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가벼운 풍랑이 이는 날
한려해상공원 뱃놀이를 간 적 있습니다.
버스만 타도 멀미를 해대는 저였으니
상하좌우로 요동하는 선실 안에서
얼마나 괴로웠는지 모릅니다.
이럴 바엔 차라리
밖이 낫겠다 싶어 선실을 나와
용감하게 뱃머리 난간을 붙잡고 섰었습니다.
평평한 대지에 익숙한 뭍사람한테
울컥울컥 용솟음치던 바닷길은 살아서 날뛰며
놀놀한 이방인을 잔뜩 겁주고 있었습니다.
잡은 난간을 놓치면 끝을 알 수 없는 물 속으로 빠질세라
손목에 힘줄이 솟도록 안간힘을 다해 매달렸습니다.
누가 봐도 용 써는 꼴이 한 눈에 보이도록 말이죠.
그러다가 우연히 조타실을 보게 되었습니다.
거기엔 너무나 태연자약한 조타수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의 시선은 풍랑 너머 아득한 꿈길을 밟고 있었습니다.
이런 간단한 풍랑은 이미 일상이 되어버린 듯
그는 졸리도록 평정한 모습이었습니다.
비록 살아온 이력은 다르지만 지금은
같은 환경에서
누구는 저토록 평온한데
누구는 겁 먹고 벌벌 떨고 있다니......
어느 누구에게나 인생은 고해로 부딪쳐 오는걸
시련을 맞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
더 크게도 더 작게도 느껴질 수 있겠지요.
날이 점차 더 궂어져서
바람은 더 세게 일고 배도 심하게 요동했지만
어쩐 일인지 저는 멀미가 딱 멈추었습니다.
2002.12.22.讚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