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사적 고려'를 전혀 하지 않은, 환장할 만한 소설 목록 7편

 

 

 

 

 

 

 

 

 

 

 

 

 

 

 

 

1.

■ 손창섭, 단편소설 : 내가 내린 손창섭에 대한 정의는 다음과 같다 : 손창섭'이라고 말하면 < 어 ? > 하다가 잉여 인간'이라고 말하면 < 아 ! > 하게 되는 작가. 나 또한 <어?> 하다가 <아!> 하게 되는 경우였다. 3년 전, S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는데 니체가 휘두르는 망치와 카프카가 찍어내리는 도끼 그리고 큐피드가 쏘아올린 화살'에 제대로 찍혔다. 손창섭 단편소설에는 부서지고, 베어지고, 박히는 아픔'만이 공존한다. 희망은 없다. 고독을 빗대어 멜랑콜리'를 이야기하려는 겉멋도 없다. 그리고 벗어나려고 하는 몸짓도 없다. 그들은 온종일 서서 비를 맞는다. 내 기준에 의하면 손창섭 단편소설'은 " 흥미진진한 독서 " 도 아니고 " 고진감래 " 도 아니다. 굳이 사자성어로 구획을 짓자면 " 오르가슴 " 이라고 짓겠다. S가 손창섭 소설을 좋아하냐고 물었을 때 나는 < 어 ? > 라고 답했다. 생경스러운 이름이었으니깐 말이다. 그녀가 다시 < 잉여 인간 > 이라고 보충 설명을 했을 때 비로소 < 아 ! > 라고 말했다. " 손창섭의 잉여인간 " 이라고 연결이 되어야지만 알 수 있는 독특한 전후세대 작가 ! 영화제가 끝난 다음날, 바로 도서관으로 달려가서 단편집을 읽었다. 아, 아아아아아 ! 손창섭은 전후세대 작가'가 아니라 전무후무한 작가였다. 아! 로 시작해서 아아아아아 ! 로 끝나는, 어떤 몰입. 손창섭 소설에는 그런 힘이 있다.

 

 

2.

■ 찰스 부코스키, 치나스키 시리즈 : 나는 체질적으로 헤르만 헤세의 < 데미안 >이나 생텍쥐페리의 < 어린왕자 > 따위'를 좋아하지 않는다. 우선 인간은 알을 깨고 나와야 성장한다는 허황된 성장 담론을 믿지 않는다. 박혁거세 신화를 믿는다면 모를까, 인간이 난생(卵生)이라는 말은 금시초문'이다. 그리고 다 큰 어른이 동화책 한 편 읽었다고 자랑스러워서 호들갑을 떨고 있는 모습도 웃긴다. 하여튼, 작가가 독자에게 훈계하듯이 교훈을 주려고 하는 짓'을 그닥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그런 짓은 꼰대나 하는 짓 ! 이런 소설을 읽을 때마다 나는 작가에게 외친다. 너나 잘해라 ! 물론... 속으로만 외친다. 안 그러면 따귀를 맞을 테니깐. 정확한 문장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 펙토텀 > 에서 " 좆이 안 선다 ! " 라고 끝나는 문장을 읽었을 때, 나는 쾌감을 느꼈다. 많은 소설을 읽었고, 또한 수많은 소설의 엔딩'을 숱하게 읽어왔지만 < 좆이 안 선다 > 라는 문장보다 천박한 문장을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하긴, 술과 도박 그리고 섹스가 인생의 팔 할인 주인공에게 좆이 안 서는 것만큼 고민스러운 것도 없었으리라. 하루 종일 술과 도박과 섹스 생각만 하는 주인공이 느닷없이 끝날 때가 되니 인류애를 걱정하는 시늉을 한다면 그보다 꼴사나운 짓도 없을 것이다. 내가 찰스 부코스키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겉멋이 없기 때문이다. 걸레 스님으로 유명했던 중광이 좆에 붓을 달아서 그림을 그렸듯이, 찰스 부코스키는 좆에 붓을 달아서 소설'을 썼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의 소설은 온통 섹스 이야기'로 도배를 하지만 전혀 외설스럽지 않다. 그리고 책을 덮으면 이상하게 공허하고 쓸쓸한 느낌에 울컥하게 된다.

 

 

3.

■ 다카하시 겐이치로,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 : 스티븐 킹이 보스턴 레드삭스 팬으로써 < 톰 고든을 사랑한 소녀 > 를 쓰고, 박민규가 인천 변두리 삼미 슈퍼스타즈 팬으로써 < 삼미 슈퍼스타즈 마지막 팬클럽 > 을 썼다면, 다카하시 겐이치로는 한신 타이거즈 팬으로써 <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 > 를 썼다. 이로써 한,미,일 베이스볼 삼국지'는 완성되었다,    는 뻥이고......    

유감스럽게도 찰스 부코스키는 < 여자들 > 에서 주인공이 외부 세계도 지루하고, 역사도 지루하고, 동물원도 지루하고, 그리고 " 야구도 지루하다 " 고 했지만 나는 야구만큼은 지겹지 않다. 요즘은 대한민국과 미국이 밤낮 없이 가을 야구를 진행해서 밤낮없이 야구를 보고 있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야구는, 재미있다 ! 야구는 본질적으로 실패를 다루는 미학'이다. 좋은 투수는 정직한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사람이 아니라 볼을 잘 던지는 사람이고, 좋은 타자는 내야 땅볼을 치고도 전속력을 향해 달리는 선수'다. 베리 본즈'처럼 홈런 쳤다고 거들먹거리며 그라운드'를 느릿느릿 걷는 놈은 양아치 취급 받기 십상이다. 아니나 다를까 ! 메이저리그 역사상 홈런 기록을 갈아치운 베리본즈'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가장 닮고 싶지 않은 이기적 타자로 회자되고 있다.  베리 본즈보다는 허슬플레이어 닉 푼토 같은 타자가 좋은 타자이다. 전공투 세대인 다카하시 겐이치로의 <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 > 는 야구'라는 소재를 빗대서 전혀 엉뚱한 이야기를 한다. 언어 유희와 해체가 목적이다. 최루탄과 화염병 속에서 구속과 도피를 반복하면서 느껴야 했던 기성 세대'에 대한 반감은 고스란히 언어 해체에 따른 유희'에 집착하게 만든다. 그가 이 소설에서 노리는 것은 꽤나 재미있는 소설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4.

■ 스티븐 킹, 사계 : 앙드레 지드'가 보기에 조르주 심농'은 천재'였다. 1만 명이나 되는 여자와 섹스를 했다는 심농의 여성 편력이 부러웠던 것이 아니라 작품 하나에 평균 한 달에 못 미치는 집필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작품성을 유지하는 필력'을 부러워한 모양이다. ( 심농이 자랑스럽게 말한 1만 동침설'이 사실이라고 가정하면, 1년이면 365일이니 그는 평균 27년 동안 단 하루도 빠짐 없이 새로운 여자와 잠자리'를 가졌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 그는 여자와 섹스 그리고 자신이 이룩한 성공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타자기 앞에 앉아서 쪽파를 다듬듯이  문장 나부랭이'나 다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그냥 본능에 의해 자동기술법으로 써내려갔으니 탁월한 작가임에는 분명하다. 그가 남긴 소설은 대략 400권이나 된다. 과연 심농에게 도전장을 내밀 현대 작가'가 있을까 ? 생산성과 작품성 모두를 충족시켜주는 작가 말이다. 심농에게는 못 미치지만 그에게 대적할 유일한 적수는 스티븐 킹이 아닐까 싶다. 오히려 작품성만을 놓고 보았을 때는 심농보다 한 수 위'다. 그 또한 자동기술법으로 소설을 작성하는 소설 기계'이다. 네 개의 중편 모음으로 이루어진 < 사계 > 시리즈'는 스티븐 킹'이 장편도 아니고 단편도 아니어서 출판하기도 그렇고 버리기도 그래서 그냥 서랍 속에 넣어두었다가 새카맣게 잊고 있었다고 한다. 킹 소설이라면 침 흘리지 않을 편집장이 어디 있을까 ? 결과론적인 이야기이지만 킹이 이 네 편의 중편'을 버렸다면 문학사적으로 큰 재앙이 되었을 것이다. < 사계 > 는 스티븐 킹이 쓴 소설 가운데 가장 탁월하다.

 

 

5.

■ 코멕 메카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코맥 매카시가 내놓은 소설의 궤적을 따라가다보면 문장이 점점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 피의 자오선 > 에서 보여준 고딕형 만연체'는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와 최근작인 < 로드 > 에서는 단문 위주로 문체가 바뀌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기성 작가들이 개성'이라는 이름으로 일관성을 유지했던 것과는 달리 코멕 메카시'는 작품마다 문체에 대한 고민을 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나는 그의 변화가 반갑다. 그 정점에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가 있다.  어떻게 하면 마침표를 가장 멀리 던질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초기작과는 달리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에서는 문장의 첫 번째 단어와 마지막 구두점 사이의 간격이 점점 짧아지더니 결국에는 따옴표와 쉼표 그리고  마침표까지 생략하기에 이른다.  그가 간결한 문장을 통해 남기고자 했던 것은 (등장인물 간의) 행위과 결과'였고, 도려낸 것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이 집요한 생략이 묘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시거가 주유소에 딸린 편의점 점원과 나누는 대화와  시거'에게 쫓기는 모스가 히치하이킹으로 만난 소녀와 나누는 짧은 선문답'은 이 소설의 백미'다. 유감스럽게도 코헨 형제가 만든 영화에서는 모스와 소녀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데 영특한 코헨 형제가 이 소설의 백미를 놓쳤다는 것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코헨 형제가 완성한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는 마치 춘향가에서 " 사랑가 " 를 생략한 완창 같다. 그렇다고 영화가 후지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소설은 영화보다 좋다는 사실은 진실'이다. 그는 헤밍웨이와 허먼 멜빌 사이를 가로질러서 그만의 묵시록을 이룩했다. 거룩한 소설이다.

 

 

6.

■ 김훈, 칼의 노래 : 플로베르의 앵무새' 라는 소설은 좋아하지만  플로베르의 보봐리' 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플로베르 특유의 만연체'에 질려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깐, 나는 길게 늘어진 장식적 수사'에 대해 체질적인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형용사(구)와 부사(구)가 잔뜩 낀 문장은 기름기'가 많은 비계덩어리 같다. 차라리 형용사(구)와 부사(구)가 최대한 억제된 문장이 읽기에 좋다. 간결한 문장은 맑은 대구탕' 같다. 싱싱한 대구에 일체의 양념 없이 소금만으로 간을 맞춘. 아... 바로 그 맛 !  원래 식감이 좋은 고급 식재료일수록 양념을 최소화하는 법이다. 반면 비린내가 많이 나는 값싼 생선일수록 독한 양념으로 냄새를 지운다. 문장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뛰어난 문장가는 장식적 요소'를 버리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인 문장가가 바로 김훈이다. 그리고 그 정점에는 < 칼의 노래 > 가 있다. 책 띠지'가 제공하는 설레발을 믿지는 않지만 적어도 이 책에 대한 " 벼락 같은 축복 " 이라는 말에는 동의한다. 텍사스 주 엘파소에 코맥 매카시가 있다면, 경기도 일산에는 김훈이 있다. 그는 풍경에서 아름-다운 것을 보는 동시에 아픔-다운 것을 본다. 이러한 양가적 사고 방식은 인간을 바라보는 감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 나는 임금이 가여웠고, 임금이 무서웠다. 가여움과 무서움이 같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 그에게는 가여움과 무서움, 살고자 하는 욕망과 죽음에 대한 공포 그리고 아름다움과 통증'은 하나로 겹친다. 김훈이 보기에 인간이란 귀한 놈도 없고 비천한 놈도 없다. 

 

 

7.

■ 로맹가리 혹은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 : 10년 전이었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 자기 앞의 생 > 이란 책을 발견했다. 내가 그동안 이 책을 읽지 않은 이유는 아동 청소년 책'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당시에 나는 꽤나 어려운 소설을 읽었다. 로브그리예, 사르트르, 까뮈, 제임스 조이스와 같은,  읽기 어려운 소설을 읽는다는 것을 자랑'으로 삼던 시절이었다. 마치 구하기 힘든 영화'만 찾아다니는 (필사의) 탐독 목록'처럼 말이다.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 자기 앞의 생 > 을 읽었다. 그러다가 그만 눈물을 쏙 빼게 되었고, 그 후 며칠 동안 도서관에 비치된 로맹가리가 쓴 소설'은 모두 읽게 되었다. 창녀의 아들로 태어난 모모는 오후 3시 같은 인물이었다. 점심 약속을 하기에는 늦고, 그렇다고 저녁 약속을 하기에는 이른 오후 3시 말이다. 모모는 아이'라고 하기에는 어른스럽고, 어른이라고 하기에는 아이'이다. 정성일 말투를 흉내 내자면 " 그러니깐 이 소설은 아주 이상한 방식으로 다가온 애매모호한 성장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이다. 이 자리에서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나는 아이다운 아이'를 좋아하지 않고, 어른다운 어른에게도 끌리지 않는다. 그것은 생장 기간을 생애 주기'에 따라 짜맞춘 방학 생활 계획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어른다운 아이와 아이다운 어른'에게서 인간적인 희노애락을 본다. 내가 로맹 가리 소설에 끌리는 이유는 조숙과 미숙 사이에 놓인 불완전한 반숙(半熟) 때문이다. 이 세상 모든 경계인은 자신이 가진 몸보다 정신이 너무 빠르거나 늦은 경우이다. 혹은 자신이 가진 정신보다 몸이 너무 빠르거나 늦게 성장한 경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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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3-10-16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새벽이 이 글에 끝까지 덧글을 달지 않은 이유는 나으 헤르만 헷세를 디스했기 때문..! :)

그런데 다른 분들은 이 재미난 포스트에 왜 피드백 안 하셨을까요? 공감만 잔뜩이넹..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6 15:58   좋아요 0 | URL
오홋.... 책 좀 읽는다는 사람에게 하루키와 헤세 디스하는 짓은
한국인이 김연아 디스하는 꼴이죠...... ㅎㅎㅎㅎㅎㅎ.
제가 좀 과장되어 말하는 버릇이 있지 헤세 그리 나쁘지 않아요.
다만 극적 긴장감을 주기 위해 헤세 디스핬습니다.

새벽 2013-10-16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헷세가 데미안에서 쓴 아브락사스 우화는 정신적인 성장통을 뜻한다고 봤어요.
또한 인식적인 깨침에는 뼈아쁜 아픔이 따르기도 한다는 생각..! 가끔은 공짜로 자각을 얻을 때도 있지만 :)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6 15:59   좋아요 0 | URL
네에... 그냥 웃자고 쓴 표현입니다.
전 이상하게 헤세 글이 지루하더라고요. 별다른 감흥이 없는 독서였어요.
하지만 그게 매우 고운 성품을 가진, 존경할 만한 지식인이라는 데는 동의합니다.

솔라리스 2013-10-16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늘은 오후 일정이 비어서 일찍 귀가했으나 행복감도 잠시, 아이들도 마나님도 없는 집안에서 지금 뭘 할까 멍 때리고 있습니다. 간만에 독서를 해볼까 하여요.

한가지 닉넴으로만 글남기기 뭐해서 먼먼 옛날의 닉넴을 써봤습니다.. 누구일까요? (읭? )

+ 아, 얼른 운동이나 다녀와야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6 16:00   좋아요 0 | URL
읭?! 요거 보고 누군지 알겠습니다. 새벽 님..
아니 이제부터는 솔라리스 님이라고 불러야겠군요.
일찍 귀가하고 아이들 없으면 뭐 불 다 끄고 영화 보는 게 짱이죠..
치맥 사가지고 들어가셔서 관람이요 ~~~

2013-10-16 2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18 2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다맨 2013-10-17 0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년 전에 손창섭이 88세로 별세했죠. 국민일보 정철훈 기자가 2009년에 그를 찾아내지 않았다면 그야말로 생사조차도 모를 뻔했습니다.
수를 부족하게 누리지는 않았지만 그의 초라한 말년과 최후를 보니 정말로 눈물 나더라구요. 이 대작가가 왜 바다 건너 타국에서 이토록 쓸쓸히 생애를 접어야 했는지... 작가의 인생이 그가 쓴 소설과 그대로 포개지는 것 같아 참 심란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8 21:15   좋아요 0 | URL
네에.... 제가 소창섭을 읽고 나서 얼마 안 있어서 손창섭 보고 소식을 들ㅇ니 기분 묘하더라고요.
그전까지는 그냥 일종의 연락 두절이었는데 병실에 누워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기분 묘했습니다.
좋은 작가에 대한 문단에 대접이 형편없었죠..

히히 2013-10-17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름아름하게만 느꼈던 작가를 청아하게 끄르셨네요.
'내가 로맹 가리 소설에 끌리는 이유는 조숙과 미숙 사이에 놓인 불완전한 반숙(半熟) 때문이다.'
이런 명쾌한 해석은 곰...발님만 가능합니다. 완전 공감입니다.
눈 쌓이는 날 [남한산성]을 읽었는데 정말이지 갇히고 싶더라구요.
이후에 읽은 [칼의 노래]가 엉거주춤할 정도로요.
김훈쌤 글의 제철은 겨울이던데...
봄,여름은 문체와의 편차가 너무 심해서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8 21:17   좋아요 0 | URL
글죠 ? 모모'로 대표되는 아이는 조숙과 미숙 사이에 놓은 반숙입니다.
ㄱ렇기 ㄸ문에 우리가 끌리는 거예요.
김애란의 < 두근두근 > 이 개 실패한 이유는 너무 조숙 쪽으로만 밀었어요.
마치 어린아이를 성인군자처럼 묘사하잖아요.
굉장한 실패죠....


ㄱㄱㄱㄱ 공감합니다. 김훈의 문체는 겨울이에요.....
 

식탁의 풍경 : 식욕은 성욕이다.

 

■ 식탁의 풍경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다가 문든 이런 생각이 들었다. 2인용 식탁은 있지만 3인용 식탁은 없다. 4인용 식탁은 있지만 5인용 식탁은 없다. 6인용 식탁은 있으나 7인용 식탁은 없다. 그리고 1인용 침대는 있으나 1인용 식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세상 모든 식탁은 짝수로 이루어진 세계의 총합이다. 그 짝수에 +1'이 있을 뿐이다. 식탁에 앉아 늑대처럼 섬세한 귀와 매처럼 날카로운 눈으로 사소한 일상을 관찰한 결과, 내가 내린 결론이다. 가족이란 2인용 식탁으로 시작해서 4인용, 6인용 식탁으로 확장되는 범위가 아닐까 ? 사전적 의미로 食口란 밥을 나눈다는 뜻이다. 그 최소 단위'가 둘 이상'이다. 혼자서는 나눌 수 없는 것 아닌가 ! 

 

 

 

■ 의자에 대하여

 

공학적 측면에서 보았을 때 가장 안전한 구조는  다리가 세 개'인 의자이다.  다리가 세 개 달린 의자'는 각각 다리 길이'가 달라도 쓰러지지 않는다. 반면 다리가 네 개 달린 의자'는 다리 길이가 하나라도 길거나 짧으면 균형을 잃기 쉽다.  내가 생각하는 평등'은 각자의 길이가 다 달라도 완벽하게 균형을 이루는 다리 세 개 달린 의자의 균형감각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키 작은 사람을 놀려서도 안 되고, 게이라고 손가락질해서도 안 되며, 피부가 검다고 욕을 해서도 안 된다. 저마다 다른 길이'와 그 차이'는 역설적이게도 가장  균형잡힌 의자를 만들 수 있는 재료들이다. 신은 다리 길이가 세 개 달린 의자를 만들었고, 인간은 다리가 네 개 달린 의자를 만들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이런 식의 인문학적 상상은 좋다. 하지만 개 버릇 남 못 준다고, 나는 점점 허무맹랑한 성적 판타지'에 빠지고 말았다. 여기서 멈춰야 했다.

.  

 

 

 

■ 숟가락에 대하여

 

" 생긴 게 꼭 정자 같구나 ! " 머리는 크고 둥글며, 꼬리는 길고 곧구나 ! 숟가락에서 < 숟 - > 대신 < 숫 - > 이거나 < 수 - > 가 더 어울린다고 말하면 욕을 먹겠지 ? 하여튼 숟가락과 정자'는 묘하게 닮았다. 식욕과 성욕이 관계가 있듯이 말이다. 사실 최초의 성욕은 구순기'였으니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숟가락은 가부장적이다. 남근으로서의 아버지를 닮았다.  부창부수라 하지 않았던가. 밥상머리에서 主가 밥이라면, 從는 반찬이다. 그래서 숟가락은 밥을 먹는 용도로 쓰이고,  젓가락은 반찬을 집는 용도로 쓰인다. 숟가락은 남근을 본떠 만든 토템이다. 숟가락은...... 아버지다 !

 

 

 

 

 

■ 젓가락에 대하여

 

곰곰생각하는발의 황당무계한 똥고집을 이해한다면 젓가락을 여성적인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란 사실을 당신은 이미 간파했을 것이다. 숟가락이 정자의 모형을, 더 나아가 숟가락 머리'가 " 어머, 귀두와 닮았어요. " 방긋 ! 만약에 한글에서도 남성형과 여성형으로 구분이 주어진다면 숫가락'은 남성형 명사요, 젖가락은 여성형 명사'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숫가락은 숟가락으로, 젖가락은 젓가락'으로 변형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밥상머리에서 항상 발기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 포크에 대하여

 

정신이 제대로 박힌 놈이라면 범성론자인 곰곰생각하는발이 말하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말할 것이다. " 숟가락은 ( 숫 ) 가락이다 ? 젓가락은 ( 젖 ) 가락이었다 ?! 어,어어어어이가 없네. 이거 완전 섹드립'에 빠진 범성론자'이구만. 닝기미, 이보슈 잘난 양반 ! 그런 식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면 포크는 뭐요 ? " 라고 묻는다면 나는 당당하게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 포크는 포큐 fuck you 입니다 ! " 그렇다고 스프를 스와핑이라거나 나이프르 와이프'라고 우길 생각은 없다. 밥상머리에서 흥분하면 곤란하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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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 2013-10-13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릴적엔 언니랑 밥상에만 앉으면 왜 그리도 웃음이 터졌는지
범상인 아버지에게 자주 혼이 나곤 하였습니다.
지금도 진지하거나 엄숙한 상황에서 웃음을 참지 못하여
자주 낭패를 본답니다.
아직 젊어 그렇다고 위로하시는 어른들도 계시지만
대다수가 버릇없다 여기시더라구요.
저도 환장하고 미칠지경입니다.
한 번 터지면 막지를 못하니 도에서 출발하여 솔을 넘길 때는 천박한 소리가 목울대까지 차고 올라서
끄윽끄윽 넘어간답니다.
대충 상황이 수습이 되면 그 다음엔 제자신이 끝모를 나락을 쏘다닙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3 08:00   좋아요 0 | URL
웃음이 많다는 것은 젊다는 증거일 거예요.
그러다가 정접을 찍고 서서히 웃지 않는 날이 많아지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처음에는 웃음이 적다가
늙어가면서 서서히 웃음이 많아지는 생이 좋은 생 같아요.
아니, 웃음이 꼭 필요하지는 않아요. 평온이 필요한 거지....
평온한 상태를 궁극이라고 한다면 사실 웃음도 그 발란스를 깨는 영역이기도 하지요.

히히 2013-10-13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웃음이 많은게 아니라 웃지 말아야 할 상황에 웃음이 많다는 거죠.
그 정점은 아버지 장례식에서 불효자가 된 사연입니다.
하염없이 눈물만 뚝뚝이고 있는데
이모님께서 문밖에서부터 신발을 내팽개치고 들어오셔서
아이고아이고 곡을 하시기 시작하는데
전문가에게서 학습된 울음이였습니다.
생전 처음 접하는 소리에 처음엔 슬프다가 멍해지다가 웃음이 스멀스멀 올라오는데
딱 죽겠더라구요.
이를 깍물고 버티고 있었는데
그때 하필 피차일반 참고있는 언니랑 눈이 마주쳐
동질의 감정에 안심하듯 억눌렀던 웃음이 커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지요.
고개를 깊숙히 숙이고 참아보려고 용을 쓸 수록 어깨의 요동은 거세어졌답니다.
숨넘어가는 이모님의 곡소리는 완전 유머였다니깐요.(아버지와의 친분 정도를 보더라도)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4 13:23   좋아요 0 | URL
그런 비극이.....ㅋㅋㅋㅋㅋㅋㅋ. 장례식장에서 참 난감하죠...
곡소리 전문 특유의 그 곡소리가 있어요. 앓는 소리 같기도 하는데
여기 리듬에 그냥 아이고 아이고만 외치는....ㅎㅎㅎㅎㅎ
당혹스럽죠. 저도 종종 장례식장 가면
정색을 하고 슬픈 표정을 지어야 하는데
전 이게 잘 안 되요.

엄동 2013-10-14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하하
저도요 ㅋㅋㅋㅋ
직장상사분 빙모상에 갔다가
얼토당토않은거에 빵터져서 그만. 하ㅡ아

그때 끼친 민폐를 떠올리면
지금도 얼굴이 홧홧해집니다


그나저나
식탁의 도구(!)목록"을 곰곰발님께 보내드리고 싶어진다는.
느므 웃겨요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4 13:24   좋아요 0 | URL
한 세트 모아서 보내주세요 ~

피비 2013-10-15 0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러네요 3인용 식탁 나오면 좋겠당
우리 가족은 셋인데 4인용 식탁을 샀어요
대신 한쪽을 벽에 붙여서 3인용으로 만들었지요
남은 의자하나는 홀로 창고방에 있답니다 외롭겠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5 11:35   좋아요 0 | URL
오 ! 어서 감옥에 갇힌 의자의 풀어주십시요. 억울한 옥살이'입니다.
참.. 피비, 생신 축하드립니다 ~
 

 

노벨문학상과 출판사.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가 발표되었다. 풍문으로 들은 깜냥'으로 보자면 조이스 캐롤 오츠'나 토마스 핀천 그리고 필립 로스'가 눈에 익숙했으나 노벨 위원회'가 선택한 작가는 앨리스 먼로'였다. 그녀가 쓴 책을 읽어본 적이 없으니 내게는 생소한 작가'여서 달리 할 말은 없지만 문학사상사'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수상하지 못한 것에 대하여 무척 아쉬워했을 것이란 사실은 분명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문학사상사는 하루키 때문에 팔자가 핀 출판사'다. 잘 키운 스타 한 명이 연예기획사에 소속된 직원 전체를 먹여살리는 꼴이니, 하루키라면 항상 예의주시하지 않을까 ?  출판사 입장에서 보면 아이유가 부럽지 않다. 그러니 슈퍼스타 대접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덥다 하면 문학사상사 싸장님이 버선발로 뛰어나와 손부채질이라도 할 태세'다.

" 하루키 님, 재즈 들으며 열기 좀 식히고 가실게여 !!! "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나는 노벨 문학상'이 북 마켓 버라이어티 쇼'라는 생각 이외에는 별다른 느낌이 들지 않는다. 헤르타 뮐러'에서 시작한 의외성은 무라카미 하루키'에서 정점을 이룬다. 노벨상이 서서히 대중성에 눈을 떠 후한 점수를 주기로 선정 기준을 변경했다면 스티븐 킹에게도 눈길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노벨상은 작품 자체에 대한 평가보다는 정치적 입장과 대륙별 지역 안배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언어 세력 간의 물밑 지원'이 큰 몫을 차지하는 것 같다. 삼박자를 고루 갖춘 이가 수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이스라엘 작가 아모스 오즈'는 꾸준히 강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되지만 중동 정세'를 보면 아모스 오즈에게 불리하게 적용된다. 세계 여론은 중동에서 독불장군처럼 전횡을 휘두르는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높으니 앞으로 노벨상 위원회가 지역 안배 차원에서 중동 지역에 한 표를 선사한다면 아모스 오즈'보다는 반 이스라엘 중동 국가 출신 작가들이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 이처럼 노벨상은 오로지 작품성 자체만 가지고 왕중왕전을 치르는 것은 아니란 말이다. 작품에 대한 명성만 놓고 보자면 보르헤스'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지 못한 것은 8대 불가사의 중 하나'에 속하며 평단의 전폭적인 지지로 보자면 토마스 핀천은 노벨상을 세 번은 타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리고 살만 루시디'는 어떤가 ? 노벨상이 100년이 넘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20세기 기라성 같은 조이스, 톨스토이, 체코프, 입센, 에밀 졸라 그리고 마크 트웨인도 수상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게 된다.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나는 새물결에서 나온 토마스 핀천의 < 중력의 무지개 > 가 십만 원에 가까운 가격으로 서점에 나왔을 때 입에서 쌍욕이 튀어나왔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소설이 지나치게 난해해서 팔리지 않을 소설이니 박리다매'보다는 후리소매(厚利小賣) 로 명품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속셈'인데  막말로 이 바닥 상도를 감안하면 어긋나도 한참 어긋나는 전략'이다. 그런 식의 논리'라면 새물결이 보기에는 한길 그레이트북스 시리즈와 지만지 시리즈는 경영 마인드'가 형편없는 출판사'다.  어려워서 안 팔리는, 그것도 소설도 아닌 인문학 책들만 뚝심 있게 출판하니 말이다. 보아하니 < 중력의 무지개 > 는 초판 700부에 가격이 100,000원 안팎이면 손익분기점은 넘기는 모양이다.  700부가 다 팔리면 그때 가서 저렴한 가격으로 내놓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천명하기도 했다. 

" 1000억불 수출 달성 기념 특별 세일 이벤트. " 라도 열겠다는 마인드다. 오, 맙소사 ! 책을 단순히 신라면 블랙'으로 생각하는 싸장님의 공격적 경영 전략 !  까다로운 입맛을 가진 vip를 겨냥해서 비싼 가격으로 소량을 팔겠다는 것인데, < 책 > 은 유감스럽게도 주머니가 넉넉한 사람보다는 가난한 자를 위한 필수품이 아니던가.  차라리 니체처럼 자비로 10부만 찍어서 어장 관리 차원에서 새물결 단골들에게 선물했다면 나 같은 사람은 그 마음에 감동하여 영원한 지지자'가 되었을 것이다. 좋은 책 내서 욕 먹고, 높은 가격 책정으로 계급 간 위화감만 조성하는 꼴이다. 소설 한 권 사서 읽을 돈 없을까마는 주인장 하는 꼴이 괘씸하오.  옛날에 책 도둑은 가난한 학생의 주머니 사정을 감안하여 눈 감아주는 미덕이 있었거늘.... 아이고, 배 아파서 나는 못 읽겠소 ! 

토마스 핀천에게는 미안한 소리이지만 내심 그가 떨어지기를 바랐다. 토마스 핀천 수상 소식에 희희낙락거릴 싸장님 생각을 하니 배가 아픈 탓이다. 농담이다. 그냥, 책값이 더럽게 비싸다는 소리를 구질구질하게 길게 늘어놓았다.  쓸데없이 말이 길어졌지만 앞으로 당분간은 코멕 메카시나 필립 로스 그리고 토마스 핀천 같은 북미 작가들은 수상을 하기는 힘들 것 같다. 캐나다 작가 앨리스 먼로가 이번에 수상했으니 말이다. 노벨 문학상'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불현듯 " 손창섭 " 이  생존해 있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를 했다.  손창섭'이라고 하면 < 어 ? > 라고 반응하지만, 잉여인간이라고 하면 < 아 ! > 라고 반응하게 되는 전후세대 작가 말이다. 요즘 한창 유행하고 있는 " 잉여 " 라는 말도 따지고 보면 그 원조'가 손창섭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니깐 우리는 손창섭이라는 위대한 작가를 소설 제목'으로만 알고 있는 것이다. 고전이라는 정의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안 읽는 책'이라고 한다면,  손창섭의 < 잉여 인간 > 이야말로 고전 중에서도 고전에 속할 것이다. 손창섭에 비하면 고은이나 황석영'은 한 수 아래'이다. 그가 절필 선언을 하지 않고 현해탄을 건너지 않았다면 한국 문학판은 180도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설령 그가 현해탄을 건넜다고 해도 한국 문단이 그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꾸준히 보냈다면 머나먼 타관에서 쓸쓸히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고집불통인 노 작가'는 후에 빛나는 걸작을 내놓아서 한국문단의 타는 목마름을 시원하게 해갈시켜 주었을 것이다. 손창섭 소설은 지금 다시 읽어도 여전히 파격적이다. 대한민국에 손창섭 만한 작가 없다.

어쩌면 손창섭의 죽음은 가장 강력한 노벨 문학상 후보 한 명을 잃은 것과 같다. 얼마 전 손창섭이 잡지에 발표한 단편 하나가 최근에 발견되어서 < 연인 > 이라는 문예지'에 그 단편이 실렸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이처럼 발표된 작품도 모르고 지나갔으니 미발표 작품들도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니 답답할 뿐이다. 마음 넉넉한 출판사 하나 있어 손창섭에 대한 자료를 발굴하고 한데 모아서 고급스러운 양장본으로 손창섭 전집 하나 내줬으면 좋겠다. 토마스 핀천에 피똥 싸지 말고 손창섭에 투자하자 ! 비싸도 좋다, 구매할 의사 있다. 걸작에 대한 예감, 그 느낌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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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3-10-11 0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잉여인간, 하니까 아, 그 손창섭! 하고 알겠네요.
저 지금까지 곰곰발님이 몇몇 포스트에서 언급하신 손창섭을 염상섭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음요. ;;

뭐든 시상식이.. 순수하긴 참 힘들 거에요.
그래도 노벨문학상은 나중에 모종의 큰손들에 의해서 생긴 경제학상이나 세계영화제들보단 낫지 않나 싶기도 하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1 09:33   좋아요 0 | URL
염상섭...ㅋㅋㅋㅋㅋ. 표본실의 청개구리'인데.. 사실 저도 이거 안 읽어보았네요...
노벨문학상이 보면 유럽권에는 지나치게 관대하고 북미권에는 지나치게 짭니다.
다양성 차원에서 슬슬 아시나나 아프리카 중동 간간이 넣어두지만 생색내기인 것 같고...ㅋㅋㅋ

ㄷㄷ 2013-10-11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벨문학상 관련 글이 올라올거라 예상했습니다 하하...손창섭!!!!!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지금도 도서관에 가면 괜히 손창섭 코너를 스윽 둘러보곤 합니다. 잉여인간도 좋지만 사실 저는 비오는 날을 제일 좋아합니다. 신의 희작도 좋아하구요. 정말 뛰어나고 독보적인 작가인데 연구도 미흡하고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주변에서 소설을 추천해달라 하면 손창섭 작품들을 소개해주긴 하지만...사실 기괴한 내용들이 많아서 사람들 반응이 그닥 좋지는 않더군요...저는 오히려 이런 기괴하고 암울한 느낌이 매력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죠...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1 09:35   좋아요 0 | URL
무시무시한 작가죠. 이런 분위기 흔치 않습니다.
아주 기묘하게 암울하면서 뭔가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절망을 탁월하게 묘사하는 작가입니다.
삼부녀 요 작품도 기가 막혀요. 내가 보기엔 30년은 앞을 내다볼 줄 아는 작가였습니다.

수다맨 2013-10-11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설에 의하면 손창섭이 기인 기질이 다분히 있어서 문단이랑 별로 친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또, 그의 성격이 낯을 가리는 편이라 친구들도 별로 없었다 하구요. 다른 얘기지만, 예전에 김신용 선생도 문단에 최승호 시인 정도를 제하면 딱히 친한 사람도, 아는 사람도 없다 하더군요.
아무래도 한국은 문단에서 위치가 확고한 작가=대가=노벨상 후보작가라는 공식이 너무 굳어져 있는 듯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1 10:49   좋아요 0 | URL
손창섭이 현대문학상과 동인문학상을 수상해을 겁니다. 당대 최고의 상을 모두 휩쓸었는데 공교롭게도 문단과는 전혀 친하지 않았습니다. 안 친한게 아니라 좀 혐오했다고 해야 하나요. 거리두기를 열심히 했죠. 아마도 문단 사회가 가지고 있는 허세오기 싸움이 싫었던 까닭인 것 같더군요. 문단에 열심인 사람치고 제대로 된 인물 없죠. 문예비평이 개판인 이유도 서로 만나서 술 마시고 떠드는데...
만날 술 마시고 하는데 안면이 있으면 냉정하게 문학에 대해 평가를 내리지 못하지 않습니까...

2013-10-11 1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11 1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즐거운 인생 2013-10-11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맞아요. 전 솔직히 말해 필립 로스 등이 노벨 문학상 감인가도 의아. 뭐, 그럭저럭이더만..원래 지는 못 쓰면서
타인의 글엔 엄격한 척, 잘난 척 방방 뜨는 게 독자이긴 하죠. ㅋㅋ

스티븐 킹에게 노벨 문학상 줘야 해요. 케리 같은 글 한 편 쓰면, 절필해도 아쉬울 것이 없을 것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1 18:37   좋아요 0 | URL
저도 필립 로스는 모르겠고, 핀처는 인정합니ㅏ. 캐롤 오츠도 뭐 그닥 뛰어난 것 같지는 않고.... 하지만 살만 루수디는 워낙 트러블메이커이니 고걸 인정해 줘야 할 것 같고.. 뭐 그정도죠.
제가 한림원이었다면 킹에가 노벨상 줍니다.

히히 2013-10-12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출판사 싸장님을 욕보인 곰...발님을 지지합니다.

노벨상이 국위선양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친다 할 지라도
예술은 오직 자신을 사르는 불씨를 꺼뜨리지 않는 자의 몫입니다.
애국자라는 명분 보다는 이기적인 욕망을 따르는 자를 사랑하겠나이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3 07:44   좋아요 0 | URL
전 노벨상'이 대단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냥 운이 좋은 사람이 타는 것이려니 합니다.
 

말과 글.

 

같은 소리를 계속 반복하지만 < 한글 > 과 < 한국어 > 는 다른 차원이다. 한글날은 세종대왕이 나랏말쌈이 듕귁가 달라 서로 사맛디 아니해서 훈민정음을 반포한 날'을 기념하는 국경일'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 한글날 > 이지 < 한국어의 날 > 은 아니란 말이다. " 한국인 98%가 틀리는 맞춤법 시리즈 " 를 살짝 비틀어서 말하자면 한국인은 98%가 한글과 한국어의 차이를 혼동한다. 한글은 문자이고 한국어는 언어'이다. 한글을 도입한 < 찌아찌아'족 > 를 예로 들어보자. 한글을 도입한 인도네시아 소수 부족인 찌아찌아 사람들이 한글을 사용하기 때문에 한국어'를 사용하는 부족이라고 할 수 있을까 ?

아니다, 인도네이사 바우바우 섬에 사는 찌아찌아 사람들은 한글을 사용하지만 찌아찌아 소수 부족어'를 사용한다. 그들은 사랑을 뜻하는 찌아찌아어인 움쌀롸꽐라꽐라'를 그저 한글로 움쌀롸꽐라꽐라'라고 쓰는 것일 뿐이다. ( 만약에 그들이 움쌀라꽐라꽐라를 버리고 사랑'이라고 말한다면 찌아찌아 사람들은 한국어를 한다고 말할 수는 있다. ) 같은 이유로 옛 조상들이 한문을 도입해서 널리 사용했다고 해서 중국어'를 사용한 것은 아니다. 낫 놓고 기억 자'를 모르는 사람도 한국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문자와 언어'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 나는 한글이 과학적이라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한국어가 과학적이라는 데에는 1%도 동의하지 않는다.

언어'라는 것은 자연발생적 요소에 의해 생성된 것이지 과학적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찌아찌아 부족(어)가 무문자 사회라고 해서 한국어보다 비과학적 언어이며 비문명 사회'라고 주장한다면, 나는 당신에게 이렇게 말하겠다. " 나가 뒈져라 ! " 그런 식으로 주장한다면 한문을 빌려 사용했던 한민족 또한 비과학적 언어를 사용한 비문명 국가라는 반론에 대해 딱히 이의를 재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마빈 해리스는 무문자 사회가 문자 사회보다 열등한 언어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선입견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가를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 무문자 사회 주민들은 식물들의 속성을 매우 세밀하게 구별할 줄 안다.

평균 그들은 500내지 1000종을 분간해 그 이름을 알고 지낸다. 그에 비해 산업화된 도시 사람들은 보통 50 내지 100 정도밖에 알지 못할 것이다. " 이 지점에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언어'는 비교 평가'가 불가능한 영역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한국인은 무조건 한국어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과학적인 언어'라고 말한다. < 넘버 3 > 에 나오는 송강호'도 이구동성으로 같은 말을 할 것이다. 누군가는 한글이 유네스코 세계 기록 문화 유산임을 예로 들며 한국어의 우수성'을 주장하는데 한글이 유네스코 세계 기록 문화 유산'이라는 정보는 틀린 정보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유네스코 세계 기록 문화 유산'에 등록된 한국 문화재 목록은 다음과 같다.  

㉠ 훈민정흠하례본(1997년지정) ㉡조선왕조실록(1997년지정) ㉢직지심체요철(2001년지정) ㉣승정원일기(2001년지정) ㉤팔만대장경(2007년지정) ㉥조선의 궤(2007년지정) ㉦동의보감(2009년지정) ㉧일성록(2011년지정) ㉨5.18광주민주화운동기록물(2011년지정) ㉩난중일기(2013년지정) ㉪새마을기록물(2013년지정)

이 목록을 보고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세계 기록 문화 유산'은 < 한글' > 이 우수하기 때문에 선정한 것이 아니라 < 훈민정흠하례본' > 이라는 기록물이 가치가 있기 때문에 선정한 것이란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한자로 기록된 < 직지심체요철 > 이나 < 팔만대장경 > 만 보더라도 유네스코 기록 문화 유산 선정 기준은 한글이라는 문자의 우수성 때문이 아니라 기록물을 대상으로 한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핵심은 쏙 빠지고는 훈민정음'이 등재되었다는 사실만을 놓고는 한글의 우수성을 강조한다. 요약하자면 유네스코 기록 문화 유산의 취지는 " 유네스코가 세계의 귀중한 기록물을 보존·활용하기 위해 선정하는 문화유산이다. 1997년부터 매2년 마다 선정하며, 국제자문위원회에서 심의·추천하고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선정한다(두산백과) " 이다.

또 누군가는 한자에 빗대어 한글이 소리를 재현하는데 탁월하기 때문에 우월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태도는 아전인수 격이다. 한자는 표의문자이고 한글은 표음문자'이다. 표음문자란 말소리를 그대로 기호로 나타내는 문자이니 당연히 소리'를 재현하는 데 한자에 비해 뛰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비교는 자신에게 유리한 쪽만 보는 것이다. 장단점을 고루 평가해야 하는데 장점만 부각시키는 것은 아닐까 ? 누군가가 총알 탄 사나이인 우사인 볼트의 달리기 솜씨와 이대호의 달리기 솜씨를 비교하며 이대호라는 선수와 야구라는 스포츠를 폄하한다면 조롱거리만 될 것이 분명하다.

나는 한국어가 우수하다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훈민정음'이 우수하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다만 이 동의는 타 문자에 대한 우월성을 전제로 한 값은 아니다. 그저 내 모어'이니 이보다 좋을 수는 없기에 좋은 것일 뿐이다. 내가 한글 대신 훈민정음'이라고 콕 집어서 말하는 이유는 훈민정음 창제의 과학적 체계'와 사고는 인정하지만 일제 이후의 한글 정책'에는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글 정책은 갈팡질팡하다가 이상하게 꼬여서 들쑥날쑥해졌다. < 짜장면 > 과 < 자장면 > 에 대한 혈투와 화해의 과정이 이해가 가지 않고, 몇 월은 되지만 몇 일'은 띄어쓰기가 되지 않아서 벌어진 "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것 " 들에 대한 정의가 아리송하다.   

그리고 생뚱맞은 사이시웃 문법 정책 또한 쉽게 납득이 안 간다. 애국심을 바탕으로 한 알 수 없는 자신감'은 지나가는 개에게나 줘라. 한국인의 문화 우월주의는 교묘하게 대타자에 대한 문화 컴플렉스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열등감이 허세'를 부른다는 말이다. < 입 > 으로만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언어'라고 외치지 말고, < 발 > 로 현장을 뛰어나니며 < 손 > 으로 열심히 적어라. 그게 바로 한글 사랑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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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야 2013-10-10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몇 일은 며칠인데
몇 월은 며둴이 아닌 이유 좀 알려주세요. (굽신굽신)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0 18:35   좋아요 0 | URL
그래서 찾아보았습니다. 몇 년 몇 월하고 몇 일'의 차이는 발음의 차이라고 하네요..
뭐라뭐라 설명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요..

즐거운 인생 2013-10-11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탈야 님 배너 타고 직행으로 왔어요. 새삼 방가워요. 이런 좋은 글은 네이버에도 띄워서 더 널리 읽히게 해야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1 02:32   좋아요 0 | URL
어라 ? 여기 즐거운 인생 님 글이 또 있네요.. ㅎㅎㅎㅎㅎ. 사실 저도 한글과 한국어 헷갈렸거든요.
곰곰 생각하니 전혀 다른 차원이더라고요. 언어는 참 신기한 거예요.
어떻게 각 나라마다 언어가 탄생하게 되었을까요 ? 신기함... 신기함...

나탈야 2013-10-11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말의 탄생에 대한 기원은 제가 알기론 바벨탑 사건이 유일한 기록인 걸로 알고 있어요. 참 신기하죠.
어떤 나라들은 서로 붙어있는데도 국경을 사이로 전혀 다른 언어가 싹 갈려버리니깐뇨...

신기해 신기해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1 18:36   좋아요 0 | URL
저도 그게 신기합니다.... 아니 어떻게 각자 다 다른 말이 생기죠 ?
인도네시아 같은 경우는 부족어가 다 달라요. 얼마나 신기합니까....
음... 그것에 대한 책을 몇 권 좀 독파해서 나탈야 님께 알려드리겠습니다.

히히 2013-10-12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무문자 민족은 두뇌가 상당히 뛰어날 것 같아요.
그들의 구비문학은 우리 머리로는 가늠할 수 조차 없지 않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3 07:45   좋아요 0 | URL
신기하죠. 문자없이도 식물을 1000종 가까이 분류 가능하다니 말입니다.
신기한 구석이 있어요.

피비 2013-10-12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사람들 의외로 한글이랑 한국어 잘 구분 못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3 07:58   좋아요 0 | URL
아이구 피비 요정 님 오셨군요 !
맞아요. 사실 저도 그 전에 이걸 구별을 못했어요...ㅎㅎ
 
농담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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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지 않으면 비극이 된다.

 

니체는 이런 소리를 했다. " 세상에서 인간보다 가장 큰 고통을 느끼며 살아가는 존재는 없다. 그래서 웃음을 발명할 수밖에 없었다. " 이 말은 곧 웃음'은 불행과 연관이 깊다는 소리'이다.  자주 웃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 아니라 불행한 사람일 경우가 높다. 완벽하게 행복한 사람은 웃지 않는다. 왜냐하면 웃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월리엄 맥두걸의 말이다.  사실 < 웃음 > 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던 메커니즘'을 살짝 뒤집는다. 기대에 충족시킬 때는 < 감탄 > 이 되고, 기대 이상일 때에는 < 경탄 > 이 되지만,  기대에 못 미칠 때 < 웃음 > 이 나온다. 그러므로 웃음이란 기본적으로 실패의 결과이다. 오늘따라 이 말들이 나를 위로한다.

- 말하기의 다른 방법 중

 


 

 

< 웃음' > 이라는 속성'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예민한 구석이 있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양반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위해서 농담을 던졌을 때, 비록 그 농담이 철 지난 장소팔-고춘자 만담'처럼 느껴지더라도 일부러 웃는 척을 하는 행위는 기만이라기보다는 예(禮)에 속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성대를 울려 웃음을 만든다고 해서 딱히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 오히려 농담이 재미없다고 해서 정색을 하며 무표정하게 상대를 바라보는 행위야말로 솔직한 태도라기보다는 무례(無禮 )에 가깝다. 그런데 예의를 차린답시고 너무 크게 웃어버리면 실례 ( 失禮 ) 가 된다. < 후후후 > 와 < 아햏햏 > 은 한 끗 차이'이지만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의미'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 웃음 > 은 발신자와 수신자의 지위, 웃음의 강약, 발화의 장소에 따라 복잡하게 변하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재미없는 농담에 대한 무표정은 " 솔직한 태도 " 에 가깝지만 역설적이게도 < 무례 > 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재미없는 농담에 대한 적당한 웃음'은 " 거짓 " 이라는 형태를 취하지만 반대로 타자를 배려하려는 < 예 > 가 될 수도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 웃음이 지나치면 < 실례 > 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가지고 있던 예(禮)를 놓쳐버린 꼴(失) 이다. 좋게 말하면 < 웃음 > 이라는 녀석은 성격이 예민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변덕이 죽 끓듯 해서 어느 쪽에 장단을 맞춰야 하는지 모르는 놈이다.   

밀란 쿤데라의 < 농담 > 은 " ...... " 이라고 해야 하는 사회에서 " 아햏햏 " 이라고 웃어서 인생 좆된 케이스'이다. 루드빅은 평소 관심이 있던 마르게타에게 추파를 던진다. " 낙관주의는 인류의 아편이다 !  건전한 정신은 어리석음의 악취를 풍긴다.  트로츠키 만세 ! "  평소 무뚝뚝한 성격인 마르게타'에게 농담 한 마디 한 것뿐인데 그는 이 농담 때문에 강제수용소에 끌려가 중년이 되어서야 풀려나온다. 내가 만약에 소설 속 주인공인 루드빅'이었다면 " 낙관주의는 인류의.... " 따위의 문장을 작성하기보다는 차라리 " 내 마음을 몰라주는 마르게타 때문에 내 마음도 마르겠다 ! 아햏햏. " 이라고 써서 엽서를 보냈을 것이다.  루드빅은,  유머감각이 부족한 것이다 ! 하지만 중요한 것은 유머 감각이 쩔다와 구리다의 차이'가 아니다.

농담에 대해 웃지 않는 사회'가 문제'인 것이다. 농담에 대해서 정색하는 사회'는 병색이 완연한 사회이다. 루드빅이 " 낙관주의는 인류의 아편 "이라고 실없이 말했다면, < 장미의 이름 > 에 나오는 호르헤 수도사는 " 웃음은 인류의 아편 " 이라고 진지하게 말한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제2권 < 희극론 >에 독을 묻혀서 그 책에 읽는 이'를 독살한 것이다. 종교'란 기본적으로 신과 율법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이 강할수록 강력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호르헤 수도사'는 웃음이 종교적 힘'을 약화시키는, 근엄에 똥침을 날리는 손가락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누구나 동의하겠지만 호르헤 수도사'는 너무 웃지 않아서 미친 것이다.

< 농담 > 의 배경이 되는 경직된 사회와 < 장미의 이름 > 에 등장하는 호르헤 수도사'는 웃음을 부정적 기운으로 간주했지만  아시다시피 웃음'이란 生의 활력소'다. 그렇다고 해서 웃음을 만병통치약이라고 주장하는 것 또한 경계해야 한다. 왜냐하면 웃음'이란 부족해도 문제가 되지만 넘쳐도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웃음이 지나치면 쾌락주의'에 빠지기 쉽다. 가장 좋은 웃음은 < ...... > 와 < 아햏햏햏 > 사이에 놓인 웃음일 것이다. 웃음이 가지고 있는 기능 가운데 중요한 것은 바로 공감'이다.  좀더 유식하게 말하자면 저자와 독자 간의 상호 교류'이다. 독자가 책에서 마음에 드는 문장을 골라 밑줄을 긋는다는 것은 저자의 생각에 동의한다는 의사 표시이며 지지'이다.

웃음도 마찬가지다. 웃음은 농담을 하는 사람에 대한 작은 동의이며 손해 볼 것 없는 지지'이다. 그러므로 책에 밑줄 긋는 연필과 조용한 웃음은 동의어'다. 오래전, 호르헤 수도사'처럼 웃지 않는 친구를 둔 적이 있었다. 시립 도서관에서 오고가다 만난 사이였다. 그는 세상 사람들이 주머니에 칼을 숨기고 다닌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문학적 수사'가 아니다. 그는 정말로 사람들이 주머니에 칼을 숨기고서는 호시탐탐 자신을 찌를 궁리만 한다고 생각했다. 불안한 마음과 초조한 눈빛은 항상 그의 영혼을 갉아먹었다. 그는 날마다 마르는 고사목 같았다. 내가 웃음이 없던 그를 끌고 간 곳은 수요일이면 영화를 상영해주던 도서관 시청각실'이었다. 상영 영화는 < 라임라이트 > 였다.

채플린 영화가 그를 웃게 만들 거란 막연한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가 웃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영화 상영 내내 웃지 않았다. 그리고 나 또한 웃지 않았다. 웃기는커녕 펑펑 울었다. 분장을 지운 광대의 얼굴만큼 슬픈 얼굴'이 또 있을까 ? 찰리 채플린'이 카메라를 응시하며 분장을 지울 때, 무표정한 얼굴로 정면을 바라보았을 때, 절뚝거리며 마임을 선보일 때, 무성영화 배우가 토키 영화'에 나와 말을 걸 때, 노인이 된 버스터 키튼의 둥근 어깨를 보았을 때, 그럴 때마다......  슬펐다.  채플린은 독백처럼 말한다. " 웃지 않으면 비극이 되지...... " 이 대사가 왜 그렇게 내 심장을 찔렀는지는 잘 모르겠다. 광대'에게 있어서 " 비극 " 이란 관객이 웃지 않을 때이니,

저 대사'는 잊혀져간 늙은 광대의 고해성사 같아서 슬펐다. 영화가 끝나자 사람들이 칼을 주머니에 숨기고 다닌다고 생각하는 친구가 내게 물었다. " 코미디 영화인데 왜 울어요 ? " 곰곰 생각했으나 딱히 떠오르는 답이 없어서 그 친구에게 되물었다. " 코미디 영화인데 너는 왜 웃지 않니 ? " 그친구도 곰곰 생각하는 눈치였다. 그리고는 말했다. " 영화는 재미있었어요 ! 다만 웃고 싶지 않았을 뿐이에요. 웃은 지 꽤 오래되어서 그 느낌 자체를 잃어버렸어요. " 웃음을 잃어버리면 쉽게 절망하고 슬퍼한다. 그리고 슬픔을 버리면 쉽게 웃을 수 있지만 웃음은 한 번 잃어버린 웃음을 다시 찾는 데에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 어떤 사람은 웃음이 없는 세월을 버티지만 누군가는 버티지 못하고 낙엽처럼 떨어진다.

채플린이 말한 극중 대사'처럼 인생이란 웃지 않으면 비극이 된다. < 농담 > 을 읽다가 문득 웃지 않아서 웃음을 잃어버렸다던 친구가 생각났다. 그는 다시 웃음을 찾았을까 ? 아니면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을까 ? 소식이 끊긴 지 꽤 오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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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3-10-09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잘 알던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사람들이 보통 채플린의 작품 하면 '모던 타임즈'부터 말하지만 나는 '라임 라이트'를 떠올린다. '모던 타임즈'가 시대에 대한 비판적 자의식으로 만든 작품이라면, '라임 라이트'는 쌓이고 쌓여 발효된 예술가의 내공으로 빚어낸 작품이다'
지금은 어렴풋이 기억나긴 하는데, '라임 라이트'에 이런 대목이 있었지요. 늙은 광대는 한물간 개그를 하는데 고용된 관객들은 그것을 보면서 웃음을 보내지요. 광대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즐겁게 공연을 마무리하지요. 때로는 그 가짜 웃음이야말로 어떻게 보면 진짜로 좋아서 나오는 웃음보다 더 값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0 09:13   좋아요 0 | URL
저는 시티라이트와 라임라이트를 좋아합니다. 쌍라이트'죠.. ㅎㅎㅎㅎ
라임라이트는 채플린이 스스로 이제는 자신의 시대가 끝났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만든
유서와 같은 작품이죠. 이 영화에는 그 위대한 버스터 키튼도 나옵니다.
아, 이 위대한 코미디언'은 정말 노인이 되었더군요.
두 위대한 코미디언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 자체가 감동이었습니다.


2013-10-10 0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0 09:14   좋아요 0 | URL
손창섭... 저도 누구 소개로 받아보고는 그만 뻑이 갔죠......
책 너무 처분하지 마세요.. 나중에 후회합니다..ㅎㅎㅎㅎㅎ

네에 가까운 날에 한번 봅시다.

엄동 2013-10-10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지못해 살고
울지못해 웃지만.

무례나 실례가 아니라면
이 퍽퍽한 세상에 웃음만큼
쉬 업될 수 있는 도구는 없을 겁니다

그것의 파워는
때때로 양 엄지를 추겨세울만큼
폭발적거덩요 흐흐흐흐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0 14:02   좋아요 0 | URL
이제 슬슬 엄동설한 님의 계절이 돌아오는 군요.
겨울 말입니다. 조금 지나면 겨울이겠지요 ?
전 딱히 웃지는 않는데...
하여튼 웃어서 나쁠 것은 없겠더라고요.
웃음에 필요한 근육을 사용하면 뇌가 멍청해서
실제로도 기쁜 감정이 생긴다고 해요.
억지로 웃어도 말이죠..
하여튼 인간의 뇌란 늘 멍청합니다.

마립간 2013-10-10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흔하게 주위 사람들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사랑 한번 못해 본 사람이 더 부정적일까요, 사랑에 실패한 사람이 더 부정적일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0 14:03   좋아요 0 | URL
항상 아리송한 질문을 저에게 던져주시는 마립간 님.. ㅋㅋㅋㅋ
사랑 한번 ㅗㅅㅎ못해본 사람은 부정적이기보다는 어떤 판타지가 작동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 입장에서만 말하자면 실패하면 사랑은 더욱 부정적으로 다가오는 거 가틉니다.

마립간 2013-10-11 12:13   좋아요 0 | URL
엄격히 말해서 다른 분에게 드렸던 질문은

(객관적 입장에서)사랑 한번 못해 본 사람이 더 불행하냐, 아니면 사랑에 실패한 사람이 더 불행하냐 입니다. ; 전자를 지지하는 사람은 사랑의 실패에 대한 아픔을 잘 모르는 사람일 수 있고, 후자를 지지하는 사람은 삶의 긍정이 약한 사람일 수 있죠.

물론 저는 아직 결론을 못 내린 상태입니다. 요즘 행복에 관해 생각하고 있기에 나름 정리가 될 때까지 불행대신에 부정적이다라는 단어로 대신했습니다. 곰곰발님은 제3자의 평가가 아니라 당사자의 입장에서 판단을 해서 제가 조금 당황하고 생각을 다시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1 18:40   좋아요 0 | URL
예 맞아요. 위의 정의는 순전히 제 경험담입니다...ㅎㅎㅎㅎㅎㅎ
저도 그것에 대해서는 좀 생각을 해봐야겠네요.
좀 생각을 하고서 정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즐거운 인생 2013-10-11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째 네이버에 있을 때보다, 점잖은 동네로 이사해서 그런가 예전보다 글이 더 정제된 느낌이네요.
더 잘 쓴다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1 02:30   좋아요 0 | URL
즐거운 인생 님 감사합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즐인 님이 그리 말씀하시니 기분이 방방 뜨는군요.
여기는 그래도 신경이 좀 쓰이더라고요. 네이버야 그냥 거의 막 갈긴 글인데 여긴 뭔가 한번 들여다보고
그러더라는거죠.. ㅎㅎ. 나탈야 베너 효과 좋은데요 ~

히히 2013-10-12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가장 황홀한 쾌락과 가장 감미로운 기쁨을 느꼈던 시기라고 해서
가장 감동적인 것은 아닙니다.
그 강렬함 때문에 인생에서는 듬성듬성 생겨난 자국에 지나지 않습니다.
환희의 절정 다음에 뒤따르는 참담함을 경험한 자라면
단조롭고 사심없는 상태의 연속성에서 행복을 느낄것 입니다.
<감탄>에 집착하지 마시고 <웃음>을 쌓아서 광자가 됩시다.
미쳐야 행복하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0-13 07:57   좋아요 0 | URL
인생은 섹스와 같은 것 같습니다.
하고 나면 뭔가 나른하고 허탈한 그런 느낌..
맞아요, 쾌락과 기쁨은 하나의 과정이지
지속은 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