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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막대 파란 상자 Dear 그림책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 그림,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2004년 12월
구판절판


어떤 책을 찜하게 되면 보관함에서 한두 달 묵히기 예사인데 이 책은 비발~*님 페이퍼 보고 작가에게 혹한 나머지 당장 주문했다.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작가는 폴란드의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어떤 나라에 사는 클라라라는 여자아이가 아홉 살 생일을 맞았습니다.
클라라가 받은 생일선물 가운데는 이상한 막대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 막대는 우리 집안의 모든 여자아이들에게 대대로 전해내려온 것이란다." 엄마가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고조할머니 증조할머니등 이 막대를 가지고 놀았던 모든 여자아이들은 자신이 이 막대로 어떤 놀이를 하며 놀았는지 한 권의 공책에 기록했는데요, 그 공책을 처음 펼치자 고조할머니 클레멘티아가 자신은 이 막대로 생쥐를 훈련시키는 데 썼다고 기록해 놓았네요.

클레멘티아의 딸 로잘리아의 조카 테클라라는 여자아이는 막대를 가지고 좋아하는 원을 그리는 데 사용했다는군요. 아주 멋진 아이디어입니다.

파란 막대기가 마법의 막대기라 믿고 마음속으로 소원을 비는 라우라도 멋지죠?

이모할머니를 지나 엄마를 지나 마지막장에 이르러 클라라는 주자 언니가 어떻게 높은 천장에 커다란 하트 무늬를 그릴 수 있었는지 알게 됩니다.
클라라는 공책을 덮고 자기가 받은 선물을 감탄하며 바라봅니다.
"정말 신기하고도 재밌는 선물이야. 이렇게 오래도록 내려오면서 많은 것을 겪었다니!...다음 사람에게 물려주기 전에 나도 이 공책에 멋진 이야기를 적어놓을 테야."

아아, 정말 멋지지 않습니까? 세대를 뛰어넘어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는 장난감, 혹은 선물이라니!

(그런데 이 책은 요술을 부립니다.
두 권의 책으로 중간에서 딱 만나는데요.)

그런데 여러분은 파란 막대가 어떤 상자에 딱 맞게 들어간다는 걸 아시나요? 하면셔셔셔......

이번에는 파란 상자 소년의 이야기로 넘어가는 것이죠. 파란 막대를 먼저 읽든 파란 상자를 먼저 읽든 아무 상관이 없답니다.
어떤 나라에 사는 에릭이라는 남자아이가 아홉 살 생일에 이상한 상자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지금은 어른이 된 미코와이 형이 어릴 때 이 상자 속에 여러 가지 실험도구들을 간직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불꽃놀이 도구도요.

저도 제 딸아이에게 파란 막대나 파란 상자 같은 걸 선물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딸아이의 딸아이에게 또 그 아이의 딸아이에게 그리고 조카에게 저의 선물이 전해진다면 참 근사한 일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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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5-02-21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렇게 자세한 소개를 보니 군침이 넘어갑니다^^ 당장 보관함~

로드무비 2005-02-21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당장 사세요. 땡스투 누르고. 헤헤^^

날개 2005-02-21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을 크게해서 올리니 근사해 보여요~~^^*

kleinsusun 2005-02-22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hanks to 눌렀어요. 헤헤.
그림이 환상적이예요. 파란막대 표지는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주기도 하네요.
어린이는 몇살 정도가 보기에 좋은 책인가요? 너무 이뻐서 선물도 하고 싶어요.

로드무비 2005-02-22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이 책은 초등학생을 위한 그림동화라고 나와 있어요.
내용이 꽤나 철학적이고요, 그림도 참 좋으니 동화 좋아하는 어른이라면
자신의 몫으로 사도 좋을 듯해요.
책값이 비싸니 선물용으로 강추이고요,
(왜 '아, 이 책은 선물받아 읽고싶다' 하는 생각이 드는 책 있잖아요.ㅎㅎ)
땡스투 고마워요.^^

날개님, 사진이야 님을 따라갈 수 있겠습니까만 그림이 너무 좋아 세로로
한 페이지를 채워주니 큼직해서 좀 시원해 보이는군요. 님의 말씀대로...^^

미누리 2005-02-22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절묘한 결합인데요! 그림만큼이나 내용도 아주 훌륭!

비로그인 2007-09-21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의 저자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가 <생각하는 ABC>로 2007년 BIB 국제아동도서원화전에서 황금사과상(GOOLDEN APPLE)을 수상했어요...
 
엄마 마중 - 유년동화
김동성 그림, 이태준 글 / 한길사 / 2004년 9월
구판절판


이태준 글, 김동성 그림의 <엄마 마중>. 아이의 복장이 벌써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태준은 근대 문인 중 박태원과 함께 제가 제일 좋아하는 소설가입니다.

추워서 코가 새빨개진 아이가 혼자 어디론가 가고 있습니다. 어디에 가는 걸까요?

전차정류장입니다. 전차라, 시대 배경을 짐작할 수 있겠죠? 정류장에서 전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겹습니다.

"우리 엄마 안 와요?" "오, 엄마를 기다리는 아가구나." 차장이 전철에서 잠시 내려왔습니다.

전봇대가 있는 골목 풍경.우성의원, 진미국수, 코-니상회......

눈이 내립니다.
엄마는 언제 오실까요?
아이의 코가 빨갛습니다.

아이와 엄마가 손을 잡고 골목을 걷습니다.
저 계단만 오르면 따뜻한 아랫목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이의 오른손에는 빨간색 막대사탕이 들려 있군요.

(2005년 2월 8일 이 장면을 뒤늦게 발견하고 넣습니다. 아이와 엄마가 만났다고 알려주신 분이 계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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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12-12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면을 클릭하면 확대된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책 강추입니다.

▶◀소굼 2004-12-12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겹네요...엄마는 만날 수 있으려나?:)얼른 만나야 할텐데..

진주 2004-12-12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어릴적엔 엄마 마중 많이 나갔는데요^^

왜 그때 마다 꼭 머리에 스카프를 쓰고 나갔는지 모르겠네요 ㅎㅎㅎ

숨은아이 2004-12-12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속 책장을 펼쳐 짚은 손가락은 누구의 것인가요? ^^ 사진마다 다른 손가락 자세.

날개 2004-12-12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하 손가락인가 봐요..^^ 그림이 굉장히 멋지네요..

로드무비 2004-12-12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굼님, 그러게 아이가 엄마를 빨리 만나야 하는데요.

아이가 너무 귀여워요.^^

새벽별님, 우린 참 비슷한 데가 많아요. 그죠?^^

박찬미님, 반갑습니다.

그러고보니 어릴 땐 엄마들이 겨울에 스카프를 썼잖아요.

부들부들한 실크스카프.^^

숨은아이님, 누구겠어요, 마이 도러지.

사진 찍을 때 조수 노릇 톡톡이 했답니다.^^

날개님, 이 책은 어른인 제가 봐도 너무 좋아요.

주하 손톱이 너무 길어서 깎아줘야겠네요.^^

마냐 2004-12-12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연령대 상관없는 책인가 봅니다.

hanicare 2004-12-13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이 모성애 운운할 때 마다 나는 짜증이 나곤 합니다. 아이의, 엄마에 대한 절대적 사랑은 왜 못 보는지. 몇 년이나마 한 세계의 자전축이었고 길게 돌이켜보면 일생을 관통하는 중심이 되는 존재가 엄마라는 존재인데. 그 존재가 어린애에게서 받는 것은 다른 존재에게서 받기엔 거의 불가능한, 선명하고 절대적인 사랑이건만.모성애니 어쩌니 하는 말은 생색같은 것.
*혼잣말처럼; 동동이란 아명, 조약돌처럼 채송화처럼 앙징맞더라는.

진/우맘 2004-12-13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그림이.....정말!

뒤에 이을 말을 못 찾겠습니다.TT

로드무비 2004-12-13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 그냥 그림이 너무 좋아서 어른이 들여다보고 있어도 흐뭇하다는

그런 이야기예요.^^

하니케어님, 저도 강요된 모성애는 싫어요.

그런데 아이가 아기일 때 이 아이의 삶이 엄마인 나로부터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생각하니 무섭고 부담스럽더라고요.

좋은 본보기가 될 자신이 없어서...

그냥 친구처럼 싸우며 사는 거죠, 뭐.

훌륭한 엄마가 되겠다는 결심만 안하면 부담스러울 것도 없어요.

그리고 '동동'을 기억하세요?

전 말해놓고도 까먹었는데...^^;;

진/우맘님.

그림이 너무 예뻐서 황홀한 책이에요.^^

urblue 2004-12-13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 너무 이뿌네요. 음...

icaru 2004-12-24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김동성...그림...너무 좋아요..

2004-12-24 14: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biseol 2004-12-24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포토리뷰보고 구입결정.. 그런데 로드무비님 질문이요.. 마지막 엄마랑 만나는 장면이 있는건가요? 누구에게 선물하려고 산건데 마지막에 눈만 하염없이 내리는 것만 나온거 같아서요.. 다시 가서 쪽수 맞나 보긴 할텐데 파본은 아닌지 걱정이.. ㅡ.ㅜ

로드무비 2004-12-24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순이 언니님, 님도 좋아해 주시는군요. 그럼요.^^

그리고 .....님, 촌철살인...히히히...고마워요.

그거 제가 좋아하는 말인 거 어찌 아시고......^^

스미레님, 저 책에 엄마의 모습은 끝까지 나타나지 않습니다.

파본 아니네요.^^


biseol 2004-12-27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답변 감사합니다~ ^^*

동화사랑 2005-01-28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와 만나는 장면이 있으면 더 좋을거 같아요..괜히 욕심^^
로드무비님이 찍으신 사진 제 개인홈피에 퍼갈께요.
너무 이뻐서요.
사고싶은 동화책이 자꾸만 늘어나네요.

쭌쭌 2005-02-03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펼치고 있는 애기 손가락이 귀엽네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이런 잔잔한 동화가 좋네요. 그림도
서양스타일의 화려한 것도 좋지만 동양미가 왠지 끌리고요.
동화책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좋은 것 같습니다.

비로그인 2005-02-07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른들은 그림을 잘 읽지 못합니다. 대충 보아넘기지요.
이 책에 엄마 등장합니다.
맨 마지막 장에 보면 눈 내리는 골목길에
한 손에 빨간 막대사탕(?)같은 걸 든 아이가
장에 갔다 오는 건지 함지같이 생긴 끈 달린 물건을 든,
보자기를 쓴 엄마하고 같이 손잡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Happy ending! -

비로그인 2005-02-08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하 손가락 이뿌네요. ㅎㅎ

로드무비 2005-02-08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웨이브님, 웬 추천입니까? 혹시 주하 손가락에?ㅎㅎ

cjaesook 님, 님의 방명록에 인사 남겼지만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혹시 그 사실을 알려주려고 급히 방을 만드신 건가요?
그렇다면 더더욱 고맙고요.^^
쭌쭌님도 동화사랑님도 스미레님도 이 포토리뷰를 다시 보시면 좋을 텐데......

Sati 2009-09-07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삽화가 참 좋아요. 포토리뷰 덕분에 구입할 듯요. 이태준도 좋아하지만서두요.^^

로드무비 2009-09-07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스투 누르는 것 잊지 마세요.^^
(Sati 님, 이미지가 강렬하면서도 몽환적입니다.)
 
시간의 주름 - 3단계 문지아이들 13
매들렌 렝글 지음, 오성봉 그림, 최순희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5월
평점 :
절판


"왜?"라고 물으면 안되고 '사랑'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면 체포되는 나라가 나오는 SF영화가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갑자기 그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다.

매들렌 렝글의 환상동화 <시간의 주름>은 오래 전 비디오로 본 그 영화를 떠올리게 하였다.

오늘  나는 오랜만에  짧지 않은 장편동화 한 권을 두 시간 만에 해치웠다. 그것도 푹 빠져서...

 

천재과학자를 엄마아빠로 둔 열두 살의 메그는 못생기고 공부도 못하는 자신을 돌연변이라고 생각한다.

메그에게는 쌍둥이 외에도 다섯 살짜리 동생 찰스가 있는데 녀석은 상태가 더욱 심해서 말도 잘 못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다.

모종의 연구(미 항공우주국과 관련된)를 위해 집을 떠났던 아빠는 언젠가부터 연락이 두절돼 동네

사람들은 메그의 집을 손가락질하며 수근거린다. 이것이 또한 스트레스인 메그.

메그와는 달리 우등생인데다가 학교 농구부에서 활약하여 인기도 좋은  편인 캘빈이 어느 날 우연히

메그의 집에 놀러오는데, 그들은 순식간에 같은 종류(스스로를 별종이라고 생각하는)의 인간임을

알아차리고 친구가 된다.

이 조금 이상한 아이들, 찰스와 캘빈, 메그가 그날밤 숲에 산책을 나갔다가 마녀의 오두막 가까이에서

저게뭐야, 누구야, 어느거야라는 이상한 이름을 가진 아줌마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런데 저게뭐야, 누구야, 어느거야라는 이름의  아줌마들이 하는 말은 90퍼센트가 유명한 문인들의 작품

속에서 인용한 것들이다. 그것이 또 이 책에 묘한 활기를 부여하고 있다.

"코메 테 피치올 팔로 아마로 모르소."(단테, 사소한 잘못이 얼마나 우리에게 크나큰 고통을 주는지...)

"운 아스노 비에호 사베 마스께 운 뽀트로."(스페인 소설가 폐레스 감도스, 늙은 당나귀가 젊은

 망아지보다 많이 안다.)

"핑크 세룬트 아니미, 라로 에트 페르파우카 로켄티스."(호라티우스, 행동을 적게 말은 더욱 적게 하라!)

아줌마들의 수다를 듣고 있던 아이들 중 다섯 살짜리 찰리가 버럭 짜증을 낸다.

"특히 누구야 아줌마, 그 말끝마다 인용 좀 안하면 안돼요?"(무서운 아이다!)

그러자 다른 두 아줌마가 찔끔하며 나서서 거든다.

"자기 말로 얘기하는 것보다 인용하는 게 더 편한 걸 어떡해!"

"이건 나름대로 우리 방식의 유머라구."

평소 나의 의견이라 할 만한 게 없어서 걸핏하면 책에서 인용을 잘하는 나의 어깨도 덩달아 움찔한다.

 

신화 속처럼 날개 달린 동물로 변신한 저게뭐야 아줌마의 등에 올라탄 아이들은 시간의 주름을 통과,

낯선 행성들을 거쳐 아빠가 갇혀 있는 카마조츠 행성에 도착하는데...

이 흥미로운 동화는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꽤나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다름'에 대한 고찰, 인생의 행복이 어디에 있는가 하는 의문을 노골적으로 계도하거나 설명하지 않고

적절하게 이야기들 속에 배치하고 있는 것이다.

중용부인의 유리구슬에 비친 지구와 또 그 곳 어느 모퉁이에 살고 있는 자신의 엄마들을 지켜보며

아이들은 우주 속의 한 점에 불과한 자신의 존재를 깨닫는데 여기서 중용부인의 말이 인상적이다.

"그게 나의 제일 곤란한 문제예요. 애착심 말예요. 누굴 좋아하지만 않는다면 난 항상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텐데..."

(나에게 있어 애착심은 나이 마흔을 넘기면서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이다. 어쩌면 영원히

해결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때때로 나를 엄습하여 전율케 한다.)

아이들과 더이상 동행할 수 없게 되자 저게뭐야 아줌마는 아이들에게 금과옥조의 말을 남긴다.

"알비센트 빈 이히 니히트. 도흐 비엘 이스트 미어 베부스트."(괴테, 나는 많은 것을 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다 알지는 못한다.)

이 말은 순수하지만 자기만의 세계가 확고한 찰스에게 저게뭐야 아줌마가  따로 당부하는 말처럼 지나친

자존심과 오만을 경계하라는 것이다.

아이들끼리 도착한 다음의 이상한 나라는 모든 것이 규칙적이고 사람들이 로봇처럼 동일한 리듬하에

움직이고 있었다.

그 나라를 통제하는 무시무시한 존재는 붉은 광채의 눈을 가진 '그것.'

 그의 앞에 서자 부들부들 떨면서도 캘빈은 자신도 모르게 어떤 책의 구절을 인용한다.

"두려움 그 자체 말고는 두려워할 게 아무것도 없다"고.(파이팅, 캘빈!)

인생의 모든 고통과 괴로움을 없애주겠으니 자기 밑으로 들어오라고 붉은눈이 아이들을 꼬시는데

다섯살짜리 찰스가 냉큼 나선다.

"고맙지만 행복이든 불행이든 우리 스스로 결정을 내리겠어요." (한마디로 입을 다물라는 소리다.)

똑똑한 만큼 과도한 자만으로 결국 붉은눈에게 장악되는 찰스, 어렵사리 여러 행성을 거쳐 찾아왔더니

모든 문제를 해결하긴커녕 무능하기 짝이 없는 존재인 아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아이들의 이 모험기에는 가족관계 등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사유들로 가득하다.

결과는 해피엔딩.

누구야아줌마들이 아이들에게 준 마지막 열쇠는 결국 사랑이었던 것이다.

 너무 안이한 결말인  듯하여 책의 마지막 장을 덮기가  심히 아쉬웠는데 누구야아줌마들의 수다만

 해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미련을 버리고 탁 책장을 덮었다.

'인생은 소네트와 같다'고 왜 제목을 잡았는지 궁금하신 분이라면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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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07-25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자로 시작되는 것 같은데...장 뤽 고다르 거였던가?
그 영화 제목 가르쳐주신 분께는 선물 드릴게요.
선물은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음. 어쨌든 예쁜 것으로...ㅎㅎ

프레이야 2004-07-25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영화는 모르겠구요, 이 책 저도 참 좋아하죠. 몇년 전이었는데, 다시 한번 보고 싶어지네요. 님의 글이 하도 재미나서요. 인생은 소네트와 같다~~ 저도 아직 애착심을 버리지 못하고 사니 제 맘의 일렁임을 주체할 수 없네요^^ 편안한 일요일 보내세요.

로드무비 2004-07-25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 반갑습니다.
이 책 참 재미나죠?
님처럼 이름을 서재 전면에 내세우는 것도 좋군요.^^
그건 그렇고 사는 게 정말 장난이 아니에요!(에고, 무슨 소리를!)

로드무비 2004-07-25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방금 영화 제목이 생각났어요.
<알파빌>.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하려니 무안하네요.^^
그리고 조금 전 다음에 들어가 검색해봤습니다.
감독 장 뤽 고다르 맞네요.
아아, 난 아직 녹슬지 않았어!

깍두기 2004-07-26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저 왔어요. 코멘트가 안 달려서 썰렁하다기에 달려왔더니 뭐예욧! 이렇게 유명서재가 되어 있으면서!
근데, 흑흑, 저도 이 책 읽었는데, 재미없어하며 읽은 기억이ㅠ.ㅠ 다시 읽어 볼까봐요.(저는 특히 그 안이한 결말에 알레르기가ㅠ.ㅠ)

starrysky 2004-07-27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주변의 열렬한 찬사와 추천에 힘입어 읽었었는데 의외로 실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전개 과정이 그다지 흥미롭지도 않았고 캐릭터들도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이라 독창적이지 않은 데다가 그넘의 결론이라니.. 너무 기대를 많이 했었는지도 모르지요. 아니면 혹시 그 사람들은 원서로 읽고 저만 번역본을 읽었던 걸까요.. -_-;;;

로드무비 2004-07-27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스타리 스카이님
저는 이상하게 이 책이 재미있었어요.
아줌마들 떠드는 것도 유쾌했고요.
결말이 너무 이상했지만 책 읽는 내내 즐거웠으니 별로 불만없어요.
사람마다 다 다르니까...
그리고 같은 책을 읽어도 그날그날의 기분 등에 따라 다르게 읽혀지지 않나요?^^
어쨌든 저는 요즘 님들은 자주 만나니 기분좋아요!

마태우스 2004-08-03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이주의 마이리뷰 당선되셨어요. 축하드리구요, 참고로 님과 저는 이주의 마이리뷰 동기가 되었습니다. 반가워요!

로드무비 2004-08-03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저도 무지 반가워요.^^

로자 2004-08-03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비무비님, 축하해요.
모임 같이 하는 언니가 언젠가 추천해준 책인데
님의 리뷰 보고나니 읽고 싶다는 생각이 팍팍 드네요.
(사실 그 언니 말 듣고는 그런 생각이 덜 했거든요^^)
상품에 눈이 멀어 서재 콘테스트에 나갔는데요.
마감일이 가까워 질수록 멋진 서재가 계속 올라오지 뭐에요.
알라딘에서 책도 계속 사고 했는데 혹시 뽑아주지 않을까하는
헛된 기대는 그 서재들 구경하면서 사라졌답니다.
다음에도 좋은 리뷰 기대할게요.

로드무비 2004-08-04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자님, 로자 룩셈부르그 책이 세 권이나 있는 서재는 아마 드물 거예요.^^
제가 줄거리를 너무 자세하게 써서 읽을 때 재미가 반감될까 그게 걱정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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