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이우일의 영화이야기
김영하 지음, 이우일 그림 / 마음산책 / 2003년 2월
평점 :
품절


 내가 남자이기 때문일까? 이상하게도 한국의 여성 작가들 보다는 남성 작가들이 더 좋다. 아마도 여성 작가들의 책을 읽기 좋아하는 우리 누나는 자신이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 작가들의 책에 더 감정 이입이 쉬워서 여성 작가들의 책들을 더 선호하는 것일게다.

  김영하! 참으로 재미있는 작가가 아닐 수 없다. 이 작가를 제외하고서 한국 문학의 현역 작가 소설 읽기를 완벽하게 할 수 있을 런지! 어찌되었든지 간에 이 사람은 참으로 재미있는 인간이다.(개인적으로 재미 있는 인간들을 너무나도 좋아한다. 만인 재미있는 사람이 특이하고 별종스럽다면 더욱더 그를 좋아한다. 문화의 다양성이 뭐 별건가 별스런 인간들이 종횡무진하는 사회가 바로 문화의 다양성이다.) '문제 작가', '화제 작가' 란 말은 이럴 때, 이런 사람에게 쓰는 말인 것 같다.

  그의 소설들과 영화, 일상들에 관련 된 글과 잡문들을 읽어 보면 어찌된 것인지 '파격과 생경함'을 느낄 수가 있다. 그 '파격과 생경함'이란 무엇일까? 원래 예술이라는 것이 '파격'이란 생명, '생경함', '생소함'이 주 무기가 아니냐?고 반문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과는 다르게 김영하의 글 속에서는 어떤 '파격과 생경함'을 느낄 수가 있다. 이 다른 낯설음은 무엇인가?

  그 것은 작가, 소설가가 되지 말았어야 했을 한 인간이 소설을 업으로 해서 쓰고 있다는 '파격과 생경함'일 수도 있을 것이며 '소설 쓰기 기법'에 있어서 지켜져야 할 기본적인 약속을 어기고 여기, 저기를 넘나드는 작가의 '문제적 소설 쓰기 기법'과 독자와 작자의 벽, 경계를 허물어 뜨리며 오고, 가는 창작자와 감상자 간의 기본적 약속에 대한 예절 없음, 형식 없음의 '파격과 생경함' 일지도 모른다.(그도 예술을 감상하고 즐기기 때문에 그 또한 우리와 같이 때로는 감상자와 독자의 입장에 선다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작가는 기존의 것들과는 다르게 전형적이지 않은 사람이다.

  이 김영하란 작가에게서는 내가 닮고자 하는 인간형의 해답이 나오는데, 이렇게 이곳과 저곳을 넘나드는 사람, 여기 저기에서 파격과 생경함을 만드는 사람이 바로 그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가를 꼽으라고 한다면 당연히 김영하가 첫번째 일 것이다. 이유는 이 사람은 나처럼 젊고 또한 평범한 듯 하면서도 자신의 자유로움을 잃지 않는 인간인 것 같기 때문이다. 막말하면 제 멋에 사는 사람! 마음 대로 세상을 보는 사람인 것 같다. (모든 인간들에게서 그런 부분들과 요소들이 있지만 이 작가는 내게 있어서 각별하다) 그리고 평화롭고 안정적이면서도 세상을 보는 눈이 흥미진진하다. 작가는 기발하고 때론 독특하게 세상과 대상을 바라보곤 한다.

  만일에 내가 작가, 소설가가 된다면 김영하 같은 소설들을 썼을 것이다. 아니다! 아직 무엇이 될 것인지 나도 잘 모르기에 함부로 말을 해서는 않되지만... 혹시, 한국 문단에 김영하와 비슷한 '심재윤'이란 사람이 등단을 하게 된다면... '어떨까?'(그러나 난 김영하와는 또 다른 인간이다.) 

  김영하란 사람에게 내 자리를 먼저 도둑 맞았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만일 소설을 쓰다면 김영하가 쓰는 스타일의 소설들과 글들이 나올 것이다. 그의 글들과 소설들은 처음엔 견강부회처럼 생경하게 시작하여 결국엔 어떤 하나의 연결 고리를 갖고서 주어진 주제와 연관시킨다. 어떻게 이런 비관습적인, 말도 않되는, 멀리 돌아가는 우회적 글쓰기가 가능한 것일까? 그 것의 이유를 내 나름 대로 찾아 보자면 그가 상상력이 아주 풍부한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거나 '그의 말들처럼 '자신은 엉뚱한 공상'을 자주 한다거나!(즐긴다거나!)' 아님, 적어도 그는 논리학이 무언지는 아는 인간이며, 분명 머리가 그렇게 나쁘지 않은 인간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억지 논리를, 시작 부터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를 결국엔 자신이 써야만 하는 건설적이고도 사회에서 용인되는 바람직한 주제와 결부시켜서 그 엉뚱함과 받아들이기 어려운 자신만의 일상적 삶의 속내를 글의 주제들과 '파격과 생경함'들로 버무려서 중화시켜버린다.

  책을 읽다보면 그끼게 되는 것이지만... 누군가가 무얼 시키거나 강요한다거나 하는 것들에 대해서 태생적으로 거부하고 싫어하는 것을 작가는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누가 뭘 시켜서 하면 하지 않는 사춘기의 반항심 비슷하게... 하지만 모든 사람들은 그런 마음을 어느 정도는 다 가지고 있지 않은가? 부모가 자식에게, 윗 사람이 아랫 사람에게, 상사가 부하에게, 선생님이 학생에게... 자신이 직접하기 싫은 귀찮은 일들을 시킨다. 그 일을 해야 올바르며 어른이고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칭찬과 함께... 작가는 마감 시간에 쫓겨서 글을 쓰는 자신의 모습을 책에서 자주 묘사하는데 결국 영화 잡지에 연재 해야만 하는 글들을 작가는 자신의 과거와 일상의 삶 속에서 소재를 찾아 내 엮어 낸다.

  작가가 영화 글쓰기에 있어서 힘을 아끼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는 몸을 사리면서 힘을 다 쓰지 않는다. 자신이 할수 있는 최대 능력에 한 50% 정도만을 가지고서 글을 쓰고 있는 것 같다. (적어도 이 책에서 만큼은... 그러나 이 책은 재미있고 돈 값은 하는 영양가 있는 책이다. 혹은 아닐 수도 있다.) 아마도 영화와 관련된 글 쓰기에서 힘을 아끼는 이유는 작가가 '소설 쓰기'에 최선을 다하려 하기 때문인 것 같다.(성의 없음??!!) 김 훈과 함께한 인터뷰에서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 "죽을 힘을 다해서 소설(글)을 쓰면 뭔가가 되지 않겠느냐고?!" 

 이 책은 한 없는 가벼움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재미있는 그림들과 책에 그려진 만화가 '이우일'의 삽화들이다. 이 책은 한 없는 가벼움, 심각하지 않음이 무엇인지를 보여 주지만 그 이면에 있는 진지함, 진실과 사실의 녹아들어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이 책을 잘 못 읽은 것이 된다. 이 책은 4컷 짜리 웃긴, 신문 만화 같은 풍자 만화들이 중간, 중간 그려져 있다. 바로 한 깡패 같은 아버지와 악동같은 아들이 주인공으로 등장을 하는 만화이다. 어느 때는 좀 비교육적일 만큼 직설적이고 현실을 사실적으로 반영한다는 것에 대한 놀라움이 읽는 이로 하여금 경악하게 한다. '이 만화 이래도 되는거야!' 가 만화 속에 있다. 바로 그 점이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요소이지만...

  그 만화와 다른 삽화들과 더불어서 작가가 들려 주는 팝콘과도 같은 가벼운 책에서 우리는 그 팝콘에 발라진 진실의 기름, 느끼한 진실과 사실의 기름이 느끼게 해주는 '삶의 고소함'을 감상해야 할 것이다. 

  언제나 그렇지만 김영하의 글들에서는 가끔씩, 너무나 마음에 드는 글귀, 문구들을 발견하고는 하는데, 그 것들이 마음에 드는 이유는 '내가 평소에 생각하고 있었던 바를 우연히 책에서 만났다는 즐거움 일 수도 있고, 말 되어 지지 않는 것들이 말 되어 졌다는 것에 대한 기쁨 일 수도 있다.' 그리고 어떤 깨닮음을 주는 문장들, 나를 성숙하게 만드는 문장들은 나의 본질을 깊이 있게 한다. 이 책에서도 배울점들은 많이 있다. 삶을 왜곡되지 않고 투명하게, 자신만의 시선으로 바라보려고 하는 한 젊은 작가의 시선을 엿볼 수 있으며 그 시선은 단지 그 만의 것이 아니라 삶을 깨어있는 상태로 신선하게 바라보려고 하는 모든 독자들과 사람들이 함께 공유하며 느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김영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라 오늘은 이쯤에서 종을 "땡댕" 칠까 한다. 뭐! 시간이 나면 언제, 또 그에 대해서 할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오늘은 여기서 "땡!" 그리고 난 이 책을 3번 읽었다. 아주재미 있게... 왜냐하면, 전자렌지에 데우는 '3분 팝콘'은 아주 간편하고 맛이 있기 때문에... 가볍게 재미를 느끼면서도 뭔가 진중함을 원하는 사람은 잠깐 들춰 보기를... 

  두마리 토끼를 충분히 잡을 수 있다. (혹시 꿈보다 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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