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자 허리케인 - 내일의 조
데자키 오사무 감독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1년 11월
평점 :
품절


  이차 세계 대전 패전 이후에 피폐해진 일본 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미친 작품으로 평가를 받고 있는 명작 중에 명작인 작품이다. 일본 최고의 만화가와 애니메이션 작가들도 이 작품으로 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았음을 숨기지 않고서 말한다. 원작이 만들어 진지가 30년도 더 지난 작품인데 지금 보아도 상당한 감동을 받는다. 지금까지 보아온 만화와 애니메이션 중에서 이처럼 감동을 받아 본 작품은 없다. 남자들이 눈물을 흘리는 작품은 그리 많지가 않은데 이 작품을 보면서 눈물을 끌썽 거리는 남자들을 꽤 보았다. 이 작품을 감상하면서는 몇날 몇일을 눈물을 흘려도 괜찮다. 충분히 그래도 된다. 여성분들께서는 공감을 잘 하실지 어떨지는 모르겠다. 평을 쓰는 당사자는 남자이기 때문에 감정 이입이 너무나도 빠르게 되고 등장 인물들의 마음을 쉽게 이해 할 수 있다. 링 위에서 싸움을 하는 승부의 비정함과 냉혹함을 두고서 마초적인 남성주의 문화가 세상을 파괴해 간다고 비판을 해도 어쩔 수는 없다. 이 작품이 보여주는 현실의 단면은 초라하고도 더는 갈 곳이 없는 우리들의 한 측면, 사회에서 소외자된 자들의 자화상, 그 일부이기 때문이다.

  교도소에서 처음 만나 세상에서 자신을 가장 잘 이해 해 줄 수 있고 자신이 어떠한 인간인지를 가장 잘 알며 모든 것을 공감 할 수밖에 없는 유일한 라이벌이자 친구인 존재, 야생마가 자신과의 시합 도중 승리를 거머 쥔 채 숨을 거둔다. 소중한 친구는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죽음의 저편으로 먼저 떠나게 되고 자신은 챔피언이 되지 못한다. 챔피언의 타이틀은 죽어버린 야생마가 갖어가 버렸다. 관자놀이 공격으로 죽음에 이른 죄책감 때문에 1년 후의 복귀 후 부터 허리케인 죠는 상대편 선수의 안면 공격을 하지 못하며 복부 공격으로 다운 된 상대 선수를 보면 링 한 가운데서 토악질을 해 댄다. 친구를 죽였다는 정신적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서 황폐해져 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거의 200분 가까운 러닝 타임 시간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화면 속으로 빠져 들게 하며 만화 영화가 인생과 삶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도록 만들어 버리며 명상과 사색, 철학의 시간을 빚어 낸다. 아마도 허리케인 죠에게서, 전쟁에 패배한 일본인들은 쉽게 자신의 감정들 이입을 했을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죠의 처지와 전쟁에서 패배한 일본인의 처지가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 공중파 테레비전에서 76부작으로 방영을 한 것을 극장판으로 다시 만든 이 작품은 사회 밑바닦에서 쓸모없는 청춘이 퇴물 알콜 중독자, 복싱 코치를 만나서 권투라는 스포츠를 통해서 삶을 재건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 준다. 그는 중요한 시합에서, 극이 부여한 가중 중요한 시합에서 이긴적이 없는 패배자이다. 주인공 도전자 허리케인은 야생마에게도 이기지 못했으며, 극장판 제 2 편에서 등장하는 호세 멘도사에게도 이기지 못한 패배자이다. 그런 패배자임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이게도 이 만화 영화의 제목은  'CHAMPION JOE'이다. 챔피언이란 타이틀은 타인들이 내게 주는 외부적인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모든 것을, 모든 힘을 다해서, 주어진 여건속에서 자신의 깜냥대로 최선을 다한 사람에게만 자신이 스스로 내려주는 스스로의 영애, 떳떳한 자존심, 영광이기 때문이다.

  놀랍다. 놀라울 뿐이다. 인간이 추구해야 할 삶의 진지함. 이런 정신 세계를 만화,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로 표현해 낸 작가와 그 것을 탄생 시킨 나라. 일본은 연구 대상이다. 그리고 이런 작품을 우리도 창작하는 때가 곧 온다. 우리의 정신 세계를 표현하는 일에 열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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