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쫒길 일 없는 토요일 아침, 게으른 아침밥을 먹고 컴퓨터를 켜다가 하마터면 뜨거운 커피에 입을 다 데일 뻔 했다. 메인창에 '박완서 별세'라고 떠있었다. 가슴에서 쿵 소리가 났다. 관련기사들을 클릭해보니 변동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었다. 박완서 선생님은 오늘 2011년 1월 22일 아침 6시경 향년 80세로 담낭암으로 돌아가셨단다. 
 
===============선생님 약력을 다른 데서 빌려오는 것보다는 낫지 싶어서 알라딘에서 퍼옴

 

1931년 경기도 개풍 출생. 숙명여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문과에 입학하였으나 한국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하였다. 19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작품으로는 소설집 『엄마의 말뚝』『꽃을 찾아서』『저문 날의 삽화』『한 말씀만 하소서』『너무도 쓸쓸한 당신』『친절한 복희씨』 등이 있고, 장편소설 『휘청거리는 오후』『서 있는 여자』『그해 겨울은 따뜻했네』『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미망』『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아주 오래된 농담』『그 남자네 집』 등이 있다.
또한 동화집 『나 어릴 적에』『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부숭이의 땅힘』『보시니 참 좋았다』 등과 수필집 『세 가지 소원』『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여자와 남자가 있는 풍경』『살아 있는 날의 소망』『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어른노릇 사람노릇』 『두부』 『호미』 등이 있다.

한국문학작가상(1980), 이상문학상(1981), 대한민국문학상(1990), 이산문학상(1991), 현대문학상(1993), 동인문학상(1994), 대산문학상(1997), 만해문학상(1999) 등을 수상하였다.  

박경리 선생님 작고하신지 얼마 안 되서 또 문단에 큰 별이 지니 황량한 겨울들판처럼 마음이 허허롭다. 박경리 선생님 문인장 때 맏상주(문단의 맏상주, 장례위원장)로 서셨던 선생님을 뵈었을 때, '생각보다 많이 늙으셨구나'내심 걱정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연이어 가실 줄은 몰랐다. 문단에서는 어떻게 인정하는지 모르겠지만 내겐 박경리 선생님이 아버지라면 박완서님은 어머니와 같이 느껴진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놀란 마음도 어머니가 함께 계셔 저으기 안심도 되었는데 이제 그 어머니도 가시니 가슴 한군데 뚫린 것같다. 이렇게 말하니까 마치 내가 그 분의 문하생이라도 된 것 같다. 특별한 친분이라곤 눈곱만치도 없고 그저 그분의 책을 읽으며 그분의 글에 알게모르게 영향력을 받은 대한민국의 갑남을녀일 뿐이다.  

내가 스무 살 무렵, 호기심 어린 눈으로 시내 찻집과 음악감상실 같은 데를 죄다 쑤시고 다녔는데 그 가운데서도 대구백화점 근처 '나목'이라는 커피숍은 잊지 못한다. 박완서님의 처녀작 『나목』에서 이름을 따왔음은 두말 할 나위도 없다. 인테리어와 분위기에서 문학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 곳에서 나는 박완서님의 약력이나 책 목록들을 꿰차고 아는 체 했고 겉멋에 취해 라이너 마리아 릴케책을 끼고 다니며 詩를 외우고 유안진의 지란지교 따위를 베꼈다. 그리고 그때 얼핏 풋내나는 첫사랑이란 것도 했었지. 

그 후로도 잠못 드는 밤 서성이다가 선생님의 책을 끼고 읽다보면 어느덧 평온해졌고 두 아이를 낳아 키우는 중에도 선생님 작품은 내 삶에 힘이 되었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지금껏 가장 꾸준히 읽힌 작가가 바로 박완서 선생님이시다. 내 속에 그분의 작품이 녹아 그 자양분으로 자란 게 아닐까 싶다. 그런데 선생님 작품 전부는 못 읽었더라도 얼추 읽었으라는 것은 순전히 어리석은 내 자만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등단 후 40여년 세월동안 선생님은 치열한 글쓰기로 수많은 책들을 세상에 낳으셨건만 이 불성실한 독자는 따라 읽어내는 것도 벅찼나 보다. 검색해보니 못 본 책이 너무 많다. 제목이 낯익어서 읽은 책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책도 있다. 앞으로 남은 책들을 차곡차곡 읽어가며 얼마나 그 분을 그리워하게 될까... 

 박완서 선생님과 내가 양띠 띠동갑이라고 자랑한 적도 있다. 친해지고 싶으나 뾰족한 연결고리가 없으니 하다못해 그것이라도 자랑하는 천진한 독자가 있었다는 걸 선생님은 영원히 모르시리라. 닮고 싶은 유일한 글, 현란하지 않으며 유려하고 혹독한 현실을 고발하지만 담담하고 푸근한 선생님의 문체, 글맛을 내 맘대로 '싱아'맛이라고 상상했었다. 싱아 맛은 모르지만『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읽으면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고, 손 뻗으면 닿이는 곳에 있어서 언제든지 맛볼 수 있으며, 추억에 젖게 하는 그런 맛이라고 알게 된다. 읽는 이로 하여금 수필과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드는 선생님의 자전적 소설같은 그런 소설을 언젠가 나도 써보고 싶다. 

이번 문인장에서는 누가 맏상주로 설까를 궁금해 하는 것을 보니 나는 이제 오늘의 현실로 돌아온 것 같다. 작년 여름 2010년에 현대문학에서 발간 된 선생님의 마지막 산문집『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를 주문하면서 이제 작별해야겠다. 선생님은 가셨어도 작품세계는 영원하리. 선생님,박완서 선생님, 그동안 고맙습니다. 편히 쉬세요.20110122ㅌㅂㅊㅁ  


 

 

 

 

 

  

 

=============내가 제일 좋아하는 젊은시절의 박완서 선생님 사진, 참 고우시다. 
          친정 낡은 사진첩 속의 우리엄마 머리 모양과 비슷. 그 시절 유행했던 모양일까? 
                   사진 무단으로 실었는데 이번만 용서해주세요(작게 줄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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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11-01-22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 흑백 사진 속의 어머니들은 어쩜 그렇게 하나 같이 예쁠까요?
어린 날엔 우리 엄마니까 예쁜 줄 알았는데,
아이 저만할 때, 젊었을 때 예쁘지 않는 사람은 없다는 것도 세월이 가르쳐준 비밀 중의 하나인 것 같아요.
흑백 사진이 주는 친근함도 한 몫을 하겠지요.
가난한 문인들에게 부의금을 받지 말라고 하셨다는 말씀에서
어머니 마음을 느낍니다.
평온하게 가셨다니 고마울 따름입니다._()_

진주 2011-01-22 20:43   좋아요 0 | URL
사진 줄이니까 더 이쁘게 보이네요^^*
저도 이 나이 되고 보니까 젊음이 예쁘다는 걸 아네요...
혜덕화님, 우리가 팔순까지 산다면 그때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박완서 선생님 돌아가시기 전 최근 모습을 봐도 아름다운 할머니이셨잖아요.

울보 2011-01-22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고우셨네요,,,,

진주 2011-01-23 13:0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프레이야 2011-01-23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오늘 저녁에야 소식 보고 깜짝 놀랐어요.
담낭암과 싸우고 계신 줄도 몰랐어요.
맨 아래 저 흑백사진 속 모습이 참 어여쁘지요.
최근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를 명복을 비는 제마음으로 살까합니다.

진주 2011-01-23 13:16   좋아요 0 | URL
저도 투병 소식은 몰랐어요.
몸 불편한 중에서도 쉼없이 글 쓰시다
마지막까지 책을 내시니 부끄럽습니다.
아직 발표 안 한 작품이 있다면 자손들이 유고집도 낼지 모르겠네요..

잉크냄새 2011-01-23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독자 한분 기억하시며 흙으로 돌아가셨을겁니다.

진주 2011-01-24 11:58   좋아요 0 | URL
박완서님만큼 독자층이 두둑한 분도 없으시겠다 싶어요.
글쓴이는 일일이 다 모르고 가셔도 읽는 이들 가슴에 오래토록 남겠지요.

라로 2011-01-26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투병중이셨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어서 그랬는지
그날 아침 소식을 듣는데 날벼락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정말 제가 좋아하는 작가시고,,,언제나 우리곁에 계셔 주실 줄 알았는데,,
연세가 그렇게 많으셨다는 것도 새삼스러웠고...글 감사합니다.

진주 2011-01-28 13:53   좋아요 0 | URL
우리집엔 딸이 많아서 번갈아 가면서 부모님 생일 케이크를 사는데요, 제 차례될 때마다 놀라요. 연세만큼 초를 챙기면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죠. 엄마가 나이 드시지 않길 바라는 것처럼 박완서 선생님도 오랫동안 우리 곁에서 글 써주시길 바라는 맘은 누구나 한결 같을 거예요. 그래서 우린 그 분 나이를 우리 맘대로 깎아버린겁니다^^
 

 

 

  

목디스크 때문에 뭔가도 줄여야겠지만 뭔가 늘여야 할 것이 생각났다. 스트레칭과 게으름과 잠이다. '잠'에 대하여 잠시.   

 

갓난아기 때부터 잠이 없어서 엄마를 힘들게 했던 내가 의지적으로 새벽에 일어나기 시작한 건 중학교 시절부터이다. 열네 살 소녀의 눈엔 세상은 재밌고 하고 싶은 일로 가득차 있어 잠 자기엔 너무 아까웠다. 새벽에 일어나 머리감고 밥 먹고 도시락 싸들고 교복 입고 대문을 나서면 6시도 채 안 되었다. 첫차도 다니지 않던 시각. 걸어서 학교까지 40분 정도 걸리는 길을 달음박질하며 갔다(그렇게 일찍 학교에 도착해서 공부를 열심히 했냐고 물으신다면?ㅋㅋ 아..아, 이 시절 에피소드는 기회 닿으면 연작으로 써야하지 않을까?)   

 

중딩시절에도 새벽에 일어났으니 삼당사락의 수험생 시절은 말해 무엇하리. 학교를 다 졸업하고도 내 수면시간은 4시간을 좀처럼 넘어서지 못했다. 때로는 팍팍한 삶이 두 발 뻗고 잠도 못자게 제우쳤고 스무 살 무렵에 시작한 새벽기도는 달콤한 아침잠과는 영 이별하게 했다.   

 

결론은 내 목은 삼십 년 세월을 하루에 20시간 가까이 머리를 이고 다닌 것이다.  든 것은 적어도 앞짱구 뒷짱구라 어쩌면 평균보다 더 무거울지도 모르는 내 머릿통을. 오오..불쌍한 목! 이제 얘한테 약간의 쉼을 줘야한다. 잠 자는 시간을 늘여보자. 잠이 안 오면 누워 있기라도 해야지. 20110115ㅌ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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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1-15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도록 안 보이시더니 요즘엔 자주 뵙는군요. 반갑긴 한데
목디스크라니 걱정이군요. 하긴 우리 나이면 슬슬 여기 저기 아프기 시작하는 때죠.
저도 진주님 첨 알았을 때만큼 좋은 상태라고는 말씀드리기가 어렵네요.
그저 조심하고 살아야할 밖에. 조심하세요.^^

진주 2011-01-17 18:54   좋아요 0 | URL
강산도 변한다는 십 년 세월이 흘렀으니 스텔라님도 예전의 그 모습은 아니시겠지요^^ 그래도 늘 제 상상 속엔 영화 라스트콘스트의 앳된 여배우 얼굴과 겹쳐지는군요.

혜덕화 2011-01-16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주 만나지는 않으나 가끔 보는 친구가 있어요.
저랑 너무 달라서 친하지는 않지만, 어느 날 그 친구가 새벽 기도를 하루도 놓치지 않고 다닌다는 말을 듣는 순간, 존경하는 마음이 생기더군요.
기도 뿐 아니라 무언가를 꾸준히, 나 자신과의 약속이랄 수도 있는 한 길을 묵묵히 가는 사람들은 존경스러워요.
저는 잠이 너무 많아서 잠을 좀 줄여야겠다는 결심을 해마다 해도 못 지키는데, 4시간 정도만 자고도 잘 지내신다는 것도 참 부럽네요.^^
소중한 몸, 아끼고 잘 돌보시길._()_

진주 2011-01-17 18:57   좋아요 0 | URL
부러운 거 아니라니까요...오히려 어리석은 일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지요..사람에게 평균적인 수명이 주어진 것처럼 우리 몸의 기능도 주어진 분량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아껴가며 적당히 써야 할 것을 어린 날에 당겨 쓴 기분이예요ㅎㅎㅎ 밝을 땐 일하고 놀고 밤되면 자며 그렇게 살렵니다^^

2011-01-17 0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7 1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재작년, 눈이 아프고부터 나는 책읽기를 줄였다. 아니 거의 끊다시피 했다. 이제는 목디스크 때문에 또 뭔가를 줄여야 한다. 젓가락질 하는 게 제일 큰 고문이니 먹는 일을 줄일까? 아니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고 왼손으로도 젓가락질 곧장 하고 여차하면 포크로 찍는 실력도 출중하니 그 걱정은 접어도 되겠다.  글씨 쓰기는 큰일이다. 성경옮겨쓰기를 통증이 잦아들 때까지 당분간 멈춰야 할 것이다. 그리고 줄여야 할 것이 글쓰기이다(엄밀히 표현하자면 '문자로 말하기'이다. 아무튼 말하기 좋게 글쓰기라고 치자). 내가 컴퓨터 앞에 앉는 건 일기 정도 쓰는 건데, 이젠 이 것도 줄여야 겠다. 목 어깨 팔이 아파 오기 전에 얼른 끝낼 수 있도록 되도록이면 간략하게, 군더더기 없이 달막하게. 음음...과연 해낼 수 있을까. 지금도 길어지고 있다. 오늘은 여기서 어거지로 끝.20110114금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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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1-01-14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든지 내 몸 내 맘대로 못 움직이면 불편함 뿐 아니라 짜증이 많이 날 것 같은데, 물리 치료 열심히 받으시고 되도록 빨리 나아지셨으면 좋겠네요.

글을 오래 쓰기 힘드시니, 가만 가만 시를 써보시면 어떨까요? 시, 좋아하셨던 것 같은데...

진주 2011-01-15 18:02   좋아요 0 | URL
詩....
아..좋죠!
시를 지어내는 건 짧은 시간에 되는 것이 아니라 힘들겠지만
눈 때문에 시집까지 다 끊을 필요는 없었던 거예요!!
오옷~ 난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요?
나인님은 천재~~

水巖 2011-01-14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갑갑하겠군요. 어서 빨리 완쾌하시기를 빕니다. 젊음이 곧 회복하게 만들거에요.

진주 2011-01-15 18:06   좋아요 0 | URL
젊음. 멋진 낱말이예요^^
젊으신 수암님도 얼른 감기 털어버리시길..
(아..장난아니고요, 제 남편 고향에 100세 할머니가 생각나서요. 신정 때 고향가서 뵙고 왔는데 100세 할머니 앞에선 죄다 젊은이들이가 되더라구요~^^)

라로 2011-01-15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뜸하기는 했지만 안 보이셔서 많이 궁금했는데...뭣보다 많이 누워계시고 편히 쉬시는게 빨리 나아지는 길이란 생각이 드네요.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조급한 생각 갖지 마시고, 일기 좀 안 쓰면 어때요,,,빨리 나아지시기를 바랍니다.

진주 2011-01-15 18:07   좋아요 0 | URL
알았어요.
눕기, 쉬기....
그렇게 할게요. 나비님^^

세실 2011-01-15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활하기도 많이 불편하시겠어요. 건강하셔야 할텐데....
님의 솔직 담백한 글이 많이 그립습니다.
알라딘은 왜 점점 추워 질까요. ㅠㅠ

진주 2011-01-15 18:10   좋아요 0 | URL
알라딘이 어떤지 마실 안 가서 모르겠지만
예전만은 못하겠지요....
세월이 벌써 10년 지났으니
강산 변할 적에 이 동네 물도 변하나봐요...ㅠㅠ

혜덕화 2011-01-15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경옮겨쓰기를 하시는군요.
팔이 얼른 나아서 성경옮겨쓰기를 잘 마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진주님.
아프지마세요.
_()_

진주 2011-01-15 18:13   좋아요 0 | URL
필사성경 마치는 날이 언제 올지~~~
우리 큰애 임신하고 태교로 시작했었답니다ㅎㅎㅎ
앙~중간에 너무 놀았어요~ㅠㅠ
 

 

오른쪽 어깨가 도려내듯 아프고 손목, 손가락, 손바닥까지 아프다. 일주일만에 백기 들고 병원엘 갔더니 일자목에 목디스크란다. 헐. 이건 고질병인가 오늘까지 팔 일을 투자했는데도 꼼짝도 안 한다. 줄줄이 나오는 고급 식당 코스요리처럼 찜질이다 전기치료다 뭐다 순서대로 물리치료를 한 다음에, 건장한 총각 셋이서 하루씩 돌아가면서 나를 엎어놓고 어깨와 등때기를 주무르고 치대고 누르고 두들기며 맛사지한다(① 건장한 총각들은 물리치료사들이다 ②아무리 치료지만 외간 남정네가 맨살을 터치하니 놀라자빠질 뻔! 앜~ 이래서 아파선 안 되겠구나했다. 그런데 그것도 며칠. 이젠, 매우 둏다. 뻔뻔한 통증이여). 

 

오늘은 견인치료를 받고 앉았자니 새삼스럽게 부끄러웠다. 물리치료사가 나를 의자에 앉혀 놓고 머리를 수박에 망 씌우듯 턱을 감싸며 끈같은 걸 씌우더니 다짜고짜 "몸무게 몇 kg이예요?"라고 물었다. 한순간 당황했지만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52kg이요....."했다(①살 찐 게 부끄러워서 떨었나? 아니면 무의식적으로 속인 1kg에 양심 찔렸을 수도. 공복엔 52kg이지만 평소엔 53kg, 뷔페라도 가서 배터지게 먹는 날엔 훨~~) 얼마지나지 않아 체중을 왜 묻는지 짐작되었다. 위에서 끈에 달린 내 머리를 들어올리는 것이었다. 목뼈를 무겁게 짓누르던 내 머리통이 그야말로 수박이나 농구공처럼 내 몸과는 별개였던 것처럼 목뼈 위에서 사뿐 들리었다. 목뼈의 해방이었다. 그동안 이 가녀린 모가지에 너무 무거운 짐(머리통)을 지우고 살아왔다. 기계는 내 머리를 끌어올렸다 내리며 풀어줬다를 반복하였다. 나는 눈 감고 기계와 한몸처럼 호흡을 맞추며 목의 시원함을 누렸다. "젊은 사람이 어디가 옴팡 아픈가베~"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내가 밥 한 그릇 대접하고 싶었던 그 할머니!(①아까 물리치료 받을 때 나더러 '아가씨'라고 불러 주던 그 할머니) 아직도 저 할머니는 나를 아가씨로 봐주는데 실상은 이토록 망가져 있으니 부끄러웠다.

 

아으..더 이상은 무리다. 어깨가 시작되는 목뿌리부터 통증이 뻗쳐 오르기 시작한다. 암튼, 일단은, 바짝 치료를 하고 열라 몸관리를 할 것이다. 끝- 20110113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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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1-01-14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아프면 안 되겠어요. >.<
(얼른 나으시길. 건강이 최고~)

진주 2011-01-14 19:54   좋아요 0 | URL
그렇죠? 아프면 여러모로 나빠요.
나이든다는 것이 이렇게 재미없는 일인 줄 몰랐어요..
몸 여기저기서 자꾸 신호를 보내와요ㅡ.ㅜ

울보 2011-01-14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얼마전에 텔레비전에서 본것같은데 저도 몇년전에 갑자기 왼쪽 어깨가 아파서 여기저기 병원을 찾아다녔었는데 다행히 요즘은 괜찮나 싶거든요 그래서 아침에 청소하다 귀에 들린 그 목소리를 잘 들었는데 정말 목디스크면 팔도 아프다고 하던데 ,,얼마나 아프실까,,
저도 조심해야 할까봐요,,
치료 잘 받으세요,
정말 건강이 제일 중요한것 같아요,,

진주 2011-01-14 19:57   좋아요 0 | URL
엑스레이 찍고 난리친 건 이번이 첨이지만
곰곰 생각해보니 몇해 전부터 증상이 있었어요.

목이 무겁고-
어깨죽지가 잘 결리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어깨가 뭉쳐지고-

...이런 증상들이 초기증상이었어요.
울보님도 조심하세요^^

水巖 2011-01-14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目下 내 목이 부럽다구 하네요. ㅎㅎㅎ
일상 생활에서 많이 하는 짓의 반대 짓을 하는것이 좋다고들 하지만... ,
컴퓨터도 원인 제공을 하겠죠?
빨리 나으셔서 서재에서 자주 뵙기 바래요.

진주 2011-01-14 19:58   좋아요 0 | URL
요즘은 컴퓨터 별로 안 하는데도 아프네요.
옛날에 했던게 지금 표시나는걸까요?
하여튼 제가 몸관리를 제대로 못한거겠죠.
체조같은 유연성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자세를 바르게 하면 도움된다니 말 잘 들으려구요^^;;

프레이야 2011-01-14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목디스크요? ㅠ
통증도 충격완화장치가 있나보네요.ㅎㅎ
어서 나으시기 바래요.
아가씨라고 불러주는 할머닌 복 받으실거에용~

진주 2011-01-15 18:19   좋아요 0 | URL
레알 밥 한 끼 대접하고픈 할머니죠ㅋ
근데요..저도 그 분께 고우시다면서 예순도 안 되어 보인다고 서비스해드렸어요. 61세라고 하시더군요. 60대 중반으로 보였는데 낮춰서 말하길 다행이었죠?ㅎㅎ 이렇게 살고 있어욬ㅋ

이매지 2011-01-14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허리디스크 때문에(이 나이에!!) 견인치료 받은 적이 있는데,
저도 몸무게 줄여서 말했어요. 부끄럽게 그런 걸 다 묻고 ㅠㅠ
진주님 오랫만에 뵙는데 이런 소식이라니!
어여 건강해지세요! 새해 복도 담뿍 받으시구요!

진주 2011-01-15 18:33   좋아요 0 | URL
기계가 머릴 들어올릴 때 최소한 체중보다 가벼운 힘으로 들어올려야 온 몸이 딸려 올라 가지 않으려나?ㅋㅋㅋ
이매지님은 아직 한~~참 어리신데 벌써 디스크래요?
이제 괜찮아요?
앞으론,이 통증 잦아들면 팔팔한 이야기 해드릴게요~
오랫동안 알라딘 지키고 있어서 고마워요^^

잉크냄새 2011-01-15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가씨라고 불러드리면 밥한끼 사주시나용???

진주 2011-01-15 18:33   좋아요 0 | URL
한국에 오기나 와요~
 

 

먼 길 갔다가 돌아온 그녀는 잘 나가는 치과의사 아들 지갑을 털어 집안을 새단장했다. 나는 그녀가 꽃무늬 벽지도 고르고 장판도 고르는 델 따라다니며 한마디씩 거들었다. '꽃이 너무 크고 화려하지 않아요? 정신없이 산만하게 뵈는데?' 따위의 내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는데도 그녀는 굳이 나를 데리고 다녔다. '보면 내가 뭘 알아요?'하며 머리 아픈 고민을 털고 팔짱 끼고 섰으면 코 밑에 바짝 들이대며 어떠냐고 거듭 묻곤 하였다. 그렇게 옥신각신과 수수방관 사이를 오가며 우리는 욕실 앞 깔개며 식탁 러너, 각티슈 커버 같은 천쪼가리들도 골랐다. 커튼을 바꾸지 않는 대신 햇빛이 반투명으로 스며드는 햇빛가리개와 딸기무늬가 상콤한 주방창 바란스를, 침구를 다 바꾸지 않는 대신 목화솜 차렵이불 한 채를 장만했다. 그렇게 꾸면 논 집을 아들 내외가 와보더니 잘 나가는 치과의사답게 제법 솔찮은 돈을 치르고 식탁을 바꿔 주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식탁 닦느라 생고생하지 않았을 것을.   

우리 둘이 조촐하게 집들이(비슷한 걸)하던 날 나는 그녀가 좋아하는 카라 대신 시크라멘 화분을 사들고 갔다. 

밥을 먹고 국화차를 마셨다.  

우리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차만 마실 따름이었다. 밖은 삭풍이 매섭게 휘몰아쳐 나뭇가지가 잉잉거리며 울고 섰는데 따사로운 햇살이 전면 창 크기만큼 비끼고 있었다. 햇살은 우리가 고른, 아니 그녀가 고른, 아니..역시 '우리가 함께 고른' 크고 화려한 꽃무늬 벽지를 비추고, 식탁과 자질구레한 새간살이들을 지나 나뭇결이 살아있다는 원목 바닥재를 느리게 타고 흘렀다. 

차를 세 번, 네 번 우려 마셨다. 

국화차는 일곱 번 까지 우려도 그 향기가 은은하단다.   

나는 그녀가 국화차 향기를 음미하는 모습을 보며 저으기 마음이 놓였다. 물 가에 내놓은 것 같은 방황하던 중년이여, 마음 단단이 부여잡고 그 집에서 오래토록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20101228ㅂㅊㅁ

  

 

 

...덧...  

이런 슬픈 일이 있나. 우리집엔 국화차가 없다니. 어디가서 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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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10-12-28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진주님. 잘지내셨지요,
저 요즘 방황하는 중년?????인데,,저도 따뜻한 차 한잔 나눌 친구가 필요한데 우리집에 놀러오실래요,,,,,,

진주 2010-12-29 08:05   좋아요 0 | URL
울보님은 만년여고생처럼 보이던데 무슨 중년이예요? ㅎㅎ
울보님과 좀 가까이 산다면 차 마시며 놀고 싶네요.
류 많이 컸겠어요? 세월도 참...^^

Mephistopheles 2010-12-28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간만이에요 진주님..국화차는 음....
전 얼마 전 우연히 마트에서 파는 걸 발견했어요..(정작 페퍼민트 차를 사긴 했지만.)

진주 2010-12-29 08:07   좋아요 0 | URL
청송에 국화차 주문하려구요.
반가워요 메피님^^

반딧불,, 2010-12-28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덥썩. 잡고 봅니다. 국화차라...같이 한 잔 하고 싶습니다.

진주 2010-12-29 08:10   좋아요 0 | URL
저두요~~
알라딘도 어느새 그리운 분들 때문에 찾아오는 공간이 되었어요.
그리운 사람들끼리 모여 앉아 국화차 마시며 담소 나누는 건 너무 큰 바람일까요?

혜덕화 2010-12-28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화차도 매화차도 꽃 향이 맛보다 좋은 차이지요.
전 개인적으로 다즐링 홍차의 깔끔한 맛을 좋아하지만...
진주님 오랫만이예요.
가끔씩 궁금했답니다.
댓글 부지런히 주고 받은 사이도 아닌데, 그냥 마음이 가더군요.
반가워요.^^

진주 2010-12-29 08:13   좋아요 0 | URL
차 좋아한다고 소문나서 차 선물을 종종 받아요.
기억에 남는 차는 '생강나무꽃차'인데 어쩌면 혜덕화님이 좋아하실지도 모르겠군요. 생강나무는 향이 진하지만 꽃차는 그닥 향이 강하진 않고 감미로우면서도 뒤끝이 상당이 깔끔하더군요.
차는 혼자 마셔도 좋지만, 아직은 함께 마시는 차가 좋아요.제가 차 좋아하는다는 건 차맛을 알아서가 아니고 친구가 그리운거거든요. 그래서 실은 차맛은 몰라요. 차 좋아하는 게 아니고 말벗을 좋아하는거겠죠^^;

프레이야 2010-12-28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락 진주님 너무나 오랜만이에요.
무조건 반가워서 달려왔어요.^^
새해가 다가오는데 아무런 느낌이 없네요.ㅎㅎ

진주 2010-12-29 08:18   좋아요 0 | URL
반갑긴한데..누구신가 싶어.. 내 기억력을 원망했어요 ㅎㅎ
님 서재에 되짚어 가봤더니, 닉네임 바꾸셨군여.
지난 달에 부산 다녀왔어요. 바닷바람 실컷 쐬고 다 좋았는데 집에오니 부산에서 편지가 왔더군요. 수정터널에서 20킬로 과속했으니 벌금내라고ㅋㅋㅋ 아잉~ 내비게이션은 뭐하고 있었던게얏~ㅎㅎ

프레이야 2010-12-29 20:26   좋아요 0 | URL
우찌 그런일이요 ㅋ
부산 비싸게 다녀가신 셈이네요. 흐흑 ㅠ

hnine 2010-12-28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길 갔다 돌아온 그녀' --> 진주님 얘기인줄 알았어요.

지난 가을 구절초 축제 갔더니 국화차를 팔던데, 저도 맛은 못보았네요.
진주님 눈은 이제 좀 괜찮아지신거예요?

진주 2010-12-29 08:24   좋아요 0 | URL
반가워요 나인님,
안 그래도 눈 때문에 큰일이예요. 눈 때문에 생활이 넘 불편해요. 안경과 썬그라스도 아직 적응이 덜 되서 번거러워 죽겠고요,책 보는 건 엄두도 못 내요. 책을 보면 눈물 나고 머리 아프고..ㅠㅠ 컴퓨터도 마찬가지구요. 어제 여기 들어와서 1시간 가까이 있었나봐요. 다른 분 서재에 더 둘러보지 보지 못하고 나갈 수밖에 없었죠...ㅠㅠ 예전처럼 님들 방에 놀러다니는 것도 조금씩밖에 못할거예요...

조선인 2010-12-29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부비부비... 나 꼭 안아줄래요?

진주 2010-12-29 22:34   좋아요 0 | URL
마로 혜람이 부쩍 컷겠죠..
알라딘 잠시 자리 비우면 애들이 쑥쑥 자라 표난다니까요.

세실 2010-12-29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진주님 굿모닝^*^
이렇게 짠하고 나타나는 진주님이 있어 알라딘이 덜 외로워요.

진주 2010-12-29 22:36   좋아요 0 | URL
그렇게 말씀하시니 넘 죄송하네요..
10년을 한결같이 자리 지켜주시는 세실님같은 분이 계셔서 든든하고 좋아요.
세실님...우리 여기 모인 사람들..
말 안 해도 요즘 너무 외로운거죠...

paviana 2010-12-29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이 덥썩 잡으셨으니, 전 바지가랑이를 붙잡을까요?


진주 2010-12-29 22:38   좋아요 0 | URL
왠지 황송해지네요.
눈 때문에 책과 멀어지고 나니 알라딘도 더더욱 멀어지는 것 같아요.
드문드문이라도 인사 꼭 드릴게요..

토토랑 2010-12-29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이쁜 진주님 오셔서 반가움~의 마음에
조용히 한마디..혼자서 중얼중얼~

진주 2010-12-29 22:39   좋아요 0 | URL
헤헷~제가 원래 한 미모합니다만ㅋ
반겨주셔서 고마워요. 토토랑님^^

2011-01-04 0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06 1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07 2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