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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를 덮으면 외국어가 춤춘다
이서규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6년 8월
평점 :
나의 취약과목은 영어이다. 대학입시에서도 다른 과목에 비해 영어점수가 형편이 없었고, 취업을 할 때도 거의 바닥이나 다름없는 토익점수에도 꿋꿋하게 지냈었다. 그런 배경에는 나름대로의 영어 학습에 대한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신념대로 영어공부를 하지 못했지만.
그러다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하고 읽게 되었는데 언어에 대한 접근법이 백프로 공감하는 내용이었다. 언어는 문화의 산물이기 때문에 그 나라 혹은 언어권에 대한 역사, 문화적 배경과 함께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언어에 대한 역사, 문화적 배경이 병행되어야 그 언어에 대해 풍부한 감정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실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그 언어권을 경험해보지 못한 상태에서 풍성한 감정을 갖기는 어려우니까 말이다. 그래서 역사 문화에 관심을 두려고 하고는 있지만 매일 한걸음을 체 못 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 이서규는 행복한 사람이다. 물론 그의 삶이 평탄하지 않았고, 삶에 대한 도전속에 부딪혀가며 얻은 외국어이다.
지은이는 먼저 언어는 삶의 흔적(역사, 문화)을 담아내고 있는 유기체라는 점에 주목한다. 그리고 실제 언어생활이 우리가 배우는 공식들처럼 딱 부러지는 교과서에서 나오는 언어가 아니라는 점을 짚어낸다. 즉 단어 하나하나에도 미묘한 차이가 있고, 감정이 있는 것이다. 또한 지은이는 소리 즉 듣기 공부에서 나타나는 오류들을 이야기하면서 언어는 monologue가 아닌 쌍방의 dialogue임을 주지시킨다. 그래서 사실 지은이가 제시하는 공부법은 점수따기 영어공부보다 훨씬 더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반면 입체적인 외국어 공부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어를 통한 풍성한 생활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휴식시간을 갖고자 미국에 잠시 체류하는 동안 어학교에 다녔었다. 워낙에 영어감각이 없는지라 나의 영어실력은 형편이 없었다. 그러나 종종 선생들은 나의 영어를 훌륭하다고 말하곤 했다. 물론 나의 회화실력은 다른 학생들에 비해 형편없지만 다양한 어휘를 구사하려고 노력하고 종종 딱 들어맞는 단어들을 쓴다는 것이었다. 이는 아마도 지은이가 말하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외국어를 접근했기 때문인 것 같다.
다른 영어를 소재로 한 책들이 대체로 영어 학습법이 잘못되어 있다고 비판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학습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실상 영어를 공부하는 동일한 틀 속에 놓였다는 점에서 동일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실제 영어학습법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단지 영어도 외국어라는 점에서 공부해야 하는 방법과 실제 외국어를 익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단지 토익점수만을 올리기를 원하고 사회에서 원하는 점수 위주의 영어만을 원하는 사람에게 지은이의 방법은 무용지물일 것이다. 그러나 언어에 대한 관심속에서 보다 풍성한 외국어를 구사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아주 좋은 제시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