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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비 논 이야기 ㅣ 봄나무 자연책 2
임종길 글 그림 / 봄나무 / 2005년 8월
평점 :
2년 전 이른 봄, 논둑길을 산책하다가 논물 속에서 긴 실타래 같은 알을 발견한 저자는
수소문 끝에 그것이 황소개구리 알이 아니라 두꺼비 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황소개구리 일이든 두꺼비 알이든 청개구리 알이든 그것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우리 같은 보통 사람이라면 그냥 고개를 한 번 갸우뚱하고 지나쳤을 것이다.
그런데 두꺼비들이 요즘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전문가의 말이 마음에 남은 저자는
그 두꺼비 알들이 올챙이가 되고 모내기 후 제초제 때문에 모두 죽어버린 상황을 목격하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다.
도토리 교실은 그 이듬해 수원 칠보산 아래 논 한가운데 창고를 빌려 만든 자연과 함께하는
지역 주민들의 작은 배움터.
‘개망초’니 ‘그루터기’니 ‘쇠비름’이니 서로 부르는 호칭부터 심상치 않은데 그 옛날 인디언들처럼
자연에서 제각각 어울리는 이름을 가져왔다.
그들은 돈을 모아 한 농부 할아버지와 논 두 마지기 1년 농사를 계약했다.
농약도, 제초제도 절대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짓기로.
이 책은 저자가 두꺼비 알을 처음 발견한 날부터 이듬해 도토리 교실 사람들과 함께 힘을 합해
두꺼비 올챙이를 계약한 논에 풀어놓고 모내기를 하고 정성껏 돌보고 가꾸어 가을이 되어
벼를 베고 수확하기까지의 꼼꼼한 관찰기이다.
그런데 자연 지킴이들의 1년간의 서툰 농사 기록이라고 간단하게 치부되면 안 될 것이
너무나 소중한 정보와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논이나 숲은 우리가 별 관심 안 갖고 그냥 지나치면 언제까지나 논이고 숲일 뿐이다.
그런데 모든 일이 그렇듯 깨달음과 변화는 아주 작은 관심에서 비롯된다.
구체적인 관심을 기울일 때 비로소 우리가 몰랐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고 귀에 들어오고
마음에 들어오고 나아가 새로운 눈을 뜨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두꺼비 알을 농약으로부터 지켜 우리 논과 숲에 두꺼비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보겠다는
소박한 바람에서 시작되었던 저자와 도토리 교실 사람들의 1년 농사 체험기는
논이나 숲 이외에도 자연과 관련한 꽤 많은 볼거리와 생생한 정보들을 제공한다.
화가이며 고등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치는 저자의 세밀화에 가까운 그림들은 논 속에
함께 어울려 살고 있는 우리가 몰랐던 수많은 식물들과 작은 동물들의 세계를 소개하고 있으며,
소나무와 참나무 등에 얽힌 숲의 흥미진진한 비사도 풀어놓고 있다.
교과서 식으로 기록만 했다면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었을 텐데, 도토리 교실 사람들과 함께
화전도 부쳐 먹고, 우르르 논에 들어가 피도 뽑고, 출출할 무렵 새참으로 나온 부침개도 먹고,
한 달에 한 번 열린다는 선데이 마켓 좌판도 구경하다 보니 페이지가 언제 끝났는지도 모르게
단숨에 읽혔다.
-우리가 어떤 동물을 보호한다고 했을 때, 그것이 꼭 우리 인간에게 이로워서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 동물이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기도
해요.
이렇게 하나둘씩 사라져 버리면 결국에는 인간도 살기 힘든 세상이 되고 말테니까요.(본문 53쪽)
왜 하필 두꺼비를 살리겠다고 그 야단이냐는 어떤 이의 질문에 이 이상 명확하고 적절한 대답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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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 <함께 사는 길> 11월호에 실린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