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없는 나라 - 제5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이광재 지음 / 다산책방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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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없는 나라이광재 / 다산책방

 

 

1. “농묵 같던 어둠이 묽어지자 창호지도 날카로운 빛을 잃었다. 먼동이다. 노안당(老安堂)의 방 안을 채운 것은 박명과 묵향이다.” 작가가 첫 문장에 애쓴 흔적이 보인다. 노안당의 주인은 흥선 대원군 이하응이다. 조선 말기 험한 삶의 여정을 걷다 간사람. 고종의 친아버지. 1863년 어린 고종을 대신하여 국정을 이끈다. 안으로는 유교의 위민정치를 내세워 전제왕권의 재확립을 위한 정책을 과단성 있게 추진. 밖으로는 개항을 요구하는 서구열강의 침략적 자세에 대해 척왜강경정책으로 대응. 을미사변의 조선인 주요협력자의 한 사람. 쇄국정책과 천주교도 대량학살, 무리한 경복궁 중건 과정, 일본에 명성황후의 제거를 청탁한 점 들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2. - 백성을 위하여 한번 죽고자 하나이다. - 하면 그대가 꿈꾸는 부국강병책이 따로 있단 말인가? - 부국강병이라 하셨나이까? - 그러하다. - 백성이 가난한 부국이 무슨 소용이며, 이역만리 약소국을 치는 전장에 제 나라 백성을 내모는 강병이 무슨 소용이겠나이까?

 

전봉준과 대원군의 대화이다. 소설에는 정확한 시기가 안 나왔지만, 1893년 초쯤으로 추측된다. 역사적 사료를 통해 보면, 1890년 전봉준은 대원군 문하의 식객으로 있었다. 그리고 2년 남짓 지난 후 다시 대원군을 찾아온다. 그 사이 전봉준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3.결핍이 세상을 이룰 것이다.” 전봉준의 말이다. 그 결핍도 결핍 나름이다. 나의 노력과 능력이 부족해서 생기는 결핍은 감당할 수 있지만, 폭정에 시달리며 고통을 수반하는 결핍은 감당하기 힘들다.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어찌 한 인간으로 태어나 죽을 때까지, 아니 자손만대 까지 온갖 수모를 겪으며 살다 가야 하는가? 전봉준의 마음은 이런 마음이었을 것이다.

 

 

4. “ - 이것은 나라가 아니다! 나라는 없다!” 1890년대 초 경복궁. 궁을 사수하기 위해 외병(일본군대)의 침입에 맞서 목숨 걸고 싸우던 병사들에게 어명이 떨어진다. 총을 놓고 물러가란다. 어쩌자는 이야긴가? 일본군에게 나라를 넘겨주겠다는 뜻이 아니고 무엇인가. 개화당의 음모였으리라 짐작된다. ‘이것은 나라도 아니다!’라는 말은 조선군 병사하나가 소총을 바닥에 내리쳐 두 쪽을 내면서 한 말이다. 이들은 총을 동강 낸 것으로도 모자라 입고 있던 군복을 갈기갈기 찢었다. “궁을 나가자! 지킬 임금도 없다! 차라리 평양으로 가서 왜놈과 싸우자! 왜국을 싸고돌면 너희도 우리의 적이다.” 조선군 병사가 어명을 전하러온 전환국방판 안경수에게 쏟아 부은 말이다. 120년 전 이야기다. 이 대목에서 저희들만 살겠다고 빠져나가면서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만 때렸던 세월호 사건이 오버랩된다. 방송하던 승무원은 어찌되었던가?

 

 

 

 

5. 이 소설은 위험하게 사는 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의 말이다. 세상이 안전하지 않은데 개인이 안전하기를 바라는 것은 포탄이 날아다니는 전장에서 나만 안전하기를 바라는 일과 같다는 말도 덧붙인다. 많은 사람들이 개인의 안락을 꿈꾸지만 당장은 안락해 보여도 제도화된 위태로움으로부터 조만간에는 포위될게 뻔 하다는 말에도 공감한다.

 

역사가는 훌륭한 작가가 될 수 없지만 작가는 훌륭한 역사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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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9 18: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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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0 10: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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