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북한을 움직이는가 - 한국 KBS, 영국 BBC, 독일 ZDF 방영 다큐멘터리
KBS 누가 북한을 움직이는가 제작팀.류종훈 지음 / 가나출판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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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다큐 <누가 북한을 움직이는가>를 주의깊게 봤다. 그리고 책으로 만났다. 


<누가 북한을 움직이는가>는 북한에서의 김정은 체제가 자리잡고, 현재의 평화 분위기로 가는 방향을 읽어낼 수 있는 책이다. 간단하게 북한이 이런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경제 때문이다. 


김일성이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국정 목표를 정치 사상 강국으로 잡았다면, 김정일은 군사 강국을 지향했다. 그리고 김정은이 선택한 길은 인민들의 생활을 안정시키는 경제 강국이다. 김정은은 2013년3월30일당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처음으로 육성을 공개하며 경제 건설과 인민 생활의 향상을 이야기했다. 북한 주민들에게 더는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게 하겠다고도 했다. (58쪽)


최근 북한에서는 장마당과 같이 일부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는 김정은의 기본적인 철학이 경제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다큐에서는 북한에서도 경제 개발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김정은은 상당부분 서구의 발전 모델을 차용하고 있는 듯 하다. 


물론 이런 경제 발전의 기본 원리는 화폐이다. 경제가 돌고 화폐가 유입되면 당연히 경제는 성장한다. 김정은 체제는 그 화폐를 인력 해외 파견이라는 모습으로 얻어낸다. 


김정일과 김정은 시대에 북한 노동자들의 해외 파견 규모가 확대된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는 대북 경제 제재가 시작되면서부터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자 정상적인 무역으로 경제 교류를 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게다가 4차핵실험 이후 개성공단이 폐쇄되자 남한에서의 외화 획득마저 어려워졌다. 둘째는 아이러니하게도 북한의 노동력 공급 가능성이 확대됐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가 발전함에 따른 중국 내 노동자 임금이 상승했고, 이는 북한의 저렴한 노동력에 대한 수요를 촉발했다. 또한 러시아의 극동 개발사업이 본격화되면서 노동 강도가 높은 직업에 대 한 제3국파견 노동자들의 공급이 감소하자 그 빈자리를 북한 노동력이 대체하게 됐다. (158쪽)


북한의 노동인력 파견은 오래되었다. 김일성 시대에는 일종의 정치적인 차원에서 인력 파견이 이루어졌고, 김정일 시대에 이르러면서 주요한 외화벌이 수단이 되었다. 특히 김정은 초기에는 경제 정책을 펼 주요한 자금원이었다. 그러나 트럼프의 경제제재가 강화되면서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폴란드가 경제재제에 동참하면서 북한의 인력은 본국으로 돌아가고 있다. 김정은이 생각한 외화벌이가 쉽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김정남 살해 사건으로 경제재제에 동참하지 않았던 말레이시아에 인력 파견도 어려워졌다. 


경제 재건을 내세운 김정은 입장에서는 다소 난감한 상황이다. 

어떻게 보면 경제를 우선시 하는 김정은의 방향이 지금의 한반도 변화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어린 시절 스위스 유학을 통해 자본주의와 세계경제가 돌아가는 상황을 봐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던간 그는 과거의 북한과는 다른 정책을 펴고 있음이 분명하다. 


물론 김정은 초기에는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가 많았다. 하지만 실제 북한 내부를 본다면 기존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정일의 경우는 강력한 군대를 내세우는 선군정치라는 목표아래 이루어진 일이고, 김정일이 상당히 군부의 눈치를 보기도 하고, 군부를 달래기도 했는데 반해 김정은은 군 중심에서 당 중심으로 변화했다. 뿐만 아니라 젊은 현장 전문가들을 등용하고 있는데, 이는 그가 북한이라는 나라에 대한 생각이 이전과는 분명 다르다. 


김정은이 바로 자본주의 경제를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 모델이 될지, 베트남 모델이 될지 모를 일이다. 다만, 현 체제를 유지한채 일정부분 자본주의 체제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그것이 한반도 평화 정착에 유리하다면 남북, 북미간의 대화는 충분히 반길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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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9 2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10 0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알라딘 중고서점을 종종 사용한다. 작년에는 재미가 들려 좀 많이 방문했다. 


직장과 집이 멀어지면서 알라딘 중고서점 보유도서를 확인해 퇴근 노선을 만들어 보곤 했다.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대해 대체로 만족하는데(사실 별 불만을 갖지 않는 성격이다) 최근에 약간의 불만이 있다. 중고서점간 책 상태에 대한 편차가 심한 경우가 보인다.

얼마전에 확인 한 책은 최상으로 되어 있지만 책에 줄이 너무 많다. 사진 속 페이지는 거의 절반이 줄이고, 책 전체로 봐도 줄이 있는 페이지가 20%는 되는 것 같다. 최상이라니... 괜히 발걸음을 했다. 

보통 물건을 사고 반품, 환불하지 않는 성격인데, 얼마전에는 구매한 중고책과 동일한 중고책이 있길래 반품하고 재 구매했다. 최상이길래 구매했는데 읽으려고 펴자마자 이름과 날짜가 있었고, 마지막 페이지에 또 날짜와 이름이, 그리고 중간에 볼펜 메모도 있었다. 확인을 안 한 내 잘못이 있어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다행히 동일한 책이 동일 서점에 중고로 떠 있길래 바로 반품했다. 

살까 말까 고민되는 책의 경우 중고로 구매하곤 하다보니 굳이 절판이 아니라면 중고를 사야 할 필요가 없다. 안 사면 그만이긴 한데, 중고서점간 책 평가기준의 편차 관리가 필요해보인다. 아무래도 중고서점이 많아지다 보니 이런 이슈가 계속 생길 듯 하긴 하다


* 북플 사용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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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07-07 22: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마 매장마다 매니저 혹은 매입하시는
분들의 판단에 따라 중고 가격이 매겨지는
차이에 따른 게 아닌가 싶습니다.

구매 전에 꼼꼼하게 살펴 보지 않는다면
낭패하게 되더라구요.

절판본은 낙서 유무 상관 없이 사야지요.

雨香 2018-07-08 00:31   좋아요 0 | URL
네, 아무래도 알라딘 중고서점이 많아지면서 어쩔 수 없는 현상인 듯 합니다.

절판본은 무조건 keep 입니다. ^^

2018-07-08 08: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08 08: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월드컵이다. 러시아 지리를 좀 익힐 겸 월드컵 개최도시를 찾아봤다. 

칼린그라드라는 재미있는 도시가 있다. 칼린그라드는 육지임에도 섬과 같은 도시인데, 러시아 본토와 사이에 폴란드, 리투아니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다리만 한번씩만 건너기 문제, 쾨니히스베르크의 다리로 유명한 곳이다. EBS 다큐 <문명과 수학>에서 거론된 한 붓 그리기 문제, 즉 오일러의 정리가 적용된 다리가 있는 곳이다. 


* 아래에 있는 EBS 다큐 동영상 중 앞 3분에 해당한다. 

—————-




오일러는 지금 아주 유명한 수수께끼 풀이에 몰두해 있다. 문제의 출처 는 러시아의 고풍스러운 도시 쾨니히스베르크(현재 지명은 칼리닌그라드)이다. 이 도시의 한가운데를 흐르는 프레골 랴 강에는 7개의 다리가 있다 이를 두 고 한 시민이 수수께끼를 냈다 “한 다리를 두 번 이상 건너지 않으면서 일곱 개의 다리를 한 번에 모두 지나 출발점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말하자면 한 붓 그리기 문제였다. 


많은 사람이 도전했지만 아무도 이 수수께끼에 대해 확실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천재 수학자 오일러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답을 내놓지 못 하는 이유만큼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 답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일러는 어떻 게 이걸 알아냈을까? 그는 우선 지도를 간략하게 만들었다. 다리는 선으로 다리를 잇는 땅은 점으로 그렸다. 이렇게 하자 문제가 분명해졌다. 

오일러는 여기서 한 붓 그리기 법칙을 찾아낸다.

 “모든 점이 짝수 개의 선을 갖거나 단 두 개의 점만이 홀 수개의 선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쾨니히스베르크의 다리에는 각 지점(점)마다 연결된 다리(선)의 개수가 모두 홀수이다. 7개의 다리를 한 번씩만 건너면서 모든 다리를 지나 원점으로 되돌아오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는 얘기다. 오일러가 사물을 들여다보는 방식 그것은 실제 지형과는 상관없이 점과 선으로 단순화해서 본질만을 가려내는 것이었다. (154-1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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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8-06-26 07: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쾨니히스베르크의 철학자 칸트를 러시아인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2차 대전 후 꾸준히 진행되어왔다고 하더군요. 러시아판 동북공정을 보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됩니다.

雨香 2018-06-26 08:34   좋아요 1 | URL
칸트를 러시아인으로 만든다... 아~ 너무 심한데요.
칼린그라드(쾨니히스베르크)가 여러모로 핫한 도시임에는 틀림 없는 것 같습니다. 미사일 기지 등 유럽과의 긴장과의 관계에 중심에 있는 듯 합니다.
 

알라딘 서재를 읽은 흔적들을 남기는 공간 혹은 끈끈하게 버텨읽어야 할 주제의 책들을 정리하는 공간으로 활용하려고 하는데 잘 안된다. 회사와 가정 사이에서 나만의 시간과 공간을 찾아낸다는 것이 점점 쉽지는 않다. 


그렇다고 책을 사지 않는다거나 읽지 않는 건 아니다. 매월 10여권의 책을 구매하고, 또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 항상 10권 내외이다. 다만 알라딘 서재에 흔적을 남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원래 주말에 서너개의 글을 대강 적어두었다가(발췌 내용만 적어둔다는지) 시간 날 때 약간씩 덧붙여서 정리하는데, 임시저장이 날아가기 일쑤다.(임시저장은 한달간 유효) 


올해는 특히 집안일도 좀 있었고, 게다가 K-mooc에서 수강하는 강의가 3개월단위로 6과목 정도 되다보니, 여유가 있는 주말이면 k-mooc 강의 듣는데도 벅차다. 


2018년에도 관심사가 몇 개 있다. 일단 올해는 러시아 월드컵이 있는 해이니 만큼 거대 주제로 러시아를 잡았다. 그리고 고려 건국 1100주년이기도 하고, 인체에 대해서도 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고려, 인체는 k-mooc로도 공부중이다.)



고려는 918년에 건국되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여전히 한국사회에 영향을 끼치고 있음에도 조선에 비해서 대중의 관심과 학자들의 연구는 소외된 편이다. 이이화의 책으로 흐름을 좀 잡고, <고려사의 재발견>과 <고려시대사>로 깊이를 더해 독서 중이다. <고려사의 재발견>은 팟캐스트 독자적인 책수다에서도 깊이 다루고 있다.



의도하지는 않았는데 k-mooc에서 인체 관련 강의를 듣다보니 예전에 모아둔 인체관련 책들이 보였다. k-mooc에서 한 강좌 수강완료, 그리고 두 강좌 수강중인데, 7월 쯤 한 강좌 더 들을 예정이다. 뉴턴코리아 책들을 참고하면서 공부중이다. 사실 인체라는 주제는 좀 광범위한 주제이다. 사진에 찍은 외에도 강의에서 거론된 책들과 더불어 최근에 출간된 진화와 인체와 연관된 책들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좀 거대한 주제이다. 월드컵이 러시아에서 열리는 만큼 러시아를 관심국가로 정했는데, 일단 범위 자체가 너무 크다. 여기다 1917년 러시아 혁명도 빼놓을 수 없는 소주제이기도 하고. E-Book에 다운 받아 놓은 러시아 작가의 책만도 30-40권은 되는듯 하다. 일단 소주제 별로 책을 좀 모으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사실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차이코프스키, 쇼스타코비치, 스트라빈스키 등도 그냥 하나의 주제로 볼 수 있을 정도이다. 


이외에도 2018년도 관심사는 많다. 68혁명 5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고, 50,100,150,200주년 이런 식으로 사건, 인물의 탄생과 사망도 어딘가에 정리해 두었다. 찾아봐야 겠다. 


물론 위 주제만 챙기는 것은 아니다. 현재는 축구와 북한을 주제로도 읽고 있기도 하고, 가즈오 이시구로를 연초에 좀 읽었고, 필립 로스도 좀 읽을 생각을 하고 있다. 


좀 시간을 내서 공부한 흔적들을 서재에 좀 남겨둬야 겠다. 간단하게라도


         


* 사진 속 라벨은 와잎이 책 정리 좀 하겠다고 도서관에서 검색해서 라벨링을 했지만, 내가 정리하는 방식과는 달라서 포기했다. 한 2~3백권 찾아 적어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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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6-25 15: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러시아 혁명에 관한 책 몇 권을 사뒀는데 한 권도 제대로 읽지 못했습니다. 저는 독서 계획을 즉흥적으로 만드는 성격이라서 안 읽은 책들이 많습니다. ^^;;

雨香 2018-06-25 23:04   좋아요 0 | URL
실은 저도 그때 그때 독서주제가 치고 들어와 독서가 쉽지는 않습니다. (사회, 정치적 이슈가 생기면 그때 독서목록을 만드느라 ㅠㅠ)
러시아혁명은 일단 박노자 책과 <혁명의 러시아 1891~1991>을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잘 모르는 분야라서 ㅠㅠ
 

애니메이션 <에델과 어니스트>는 동명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다. 여자 주인공의 이름이 에델이고, 남자가 어니스트이다. 두명의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고 그리고 생을 마감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떻게 보면 밋밋하다. 


         


그런데 그 밋밋한게 평양냉면처럼, 막 쪄낸 두부처럼, 도토리 묵 처럼 맛이 없는데 맛이 있듯 매력이 있다. 

밋밋하기만 한데, 흐뭇하면서도 마음 한켠 이야기 하기 힘든 감정이 슬그머니 올라온다. (복받쳐 오르진 않는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겠지만, 스토리를 알고 봐도 괜찮은 영화다. 


우유배달부 어니스트와 귀족집안의 메이드 에델이 만나 기족을 꾸린다. 둘은 레이먼드라는 아이를 하나 낳는데 얼마 되지 않아 독일의 침공으로 영국도 전쟁을 하게된다. 전쟁 중 어니스트는 소방대원으로 징집된다.

항상 유쾌한 어니스트가 침울한 장면이 세 번 정도 나오는데 그 중에 두번이 전쟁이다. 전투 중 그는 소방활동을 하는데 삶의 의지를 잃은 듯한 그는 폭격으로 아이들이 산산히 찢겨졌다고 이야기한다. 또 한번은 전쟁이 끝나고 주민들이 모여 파티를 하던 중 유쾌한 그 답게 춤을 추머 즐기다 한켠에 서있기만 하는 친구에게 같이 즐기자고 한다. 그 친구는 ‘나는 아들을 잃었잖나’라는 말에 그는 곧 사과하며 얼굴이 어두어진다. 전쟁을 겪어낸 부모를 그림과 동시에 전쟁이 남긴 상처도 함께 무심히 보여준다. 


에델과 어니스트의 정치적 견해 차이를 보이는 장면도 재밌다. 노동당이 집권했는데 전쟁때보다 못하다는 걸 지적하는 에델과 토리당이 집권하니 더 나빠졌다며 에델을 놀라는 어니스트의 모습은 한편으로 5-60년대 영국의 정치적 변동과 경제적 상황을 보여준다. 


에델은 정치성향 만큼 자식에 대한 사랑과 기대도 크다. 아들이 중등학교를 졸업하고 미술학교에 간다고 했을 때 실망한다. 아들이 결혼하겠다고 데려온 진에 대해서도 맘에 들어하지 않지만, 며느리가 조현병으로 애를 낳기 힘들다는 말에 (잘은 모르지만) 아들의 손을 꼭 잡아준다. 물론 당시 히피문화를 대변하는 아들의 장발에 아들만 보면 빗을 꺼내는 완고한 엄마이기도 하다. 


어니스트는 항상 유쾌하다. 그리고 항상 에델과 아들 옆에서 꿋꿋하게 서 있다. 평생을 우유배달일을 했지만 자신이 노동자라는 사실을 부러워 하지 않는다. (신문을 보다 자신의 주급이 노동자 평균 보다 낮다는 사실과 아들의 일당이 자신의 주급보다 많다는 사실에 짜증을 내는 장면이 있긴 하다)


20세기를 관통하는 사건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독일과의 긴장관계에서 전쟁 그리고 노동당과 토리당의 정권교체에서 60년대 히피 문화까지 에델과 어니스트의 주변에 시간과 함께 흘러간다. 삶에 있어서도(미시사라고 할 수 있겠지만) 빨래방이 생기고, 텔레비전이 들어오고, 인간이 달에 가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한다. 집안에 전화기가 놓이고, 자신들만의 승용차가 생기는 장면까지 시대의 변화를 볼 수 있다. 


전쟁중 레이몬드는 당시 정부 정책에 따라 시골로 피신하는데 돌아오는 길에 배나무 씨에서 틔운 싹을 뒷마당에 심는다. 그리고 에델의 말처럼 집처럼 커진 배나무를 바라보는 장면에서 막을 내린다. 


부부의 아들로 부부의 행복이었던 소년에서 장발의 청년이었던 레이몬드는 그림책 스노우맨(국내엔 눈사람 아저씨로 출간)의 저자이다. 노년에 부모를 기억하고자 동명의 그래픽 노블을 출간했다. 그렇게 20세기 중반을 살아낸 부모, 그리고 그 시대를 오롯이 버텨낸 서민들에 대한 헌사이다. 


* 애니는 단순한 스토리로도 좋지만, 이야기 자체가 당시 시대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시대의 정치적, 문화적 변화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2차 대전 당시 독일이 영국을 폭격했을 때 영국 정부는 어린이들을 시골로 보내기도 했고, 부모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구세군에 연락해야 겠다고 하는 장면에서는 주요 유품을 제외하곤 구세군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가져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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