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의 시대 - 캐롤라인 왕비의 1460일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22
페르 올로프 엔크비스트 지음, 이광일 옮김 / 들녘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18세기.  

역사의 거대한 물줄기 속에서 유독 많은 일들이 일어난 때가 있다. 국가의 멸망과 건립, 체제의 변화, 혁명.. 같이 굵직한 사건들 말이다. 18세기는 바로 그러한 일들이 떼거지로 일어난 시기였다. (물론 삶의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고 많은 의미를 담고 있지만.)

가장 유명한 사건을 들라치면 -물론 서양사 입장에서- 프랑스 혁명을 꼽을 수가 있겠다. 선하지만 무능한 왕 루이 16세와 지독히도 운 없는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를 생의 마감으로 끌고 간 그 혁명은 '화려한 불꽃' 같았지만 '비탄의 폭발' 같은 것이기도 했다. 

18세기는 정치, 경제, 문화 어디를 보나 이야깃거리로 가득하다. 혁명도 일어났고, 계몽주의 사상도 넘쳐났다. 산업혁명도 이 시기에 일어났다.  

그런데. 

이 시기의 덴마크에 대해서 아는 게 없다. 정말로. 생각해보면 서양사를 공부할 땐 언제나 중심이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에스파냐, 러시아, 독일.. 여기까지였다. 다른 곳들은 부수적으로 배울 뿐이었는데 그나마 잘 나오지도 않았다.  

스웨덴의 작가를 처음 접한 건 「밀레니엄」시리즈였다. 스티그 라르손. 완전 반했는데, 이 책에 꽂히게 된 것도 작가가 스웨덴인이라는 게 어느 정도 작용했다. 거기다 내가 알지 못하는 곳의 궁정의 역사라니. 거기다가 허구헌날 왕의 정부 이야기만 보다가 왕비의 정부라니.. 이 얼마나 매력적인 이야깃거리인가. 

슈트루엔제와 캐롤라인의 짧지만 불꽃 같은 사랑을 엿보는 건 그닥 즐거운 일은 아니었다. 왕의 정부들을 대할 때의 편안함은 없었고, 들키면 어쩌나 하는 두근거림이 있었다. 수시로 정부를 갈아치우는 왕의 변덕 때문에 일어나는 짜증은 없었지만, 죽음을 상징하는 왕비의 성에 대한 신성성은 무서웠다. 말 그대로 그 시대의 여자는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어쩐지 인형 같은 존재였다. 높은 신분의 여성은 정략의 인형, 낮은 신분의 여성은 남편의 하녀로서의 인형, 야심 가득한 여성은 신분 상승을 위해 몸을 던지는 인형... 스스로 원하는 삶을 살게 된 게 얼마 안 된다는 생각에 좀 숙연해졌다. 

좀 우습지만 처음 덴마크를 떠올렸을 때 난 덴마크 우유가 생각났다. 그리고 책에도 나오지만 고뇌에 찬 우리의 햄릿도. 크리스티안 7세를 통해, 슈트루엔제를 통해, 캐롤라인을 통해 본 덴마크의 왕실은 말 그대로 미친 곳이었다. 방탕한 왕과 왕의 마음을 빼앗긴 왕비의 비탄, 왕의 정부들, 권력의 부스러기를 얻으려는 수많은 아첨꾼들, 왕의 권력을 나눠받은 권세가들. 그리고 차기 권력자를 향한 그들의 시선. 그런 삭막하고 미친 곳은 아이가 자라기엔 너무나 힘든 곳이었다.  

캐롤라인은 영국의 왕 조지의 여동생이다. 그녀는 자신의 의지대로 살고 싶어했고, 자신의 의지대로 사랑할 남자를 골랐지만, 결국 시대에 순응하는 척했다. 자신의 아들과 딸을 지키고자 적들이 원하는 걸 내 준 것이다. 그것이 그녀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사랑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은 캐롤라인의 남은 생 동안 살아있었다.

오늘날처럼 사랑이 각광받는 시대는 없었다. 사랑은 그저 감정의 찌꺼기, 불필요한 어떤 것으로 치부되었고 중요한 건 신의 의지, 집안끼리의 관계, 의리, 충성, 효와 같은 가치들. 그런 면에서 캐롤라인의 사랑은 실로 놀라웠다. 그들의 사랑은 짧았지만 결실을 맺었고, 루이제의 핏줄이 다시 덴마크의 왕위를 이었으니까.  

역사의 껍데기를 둘렀어도 소설은 소설이지만, 그래도 난 이들의 사랑이 안타깝다. 잘못된 시대에 태어나 잘못된 장소에서 잘못된 방식으로 사랑하게 된 두 사람. 하긴 그런 사람들이 어디 한 둘이었던가. 언제나 되어야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오는걸까. 그런 세상은 있기나 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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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1-06-22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오는 것, 그것은 제가 진정 바라는 세상이죠. 물론 죽을 때까지 그 세상이 오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왕 태어나서 사는 인생, 모두가 행복해 지는 세상에 1%라도 근접할 수 있도록 삶을 살려고 불꽃 결심을 마구 마구 합니다. ㅋ
전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읽으며 여성에게 참으로 잔혹한 시대였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사랑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권력 다툼의 희생양으로 시집을 여러 번 가는 여성들을 보며 남자라는 동물의 한 없는 권력욕에 치를 떤 적이 있었죠. 흠..어찌보면 지금 태어난 것이 전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요. 사랑하는 여자를 뺏긴다면 그처럼 열 받는 일이 어디에 있겠어요!!

꼬마요정 2011-06-23 00:05   좋아요 0 | URL
크으~ 맞아요!! 남자든 여자든 지금 태어난 게 다행인 것 같아요~^^ 보다 행복한 세상을 살기 위해 노력합시다~^*^

노이에자이트 2011-06-24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덴마크도 한때는 강대국이었죠. 아이슬란드의 축제를 보니 덴마크가 아이슬란드를 지배했던 시절의 원한을 상기하며 옛날의 덴마크 왕의 가면에 돌을 던지는 놀이가 있더라고요.덴마크 사람들이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생각해 봤어요.

꼬마요정 2011-06-24 17:34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정말 덴마크에 대해서는 아는 게 우유랑 햄릿 밖에 없어서 좀 답답했답니다. 이 책 읽고 이리저리 뒤져봐도 맘에 차는 게 없어요..ㅠㅠ
 

택배 아저씨한테 미안할 지경이에요. 

이렇게 찔끔찔끔 사지 말고 한 번에 다 샀으면 아저씨가 한 번만 와도 됐을텐데요. 이 더운 날 4층까지 올라오는데, 그것도 일주일에 서너번.. 이제 택배 아저씨랑 길에서 만나도 인사해요. 아.. 카톡에도 있어요. 알라딘 택배 아저씨. 무안해요. 

일요일에 책을 샀어요. 그런데 한 권이 예약판매네요. 이거 빼고 온대요. 이건 이달 말에 혼자 덩그러니 오겠죠? 또 택배 아저씨랑 인사하겠네요...^^;; 

어제 또 책을 샀어요. 이건 순전히 남자친구 때문이에요. 진작 얘기 했으면 일요일에 같이 샀을텐데.. 어쨌든 그건 오늘 온대요. 일요일에 산 건 내일 올 건데..ㅜㅜ 

오늘, 내일 택배 아저씨를 만나야해요. 이제 택배 아저씨는 전화하지 않아요. 문 두드려보고 집에 있으면 주고 가고, 없으면 문자 날려요. 우리만의 공간이 있거든요. 거기 잘 놔뒀으니 찾아가래요. 그래요. 미안하게도 아무도 올라가지 않는 5층 옥상이 그곳이죠. 아저씨는 한 층 더 올라가야해요.  

오늘.. 또 책이 사고 싶어졌어요. 오늘 날 유혹하는 책은 이거에요. 

 

 시오노 나나미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정말 이야기를 재미있게 해요. 으윽.. 다행히도 이건 세 권짜리로군요. 로마인 이야기처럼 무지 많으면 힘들 뻔 했어요.  

오늘 보고 나도 모르게 결제할 뻔 했어요. 그러면.. 어쩌면 내일 올 아저씨랑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한 권만 사지 않을 것 같아 참아요. 어떻게 책을 한 권만 주문할까요..ㅠㅠ  

난 미친 것 같아요... 

하루에 겨우 한 권 읽으면서 책은 수십권을 사대고 있어요. 이번 달.. 미쳤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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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6-21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미쳤습니다2.

안녕하세요 꼬마요정님, 처음 놀러옵니다.
시오노 나나미의 책이 출간된다고 문자로 왔는데, 이번에는 십자군 이야기네요?
로마에서 벗어났다니, 어쩐지 땡기네요. 이런. 아직 로마인 이야기도 7권에서 스탑 중인데.

저희 택배 아찌도 낼 오실텐데, 이번 책 무게가 장난 아닌지라 죄송해지네요. ㅎㅎ

꼬마요정 2011-06-22 12:58   좋아요 0 | URL
마녀 고양이님~ 안녕하세요~^^ 첨엔 미녀 고양인 줄 알았답니다. 헤헤
시오노 나나미가 십자군 이야기를 또 어떻게 해석할 지 솔직히 많이 궁금합니다. 읽던 로마인 이야기도 보면서 십자군 이야기도 보면 되는거죠 뭐..헤헤
(앗.. 미쳤군요.. 전 정말 미쳤어요!!!!!!)

저는 택배 아저씨 드리려고 냉장고에 캔커피 잔뜩 넣어뒀답니다.^^

pjy 2011-06-22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여름엔 원래 책을 자꾸 사는게 맞는거에요~~~~~ 라고 저도 미쳐서 부르짖고 있습니다^^;
저희집은 단독주택인데 우체국아저씨랑 굉장히 인사 자주하고요~ 택배아저씨랑 엄마랑 수다떱니다ㅋㅋ;

꼬마요정 2011-06-22 17:08   좋아요 0 | URL
가을엔 또 가을이니까 원래 책을 자꾸 사는거구요..그쵸? (이 병은 낫지 않는 불치병인가 봅니다.ㅠㅠ)

다들 우체국 아저씨, 택배 아저씨랑 친하게 지내는군요. 원래 그런건가 봐요~^^;

루쉰P 2011-06-22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대로 미쳤죠3! ㅋ

지금 안 읽고 사놓기만 한 책이 10권은 되는 듯 해요. 전 택배아저씨랑은 거의 친하게 지내지를 못해요. 오실 때마다 다른 분이 오셔셔...ㅋ

꼬마요정 2011-06-23 00:03   좋아요 0 | URL
으하하 결국 댓글 다신 모든 분들이..음...^^

오실 때마다 택배 아저씨가 다른 분이 오세요?? 신기하네요~~ 전 늘 같은 분이 오시거든요~

루쉰P 2011-06-27 22:09   좋아요 0 | URL
그쵸? 이상한 것 같아요. 왜 올 때마다 다른 분들이..저를 보면서 좀 싫어서 그러신 것은 아니겠죠. 전 최대한 친절하게 웃으며 받는데요. -.-
암튼 십자군이야기는 저도 살려구요. 아 왕 땡겨요..지름신!!

꼬마요정 2011-06-27 23:26   좋아요 0 | URL
아니면.. 한 분이 계속 성형수술? 아.. 이런 썰렁한 농담은 하면 안 되는데..ㅠㅠ

십자군 이야기 저도 살 거에요. 곧 7월이로군요..흐흐흐흐흐
 

 밥솥 위에 있는 통통이.. 아빠가 아시면 큰일이다. 안 그래도 저번에 한 번 들켜서 혼났는데.. 어떻게 고양이가 올라간 밥솥 밥을 먹냐고 호통이셨다. 하지만 추운 걸 어떻게 해..ㅜㅜ 

겨울만 되면 밥솥에 올라간다. 그러면서 그런 눈으로 보면 날 더러 어쩌라고.. ㅋㅋ 

어릴 때 어미 고양이가 죽는 바람에 일주일 간 밖에서 방치된 탓에 배만 빵빵하고 너무나 작았던 고양이. 그래서 통통하게 크라고 통통이라고 이름 붙였는데.. 돼지가 되었다.ㅡ.ㅜ 

벌써 6살이다. 요즘은 나이가 들었는지 잘 뛰지도 않는다. 애기 때는 정신없이 뛰어다녔는데..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아빠지만.. 통통이는 예외다. 한 번씩 가출하면 걱정돼서 잠을 못 주무신다.^^ 

길냥이어서 그런지 밖을 정말 좋아한다. 제발 나가지 말란 말이닷!! 통통한 너를 고양이 탕 만드는 사람들이 잡아갈까 걱정이라고..ㅜㅜ 얼마 전에는 빨래 걷는 사이에 잽싸게 나가서는 깡패짓을 하고 돌아왔다. 동네 길냥이랑 한 판 붙은 것!! 결국 귀랑 머리통에 상처 입고 씩씩대며 돌아왔다.  

 

 노란 건 누롱이, 줄무늬는 쭈쭈다. 밖에서 쭈쭈쭈..하고 부르면 달려오던 길냥이어서 쭈쭈고, 노란 건 노래서 누롱이.. 둘 다 밖에 있을 땐 부르면 뛰어오고, 밥 주고 가면 따라오고 그랬는데, 집에 델꼬 오고 나니.. 누롱이는 도망다닌다. 이런.. 자기들끼리만 친하게 지내고..ㅜㅜ

우리집은 아빠의 반대로 안 되고 남자친구를 꼬셨다. 냥이는 키우기 편하다고.. 남자친구는 지금 나를 엄청 원망한다. ㅋㅋㅋ 

쭈쭈는 완전 애교냥이~~ 맨날 꾹꾹이 하고, 골골골 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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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1-06-20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앜! 퉁퉁이! 귀여워요! 고양이 얻어맞고 들어오면 ㅜㅜㅜㅜㅜㅜㅜ
아래 사진 둘이 정말 다정하네요. 울 말로는 외동이라 아래사진 같은거 보면 막 부러워요.

꼬마요정 2011-06-21 01:20   좋아요 0 | URL
앗! 통통이에요~^^;; 애가 퉁퉁하긴 하지만 귀엽게도 통통이랍니다. ㅋㅋ
얻어맞고 들어오면 정말 속상하죠.. 그래도 길냥이가 심하게 다치지는 않았을까 걱정도 된답니다. 걔는 보살펴 줄 사람 없잖아요..ㅜㅜㅜㅜㅜ
말로에게도 친구를..흐흐흐 쭈쭈와 누롱이는 정말 신기할만큼 친해요~ 사람은 필요없다니까요~^^

후애(厚愛) 2011-06-21 0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통통이 너무 귀엽습니다!!
누롱이와 쭈쭈 이름이 참 재밌고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모두 다 안아주고 싶어요~

꼬마요정 2011-06-21 15:06   좋아요 0 | URL
애들 다 너무 귀여워요~^^ 언제나 사랑스러운 아이들이랍니다. 이름 괜찮죠? 저더러 작명 실력 형편없다고 다들 말하지만, 전 애들 이름 고심해서 잘 짓는다구요~^^;;

노이에자이트 2011-06-22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꾹꾹 안마...고양이 발가락 오동통 귀여워요.

꼬마요정 2011-06-22 17:07   좋아요 0 | URL
애가 무거워서(ㅜㅜ) 진짜 배맛사지에요~ 가끔 체했을 때 정말 아파요.. 그래도 쳇기가 내려가니까 뭐~ 쭈쭈는 발힘이 정말 세답니다.

겨울에 고양이 발바닥(젤리) 얼까봐 물을 따신 데 줬더니 가족들이 비웃어요ㅋ

노이에자이트 2011-06-22 21:05   좋아요 0 | URL
물을 따뜻한 데 주면 발바닥이 안 어나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꼬마요정 2011-06-23 00:02   좋아요 0 | URL
아.. 물을 화장실 바닥에 줬거든요.. 그럼 겨울에 바닥이 차가워서 발이 얼잖아요(물론 가족들은 고양이 발이 얼리가 있냐고 하지만요) 그래서 거실로 옮겼죠. 거실 바닥은 장판이 깔려 있어서 그나마 덜 차갑거든요~^^

노이에자이트 2011-06-23 17:25   좋아요 0 | URL
오홍...그런 이야기로군요.

꼬마요정 2011-06-24 16:26   좋아요 0 | URL
겨울만 되면 가족들이 비난 아닌 비난을 퍼붓는답니다.ㅠㅠ;

루쉰P 2011-06-27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귀여워라! 전 우리집에 강아지가 있어요. 포메라이언? 인가. 아주 귀여운 녀석이죠. 우리집에서 인기를 독주하고 있어요. ^^ 고양이라 꽤 귀여운데요. ㅋㅋㅋ
하지만 문제점은 집에서 너무 인기를 독차지한 나머지 강아지에게 모든 것이 쏠려 우리집 지출의 1호를 이 녀석이 차지하고 있어요. 각종 쿠션에 밥통에 물통에 간식에...
어쩔 때는 귀족적 생활을 하는 이 녀석을 보며 전생에 이 녀석이 내 생명을 구한 것은 아닐까란 의심을 합니다. 왜냐면 거기에 비해 저는 너무 찬밥이라서 -.- 그래도 저도 이 녀석 좋아해요. 이 녀석도 마찬가지고 애증의 관계죠. 흐흐흐

꼬마요정 2011-06-27 23:29   좋아요 0 | URL
통통이는.. 안 쓰는 렌즈 씻는 통에 물 주고, 살짝 찌그러진 통에 밥 주고..장난감은 식당에서 안 먹고 갖고 온 사탕... 비싼 장난감은 거들떠도 안 본답니다. 그나마 비싼 건 캣잎이라고 고양이가 환장하는 거 있거든요.. 그거.. 저렴한 고양이라 다행인데, 한 번씩 아파서 병원비가 좀 드네요.. 음.. 아프지 말아야 하는데ㅜㅜ

꼬마요정 2011-06-27 23:30   좋아요 0 | URL
강아지 종류는 몰라도 엄청 귀엽겠어요. ㅋㅋ 울 아부지는 강아지는 좋아하시는데 어쩌다가 고양이 키우게 됐네요~^^
 
절망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1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최종술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읽는 내내 불편했다. 향긋한 커피를 넘기기도 힘들었다. 도대체 게르만이라는 사람은 어떤 뇌구조를 갖고 있는걸까. 오로지 '기억'에만 의존해서 글을 쓴다는 그는 일말의 가책 하나 없이 '기억'을 나열하고 있다.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자신은 어리석음 따위 없다는 식의 어투로. 그러면서 끊임없이 의심한다. 실수가 있을리 없어..라고. 

그러나 그는 가장 어리석은 실수를 했다. 이름이 적힌 그것이 아니라 제일 처음 펠릭스를 만났을 때 그를 보고 느낀 그 어리석은 실수 말이다. 자신이 쓰고 있는 소설과 현실을 혼동하는 몽상가. 글이 먼저인지 현실이 먼저인지 구분하지 못하면서 자신의 기억을 제멋대로 조합한다.  

아아.. 나는 읽는 내내 감탄했다. 그의 표현들은 너무나 멋졌다. 멋지다는 상투적인 표현밖에 떠올리지 못하는 내가 미울 정도로.  

밤의 꿰맨 부위가 터지기 시작하고, 바이올린 같은 영혼의 소유자가 완강히 거부하는 베개를 주먹으로 쳐서 실신시키고 나서 만남과 떼어놓는 칙칙한 하얀 시간을 어떻게 처분할 지 고민하는..   

이런 표현들도 있다. 

낮이 파리해졌다. 저녁이 다 되어 굼뜬 버스가 내가 고른 곳에 나를 떨어뜨렸을 때, 나는 그런 장소를 찾았다고 생각했다. 고통스러워 비명을 질러대는 뭉툭한 연필로 첫 페이지에 재빨리 그리고 단호하게

줄거리는 아주 단순하다. 어느 살인자의 고백이다. 그런데 이 줄거리가 나를 바보로 만들었다. 나는 계속 생각해야했다. 결국 난 작가에게 졌다. 나를 바보라고 불러라.. 날더러 어쩌란 말이냐.. 그렇게 외쳤다. 10장을 읽으면서 남은 쪽수를 봤다. 아직 많이 남아있었다. 게르만은 왠지 앞과 어울리지 않는 헛소리를 늘어놓고 있었고, 작가는 음산하게 웃고 있었다. 난 속았고, 계속해서 읽었다. 어릴 때 읽은 부활이나 죄와 벌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죄와 벌의 라스콜리니코프가 떠올라야 했을까.  

어쨌든, 다락방님 말씀처럼 50페이지까지 정말 힘겹게 읽었다. 작가의 말을 보면 영어로 번역하고 난 뒤 성질 고약한 영국인에게 번역을 읽어봐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그 영국인은 첫 장만 읽고 더 이상 읽지 않았다고 하는데 작가는 주인공의 고백이 작가의 고백이 아니었을까 생각해서 그런 것 같다고 한다. 나는.. 그 영국인의 마음을 이해한다. 도대체 분신을 만나는데 온갖 현란한 수식어들과.. 알 수 없는 말들..이 가득하니까. 진전은 없고 묘사와 수식, 인용들이 읽기 어려웠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 영국인이 딱하기도 하다. 첫 장을 넘기고 계속 읽다보면 어느새 책장을 덮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을텐데 그런 기회를 날려버려서. 그 힘든 산을 넘고 나니 술술 읽혔다. 이야기가 제대로 전개되니까. 물론 나는 졌지만.  

고통스러워 비명을 질러대는 뭉툭한 연필이 지금 내겐 없다. 아쉽지만 난 마조히즘에 가득 찬 내 키보드를 두들겨 쉽게 떠오르지 않아 미적대면서 리뷰 제목을 적고자 한다. 

천재가 되고 싶어한 어느 살인자의 고백. 

게르만은.. 그저 어느 살인자일 뿐, 승자는 나보코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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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1-06-22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왠지 이 책이 저에게 맞지 않을 듯해 구입하지를 않았어요. ^^ 자신의 기억을 멋대로 조합하는 것이 현대를 사는 사람들의 가장 큰 특징이지 않을까 싶어요. 자신에게 유리하게 기억을 많이 조작하죠. ㅋ 저도 그러니까요.
흠..책이 좀 많이 난해한가 봐요. 전 그런 소설은 좀 무서워요. ^^

꼬마요정 2011-06-23 01:56   좋아요 0 | URL
루쉰P님은 왠지 이 소설 읽으시면 좋아하실 것 같은데요. 톨스토이의 부활과는 상관없지만,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과는 상당히 상관있거든요. 읽으면 그런 분위기가 느껴지거든요. 나중에 다시 한 번 더 읽어보려구요. 일단 표현만큼은 정말 멋져요~ 어쩜 저런 표현을 다 생각해냈을까요..아아~~

꼬마요정 2011-06-23 01:56   좋아요 0 | URL
제 댓글을 보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건지..ㅠㅠ

루쉰P 2011-06-27 22:10   좋아요 0 | URL
전 파악했습니다. 댓글조차 난해하게 쓰시다니 책의 영향인 듯! 표현이 멋지다! 거기서 훅하네요!

꼬마요정 2011-06-27 23:31   좋아요 0 | URL
정말로.. 표현이 죽여줘요~~^^
 
잭 아저씨네 작은 커피집
레슬리 여키스·찰스 데커 지음, 임희근 옮김 / 김영사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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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은 사업확장에는 흥미가 없었다. 그에게는 더 큰 것이 반드시 더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더 큰 것은 단지 더 큰 것일 뿐이었다.-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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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1-06-22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본의 욕망에 빠지지 않는 한 줄의 글이군요. 돈은 내가 쓸 수 있는 만큼만 있는 것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

꼬마요정 2011-06-23 01:39   좋아요 0 | URL
맞아요.. 머리로는 알지만 욕심이 생기는 건 인간이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큰 것은 단 지 큰 것일 뿐이라는 저 말이 와 닿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