을 얻는다. 어른인 엄마가 나와 같은 어린 아이인 적이 있었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그것만으로도 아이에게는 큰 선물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으로 파란상자 이야기.  

클라라처럼 에릭이라는 남자 아이는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고 있는 파란 상자와 낡은 공책을 아홉 살 생일 선물로 받는다. 집안의 어른들은 나름대로 이 상자를 이용해 놀았던 기록을 남긴다. 물론 그들이 아이었을 때 말이다. 

레오나르도라는 아이는 상자 안에 거울을 붙여 놓아서 자신을 상자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했다고 기록했고, 빈첸트는 이 상자에 튤립을 심어 가꾸었다고 한다. 알프레드는 상자 안에 100명의 사람을 넣을 수 있는가로 할아버지랑 내기를 해서 용돈을 얻은 이야기를 적어 두었다. (사진을 찍어 넣어두고 싶은 장면인데, 힘들어서 생략!) 상자 속에서 병아리를 부화시킨 이야기, 상자 안에 넣어 둔 세 개의 주사위를 이용해 중요한 일을 결정했다는 이야기.... 

그리고 아빠의 어린 시절과  만난다. 코끼리 인형에게 스케이트장을 만들어 주고 싶었던 아빠는 어떻게 했을까? 

파란 막대의 중니인 클라라의 언니 이야기를 거쳐서 파란 상자의 주인인 에릭의 형의 이야기를 거쳐서 파란 상자에 꼭 맞는 파란 막대와 파란 막대에 꼭 맞는 파란 상자는 가운데 부분에서 미농지(트레싱페이퍼) 위에 그려진 그림을 통해 서로 만난다.  

이 챌을 통해 어린 시절의 소중한 추억들을 되살려 본다. 별 것 아닌 것 가지고 재미있게 놀았던 일, 비밀스러운 아이들만의 이야기들 말이다.  

클라라와 에릭이 자기만의 이야기를 낡은 공책에 잘 채워 나가기 바란다. 우리 아이들도 자신의 추억을 잘 가꾸어 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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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10-14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의 새로운 상상그림책 <문제가 생겼어요!>가
최근에 출간 되었습니다.
 
사라, 버스를 타다 사계절 그림책
존 워드 그림, 윌리엄 밀러 글, 박찬석 옮김 / 사계절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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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럴까? 

똑같은 사람인데, 왜 백인은 버스 앞자리에 앉아서 가도 되고, 흑인은 자리가 있어도 뒷자리에 앉아 가야 하는 걸까? 

어린 사라에게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어느 날, 학교 가는 길에 사라는 자기가 앉았던 버스 뒷자리에서 일어나서 앞으로 걸어 나온다.  

"네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좋겠구나." 

앞쪽 끝까지 와서 운전사의 옆자리에 앉은 사라! 기사 아저씨는 성난 얼굴로 쏘아보며 

"꼬마 아가씨, 뒤로 가서 앉아라. 너도 알다시피 늘 그래 왔잖니."하고 이야기 한다. '뒷자리로 돌아 갈 아무런 이유가 없어.' 

화가 난 백인들과 버스 기사는 사라를 강제로 끄집어 내려다 안 되니 결국은 경찰을 동원해서 강제로 버스에서 내리게 한다. 그리고 경찰서!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 

모두에게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 이들에게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이며, 했기 때문에 특별한 일이 된다. 신문 기사에 사라의 이야기가 나고 그것을 흉보는 사람도 있었지만, 정의는 항상 이길 수 밖에 없는 법! 많은 흑인들의 지지와 또 백인들의 지지로 이제 흑인들은 떳떳하게 버스를 탈 수 있게 되었다.  

이야기를 깊게 파고 들면 좀 더 복잡한 이야기가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아이들 수준에서 읽어 보자면, 우선 인종 차별이라는 문제의 부당함에 대해서 생각 해 볼 수 있겠다. 그리고 용기에 대해 생각 해 볼 수 있겠다. 늘상 그래왔으니까가 아니라 왜 그래야만 하는지를 생각 해 보는 사라의 용기 있는 행동 덕에 당연히 누려야 하지만, 누리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제대로 된 권리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사라, 버스를 타다! 표지에 있는 당찬 아이를 보며 아이들과 인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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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 Dear 그림책
숀 탠 지음 / 사계절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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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과 생활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게다가 그곳이 말까지 낯선 곳이라면? 

이 책은 이민 온 사람들의 고단한 정착기를 그림으로 그린 것이다. 아빠가 먼저 도착하여 터를 잡고 가족을 불러 가족이 새 곳에서 적응 한 후 아빠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살아갔듯이 이제 딸 아이도 다른 사람을 도와 주는 (길을 가르쳐 주는) 역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그곳 사람이 되었음을 마지막 장에서 볼 수 있다.  

먹는 음식도 키우는 동물도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이 아닌 것은 새로운 곳에서의 낯섬을 표현하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리라.  

잘 그려진 그림과 작은 컷 하나하나는 무척 인상적이지만, 이해되지 않는 그림도 많아 골똘히 보고 생각하게 만든다. 제법 무겁고 두꺼운 책은 글자 없는 그림책이라는 이유로 내 관심을 무척 많이 끌었는데, 글자가 있는 책 보다도 읽기가 어려웠다. 이 책을 아이들이 읽고 이해하기란 쉽지 않겠지만, 새로운 세상에 발을 내딛는 사람들의 마음과 무언가 도전해 보려는 자신의 마음과의 대화를 나누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정도의 기대는 된다.  

우리 나라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의 마음을 이 책을 통해 한 번 더 가늠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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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10-08-11 0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처음엔 어려워서 숀탠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좀 찾아보고 그랬어요. 부모가 말레이지아 사람인데 호주로 이민 와서 힘겹게 살았나 봐요. 제가 내용을 이해한 후에 아이들에게 그림을 보면서 하나하나 설명해주었어요. 이 그림이 의미하는 게 뭔지 아니? 하면서요. 딸아이는 독후활동으로 제가 글내용을 쓰기도 했구요.

희망찬샘 2010-08-11 17:06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저도 책 사이에 끼워져 있는 해설을 보고 겨우겨우 조금 이해가 되었어요. 처음부터 그림을 보면 이해가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 책 또한 천천히 보면서 생각 해 보면 좋을 책이에요. 그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