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느릿, 거북이처럼

<느림보 마음>을 리뷰해주세요.

느림보 마음 - 시인 문태준 첫 산문집
문태준 지음 / 마음의숲 / 2009년 7월

'사랑도 미움도 다함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가슴에 깊이 남아있는 말이다. 문태준 작가는 이렇다. 우리가 다 알고 있는 말을,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을, 그렇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말을, 쓴다.  이미 어릴 때부터 우리가 배웠던 도덕법칙은 작가의 경험에 녹고녹아 비스켓을 바삭 씹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 책을 읽는 묘미라고나 할까? 

느리게, 또 느리게.. 뭐든 빨리빨리에 익숙해져 있는 나는, 우리는 조금이라도 느린 무언가에 답답해하고 속터져한다. 예를 들자면 운전을 할 때, 음식이 빨리 나오지 않을 때, 은행에 사람이 많아 기다릴 때 등이다. 심지어는 컴퓨터 켜지는 시간이 참기 힘들고, 버스 탈 때 앞사람이 늦게 오르면 짜증이 나고, 엘리베이터가 1층으로 내려오는 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 길게만 느껴진다. 이런건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버려야 할 마음가짐이다. 사실, 알고는 있지만 마음이 마음대로 되는가. 

문태준 작가는 간파했다. 나는 간파당했다. 이런.. 느림의 미학을 너무나도 잘 소화시키고 있는 작가는 마치 100년 전으로 돌아간 사람 같다. 초야에 묻혀 사는 스님의 느낌이다. 나에게, 우리에게 꼭 필요한 느림의 정서인 것이다.  

시와 부처의 말씀과 작가의 경험이 어우러져 책을 시종일관 풀숲에서 읽고 있는 듯했다. 작가는 자신을 많이 드러낸다. 아이들의 볼을 부비고 머리를 쓰다듬는 것을 좋아하는 그. 강아지보다는 거북이를 키우게 되어 행복하다는 그. 새벽에 일어나 개밥바라기별을 바라보는 것이 즐겁다는 그. 이 모든 것이 한 시어에 뭉쳐져 있지 싶다.  

'내가 내 삶의 중심입니다. 나를 단속하면서 나를 자유롭게 할 일입니다.' 

요즘 많은 고민에 휩싸여 있는 나에게 큰 도움이 되는 구절이다. 나를 단속하면서 나를 자유롭게 하는 것. 쉬워보이지만, 굉장히 어려운, 수행이 필요한 말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새로운 하루와 새로운 한 달과 새로운 한 해가 앞에 있다. 얼마나 다행인지, 얼마나 고마운지, 우리는 다시 시작하기만 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