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 자체 가 아니여도 이끌어준 이의 성품으로도
배움에 심취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

많은 자연철학 분야 중 그가 몸담은 화학에 끌린 것은 아마도 원래부터 화학 자체에 애정을 느꼈다기보다는 그의 다정한 인간성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마음가짐은 대개 어떤 지식을 처음 배우기 시작할 때 생길 뿐이다. 화학을 공부하면 할수록 더욱 화학 자체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의무와 다짐 때문에 열중하게 된 그 공부에 나는 열정적으로 매달리게 되었다.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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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관심갖고 있는 것에 대해 대화하는 방법을 거꾸로 배우게 되네.


그는 내가 건넨 책의 속표지를 스윽 보더니 말했다.
"아, 코르넬리우스 아그리파구나! 빅터야, 이런 책을 읽으며 시간을 낭비하지 말거라. 애석하게도 쓰레기일 뿐이란다."
만약 아버지께서 이런 식의 조언 대신 힘들더라도 ‘아그리파의 법칙들은 이미 타파되었고 현대적인 과학 체계가 도입되어 고대보다 훨씬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왜냐하면 고대 과학은 황당무계하지만 현대 과학은 더 현실적이고 실용적이니까.’라고 설명했다면, 나는 분명 아그리파의 책 대신 당시 따끈따끈하게 달아오르던 상상력으로 보다 현대의 발견으로 나타난, 더욱 논리적인 화학 이론에 더욱 전념했을 것이다. 나아가서는 나를 파멸로 이끈 그런 학문을 공부해 보겠다는 위험천만한 충동 자체도 못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책을 건성으로 쳐다보는 아버지의 시선을 보았을 때, 아버지가 내용을 알고 있다는 확신이 전혀 들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책을 더욱 열심히 계속 읽었다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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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 그녀가 보낸 사개월여의 시간을 어떻게 설명할수 있을까. 하혈은 이주쯤 더 계속되다가 상처가 아물며멈췄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몸에 상처가 뚫려있다고 느꼈다. 마치 몸뚱이보다 크게 벌어진 상처여서,
그 캄캄한 구멍 속으로 온몸이 빨려들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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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혜언니 김인혜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그런 순간에, 이따금 그녀는 자신에게 묻는다. - P198

막을 수 없었을까. 두고두고 그녀는 의문했다.  - P199

돌연 병로해진 부모는 더이상 둘째딸을 보려 하지 않았고, 짐승만도 못한 사위를 연상시키는 큰딸과도 연락을 끊었다. 막냇동생 내외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녀는 영혜를 버릴 수 없었다. 누군가 입원비를 대야 했고, 누군가보호자가 되어야 했다.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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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녀는 그의 방에 들어가 그가 남겨놓고 간 음반을 듣거나, 예전에 그가 그랬던 것처럼 허리에 손을 짚고방 안을 빙빙 돌기도 하며, 옷을 입은 채 욕조에 웅크려누워 처음으로 그를 이해할 것 같은 기분이 되기도 한다. 아마 그에게는 옷을 벗을 힘이 없었던 모양이다. 샤워기의 온도를 조절해 목욕을 할 힘은 더더욱 없었을 것이다. 신기하게도 그 우묵하고 비좁은 공간이야말로 서른두 평의 아파트 안에서 가장 아늑하게 느껴지는 장소라는 사실을 그녀는 깨닫는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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