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에 수채화 컬러링은 익숙한 것인데 캔버스에 아크릴 컬러링은 낯선 경험이라 처음에는 조금 망설였지만 새로운 도전이라며 용기를 내어 주문하였다.
아크릴 물감의 성질도 모르겠고 더구나 캔버스라니 수틀에 끼워진 광목천 같이 나무틀에 고정된 캔버스의 재질도 낯설었다. 잘 할 수 있을까..
아크릴은 물을 쓰는 것은 수채화와 같고 성질은 유화와 비슷하다는데 금방 마른다고 하여 까다로울 것 같다는 것이 나의 선입견이었다.
DIY 키트로 번호가 매겨진 동그랗고 앙증맞은 아크릴 물감통들과 세필붓과 납작붓 두 자루, 물통치곤 작고 너무 높이가 낮은 실리콘 물통 그리고 다소 엉성해보이는 캔버스. 낯선 물품들 앞에서 얼어붙어버렸다. 눈으로 한참을 대치하다 부딪혀보자는 심정으로 붓에 과감히 물감을 묻히고 캔버스에 붓칠을 해본다.
응? 생각보다 부드럽게 쓱 발린다. 물을 많이 쓰면 수채화 같이 맑은 느낌도 난다. 캔버스에 색이 숫자로 지정되어있고 단색으로 칠하는 것이어서 파래트는 딱히 필요하지 않았다. 투명판이 아마 파레트로 온 것 같은데 색을 섞어 쓸 필요가 없어 나는 붓에 적당량의 물을 묻혀 물감통에 직접 찍어 그렸다. 이게 맞는 방법인지 모른다. 아크릴은 정말 처음이니까. 중요한 것은 느낌? 의외로 맘에 들었던 것은 실리콘 납작 물통이었다. 아크릴물감은 바로 씻지 않으면 굳어서 잘 씻기지 않는다고 해서 긴장했는데 실리콘 재질이라 붓의 물감이 쉽게 씻겨졌다.
원작이 동화책의 한 페이지를 따온 그림인만큼 원색의 쨍한 느낌이 좋아서 두텁고 꼼꼼하게 여러번 덧칠하여 색이 선명하게 드러날 수 있도록 했다. 칠하다보니 물의 양 조절하는 것도 붓칠하기도 금방 익숙해진다. 어느덧 낯설음은 사라지고 재미가 붙는다.
캔버스 크기도 크지 않고 도안도 단순하여 비교적 쉽게 완성할 수 있다. 캔버스에 그린 그림이라 다 그리고 나면 작품처럼 결과물이 생기니 성취감도 크다. 어제 오후에 받고 오늘 오전에 다 그리고는 시리즈로 나온 다른 키트도 몇 개 더 주문했다. 당분간 여가 시간은 이 DIY 그림키트가 차지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