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가벼운 풍랑이 이는 날

한려해상공원 뱃놀이를 간 적 있습니다.

버스만 타도 멀미를 해대는 저였으니

상하좌우로 요동하는 선실 안에서  

얼마나 괴로웠는지 모릅니다.

 

이럴 바엔 차라리  

밖이 낫겠다 싶어 선실을 나와 

용감하게 뱃머리 난간을 붙잡고 섰었습니다.

 평평한 대지에 익숙한 뭍사람한테

울컥울컥 용솟음치던 바닷길은 살아서 날뛰며

놀놀한 이방인을 잔뜩 겁주고 있었습니다.

 

잡은 난간을 놓치면 끝을 알 수 없는 물 속으로 빠질세라

손목에 힘줄이 솟도록 안간힘을 다해 매달렸습니다.

누가 봐도 용 써는 꼴이 한 눈에 보이도록 말이죠.

 

그러다가 우연히 조타실을 보게 되었습니다.

거기엔 너무나 태연자약한 조타수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의 시선은 풍랑 너머 아득한 꿈길을 밟고 있었습니다.

이런 간단한 풍랑은 이미 일상이 되어버린 듯

그는 졸리도록 평정한 모습이었습니다.  

 

비록 살아온 이력은 다르지만 지금은

 같은 환경에서  

누구는 저토록 평온한데 

누구는 겁 먹고 벌벌 떨고 있다니......  

어느 누구에게나 인생은 고해로 부딪쳐 오는걸  

시련을 맞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  

더 크게도 더 작게도 느껴질 수 있겠지요.

 

날이 점차 더 궂어져서

바람은 더 세게 일고 배도 심하게 요동했지만

어쩐 일인지 저는 멀미가 딱 멈추었습니다.

 

2002.12.22.讚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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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1-07-25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런 담백한 글, 좋아요^^

진주 2011-07-27 08:50   좋아요 0 | URL
담백했습니까? ㅎㅎ
십 년 전 일기네요^^

울보 2011-07-26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배타러 가고 싶어요, 벌미가 심해지는 그 기간을 빼면 전 이상하게 몸에 변화가 생기면 멀미도 심해지고 그렇더라구요,,ㅎㅎ 더운 여름잘지내고 계시지요,

진주 2011-07-27 08:54   좋아요 0 | URL
저는...배 별로예요 ㅎㅎ
별로 탈 일도 없고요~
그 기간? 아..그땐 다들 힘들죠..저도 그래요^^;

북극곰 2011-07-26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은 다르지만, 박지원이 열하로 가는 길, 세찬 강물을 건너던 때를 묘사한 글이 떠오릅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진주님 글은 참 좋아요. 안녕하세요^^

진주 2011-07-27 09:06   좋아요 0 | URL
박지원의 그 글이 궁금해지네요.저는 아직 못 읽어서요.

그..그런데..'언제나 그렇지만 진주님 글은 참 좋아요'라고 댓글 쓰신 것 보면 우리가 상당히 친숙한 관계였던가요? ㅎㅎㅎ제가 지금 기억상실증 놀이 흉내내는 중이랍니다. 저는 초면인 것 같은데?(아니면 넘 죄송하구요,제 글을 늘 보셨다니 아시겠지만 요즘 제 기억력 엉망인 거 아시죠..)댓글 처음 남기시는 것 맞죠?? 무튼, 반갑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라로 2011-07-26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멀리 몇 번 해봐서 그런가 배타는 걸 좀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베멀미도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다시니 고개가 끄덕여지네요.
밑에 글을 쭈욱 읽어 올라오다보니까 아버님께서 돌아가셨군요.
늦었지만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진주 2011-07-27 09:07   좋아요 0 | URL
와우! 나비님 오셨군요!
방가방가~~충전 많이 하고 오셨죠?

2011-07-27 0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