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영어 사전 - 개정판
안정효 지음 / 현암사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술술 잘 읽힌다. 이 책이 어떤지에 대한 평가는 하지 않으련다. 좋다 나쁘다! 그 것은 벌써! 다른 분들이 이미, 많이 했기 때문이다.

  다만 언급하고 싶은 것은 영어에 대가가 이런 책을 내 놓았다는 것에 대한 찬사이다. 수구 보수적이며 이중적인 한국 문화에서 이런 책을 출판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안정효란 사람이 이런 책을 쓸 필요도 없다. 이미 그는 올라 갈(?) 때까지 올라 간(?) 사람이 아니던가!(번역가로서, 영어로 소설을 쓰는 소설가로서, 영어 교육자로서 이름이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는 이런 책을 써서 우리 사회에 유통 시키고 있다. 정말로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일본만 하더라도 그들은 '인형 사전', '로봇 사전', '유행가 사전', '만화 사전','각종 취미 사전' 등을 비롯해서 우리들이 들으면 말도 않되고 엉터리라고 부를 수 있는 각양 각색의 사전들을 해마다 출판해 내고, 갱신 해 낸다. 헌데 우리 나라에서는 그런 사전류들이 나오는가? 아마 그런 책이 나와서 문화의 다양성에 불을 붙이면 그 것은 순수함, 순수성을 더럽히는 짓이라고 욕을 해대는 엄숙주의자들의 말들이 부지기수로 튀어 나올 것이다.

  물론 건설적인 비판은 피할 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문화 강국들은 모두다가 사전이 풍부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기상천외하고 다양한 사전이 많은 나라가 문화적으로 발전되고, 선진화 되어 있으며 자유 분방하고 크게 발전을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않된다. (진화론에 따른다면 강한 자는 약한 자를 필연적으로 지배하게 된다. 문화도 마찬가지다. 지배와 종속이라는 점에서는. 현재 우리 나라는 일본 문화의 '환타지'에 지배 당하고 있다. 예를 든다면 일본 애니메이션을 더빙해서 우리 것으로 속여서 아이들에게 보여 주어도 결국 그 것은 일본인의 정신 세계를 반영하는 꼴이 된다.)

  아마도 안정효란 사람이 이런 사전을 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문학', '예술'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정상적인 틀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이 남들 보다는 적은 자유 분방한 사람! 바로 예술을 하는 사람의 특성을 갖고 있기에 이런 사전을 낼 수 있었을 것이다.

  다만 이 책을 읽다가 보면 너무 시니컬하게 비아냥 거리며, 한국 사람들의 언어 습관을 비웃는 듯한 느낌을 받는데, 그 점은 너무 '오버(OVER)'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런 브로큰 잉글리쉬(콩글리쉬) 속에 언어의 발상에 대한 훌륭한 감각이 도사리고 있는지도 모르며, 두 개의 혹은 여러 개의 문화가 겹쳐지면서 발생하는 언어의  변화 과정 속에서 인간의 본질에 접근해 보는 '힌트', '발상'들을 얻을 수도 있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의도'와 '발상', 그리고 책의 분량 등 모든 부분에서 흡족하며, 만족하지만 저자가 집필을 하는 동안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는 '한국인의 언어 습관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는 마음에 들지 않으며, 작가 안정효의 열열한 팬인 본인도 책을 읽으면서 짜증이 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물론 언어학에 문외한인 리뷰어가 단지 혼자서 그렇게 느낀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이질적인 문화에 의해서 변화하면서 바뀌어 가는 언어에 대해서 연구하고 관심을 갖는 일도 정말 즐겁고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예를 든다면 자동차의 '리어 뷰 미러(rear view mirror 원어)' 보다 '백밀러(back mirror)' 라는 콩글리쉬(broken English)의 한국인의 '발상'도 참으로 훌륭하지 않은가? 더 적은 단어로 대상을 효과적으로 지칭하는 경제성을 엿 볼 수 있다. 바쁜 초 스피드의 경제 전쟁의 시대에 의미의 전달에 있어서 참으로 효율적이다. 그리고 그 발상은 인간이라면 언어(모국어)를 초월해서 충분히 공감을 할 수가 있는 문제이다.) 

  이런 사전의 시도는 문화 발전의 거시적 관점에서는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한다. 개별 언어에 대한 순수한 연구와 교육도 필연적임과 동시에(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러시아어 등의 세계 각국 언어들에 대한) 그런 장을 활성화 시킬 문화의 점화 플러그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제간 연구든', '교차 공동 연구'든, '크로스 오버 연구'든, '짬뽕 연구'든지 간에... 

  진짜 영어 사전도 필요하지만 '가짜 영어 사전 또한 필요한 것'이다. 이미 제목에서 자신은 '가짜', '사이비'라고 솔직히 밝히지 않는가?! 말이다. 우선은 불을 당겨서 발전의 초석과 장을 마련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세한 부분에 있어서의 논의와 진위의 여부는 전문가들의 몫이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 관대하고 관용적으로 포용할 때, 거시적인 측면에서 문화적 다양성의 추구 차원에서는 긍정할 만한 일인 것도 같다.'  

 참고로 작가 '안정효'의 많은 작품들은 영화화가 되어서 많이들 알고 계실 것이다. '은마는 오지 않는다.', '하얀 전쟁',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가 만들어 졌고 주목할 만한 해외 영화제에서 입상을 한 작품들도 포함이 되어있다. 영화로 만들어 지지는 않았지만 훌륭한 작품인 '미늘', '악부전' 등을 읽어 보시기를.. 안정효의 또 다른 진면목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강화도로 낚시를 즐기러 가시는 '안정효'님 저는 김포군 통진읍 마송이 고향인 팬이랍니다. 미국이라는 세계와 떨어질 수 없는 '담론'을 갖은 한국민들게 같은 피가 흐르는 몽골리안으로서 부디 강한 힘을 실어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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