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의 오리들을 발견하게 된 것은 그후의 일이었다.시선의 높이가 조금 내려갔을 뿐인데, 그전에는 보지 못했던 오리 가족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다리가 사라진 이후 오히려 천변의 풍경이 아름다워진 것도 아이러니한 일이다. 삶이란 항상 이런 식이라는 생각이다. 예상치 못한 일이 도처에서 일어나고 그 사고가 예상치 못한 아름다움과 즐거움으로 우리를 이끈다. 때로는 슬픔과 괴로움이 찾아오기도 하겠지만 그건 이미 예상한 일이니까 괜찮지 뭐. - P17
이렇게 말하는 저는 사실 자주 때를 놓치는 사람입니다.시의적절과는 아주 거리가 먼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일이다 끝나고서야 사랑을 알고, 기차를 놓친 뒤에야 그것이마지막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제가 제철 과일과 철따라 피는 꽃을 좋아하는 것도 어쩌면 그런 까닭인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에 제때 맞춰 나타나고 또 사라지는 것들이 있다는사실이 저에게는 적지 않은 위안이 됩니다. 시의적절한 것들을 보고 느끼는 것은 또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요.그러나 저에게는 시의적절의 즐거움보다는 때를 놓친 아쉬움과 슬픔이 더욱 많습니다. 제시의 동인 가운데 하나는바로 그 때를 놓쳤다는 감각이기도 합니다. 지나간 시간을돌아보고,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생각하고, 지금 이 순간이 어쩐지 나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며 시의 문장을 움직입니다.한 편의 시를 다 쓰고 나면 거기에는 시절과 어긋난 마음들이 묻어있음을 알게 되지요. - P9
작가님에게 점심은 어떤 의미인가요?점심은 마음을 점검한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때론 어쩌면 자주 그렇습니다. - P151
기주야, 예전에 내가 철학관에 왜 갔었는지 알아? 저곳에선 내가 듣고 싶은 말을 들려주곤 했어. 혼자서도 자식들을 잘 키워낼 수 있을 거라고, 두 형제의 인생이 잘 풀릴 거라고 이야기해줬어. 나는 너희를 키우면서 그런 말이 정말 듣고 싶었단다.” 어머니가 그곳에 지급한 돈은 어쩌면 어머니의 두려움을 해소하는 데 들어간 비용일지도 모른다고 -
홀로 불행 속에 던져진 것 같은 기분이 들거나 잡스러운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때일수록, 남들처럼 행복해지려 애쓰기보다 마음의 균열을 메우고 일상을 정돈하는 데 공을 들여야 하는지 모른다. 불행의 반대는 행복이 아니라 일상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