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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마, 팔레스타인
홍미정.서정환 지음 / 시대의창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출근시간, 나는 이 책을 펼쳐들고 기어이 울고 말았다.
담담하게 쓰여진 활자로 와닿는 그 비통함과 애참함의 크기가 이 정도라면 실제는 얼마나 더 참혹할까...
버젓이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땅, 토착 아랍문화가 있고 수세기 넘게 살아온 아랍인들이 있는 그 팔레스타인 땅을 보고 민족 없는 땅이라고 한다. 그리고 땅 없는 민족인 유대인들에게 그 땅을 줘서 유대국가를 건설해야 한다고 한다. 우습게도 약 2천 년전에 추방되었던 민족의 땅이니 돌려주어야 한다고.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현대 유대인 대다수는 바빌론 유수나 로마제국 시대에 추방되었다고 전해지는 유대인과 아무런 혈통 관계가 없다. 설사 2천 년전에 추방당한 유대인들의 후손이라 하더라도 2천 년이나 지난 현대에 와서 그들이 그 땅을 차지할 권리는 없다. 그렇다면 우리도 고조선 시절이나 고구려 시절 우리가 호령하던 땅들 돌려달라고 하고 싶다. 100년 된 간도도 못 돌려받고 있고, 일본의 도발로 독도도 위험한데 2천 년전에 살던 땅을 돌려달라니...
예전에 우리집 초인종을 누르며 전도하러 오신 분이 계셨다. 여자 3명인데, 당시 휴학하고 알바를 하던 때라 오전에 찾아온 그들을 만날 수 있었다. 보통은 "안 믿어요.." 라고 하며 문도 안 열어주는데 춥다고 혹은 물만 좀 달라고 하면 괜시리 맘이 약해져서 문을 열어주게 됐고 그 분들은 나에게 '말씀'을 전하기 시작했다. 듣던 중에 탁! 하고 가슴에 박혀서 굉장히 화가 난 말이 있었는데 그게 하나님이 기적을 보여주겠다고 하셨는데, 그게 바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스라엘 건국이었다는 것.
홀로코스트 저리가라 할만큼 잔인하게 굴고 있는 이스라엘이라는 나라가 세워진 것이 신의 기적이라... 그 날 나에게 와서 그런 말을 하고 간 사람들의 종교는 소위 이단이었다.
중동 땅을 통제하고 싶어하는 미국의 못된 욕심 -애초에는 영국이었지만-과 어떻게든 예루살렘 포함 그 땅을 빼앗고 싶어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인들을 이스라엘의 영토확장을 막는 방어선이라고 생각하는 아랍부국들 속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은 살고 있다. 매일 매일을 두려움에 떨면서 말이다. 2008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 때 이스라엘 군사가 팔레스타인인 집 벽에 써 놓은 낙서가 낙서로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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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F(이스라엘군)가 왔다 간다. 너 지금 이 낙서 보고 있지? 너를 죽이진 않을 거야. 공포 속에서 평생을 살게 할 거니까!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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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이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살던 집 곳곳에 똥, 오줌을 누고 휴지 대신 옷들로 닦았다. 백린탄이 투척되고 민간인들이 있는 정부청사 및 시가지가 파괴되는 그 22일 동안 1,300여명이 죽고 6,00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특히 백린탄으로 인한 피해는 엄청났다. 뼛속까지 태우는 그 무시무시한 전쟁무기 앞에서 사람들은 고통스러워할 수 밖에 없었다.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이 오히려 절망 같은 그들의 삶.. 그들이 되뇌이는 건 '신이 이 모든 것을 심판할 것'이라는 저주.. 강한 자가 한없이 약한 자를 짓밟을 때 어떻게 되는 지 그 빌어먹게 잔인한 현실 속에서 그들은 어떻게 살아갈까...하기 힘든 분노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아픔, 그리고 거대한 힘 앞에 어쩔 줄 몰라하는 무기력함이 매순간 그들을 덮칠텐데도 말이다.
이리 저리 채이는 삶 속에서도 그래도 그들은 살아있다. 살아남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살아갈 것이다. 그래, 그것이 희망이다. 끝없이 존재를 지우려고 노력하는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공격 앞에서 당당히 존재하는 것으로 맞서는 이들. 모든 것을 포기한 듯 하지만 여전히 맞서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 모두가 영웅이다.
아랍에서 들불처럼 번지는 민주혁명과 러시아의 개입이 팔레스타인에도 용기와 희망을 줬으면 좋겠다.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기에 벅찬 이들에게 그저 먹을거리나 던져주는 원조가 아니라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이스라엘의 점령촌 철거, 기간산업 확충, 무엇보다도 어디로든 자유롭게 갈 수 있게 되면 좋겠다. 단지 기도하러 가는데도 검문소를 거쳐야 하고, 분리장벽 근처로 가면 총 맞을 수 있는 이런 무시무시하고 끔찍한 상황이 빨리 끝나길 바란다.
팔레스타인인들 스스로의 선택으로 집권하게 된 하마스 정권조차 친미가 아니고 팔레스타인을 단결하게 한다는 이유로 테러리스트로 매도당하며 세계의 공적처럼 되고 있지만 그래도 진실은 가려지지 않을 것이다. 부디 모두가 공존하는 사회가 빨리 오길.
러시아의 개입을 보며 남의 힘이 있어야 벗어날 수 있는 안타까운 현실에 해방 후 우리나라의 모습이 겹쳐졌다. 미국, 이스라엘과 러시아의 힘의 균형이 분명 팔레스타인인들의 삶에 도움이 되겠지만 그래도 걱정된다.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남기.. 비단 팔레스타인의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도 우리의 힘으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연구하고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