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라로님의 "이사 가고 싶다. "

 

 

 

저는 어제 리스본의 포르투칼 사이프러스 대신 메타쉐콰이어가 줄지어 선 길을 걸었답니다. 포르투칼 사이프러스가 나지막한 우산 모양이라면 메타쉐콰이어는 위로 자라는 본능에 충실한 키가 훤칠한 세련된 이등변 삼각형의 수종이지요. 양쪽으로 우람하게 줄지어 선 나무의 기세에 저는 개미만큼 조그맣게 작아져서 숲에 머물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어요. 책요? 나비님처럼 나무 그늘 아래서 책 읽을 생각은 아예 못 했어요. 그저 저는 숲을 마음껏 쏘다니는 한 마리 개미 새끼일 뿐이니까요. 조금 더 욕심 내어 나무에 둥지를 틀고 휘파람 소리 내며 나무 위로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작은 새 정도면 더 바랄 게 없겠지요~ㅎㅎ  

 

20110727ㅅ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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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11-07-27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중이세요? 메타세콰이어 나무가 있는 그 유명한 길이.....어디였는지는 까먹었지만.
숲속 진주님을 생각하니 미소가 나오는걸요?

진주 2011-08-01 11:07   좋아요 0 | URL
아아니예요~ 제가 사는 도시에 있어요.
메타쉐콰이어 명소도 있겠지만,
근래엔 어딜가나 흔히 볼 수 있던걸요?
어제도 메타쉐콰이어 길을 다녀왔답니다.
속이 후련하죠.
사진으로 찍어 올리면 좋을 텐데
제가 워낙 게으른데다 구석기 인물이라서요..ㅡ.ㅡ

2011-08-02 0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언젠가 가벼운 풍랑이 이는 날

한려해상공원 뱃놀이를 간 적 있습니다.

버스만 타도 멀미를 해대는 저였으니

상하좌우로 요동하는 선실 안에서  

얼마나 괴로웠는지 모릅니다.

 

이럴 바엔 차라리  

밖이 낫겠다 싶어 선실을 나와 

용감하게 뱃머리 난간을 붙잡고 섰었습니다.

 평평한 대지에 익숙한 뭍사람한테

울컥울컥 용솟음치던 바닷길은 살아서 날뛰며

놀놀한 이방인을 잔뜩 겁주고 있었습니다.

 

잡은 난간을 놓치면 끝을 알 수 없는 물 속으로 빠질세라

손목에 힘줄이 솟도록 안간힘을 다해 매달렸습니다.

누가 봐도 용 써는 꼴이 한 눈에 보이도록 말이죠.

 

그러다가 우연히 조타실을 보게 되었습니다.

거기엔 너무나 태연자약한 조타수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의 시선은 풍랑 너머 아득한 꿈길을 밟고 있었습니다.

이런 간단한 풍랑은 이미 일상이 되어버린 듯

그는 졸리도록 평정한 모습이었습니다.  

 

비록 살아온 이력은 다르지만 지금은

 같은 환경에서  

누구는 저토록 평온한데 

누구는 겁 먹고 벌벌 떨고 있다니......  

어느 누구에게나 인생은 고해로 부딪쳐 오는걸  

시련을 맞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  

더 크게도 더 작게도 느껴질 수 있겠지요.

 

날이 점차 더 궂어져서

바람은 더 세게 일고 배도 심하게 요동했지만

어쩐 일인지 저는 멀미가 딱 멈추었습니다.

 

2002.12.22.讚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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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1-07-25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런 담백한 글, 좋아요^^

진주 2011-07-27 08:50   좋아요 0 | URL
담백했습니까? ㅎㅎ
십 년 전 일기네요^^

울보 2011-07-26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배타러 가고 싶어요, 벌미가 심해지는 그 기간을 빼면 전 이상하게 몸에 변화가 생기면 멀미도 심해지고 그렇더라구요,,ㅎㅎ 더운 여름잘지내고 계시지요,

진주 2011-07-27 08:54   좋아요 0 | URL
저는...배 별로예요 ㅎㅎ
별로 탈 일도 없고요~
그 기간? 아..그땐 다들 힘들죠..저도 그래요^^;

북극곰 2011-07-26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은 다르지만, 박지원이 열하로 가는 길, 세찬 강물을 건너던 때를 묘사한 글이 떠오릅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진주님 글은 참 좋아요. 안녕하세요^^

진주 2011-07-27 09:06   좋아요 0 | URL
박지원의 그 글이 궁금해지네요.저는 아직 못 읽어서요.

그..그런데..'언제나 그렇지만 진주님 글은 참 좋아요'라고 댓글 쓰신 것 보면 우리가 상당히 친숙한 관계였던가요? ㅎㅎㅎ제가 지금 기억상실증 놀이 흉내내는 중이랍니다. 저는 초면인 것 같은데?(아니면 넘 죄송하구요,제 글을 늘 보셨다니 아시겠지만 요즘 제 기억력 엉망인 거 아시죠..)댓글 처음 남기시는 것 맞죠?? 무튼, 반갑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라로 2011-07-26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멀리 몇 번 해봐서 그런가 배타는 걸 좀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베멀미도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다시니 고개가 끄덕여지네요.
밑에 글을 쭈욱 읽어 올라오다보니까 아버님께서 돌아가셨군요.
늦었지만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진주 2011-07-27 09:07   좋아요 0 | URL
와우! 나비님 오셨군요!
방가방가~~충전 많이 하고 오셨죠?

2011-07-27 0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간밤엔 위통이 심해서 잠을 설쳤더니 힘이 없다. 

머리도 아프다. 머리 앞부분이 쏟아질 듯, 깨질 듯이 아프다. 

위장약 먹으면 말끔하게 두통부터 가시더니 

이번엔 그렇지 않다.   

전두엽에서 창조적인 사고가 일어난다는데 그쪽이 아파서인지

하루 종일 병든 닭처럼 자다가- 졸다가-깨다가-자다가-졸다가...만 무한반복했다.   

동네 내과라도 가보려고 했지만 작열하는 해가 너무 무서워 포기.

내일은 기필코 병원에 가봐야겠다.  

그리고 건강검진도 얼른 예약해야겠다. 

아무래도 이번엔 위내시경을 해봐야겠지.... 

  

지루한 장마도 끝나고 

뜨거운 여름볕이 지면을 달군다.   

더구나 태풍의 간접영향으로 바람마저 시원하게 불어제낀다. 

이 좋은 볕과 바람에

내일은 상콤하게 다 나아서 미루어 왔던 이불 빨래를 하고 싶다. 

5개월 동안 발을 못 쓰는 바람에 겨울이불, 봄이불에서  

콤콤땁따부리한 냄새가 진동한다.  

비누거품놀이 하는 아이처럼 거품을 바글바글 일으키며 

이불을 신나게 밟고  싶다.  

베란다에 널어놓으면 

태극기처럼 펄럭이겠지. 

 

20110719ㅎ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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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巖 2011-07-19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작년에 내시경검사에, 헤리코박터균 검사까지 했답니다. 지금은 멀쩡하죠.

진주 2011-07-19 22:33   좋아요 0 | URL
저는 재작년에 위내시경은 무서워서 위장조형술로 검사 받았어요.
검사결과 위염이 조금 있다고 하더군요.
주는대로 약도 다 먹었고, 식습관도 비교적 좋은 편인데
(식사시간 규칙적이고, 자극적인 것 못 먹고, 술도 안 해요..^^;)
왠일인지 위염이 자꾸 도져요. 도지면서 점점 심해지고요.
이번엔 내시경도 하면서 헬리코박터균 검사까지 해볼까요?

2011-07-20 0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20 14: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1-07-20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검사 받고 오세요.
나쁘지 않으면 좋겠어요.
태극기처럼 펄럭이는 빨래, 생각만해도 힘차네요.
충분히 창조적인 문장인걸요.^^
아, 저도 전두엽이 문제군요.ㅠ

진주 2011-07-20 13:40   좋아요 0 | URL
ㅎㄱ님도 전두엽이 문제? ㅋㅋㅋㅋ
오늘 제 전두엽은 그럭저럭 맑답니다ㅋㅋ

혜덕화 2011-07-20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이번에 검사 받으셔서 원인을 잘 아시고 나면, 평소에 할 일을 알려드릴게요.
유산균과 효모를 챙겨 먹어보세요.
위에서 위액이 나오듯 간이나 췌장에서는 효소가 나와서 소화를 도와주고
장에서는 유산균들이 활동을 해서 소화를 돕거든요.
대부분 소화가 안되면 위의 문제로만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들었답니다.
그래서 저는 효모와 유산균, 잊고 안먹을 때도 많지만 가능하면 먹으려고 노력해요.
아주 예전에 위염 있었는데, 지금은 무엇을 먹어도 소화 안된다는 느낌은 거의 없어요.
효모는 파는 것도 있지만, 매실이나 발효음식에도 많답니다.
위장약 자주 장기간 먹는 것은 오히려 위에 안좋답니다.
저도 주워 들은 거지만 참고 하세요.^^

진주 2011-07-20 13:47   좋아요 0 | URL
아...췌장..
제가 집에서 직접 요거트도 만들어 먹고 있고요('날마다'는 아니지만 자주) 매실은 우리집 상비약이예요. 가족들이 소화기가 좋질 않아서 식후에 매실발효액 마셔요. 작년엔 오미자와 복분자도 담궜더니 올해는 마실거리가 좀 더 풍성하네요. 위장 때문에 챙겨 먹었던 건 아니었는데 혜덕화님 말씀 듣고 보니 그동안 저도 모르는 사이에 혜덕화님의 비법을 실천하고 있었던 셈이네요^^;;; 이제 알았으니 좀 더 알뜰하게 챙겨 먹어야 겠다는....

근데요..제가..췌장이 좀 문제긴 문제예요.
당뇨 초기 환자예요. 췌장 때문에 위장도 아플 줄은 몰랐어요. 그럴 수도 있겠군요.

하늘바람 2011-07-21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경성이신가봐요 위병은 원래 잘 도지는 같아요 그래서 병원에선 그다지 신경써주지도 않더라고요.
날도 더운데 몸이 아프시면 어쩐대요

진주 2011-07-25 11:57   좋아요 0 | URL
신경쓸 일은 날마다 터지고 있지요.
위장은 타고 나길 약한가봐요.
빈속에 커피나 깡소주 마시는 사람들 보면 신기해요ㅎㅎ
약 먹으니까 한결 편안하네요^^고마워요.

2011-07-21 1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1-07-21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위의 혜덕화님 말씀 저도 동감이어요. 저의 시아버지께서도 소화가 잘 안되어 소화제만 계속 드셨었는데 그게 췌장의 문제였는지 모르셨던거죠.
병원에 가셔서 두루두루 잘 검사해보시기 바래요. 꼭이요!

진주 2011-07-25 11:59   좋아요 0 | URL
그노므 췌장이 문제군여~ 제 췌장이 건실한 놈이 못 되어서 대사도 원활하지 못하고 당뇨도 있답니다. 자세한 건 종합검진 때 나오려나 모르겠어요. 여름 지나서 종합검진 하려구요.

2011-07-22 0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25 1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29 0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01 1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02 0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늘은 작은 녀석 학교 시험 감독 들어가는 날이었다. 학부모 시험감독들의 대기실은 도서관이다. 도서관 문을 열고 들어서면 책벌레라면 향기롭다는 책 냄새가  후각부터 자극하는 것이 여간 기분좋은 게 아니다. 서가에 좌르륵 꽂힌 책 모양새만 봐도 배부른 그 느낌은 또 어떻고. 그러나 책을 빼들고 읽어볼 여유는 없다. 교장 선생님과 인사도 해야하고, 담당 선생님으로부터 간단한 교육도 받아야 하는데 그러는 틈틈이 안면있는 학부모도 만났으니 수다도 떨어야 해서 (아니, 일면식이 없어도 아줌마 본연의 친화력으로 우리는 얼마든지 이야기 나눌 수 있다) 책 볼 틈이 없다. 펼쳐서 읽지는 못하더라도 꽂혀 있는 책의 제목 정도는 보았다.

 

그렇게 무의식 중에 내 눈알은 책 제목들을 흝느라 종횡무진 바쁘게 굴렀다.  

 

그러다 문득, 한 권의 책에 시선이 멈추었다.
상당히 익숙한.....뭔가 끄는 힘을 가진 그런 책이었다.
물론 책은 내가 읽어 본 책이었다. 감명깊게 읽었다거나 좋아하는 책에선 자연적으로 눈길이 한 번 더 가게 마련이지만 이번 경우는 그것보다 훨씬 강도가 셌다. 좁은 방에서 몸을 세워 칼잠을 자는 것처럼 책들은 책꽂이에서 최소한의 자리를 차지하고 숨죽여 꽂혀 있기 마련인데 이 책은 손을 빼죽 꺼집어 내곤 나에게 흔드는 것이었다! 아기의 옹알이처럼 불분명한 언어지만 분명하게 나를 부르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담당 선생님의 잔소리같은 교육이 끝나자 나는 벌떡 일어났다. 손짓하는 책을 향하여 곧장 걸어갔다. 책을 뽑기 위해 손을 뻗었다. 예민한 내 검지와 엄지 그리고 가운데 손가락 옆부분은 찌르르 스치는 가벼운 전류같은 걸 느꼈다. 책을 꺼내들었다. 왼손을 펴서 책을 받치고 오른손으로 앞표지를 넘기려고 했다. 왼손에 느껴지는 착 달라붙는 느낌. 왠지 푸근하고 친숙하다. 이 느낌은 공공도서관에서 가끔 느끼던 그것과도 비슷하달까. 닳아빠진 책을 잡았을 때의 손바닥으로 느껴지는 뭍사람들의 미량의 땀과 체취, 내가 울었던 대목에선 누군가도 눈물을 훔쳐내었을, 그의 극소량의 눈물 원소의 느낌. 아니, 아니, 그것만이 아니었다.  이 책엔 더 있었다. 야릇한 무언가가 더 있다는 것을 나의 미세한 촉각이 짚어 냈다.  

 

앞 표지를 넘기고 속지를 몇 장 넘기다 드디어,
정체를 알게 되었다. 익숙한 그것은 한문으로 휘갈겨 쓴 내 이름 싸인이었다.
또 김OO이라고 또박또박 눌러 쓴 낯익은 우리 큰아들 글씨체도 있었다.
아하, 녀석 내 책을 학교 도서관에 기증했구나!
그러고보니 몇 해 전, 3천권의 책을 대거 정리할 때였나 보다.
책이 필요한 몇 군데로 기증한 것은 기억나지만 어느 책이 어디로 갔는지는 모른다. 

 


그 중에 한 권을 오늘 이렇게 만난 것이다. 이 책의 서평도 알라딘에 있다. 출판사에서 증판을 하면서 내 리뷰를 쓰고 싶다고 연락이 왔고 나는 흔쾌히 승락했다. 내 서평의 일부가 띠지에 인쇄되어 나왔다고 출판사에서는 기념으로 한 권 보내오기도 했다. 

 

'내 먹을 것을 강물에 던지'는 것이 전도서를 옮긴 솔로몬의 지혜였던가.
먹을 것을 아껴가며 사 모았던 피(!)같은 우리 책들을 각지로 입양시켜 보낼 때, 그리고 서재가 없어진 집을 볼 때 시원하고 후련하면서도 한편으론 숨길 수 없었던 상실감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 나는 큰아들이 다녔고 작은아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 도서관에서 때때로 고개를 쳐들던 헛헛함을 말끔히 버렸다. 우리 가족이 함께 행복하게 읽었던 책을(특히 오늘 내가 집었던 그 책은 아들과 엄마가 번갈아가며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다) 이 넓고 좋은 곳으로 이사와서 더 많은 학생들에게 읽혀지고 있으니 그것이 더 큰 행복인 것이다. 20110704ㅇㅂㅊㅁ 

  

 

너는 식물을 물 위에 던지라 여러 날 후에 도로 찾으리라  일곱에게나 여덟에게 나눠줄찌이다(전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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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1-07-05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역사가 담겨 있네요. 그 책 제목이 뭔가요? 궁금합니다.^^

진주 2011-07-06 21:49   좋아요 0 | URL
아항..책 제목이 궁금하세요? ㅎㄱ님도 궁금해 하니시...그럼 바로가기 걸어볼까요/ㅋㅋ

☞엄마가 사라졌다 서평 바로가기☜

진주 2011-07-06 18:17   좋아요 0 | URL
아아..이 댓글이 제대로 올라갔군요.
어젯밤에 댓글을 달았는데도 내 화면엔 보이지 않더라구요.

프레이야 2011-07-05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반가웠겠어요. 가족처럼요.
밖에서 가족을 문득 보게 되면 마치 다른 존재처럼 놀라우면서도 남다르잖아요.
무슨 책이길래 아들과 엄마가 사이좋게 보셨던지 저도 궁금해요, 진주님.^^

진주 2011-07-06 18:20   좋아요 0 | URL
반가운 정도가 아니고요 이산가족 상봉하는 것처럼 절절했어요 ㅋㅋㅋ

책은 위에 댓글처럼 엄마가 사라졌다-생각과 느낌사에서 펴낸 책이예요.
성장기 아들과 엄마의 이야기를 아들과 엄마의 관점에서 쓴...
혹시 ㅎㄱ님도 그때 서평단 아니셨는지요??

프레이야 2011-07-06 20:44   좋아요 0 | URL
그 책 서평단은 아니었던 거 같아요.ㅎㅎ
근데 서평바로가기 클릭하니까 전 이상한 글자 나와요. ㅠ

진주 2011-07-06 21:51   좋아요 0 | URL
어제 컴이 이상하더니 끝내는 바로가기 주소가 이상하게 되었나봐요.
이제 수정했어요 ㅋㅋㅋㅋ
책 띠지에 '엄마와 사춘기 아들을 위한 책갈피 두 개가 필요한 책'-알라딘 진주........<---대충 요런 식으로 실렸더랬어요 ㅋ

프레이야 2011-07-07 00:10   좋아요 0 | URL
아흥 그래요? 간략서평이 확 다가오네요.
전 아들이 없으니 좀 다가오는 게 다를까요?

하늘바람 2011-07-05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신기하겠어요 그런 일은 아주 드물잖아요

진주 2011-07-06 18:20   좋아요 0 | URL
네..저는 생전 처음 겪은 일이죠^^
기분이 아주 묘하더라구요^^
하늘바람님 오랜만이네요^^

2011-07-18 0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혜덕화 2011-07-19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 들어오지 않은 날이 이렇게 많이 흘렀나, 진주님의 글을 보고 알게 되네요.
심심하면 한 번 들어와서 둘러보고 가는 서재인데 님의 글이 2개나 오르도록 모르고 있었다니, 자꾸 더 무심해지는 것 같네요.
책을 기증하는 것, 저는 마치 아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것 같아서 참 좋아요.
내 책꽂이에 평생 꽂혀 세상 구경 못하는 것보단 넓은 세상,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라고 저도 해마다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을 합니다.
님의 반가운 심정이 이해가 되네요.
저는 책에 전혀 표시를 하지 않아서, 만나도 몰라볼 거예요.^^

진주 2011-07-19 20:05   좋아요 0 | URL
혜덕화님, 아무 표시 없어도 분명히 알아보실 수 있을거예요. 뭔가 찌릿찌릿한 강력한 느낌이 오거든요ㅎㅎㅎ

드디어 방학을 하셨네요!
학기 중에 뜸하셨던 거 이제 방학이니 자주 뵐 수 있으니 넘 좋은데요?
저도 좀 더 부지런히 오도록 할게요~~ㅋ
 

 

밤이다. 
그것도 깊은 밤이다. 
1시 30분, 이 시각은 어떤 이들에겐 '깊은'이라는 수식어가 엄살이겠지만 나같이 초저녁잠 많은 사람한테는 심연의 밤이다. 오늘은 많이 피곤하기도 하고 또 휴일이라 마음을 풀어서인지 나는 기어이 초저녁잠을 이기지 못하였다. '온 가족'이래봐야 네 명인데도 그 넷도 다 모이기도 쉽지 않다. 이런 날 온 가족이 함께 티비도 보고 수박도 잘라 먹고 놀면 좀 좋을까.  

 

저마다 편한 자세로 뒹굴거리는 휴일의 초저녁, 나는 그만 꿀송이보다 더 달디 단 잠에 빠져들었다. 간간이 아이가 '엄마가 좋아하는 코너 해요!'하며 어깨를 흔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개콘 600회라고 엄청 재미있다고 애가 미리 예고도 했었다. 제발 잠 자지 말고 같이 보고 웃자는 거다. 내일이면 얼마나 웃기고 재미있었는지를 이야기 해 줄 것이다. 원망도 한 줌 섞어서. 그러게, 같이 와그작 웃고 놀면 얼마나 재미지고 행복할지 풍경이 선한데 말이다...... 

 

기말고사 이틀 치루고, 이제 남은 이틀을 더 버텨야 하는  작은 녀석 잠자는 머리맡에 책이 한 무더기다. 놀고 싶고 자고 싶어도 차마 시험의 중압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책은 붙잡고 있었나 보다. 프린터물과 문제집 따위와 씨름한 티를 내며 곤히 잠들었다. 

 

고3이라는 큰 녀석, 참, 엄마가, 할 말이 없다.......늘 엄마가 먼저 잠들어서 염치가 없다. 얼마나 노곤한지 온 몸을 휴지조각처럼 이리저리 구기며 널브러졌다. 예민하고 잠귀가 밝아 키울 땐 애먹었는데 오늘은 등에 깔린 이불을 살그머니 빼 바로 덮어 줘도 세상 모르고 잔다. 업어가도 모를 고3인게다.  

 

남편의 자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쓸쓸하다. 잠든 옆얼굴이 낯설기조차하다. 얕게 코를 골다가 큰 숨을 내쉬기도 하면서 일정한 리듬으로 자기만의 세상을 달려가고 있다. 나는 오늘밤을 지새울지라도 잠에서 그를 불러내진 못한다. 심심해 죽겠다고 떼를 쓰면 꾸벅꾸벅 졸면서 놀아주던 신혼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나도 조금이나마 철든 마누라가 되어서 그렇게 하지도 않겠지만 깨운다고 호락호락 불려 나오지도 않을 사람이다. 왜냐하면 이 시간은 그 누구도 방해하지 못할, 수고로운 하루를 위해 베풀어주신 안식의 시간이니까. 우리는 각자 오늘 하루도 힘에 부치도록 수고하였다. 잠든 남편의 턱에는 수염이 주인 모르게 자라고 있다. 까칠해 보이는 남편의 잠든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노라니 꿈 속에선 아내나 가족, 일 등 현실에서 소중한 것들이 제외 되어도 좋겠다 싶다. 돌아가신 어머님을 유년기로 돌아가 품에 안겨 맞아도 좋고, 아니면 고향의 푸른 동산에서 마구 뛰놀아도 좋겠다. 온 몸 가득 푸른 기운 충전하고 내일 아침에 다시 만나면 좋겠다. 잠든 그대, 지금 어디쯤 가고 있나요?  

 

잠 자는 남편과 아이들의 모습은 깨어 있을 때와는 달리 연민이 스민다. 어루만지고 토닥여 주고 싶지만 행여나 잠이라도 깰까봐 참고 일어서 나는 창문을 열고 깨스 중간 밸브를 잠그고 욕실 수도꼭지를 확인하며 환영처럼 소리없이 다녔다. 초저녁잠 달게 자고 일어나니 잠은 도망가버렸다. 그러나 나는 이제 불 끄고 잠자리에 누울 것이다. 계속 잠이 안 오면 어떡하나, 걱정은 된다. 20110704ㅇ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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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1-07-04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주무셨어요? 진주님^^
저도 대개는 늦게 자는 편이고 밤에 숙면이 잘 안 돼요.
요즘 부쩍 그래요. 고3 아들 건강 잘 챙기고 잘해나가고 있죠?^^
우리집 고3딸도 오늘 아침 또 기숙사 데려다주고 왔어요.
주말에 오면 완전 쉬고 너무 웰빙 고3이 아닌가 싶은데..
알아서 하겠지 싶어 아무말 안 해요.

진주 2011-07-04 14:06   좋아요 0 | URL
아뇨~~새벽 3시까지도 깨어있었어요...ㅠㅠ
덕분에 오늘 새벽기도도 못 가고요, 하루종일 피곤해 죽겠어요 ㅋㅋㅋ
웰빙고3요? 그렇다면 우리집 큰놈도 웰빙고3이네요 ㅋㅋ
주일은 쉬는 날이라고 교회가는 일 외엔 푹~잘 쉬죠.
저도 그건 말리고 싶지 않아요. 애가 기계도 아닌데 쉬는 날도 없이
공부시키는 건 너무 가혹하잖아요.
문제는 주5일제 공부를 하려고 들어서 걱정이예요ㅎㅎ
기말고사 보는 와중에 친구랑 트랜스포머 개봉했다고 다녀오더군요ㅡ.ㅡ
그러면서도 성적 떨어지지 않는 거 보면
지 말대로 집중력있게 알아서 잘 하는가 보다하고 위안을 삼아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