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미국 진보 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
조지 레이코프 지음, 유나영 옮김, 나익주 감수 / 와이즈베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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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5-069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조지 레이코프 / 와이즈베리

 

1. “우리는 뇌로 생각한다. 여기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몇몇 정치인들은 신체의 다른 부분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들도 뇌로 생각한다.” 신체의 다른 부분이라는 표현에 상상력이 나래를 편다. 그러나 별로 유쾌하진 않다.

 

 

2. 이 책의 키워드 중 하나는 프레임이다. 지은이는 프레임이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적 구조물이라고 한다. 프레임은 우리가 추구하는 목적과 우리가 짜는 계획, 우리가 행동하는 방식, 우리가 행동한 결과의 좋고 나쁨을 결정한다. 정치판에서 프레임은 사회 정책과 그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 만드는 제도를 형성한다. 프레임을 바꾸는 것은 이 모든 것을 바꾸는 일이다. 그러므로 프레임을 재구성하는 것은 곧 사회 변화를 의미한다.

 

 

3. 이 책의 지은이 조지 레이코프는 인지언어학의 창시자. 세계적으로 가장 저명한 언어학자로 소개된다. 이 책의 초판은 약 10년 전인 2004년에 나왔다. 그리고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개정판으로 재출간되었다. ‘프레임 구성 이론과 적용’, ‘프레임 밖에 있는 것을 어떻게 프레임에 넣을 것인가’, ‘구체적인 쟁점의 프레임 구성이 주요 내용이고 후반부를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이론에서 행동등으로 마무리한다.

 

 

4. 사회 변화를 이루기 위한 프레임의 재구성은 공적 담론이 변화해야 가능하다. 이 과정에 필요한 것이 커뮤니케이션이다. 불통이 아닌 소통이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지은이는 미국의 보수와 진보를 비교하면서 보수 쪽에 점수를 많이 주고 있다. 그 이유는 미국의 보수 세력은 진보 세력이 아직 이루지 못한 매우 광범위하고 세련된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진보 세력에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체계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이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다. 커뮤니케이션 체계 없이 프레임을 재구성하고자 한다면 아무 것도 이룰 수가 없다고 못을 박는다.

 

 

5. ‘은유는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대목에 시선이 머문다. 이라크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된 미국 대외 정책의 핵심적 은유적 개념들 중 하나가 [국가는 사람이다]이다. 이 은유는 이라크라는 국가를 사담 후세인이라는 한 사람으로 개념화해서 하루에도 수백 번씩 사용되었다. 미 국민과 여타 미국의 편을 드는 나라들을 세뇌시킨 것이다. 전쟁은 이라크 민중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후세인 한 사람에 대항하여 수행했다는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저의가 깔려 있다. 정치가들의 두뇌는 좀 특이하게 발달하는 것 같다. 인지적 측면에서 볼 때 더욱 그렇다. 거짓말을 하면서도 그렇게 당당할 수가 없다. 말을 둘러대는 데 탁월하다. 아마 끼리끼리 모여 있으면 자연스럽게 학습이 되는 모양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정치의 인지적 측면을 이해해야 한다. 성역(聖域)없는 수사를 지시하는 것은 여태 성역(聖域)이 있었고,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해주는 것이다. 아니 현재도 성역(聖域)이 있지만, 잠시 그 곳은 성역(聖域)에서 벗어나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 주라는 뜻이라고 해석된다. 내 생각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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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 탈출 아름다운 청소년 11
제인 볼링 지음, 이재경 옮김 / 별숲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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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5-068

 

광산탈출제인 볼링 / 별숲

 

1. “오늘 밤 갱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다.” 시작부터 긴장을 하게 만든다. 총소리는 신디케이트(불법 금광 채굴을 하는 조직)들끼리 하는 세력다툼 때문에 발생한다. 소설의 무대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불법 광물 채굴을 소재로 한다. 남아공은 물론 주변 여러 국가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폐쇄 조치된 금광을 불법으로 장악하고 금을 채굴한다. 이 과정 중 서로 권력 다툼을 벌이다보니 총격전이 일상다반사다. 그리고 그 위험의 중심에 아이들이 있다.

 

 

2. 인신매매와 아동 노동 착취는 지구상에서 없어져야할 악행이다. 그러나 아동 노동 착취는 이 소설의 경우 말고도 전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심각하고 가슴 아픈 현실이다. 때로 부모 또는 주위 어른들의 암묵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이 소설의 화자이자 주인공 레길레는 어릴 때 스와질란드에서 남아공으로 팔려 왔다. 처음엔 돈 한 푼도 못 받고 수개월씩 위험한 갱내에서 채굴 작업에 동원됐다. 18세가 된 지금은 급료도 받고, 자신이 어렸을 때 끌려왔을 때처럼 들어오는 새로운 아이들을 관리하는 입장이 된다.

 

 

3. 레길레는 그동안 고향집에도 몇 차례 다녀왔다. 광산을 탈출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나, 이젠 광산 밖의 삶이 더 두렵다. 마치 어렸을 때부터 묶어 기르던 독수리가 커서도 날 줄을 모르듯 그렇게 시간이 가고 있다. 고향에는 엄마와 동생들이 레길레가 보내주는 돈으로 먹고 산다. 소년 가장이다. 물론 엄마는 그가 광산에서 일한다는 것을 모른다. 다른 어느 곳 위험하지 않은 곳에서 잘 있는 줄 안다.

 

 

4. 그러던 어느 날 타이바라는 꼬마가 새로 들어온다. 딱 한 달만 일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신매매범의 유혹에 넘어가서 여기까지 왔다. 속아 끌려와서 어둠 속 갱도에 갇혀 돈은커녕 먹을 것도 제대로 못 먹고 잠도 못자고 목숨의 위험을 느끼며 혹사당하는 현실을 만나게 된다. 타이바는 기필코 광산에서 탈출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어린 녀석의 가슴속 희망의 불빛은 사그라질 줄 모른다. “무언가를 저토록 굳게 믿는 건 어떤 느낌일까. 문득 궁금했다. 캄캄한 갱에 일종의 빛을 비추는 느낌일까? 햇빛 같은 연한 노란색 빛? 그 믿음이 삐걱대고 쩍쩍대는 갱의 굉음도 잠재울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최소한 타이바를 강하게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5. ‘스파이크 마포사’. 광산의 아이들에겐 구세주 같은 존재다. 역시 어려서 광산으로 잡혀 와서 고생을 하다가 광산을 탈출했다. 땅속에서 겪은 일과 팔려온 애들을 소재로 그림을 그린다. 자기 인생을 불법 채굴을 막는 데 바치겠다고 맹세한 후 실제로 그 일을 행하고 있다. 레길레는 처음에 스파이크 마포사의 존재를 자신의 마음속에서 밀어냈다. 어느 정도 광산 생활에 적응해가고 있는 탓이기도 하지만 광산을 나간다고 해서 딱히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이 달라져갔다. 자유에 대한 갈망,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 그리고 인간으로서 참다운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에 대한 생각 등이다. 광산 탈출은 아동 인권 유린의 실태를 고발하는 큰 줄기와 함께 어떤 상황에서든 주저앉아 있지만 말고 다시 일어서려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품게 해준다. 이 책은 청소년소설이기에 우리의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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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사람들처럼 -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에게서 찾은 행복의 열 가지 원리
말레네 뤼달 지음, 강현주 옮김 / 마일스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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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5-067

 

덴마크 사람들처럼말레네 뤼달 / 로그인

 

1. ‘행복을 생각해본다. 개개인마다 다르다. 행복에 대한 정의와 생각이 다양할 것이다. 행복이 뭐냐고 묻는 것은 당신의 삶의 목적을 어디에 두고 사느냐고 묻는 것이나 똑같다. 국가별 행복지수와 개인의 행복에도 차이가 많다. ‘세트 포인트 이론(set point theory)’이라는 것이 있다. 1996년에 만들어진 이 이론은 함께 혹은 따로 떨어져서 자란 300쌍의 쌍둥이를 관찰한 결과로 만들어졌다. 이 이론의 결론은 유전자가 우리 감정의 80퍼센트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부모로부터 이어받은 성품이나 기질에 따라서 행복수치도 달라지고, 행복에 대한 정의도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2. 그렇다면, 이 책의 제목처럼 덴마크 사람들처럼, 좀 더 욕심을 내서 덴마크에서 살면 행복지수가 높아질까? 꿈도 꾸지 말일이다. 내 안의 바람과 갈등이 문제지. 장소가 문제겠는가. 입내밀고 사는 사람, 바닥만 쳐다보고 사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 가도 한 자세다. 마음이 문제다. 무엇에 홀려 사느냐가 중요하다. 무엇에 미쳐 살아가느냐가 관건이다.

 

 

3. 덴마크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가? 전 세계 학자들은 덴마크 국민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의견을 모은다. 1973년 유럽에서 처음 세계 여러 나라를 대상으로 행복도 조사를 한 이래 덴마크는 이러한 조사에서 항상 선두를 차지했다. 그런데 사실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갸우뚱 하게 된다. 겉으로 봐선 덴마크 어느 구석에 행복이 숨어 있는지 모르겠다. 일 년 12개월 중 아홉 달은 춥고, 겨울철은 오후 3시면 해가 지는 나라. 소득세가 60%, 자동차세가 170%에 달할 정도로 세계에서 세금부담이 가장 큰 나라. 알 수 없는 나라다. 이 수치만 보면 다른 나라로 이민가고 싶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다.

 

 

4. 이 책의 지은이는 덴마크 태생이다. 직업과 직장 때문에 18세에 덴마크를 떠나 프랑스로 갔다. 파리에서 20년 넘게 살고 있다. 오랜 시간 덴마크를 떠나 살면서, 덴마크에선 행복한 게 너무나 당연한데 다른 나라에선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비로소 덴마크 사람들이 얼마나 행복한지, 왜 행복한지 깨닫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이 책을 쓰게 되었다.

 

 

5. 책을 읽다보면 나의 삶을 물질, 권력, 명예 등에 두느냐, 정신적인 무엇 또는 다른 곳에 마음을 두고 사느냐를 생각하게 된다. 덴마크 사람들은 정부 및 공직자, 서로가 서로에 대한 신뢰감이 무척 높다고 한다. 일례를 들면 카페나 마트 앞에 유모차나 자전거를 그냥 두고 들어간단다. 우린 어떤가? 특히 덴마크 사람들이 가정과 일의 균형을 유지하는 탁월한 생각과 환경이 부럽다. 다른 책에서 본 내용 중 임종을 앞둔 사람들에게 무엇이 가장 후회스럽냐고 물었다. 상위권에 들어 있는 대답 중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많이 못 보낸 것이 포함되어 있다. 유연한 노동시간으로 일과 사생활의 균형을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가족보다 일을, 회사를 더욱 사랑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책 말미에 지은이의 행복 십계명도 좋다. ‘나는 나 자신의 가장 좋은 친구다’, ‘나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다’, ‘나는 현실적인 이상주의를 지향한다등에 밑줄 쫙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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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오렌지색 옷을 입힐까 - IS(이슬람국가)에 대해 당신이 아직 모르는 것들
이케우치 사토시 지음, 김정환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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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5-066

 

그들은 왜 오렌지색 옷을 입힐까이케우치 사토시 / 21세기북스

 

 

1. 2011년 초부터 시작된 아랍의 봄은 각국의 통치체제의 지각변동을 발생시켰다. 중동정치가 그 힘을 다시 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속에 새로운 국면이 닥친 것이다. 20019.11 테러사건이 일어난 이래 테러 조직의 문제가 중동 정치의 주요 과제로 부각된다.

 

 

2. 이젠 테러 정도가 아니라 지구촌은 전쟁의 회오리바람 속에 있다. 소규모 국지전 정도가 아니라 전 세계를 이슬람화 하겠다는 IS(이슬람국가)의 움직임이 날이 갈수록 포악해지고 광범위해지고 있다. 수니파 무장단체 IS의 위협이 벌써 로마까지 육박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BBC, CNN방송은 201546일 한때 IS가 점령한 티크리트 지역에서 이라크군 포로로 보이는 시신 1700구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시신은 모두 부패한 상태로 겉옷과 신발 등만 형체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고 CNN은 전했다. 외신들은 미군기지로 쓰였던 캠프 스파이처 인근 집단 매장지 12곳에서 시신 발굴 작업을 벌이고 있다지난해 6IS가 학살했다고 주장한 시신 1700여 구가 이곳에 묻힌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3. 20146. 전격적인 모술 점령을 통해 이슬람 국가는 글로벌 지하드(성전)운동을 주도하는 세력으로 떠올랐다. 이슬람국가는 조직 변천의 과정에서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끌었던 알카에다에 합류했지만, 알카에다 중추 조직의 통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상징과 행동 양식을 확립하고 알카에다와 경쟁하는 세력이 되어갔다.

 

 

4. IS의 행태 중 잇따른 참수 처형의 공개와 이교도의 노예화 주장은 전 세계적으로 거부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참수 처형 때 이들은 왜 오렌지색 옷을 입힐까? 이 책의 지은이에 의하면 이는 이라크 전쟁 후에 정착된 이른바 테러 문화의 양식을 따른 것이라고 한다. 9.11 테러사건 이후 시작된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군은 적성 전투원으로 간주한 자들을 구속해 전쟁 포로나 범죄 용의자와는 다른 법적 카테고리에 위치시키고 미국법이 미치지 않는 쿠바 관타나모 미군기지 내의 수용소에 감금했다. 유출된 영상과 사진을 보면 수용자들이 오렌지색 죄수복을 입고 있다. 그런 사유로 반미 무장세력 사이에선 서양인을 구속해 오렌지색 죄수복을 입히고 굴욕을 준 다음 처형하는 것이 이른바 양식(樣式)’으로 자리 잡게 된다. 처음엔 미국을 겨냥한 오렌지색 죄수복이 국적을 불문하고 오렌지색 옷을 입히고 처형을 하게 된 것이다.

 

 

5. 이 책의 지은이 이케우토 사토시는 일본 내에선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중동 지역 연구와 이슬람 정치사상의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중동 관련 저서 외에도 IS와 관련된 연구논문이 수십 편이다. 이 책은 IS를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다. 그들의 사상사와 정치학적 측면이다. 그 외 서방세계와의 갈등, 중동지역에서의 위치 등을 매우 치밀하게 설명해준다. 이미 IS 문제는 먼 나라 일이 아니다. 점차 그 세력이 강해질수록 피해의 규모와 범위도 늘어날 것이다. 우리가 그들을 알아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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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속의 사람들
마가렛 로렌스 지음, 차윤진 옮김 / 도서출판 삼화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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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5-064

 

불속의 사람들마가렛 로렌스 / 삼화북스

 

1. ‘무당벌레야, 무당벌레야, 훨훨 날아서 집에 가거라. 너희 집이 활활 타고 있단다. 아이들이 모두 없어졌단다.’ 아이들의 노래치곤 황당하다 못해 살벌하다. 아이들이 모두 없어졌다니. 그것도 불에 타서. 소설의 주인공 스테이시는 뮨득 아침에 이 노래가 생각이 났다. 노래라는 것이 그렇다. 어떤 땐 무심히 부를 때가 있다. 나중에 가사를 다시 생각해보고 흠칫 놀라는 경우가 있다. 이 동요도 그런 케이스다.

 

 

2. 소설이지만 연극이라 생각하고 무대를 바라본다. 안방 문에 전신거울이 걸려있다. 스테이시는 그 거울을 통해 사실적이지 않다고 느껴지는 자신의 모습과 너무 사실적인 집안의 구석구석을 보고 있다. 네 아이의 엄마다. 현재 나이는 39. “2인용 침대는 이불을 아직 정리하지 않은 채고, 의자에는 그녀의 옷가지가 어지럽게 널려있다. 스타킹은 아무렇게나 벗어놓아 둥그런 나일론 웅덩이가 되었고, 거들은 벗을 때 돌돌 말려서 바퀴 모양이다. 다른 의자에는 남편 맥이 입었던 셔츠가 반듯하게 개어 있다. 탁자에는 그녀의 책 황금가지와 그의 책투자전략이 놓여 있다. 두 권 모두 아직 펼쳐보지도 않은 상태다.

 

 

3. 우리 집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나? 할 사람도 있겠다. 위의 묘사에서 이 집 분위기가 어느 정도 파악된다. 우선 아내 스테이시는 요즘 만사가 귀찮다. 무력감에 빠져있기도 하다. 하긴 아직 어린 네 아이를 키우다보면 집안은 늘 초토화되어 있기 마련이겠다. 반면 남편 맥이 입었던 셔츠는 반듯하게 개어 있는 것으로 봐서 그는 집안일은 못 도와주지만 자신의 주변은 그런대로 정리하는 편인 듯. 부부의 공통점은 탁자에 책은 이미 오래 전부터 놓여 있지만, 아직 못 열어보고 있다는 것. 언젠간 보겠지.

 

 

4. 이 소설의 작가 마가렛 로렌스는 스톤 엔젤에 이어 두 번째 만난다. http://blog.yes24.com/document/6887274  이 작가는 스톤 엔젤에서 한 여인의 일생과 주변 인물들과의 갈등 그리고 삶의 마무리를 잘 그려주고 있다. 나에게 마가렛 로렌스의 이미지는 치유의 글쓰기를 통해 일어선 사람이다. 캐나다 태생인 작가는 가부장적인 외조부 밑에서 십대 시절을 보냈다.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성장기때 외조부에 대한 적개심 충만, 가문에 대한 관심은 어린 로렌스에게 깊이 각인되었고, 이후 그녀의 작품에 큰 영향을 끼쳤다. 고독과 암울한 시기에 다행히 교사이자 지역 사서였던 새어머니의 지도를 통해 자신에게 문학적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후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5. 불속의 사람들의 주인공 스테이시는 요즘 많이 불안하다. 하루에도 수없이 일어나는 사건, 사고 소식은 아이들이 커갈수록 그녀의 마음의 불안감도 많아진다. 화재, 알코올중독, 가정폭력, 욱하는 성질에 의한 상해, 자살, 교통사고, 매춘, 토막살인 등으로 한시도 조용한 날 없는 우리의 일상이기도 하다. 스테이시는 불안감과 무력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잠시 궤도를 벗어나 보기도 했다. 그리 멀리 안 가고 중심을 잡긴 했다. 그러나 앞으론 몸으로 춤추긴 힘들어도 머릿속으로라도 춤을 출 생각이다. 그렇게 견뎌낼 것이다. 그녀의 어머니 친구를 생각하며 그런 마음이 들었다. 어머니 친구 분은 집으로 놀러 올 때 마다 음악을 틀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 옛날 폴카 노래나 스코틀랜드 무곡이 흘러나왔다. 어머니의 친구는 춤 음악을 들으며 마치 진정제를 맞은 듯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마 머릿속으로 춤을 추고 있나보다.” 작가가 스테이시를 통해 내면의 흐름을 함께 보여주는 화법과 서술을 보다 보면 왠지 속이 후련하다. 내용은 안타까운데 분위기는 산뜻하다. 일상의 단조로움과 불안감, 뛰쳐나감을 보노라면 아마도 그대의 뒷모습이 보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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