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자전거!

<자전거, 도무지 헤어나올 수 없는 아홉 가지 매력>을 리뷰해주세요.

자전거, 도무지 헤어나올 수 없는 아홉 가지 매력
윤준호 외 지음 / 지성사 / 2009년 7월

도무지 헤어나올 수 없는 책. 맞다. 제목부터 확 와닿더니 역시 매력적인 책이다. 튼튼한 두 다리, 휘휘 저어가며 바퀴를 굴리는 물건 자전거에 대해 궁금증을 확실히 풀어준다. 뿐만 아니라 자전거를 무지무지 사고 싶게 만든다. 너도나도 자전거를 탄다면 이들이(이 책의 저자는 아홉명이다.) 원하는 세계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첫 번째 이야기는 델리스파이스의 윤준호가 쓴 글이다. 글을 쓰는 것이 직업이 아닌지라 불편한 글쓰기를 하지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웬걸, 편안하고 쉽고 더할나위없이 좋은 글이었다. 특히 자전거 테마 콘서트 <달려라 자전거>를 추진했던 장본인! 쉽게 들을 수 없는 경험담을 술술 풀어놓았다. 

두 번째는 미술 평론가 반이정의 글. 앞의 글과는 사뭇 다른 평론가다운 글이었다. 비토리아 데 시카의 '자전거 도둑' 영화를 서두에 두고 길거리에 방치된 자전거를 훔쳐가는 사람들에 대한 심리를 파헤친다. 피해자로부터 관대한 용서를 받을 수 있는 자전거 도둑들은, 우리들은, 모두 광활한 자전거 절도의 바다에 빠져있다. 

세 번째는 자전거 메신저 지음의 글로 택배가 난무하는 퀵서비스 시대에 자전거 메신저라는 직업을 홀로 택하여 유유자적하게 살아가고 있다. 실로, 돈벌이가 되는 것도 아닌데 굳이 이 직업을 고집하는 이유는 자전거가 좋기 때문에! 라고 한다. 환경오염을 해결하는 것, 건강을 지키는 것은 부수적으로 따라와서 더욱 좋단다. 지음이 지움이 되지 않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달리고 있을 것이다. 

네 번째는 대중음악 평론가 차우진의 글이다. 그는 자전거를 처음 타기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인상깊었던 일을 중심으로 편안한 글쓰기를 한다. 한강 도로를 달리는 것을 좋아하고, 목적지 없이 무작정 길을 따라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하며, 경주에서 자전거 여행했던 기억을 잊지 못하는 그다. 자전거의 속도감을 느끼며 삶을 성찰하는 모습이 사뭇 멋지게 보인다. 

다섯 번째는 만화다. 카투니스트 임익종은 자신이 자전거를 가지게 된 경유를 재미있는 만화로 보여준다. 현실적으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가격문제(그도 똑같더라.), 막상 사놓고 보니 잘 안타져서 중고로 팔게 된 사연, 그래서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자전거를 그림으로 그리고 설명해 놓아 스스로를 위로한다. 코믹하지만 가슴에 확 와닿는, 유익한 만화다. 

여섯 번째는 진주에서 상경한 회사원 박지훈의 글. 그는 서울이 수도가 된 역사적 배경을 설명해주고 한강이 자전거로 달리기 좋다는 것을 말한다. 잘 알지 못했던 여러 역사적 사실들을 담고 있으니, 읽는 내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겪은 일화들 또한 그의 스타일을 단번에 알 수 있는 단서! 자전거 타기는 계속 될 것이란다. 

일곱 번째는 파리 유학생 서도은의 글인데, 정말, 유익하다. 파리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파리 시민의 자전거 이용실태에 대해 자세히 말해줄 뿐 아니라 당국에서 보행자를 얼마나 보호하는지를 알려준다. 우리나라 정부는, 배워야하는 것이다. 자전거 문화의 정착은 프랑스 파리와 같은 선진국의 실태를 본받아 신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여덟 번째는 용산촛불방송국 디제이 조약골의 글이다. 이름만큼 항상 약자들 편에 서서 목소리를 낸다. 도로의 무법자 자동차는 그에게 적이다. 우리에게 적이다. 보행자에게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에게나 괴물에 불과하다. 아주 폭력적인 그들은, 편안한 승용차에 앉아 보행자와 자전거 위에서 군림하며 걸리적 거린다고 불평한다. 주객이 한참 전도됐다. 그들도 차에서 내리면 똑같은데.. 

마지막은 네이버 <싱글기어> 카페 매니저 김하림의 글. 자전거의 역사와 부품 이름, 자전거 이름을 자세히 알고 사용하자는 주의다. 동의한다. 하지만, 영어라 너무 어렵다. 일단 나에게 자전거가 생기면 그 때 더 자세히 볼 생각이다.  

아홉가지의 이야기, 모두가 다 개성이 있다. 독특하고 자기 주장이 있으며 각기 하고픈 이야기가 다 다르다. 그러나 단 하나! 자전거를 사랑한다는 것은 동일하다. 진정한 옴니버스식 구성이 아닌가. 도로의 무법자 승용차가 조금만 배려를 해준다면, 자전거에 대한 인식이 조금만 더 바뀐다면, 하는 것이 그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부끄럽지만 '자전거, 도무제 헤어나올 수 없는 열 가지 매력'으로 만들기 위해 나 또한 고고씽~.

저승사자도... 딴나라당에 친일파에 뉴라이트임이..

왜 이렇게 자꾸 데려가냔 말이에요.. 왜~~~~ 

정작 데려가라는 사람은 안 데려가고  

중요하고 필요하고 힘이 되는 사람들을 데려가냐구요~~~ 

저승사자도 뉴또라이에 강부자에 딴나라당 친일파 출신이에요? 에?

커피는.. 향기와 함께 추억을 부르는 내 삶의 동반자

<노서아 가비>를 리뷰해주세요.

노서아 가비 - 사랑보다 지독하다
김탁환 지음 / 살림 / 2009년 7월

하얀 대지와 하얀 밤.. 온 세상이 하얗게 되어버린 어느 밤, 깊은 향기를 풍기는 커피 한 잔 있다면 세상 부러울 게 없겠다. 세상 어디를 가든 커피와 함께라면... 

따냐와 함께 하는 동안 나는 '노서아 커피'를 상상하며 집에 있는 드립커피를 마셨다. 검은 액체를 홀짝이며 조선에서 러시아로, 청국으로 다시 조선으로 부지런히 책장을 넘겼다. 물 흐르듯 흐르는 사건들 속에서 나는 숨 죽였다. 혼탁한 세상을 배경으로 하였음에도, 치욕의 역사 한 가운데임에도 울분보다는 피식 나오는 웃음과 궁금증과 또.. 묘한 감정들이 솟아났다. 따냐와 같은 사람을 만난다면 얼마나 유쾌해질까.. 

따냐는 사기꾼이니까 따냐의 이 이야기들이 모두 사실일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고종 황제의 바리스타라.. 정말 그럴까??  

러시아의 어느 곳에서 커피 향기 풍기며 이야깃거리들을 풀어놓는 그녀는 매력적인 사람이다. 그녀가 이야기하던 이반이든 정 도령이든 종식이든 그 매력이 철철 넘치는 남정네처럼 말이다. 아무리 사랑하고 사랑해도 마지막 마음까지 내어주지 않는 그녀와 닮은 꼴인 남자. 무슨 일이 생겨도 자신이 빠져나갈 구멍 하나는 반드시 남겨놓는 그 남자. 

어쩌면 이반은 따냐가 만들어 낸 또 다른 자신은 아닐까.. 읽는 내내 무덤덤한 어투로 사랑을 나누는 일, 사기치는 일, 일상 속에 일어나는 단순한 일 등을 이야기하는 따냐의 모습은 따냐가 덤덤하게 설명한 이반의 모습과 닯아 있었으니까.   

내가 처음 이 매혹의 액체를 알게 된 건 중3 때였다. 그 당시 파란 캔커피가 내가 마신 첫 커피였다. 나는 그 날을 잊을 수 없다. 커피는 하얀 밤이라는 사실을 알려줬으니까. 처음 커피를 마신 그 날 나는 밤을 하얗게 지샜다. 아침 9시가 되도록 나는 잠들지 못했다. 감정이 예민하던 그 때 홀로 내 방에 앉아 책을 읽었다. 그 때 따냐가 있었더라면 훨씬 멋진 추억이 되었을텐데.. 

커피는 지나가버린 기억들을 회색 빛깔 사진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되살려준다. 유쾌하던 순간도, 고통스럽던 순간도, 미칠 듯한 그리움이 눈물이 되던 순간까지도. 잠들지 못하는 밤 동안 가슴 속으로 젖어들던 숱한 감정들을 아로새기게 하는 신비로운 힘.. 추억이라는 향기 가득한 커피는 되살렸던 그 감정들을 까만 액체 속으로 빨아들인다. 커피 한 모금이면 어둡던 세상도 살만한 곳이 된다.  

커피는.. 그윽한 향기와 더불어 아련한 추억을 부르는 마법같은 내 삶의 동반자다. 

느릿느릿, 거북이처럼

<느림보 마음>을 리뷰해주세요.

느림보 마음 - 시인 문태준 첫 산문집
문태준 지음 / 마음의숲 / 2009년 7월

'사랑도 미움도 다함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가슴에 깊이 남아있는 말이다. 문태준 작가는 이렇다. 우리가 다 알고 있는 말을,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을, 그렇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말을, 쓴다.  이미 어릴 때부터 우리가 배웠던 도덕법칙은 작가의 경험에 녹고녹아 비스켓을 바삭 씹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 책을 읽는 묘미라고나 할까? 

느리게, 또 느리게.. 뭐든 빨리빨리에 익숙해져 있는 나는, 우리는 조금이라도 느린 무언가에 답답해하고 속터져한다. 예를 들자면 운전을 할 때, 음식이 빨리 나오지 않을 때, 은행에 사람이 많아 기다릴 때 등이다. 심지어는 컴퓨터 켜지는 시간이 참기 힘들고, 버스 탈 때 앞사람이 늦게 오르면 짜증이 나고, 엘리베이터가 1층으로 내려오는 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 길게만 느껴진다. 이런건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버려야 할 마음가짐이다. 사실, 알고는 있지만 마음이 마음대로 되는가. 

문태준 작가는 간파했다. 나는 간파당했다. 이런.. 느림의 미학을 너무나도 잘 소화시키고 있는 작가는 마치 100년 전으로 돌아간 사람 같다. 초야에 묻혀 사는 스님의 느낌이다. 나에게, 우리에게 꼭 필요한 느림의 정서인 것이다.  

시와 부처의 말씀과 작가의 경험이 어우러져 책을 시종일관 풀숲에서 읽고 있는 듯했다. 작가는 자신을 많이 드러낸다. 아이들의 볼을 부비고 머리를 쓰다듬는 것을 좋아하는 그. 강아지보다는 거북이를 키우게 되어 행복하다는 그. 새벽에 일어나 개밥바라기별을 바라보는 것이 즐겁다는 그. 이 모든 것이 한 시어에 뭉쳐져 있지 싶다.  

'내가 내 삶의 중심입니다. 나를 단속하면서 나를 자유롭게 할 일입니다.' 

요즘 많은 고민에 휩싸여 있는 나에게 큰 도움이 되는 구절이다. 나를 단속하면서 나를 자유롭게 하는 것. 쉬워보이지만, 굉장히 어려운, 수행이 필요한 말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새로운 하루와 새로운 한 달과 새로운 한 해가 앞에 있다. 얼마나 다행인지, 얼마나 고마운지, 우리는 다시 시작하기만 하면 된다.' ^^

가족의 의미?

<2인조 가족>을 리뷰해주세요.

2인조 가족 ㅣ 카르페디엠 17
샤일라 오흐 지음, 신홍민 옮김 / 양철북 / 2009년 6월

내가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산다면? 사춘기 소녀 야나는 괴짜 할아버지와 산다. 단.둘.이.서. 설정 자체가 독특한 이 책은 우선, 장르를 구분하기가 모호했다. 예를 들자면 슬픈 이야기인지, 유쾌한 이야기인지, 사랑 이야기인지, 우스운 이야기인지 하는 모호함 말이다. 아무리 읽어도 감정 몰입하기가 힘들었고 야나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굉장히 낯설었다. 세계문학이라 그런 것이리라 아무리 내 마음을 달래고 진정시켜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소설의 풍경이란! 

일인칭 주인공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주인공의 심리를 껑충껑충 뛰어넘으면서 적고 있다. 그러니까.. 한 사건에서 다른 사건으로 가기까지 단 두 문장이면 정리가 다 되어있다. 내 배경지식을 온통 동원한다해도 아직 이해할 수 없는 지점들이 곳곳에 있다고나 할까. 무지한 독자 탓일 수도 있으니;;  

가난한 삶이 일상이 되어 있는 야나와 할아버지는 2인조 가족이다. (그래서 2인조다!) 상상력이 넘치고 할아버지를 매우 싫어하는, 그러면서도 사랑하는 야나는 가난한 여자아이 그 자체다. 아침마다 신문을 팔고(공짜신문을 사람들에게 판다.) 할아버지 옷을 꺼내입으며, 접착제 투성이인 구두를 신고다닌다. 그런데도, 퍽 웃기게도, 남자친구가 있다. 남자친구는 다리가 불편한 친구다. (작가는 왜 이렇게 설정했는지! 끼리끼리라는 거?) 할아버지와의 관계, 또 이르카(남자친구)와의 관계를 자신의 입장에서 쓰고 있다. 우리는 야나의 속마음까지 다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이 소설이 야나가 다 클때까지 쓰여졌다면, 아마도 둘은 결혼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야나의 기막힌 상상들은 우리가 공감하기엔.. 거리가 멀다.. 안타깝다. 

할아버지는 더욱 더 기막히다. 손녀의 사춘기 증상들을 보고 있음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고 평소때와 같은 행동과 말로 야나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나중에 양로원으로 가게 되었을 때 할아버지의 남성미 넘치는 모습은(간호사에게 집적이는 모습) 거부감이 들 정도로 낯설었다. 야나도 그렇게 느끼고 할아버지가 없는 청소년 보호시설에서 살게 된다. (드디어 공감대 형성!) 할아버지의 최절정 괴짜행동은 바로 집에 손님들이 올 때 (우체부 아저씨나 구청직원) 항상 쇼를 한다는 것이다. 말뚝에 박혀 죽어있는 척, 목을 대롱대롱 매달고 있는 척, 관 속에 들어가 죽어있는 척! 참.. 이해하기 힘들다. 

나는 생각했다. 야나와 할아버지는 서로를 무척 싫어하는 것 같으면서도 함께 있고 싶어하는 구나. 그것이 가족이구나. 여러 복잡다단한 사건들은 잘 생각나지도 않고, 야나의 부모님이 누군지도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그냥 가족의 의미만 한 번 생각해봤을 뿐. 성장소설로 분류되어 있지만, 글쎄.. 과연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읽고 얼만큼이나 공감할 수 있을까? 나에게. 행간의 의미를 잘~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