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 현대판 포틀래치'다.

 

 

독일 축구는 선이 간결하다. " 원 샷 원 킬 " 이다. 독일 축구가 칸딘스키 회화'라면 브라질 축구는 클레 그림 같다. 비유가 어정쩡한가, 그럼 다시 ! 독일 축구가 동양화 난초 그림이라면, 브라질 축구는 유화로 그린 서양화 기법을 연상시킨다. 전자가 획을 긋는 방식이라면, 후자는 점을 찍는 방식이다. 티키타카는 유화'를 닮았다. 브라질 선수 개인기를 바탕으로 한 화려한 드리블'은 아, 하는 감탄사를 내뱉게 한다. 하지만 브라질 월드컵 4강전 < 독일 - 브라질 > 경기는 아, 라는 감탄사 대신 앗, 이라는 비명을 지르기에 바빴다. 7 : 1, 독일 승리였다. " 펠레의 저주 " 는 예상을 빗나간 적이 없다. 브라질은 졌다. 펠레가 < 브라질은 철벽 수비가 뛰어나기에 브라질이 우승할 거임 ! > 이라고 예상했으나 결과는 자동문 수비'였다.

 

독일을 응원했던 나는 결정을 철회하고 브라질이 어느 정도 만회하기를 바랐으나 이 바람이 헛바람이란 사실은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증명되었다. 독일은 사냥에 성공했고 배가 터질 만큼 먹었지만 자비는 없었다.  배불리 먹고 나면 그늘에 누워 낮잠을 자는 게 맹수의 습속이지만, 독일은 먹이를 얻기 위해 사냥을 하는 사자 무리'보다는 살인을 목적으로 하는 들개에 가까웠다. 비난할 일은 아니다. 축구는 총성 없는 전쟁이니깐 말이다. 사실 독일 공격이 잔인했다기보다는 브라질 수비가 완벽하게 무너졌다. 독일이 나무 그늘 아래에서 낮잠을 자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결과론'이지만 나는 독일이 당연히 이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 나는 오래 전부터 독일을 응원했다. 그렇기에 내 예측은 편애와 편향성에 의존한 예측에 가깝다. 독일 축구는 화려하지 않다. 실리 축구를 쳘치는 팀이었다. 중요한 것은 개인기가 아니라 승리'다.  )

 

개인기를 바탕으로 볼 점유율을 높여 득점 찬스를 얻는 티키타카 전술이 위험하다는 사실은 이미 스페인 몰락에서 예견되었다. 더군다나 공격력 대부분을 네미마르'라는 선수의 발끝에 의존하는 방식은 네미마르가 부진할 경우에는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점에서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 점에서 < 네덜란드 : 아르헨티나 > 경기도 네덜란드가 이길 확률이 높다. 메시가 죽으면 아르헨티나 전체가 죽는다. 현재 브라질 현지는 전운이 감도는 모양새'다. 버스는 화난 군중에 의해 전소되었고, 대형 유통매장을 중심으로 약탈도 발생하고 있다. 브라질 마피아도 한몫했다. 네미마르에게 부상을 입힌 콜롬비아 선수 수니가에'에게 보복을 선언했고 현상금이 붙었다는 말도 나돈다.

 

만약에 수니가에 선수가 피살된다면 국가 분쟁도 피할 수 없다. 콜롬비아 마피아는 군대보다 화력이 빵빵한 집단이다. 브라질 마피아와 콜롬비아 마피아 간 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그뿐이 아니다. 알려진 대로 브라질 국민 가운데 상당수는 월드컵 개최에 반대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축제가 수익을 창출할 수 없는 적자 경영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국민 세금과 빚으로 잔치를 벌이고,  이득은 몇몇 스포츠 마피아와 대기업이 차지한다. 브라질은 월드컵 도로와 경기장 건설을 위해 빈민가를 강제로 철거했다.  86아시안 게임 당시 달동네가 해외선수단과 응원단에게 쪽팔리다는 이유로 도로 가림막을 설치한 이유와 비슷하다. 대한민국이 2002 월드컵을 개최해서 얻은 수익은 얼마나 될까 ?

 

축구는 거대한 빚잔치가 되었다. 월드컵은 현대판 " 포틀래치 " 다. 포틀래치는 치누크 인디언족 말로 " 소비한다 " 라는 뜻으로, 경조사 때 과도하게 잔치를 벌이는 축제'다. 포틀래치 축제에서 주인에게 과도한 선물을 받은 손님은 답례 축하연을 열어서 손님들에게 더 많은 선물을 해야 했다. 포틀래치 축제에서 증여의 핵심은 :  주인은 손님에게 과도한 선물을 한다, 주인이 주면 손님은 무조건 받아야 한다, 손님은 후에 더욱 성대한 답례 축하연을 열어야 한다. 만약에 답례 축하연'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주인은 체면을 잃거나 심지어 노예가 되기도 했다. 월드컵도 마찬가지'다.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다음 개최지는 이보다 더 화려한 개최를 위해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상을 차릴 것이고,

 

국가 탕진에 대한 고통은 전적으로 빚으로 남을 것이다.  물론 그 빚을 갚아야 할 주체는 국민이다. 대형 스포츠 축제 개최는 수지맞는 장사가 아니다. 빚 잔치일 뿐이다. 평창 올림픽 개최를 위해서 전국민이 기도로 염원한 적이 있다. 바다가 갈라지는 기적을 보여주었듯이 대한민국에도 기적을 보여주시옵소서 ! 묻고 싶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당신에게 무엇을  선사할까 ? 자긍심 ?! 웃기지 마라, 소문난 잔치가 끝나면 남겨진 것은 부러진 상다리'가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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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tour 2014-07-09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뭘 축구 같은 것 때문에 버스에 불을 지르고, 살인 협박 같은 걸 하는지. 예전에 진짜 선수 하나를 죽여버린 일도 있었지요? 어쨌건 인간은 진짜 요령부득,이해불가 동물. ^^;;

곰곰생각하는발 2014-07-09 22:20   좋아요 0 | URL
축구는 확실히 대리전입니다. 가만 보면 축구는 모든 스포츠 가운데 가장 룰이 쉬워요. 누구나 다 이해할 수 있고 이게 대중 스포츠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게기가 되었을 겁니다. 콜롬비아 마피아'가 장난이 아니거든요. 일종의 군대인데 브라질 마피아와 콜롬비아 마피아가 붙으면 골때리게 됩니다. 어차리 마약 루트 장악하기 위해서 축구를 핑계로 전쟁을 벌릴지도모릅니다. 저도 이해불가능...

2014-07-09 18: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09 2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박 씨, 씨 없는 수박이라며 ?

 

 

 

내가 좋아하는 작가 가운데 김수박이라는 만화가가 있다. 그네 이름을 부를 때는 그 이름이 주는 어감 때문에 종종 웃는다. 수박 씨 있어요 ? 수박 씨 없어요 ?! 속초에서 만난 스무 살 말괄량이 아가씨 이름은 < 재미 > 였다. ( 아, 성은 모르겠다 ! ) 만나면 가끔 술도 마시고 영화도 함께 보는, 나이를 초월한 친구였다. 영화가 끝나면 항상 재미에게 물었다. 영화 재미있어? 재미없어 ?! 재미없어 ? 재미 있는데 왜 재미없다고 하냐 ? 재미'는 성격이 좋아서 내 썰렁 개그에 대해 짜증을 내지는 않았다. 호탕하게 호, 호, 호 ! 나는 재미에게 사람 이름 가지고 노는 < 이름 개그 > 를 선보이고는 했다. 나름 교양 유머'라고 생각하는 이름-개그 가운데 하나가 " 허만 " 이었다. 성이 허 씨요, 이름이 만'이었다.

 

매우 평범한 이름이지만 병원이나 은행에 가면 빛이 난다. 창구 직원이 이름을 호명한다. " 험한(허만) 손님 ! 3번 창구로 나오세요.... " 졸지에 험한 손님이 된 허만은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단다. 이 글을 쓰다가 느닷없이 생각난 이름이 있다.  조은솜' 이다. 참말로 예쁜 이름인데 이름 다음에 氏를 붙이면 더 근사한 이름이 된다. 좋은 솜씨'군요 ? 내 성은 ● 씨인데 박 씨, 방 씨, 마 씨'만큼 촌스러운 성'이어서 아무리 예쁜 이름을 갖다붙여도 예쁜 이름을 얻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 누이는 성이 쎄에에에에련된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농담처럼 말하고는 했다. 누나가 데리고 온 남자는 한 씨'였다. 최선은 아니었으나 차선에 만족했다. 누나는 앞으로 태어날 아이 이름에 골몰했다.

 

한아름 어때 ? 한하은, 한은혜, 한물결, 한겨레, 한숨결, 외자 이름도 근사하지. 한결 어떨까 ?  몸풀달이 다가와 친정집으로 온 누나는 어머니 앞에서 대성통곡을 했다. 시부모가 이미 아이 이름을 지었다는 것이다. 항렬에 따른 돌림자를 쓰다 보니 태어날 조카 이름은 정식'이 되었다. 한, 정, 식 ! 누나는 식당 이름도 아니고 한정식이 뭐냐며 울었다. 결국 서로 조금씩 양보해서 한연식이 되었지만 촌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누나는 친정에 올 때마다 두고두고 그 얘길 했다. " 아니, 그 많고 많은 예쁜 이름 중에 한정식이 뭐야. 한정식이..... 서 씨'였다면 서양식이 될 뻔했잖아 ! 이름대로 산다고 손주가 주방에서 땀 뻘뻘 흘리면 좋겠어 ? " 나는 사람은 이름대로 산다고 했는데, 사촌을 보면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라고 누나를 위로했다.

 

내 사촌 이름은 첫째가 오세종대왕과 막내가 오창조의불'이다. 성이 오 씨고 이름이 세종대왕과 창조의불'이다. 하지만 오세종대왕은 세종대왕이 되지 못했다. 작문 실력도 형편 없다. 입시 교재를 여럿 저술했는데 공교롭게도 영어 교재'다. 웃자고 하는 소리가 아니다. 이름따라 사는 게 아니니, 내 아이 이름은 자유롭게 짓고 싶다. 氏와 함께 하면 근사한 딸기, 살구, 사과와 같은 과일 이름이나 덕분과 다행도 좋으리라. 사람들은 다행이를 보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 다행이네 ! " 수박씨에 대해 말하다가 여기까지 왔다. 사실.... 미안한 소리이지만 이 글은 이름에 얽힌 에피소드가 목적이 아니다. 씨 없는 수박에 대해 쓰려다가 이런 사태가 벌어지게 되었다. 고승덕 버전으로 " 미안하돠아~~ "

 

씨 없는 수박을 볼 때마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참 너절한 존재란 생각을 하게 된다. 배부른 소리이지만, 먹고 살 만하니깐 인간은 작은 불편을 견디지 못하게 되었다. 씨를 고르는 것도 귀찮아서 씨 없는 수박을 만드는 걸 보면 새삼 징그럽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을 인간 편리한 대로 자연을 조작하면 안 된다. 씨 뱉는 게 얼마나 불편하다고 씨 없는 수박을 만드나. 그것은 달콤한 맛을 선사하는 수박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물 한번 묻힌 적 없는, 공주처럼 자라난 박근혜는 양손에 단물 묻혀가며 수박을 먹지는 않을 것 같다. ( 고상하니까 ! ) 더군다나 교양 없게 먹다 남은 씨를 함부로 뱉지도 않을 것 같다. 먹는다면 네모반듯하게 조각낸 씨 없는 수박 따위나 먹지 않을까 ?

 

수박씨는 쓸모없거나, 형편없거나, 볼품없거나, 귀찮은 존재가 아니다. 씨를 잘 말려서 그늘 진 땅에 심으면 싹이 나온다. 박근혜는 먹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대한민국 사회를 씨 없는 수박으로 개조하려고 한다. 그르지 마라 ! 이 세상 모든, 작고 사소한 것은 위대한 것이다. 프리다 칼로는 말년에 수박 정물을 자주 그렸다. 위 그림 제목은 << 삶이여, 영원하라 >> 이다. 나는 프리다 칼로의 수박 정물 그림을 매우 좋아했다. 그녀가 주목한 것은 수박씨'였다. 수박씨는 칼로의 트레이드마크인 눈물을 닮았다. 이 그림에서 수박씨가 빠진다면 아무 느낌도 없었을 것이다. 생각해 보니, 작명할 때 사람 이름으로 수박도 고려했는데 철회해야 할 것 같다. 수박 씨가 어른이 되서 결혼을 한다고 치자. 그런데 애가 없다고 치자. 사람들은 수근대리라.

 

수박 씨, 씨 없는 수박이라며 ?

 

 

 

 

 

 

 

 

 

 

p.s 프라다 칼로 그림을 모방해서 그린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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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qur 2014-07-08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네누나 얘기에 은근 찔리네염. 저도 씨가 귀찮아서 수박은 물론 참외도 안 먹거든요. 고상하니깐! 호호..
여튼 씨 없는 수박은 주로 맛이 없어서 더 싫고.. 제 스타일은 아예 안 먹는 스탈.
이 글에 대입하면 씨 없는 개한민국 되기 전에 탈출, 이민이 답이군요. 진짜 돈 많이 벌어야겠당.. (읭)

곰곰생각하는발 2014-07-08 18:44   좋아요 0 | URL
사실 저도 수박 참외 잘 안 먹습니다. 손에 묻는 거 별로 안 좋아하고.... ( 이거 모순적 발언이죠 ? ㅎㅎㅎㅎ ) 과일 자체를 싫어합니다. 유일하게 먹는 게 토마토인데 이 토마토도 익은 건 안 먹습니다. 안 익은 새파란 토마토만 먹습니다... ㅎㅎㅎ 지금 터앝에 토마토 심었는데 아니 이놈이 꽤 많이 열매를 맺었어요.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호기탐탐 기회만 노리고 있어요.. ㅎㅎ
 

 

 

 

 

 

대한민국이 스포츠 소비하는 방식


 

 

신체 검사는 합격 판정을 받았지만 " 기타 등등 " 으로 군 면제를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3주간 군사 훈련'을 < 실미교육 > 이라고 한다. 이 " 기타 등등....... " 에는 전과 기록 때문에 군 입대를 할 수 없는 사람도 다수 포함된다. 그래서 실미교육을 받는 사람 중에는 조폭이 입소하기도 했다. " 정신 바짝 차려라 ! 이놈들은 민간인이 아니다.... " 중대장이 사뭇 경직된 목소리로 말했다. 시바, 좆됐구나 ! 나는 마른 침을 삼켰다. 실미 교육을 담당해야 할 내무 반장 역을 맡았기 때문이다.  내게 배당된 내무반 훈련생은 총 16명이었는데 전과 기록을 가진 사람은 3명이었다. 셋 다 조폭이었다. 그 가운데 한놈이 유독 눈에 띄었다. 스티븐 킹 소설 << 그린 마일 >> 에 나오는 흑인 죄수와 판박이였다.

 

헬스로 다진 몸이 아닌, 말 그대로 지하 세계에서 뒹굴다가 다듬어진 거구'였다. 기록표를 보니 이십대 후반이었다. 나는, 압도당했다. 내색은 하지 않았다. 내무반에 들어가 큰소리로 외쳤다. "사복을 벗고 훈련복으로 갈아입는다. 실시 ! " 다음에 나올 말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동작 그만 ! 그것 밖에 못하겠습니까 ? 라고 말한 후, 대가리를 바닥에 박는다, 실시 ! 라고 말하면 끗 ! 그런데 나는 예정된 시나리오대로 하지 못했다. 킹 소설에 나오는 흑인 죄수를 닮은 그가 옷통을 벗었을 때 깜짝 놀랐다. 말로만 듣던 " 칼빵 " 이었다. 오, 오오. 온몸이 칼자국이었는데 흉터가 부풀어올라서 선들이 어지럽게 새겨져 있었다. 칸딘스키 회화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다시 침을 꿀꺽 삼켰다. 하지만 그는 훈련 과정 내내 별다른 말썽을 부리지 않았다. 조폭들은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 놈이라서 오히려 군사 시스템에 잘 적응했다.  3주차 훈련이 끝나갈 무렵, 나는 그에게 몸에 새겨진 " 칼빵 " 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가 어눌하게 대답했다. " 나 같은 놈에게는 칼자국이 훈장입니다. 교도소에서도 칼빵 많은 놈은 함부로 대하지 못합니다. " 그는 칼자국 흉터의 길이와 개수로 자신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놈인가를 증명했다. 코맥 메카시가 말했다. 흉터에는 신비한 힘이 있다고, 흉터는 과거에 있었던 일이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한다고. 조폭이 " 칼빵 " 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다면  프로 선수는 " 몸값 " 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증명한다.

 

몸값이 곧 서열'이다. 대한민국 월드컵 축구팀이 왜 16강에 진출하지 못했는가, 라는 의문점은 몸값을 보면 답이 나온다. 실력만 놓고 보면 한국은 16강에 진출할 가능성은 낮았다. 성적이 56등인 꼴찌'에게 10등을 바랄 수는 있다. 하지만 무리'다. 이럴 때 한국인이 항상 내세우는 것은 모자란 실력은 정신력으로 채우면 된다는 논리'다. < 헝그리 정신 > 을 강조한다. 헝그리는 만병통치약'이다. 열악한 운동 환경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송강호 말마따나 " 내가 현정화라면 현정화야. 씹떼끼야.... " 다. 대한민국 꼰대가 대한민국 젊은이에게 하는 소리'다. 헝그리 정신을 이명박 식으로 말하자면 배부른 소리'이고, 박근혜 스타일로 각색하자면 제2의 새마을 운동 정신'이다.

 

하지만 월드컵은 < 정신력 > 만 가지고 할 수 있는 경기가 아니다. 축구는 정신력, 근력, 순발력, 지도력 따위가 종합적으로 작동할 때 좋은 성적이 나온다. 정신력은 많은 요소 가운데 하나이지 절대 요소가 아니다. 정신력은 한국인에게만 있나 ? 실력을 갖췄는데 정신력마저 뛰어나다면 ?! 누누이 말하지만 실력은 정신력보다 좋은 기술'이다. 대한민국은 선수들이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기반 시설과 제도 따위를 지원하기보다는 정신력'만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스포츠 육성 정책은 < 될 놈 > 을 밀어주어야 하는데, < 된 놈 > 만 밀어준다. 검증된 놈에게만 과도하게 몰빵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될 놈과 되지 못한 놈은 철저하게 소외된다. 국가는 된 놈에게 온갖 선물을 주고는 생색을 낸다. " 봤냐, 우리 전하는 성적 좋은 놈에게는 그만한 대가를 지불하거등 ! "

 

스포츠 세계에서도 승자 독식 현상은 그대로 재현되었다.  실력보다는 정신력을 강조하는 오랜 전통은 박정희 정권에서 가훈으로 작용했고 이명박근혜 키드는 계승 발전한다. 좋은 환경이 마련되어야 좋은 실력이 나오는 법인데, 실력을 위해서 환경 개선을 주문하면 허, 허허허허헝그리 정신을 내세운다. 내, 내내내내가 현정화라면 현정화야. 이 씹떼끼야 ! 내, 내내내 말 잘 들어. 게으른 놈에게는 내일의 태양은 뜨지 않아 ! 대한민국은 헝그리 정신과 의리'가 지배하는 사회'다. 하지만 헝그리 정신을 강조하는 것은 비단 고용주만이 아니다. 고용주에 세뇌된 노동자도 현정화, 현정화, 현정화 한다. 현정화 정신는 곧 대한민국 현대화 과정이 되었다.

 

한국 선수들의 정신력 부족을 탓하기 전에 열악한 운동 환경에 대한 지적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게 이치에 맞다. 안선주라는 프로골프 선수가 있다. 그녀는 일본프로여자골프에서 활약하는데 놀랄 만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그녀가 한국프로여자골프에서 뛰지 않고 일본을 선택한 이유가 한국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을 수 없었던 데 있다고 고백했다. 안선주는 실력은 탁월했지만 뛰어난 미녀는 아니었다. 후원 명목으로 성형을 강요한 기업도 있었다. 대한민국 스포츠의 현실이다. 김연아에 대한 열광에는 그녀가 가지고 있는 미모가 크게 작용했다는 사실을 부정하면 안 된다. 김연아와 안선주가 " 체인지 " 했다면, 지금처럼 당신은 김연아에 열광할 수 있을까 ? 모순을 직시하자. 개그콘서트 << 끝사랑 >> 에 나오는 정태호 말투를 빌려 말하자. " 그거 사랑 아니야 ! "

 

현정화 정신을 강조한 현대화 과정에서 군사부일체는 늘 정신력을 강조했다. 여성 노동자는 생리통 약과 잠을 쫒는 약을 먹으며 철야 근무를 했고,  이에 환경 개선을 주문하면 빨갱이'가 되었다. 그들이 보기에 노동 환경 개선 주장은 헝그리 정신이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한다. 군사부일체에게 있어서 노동자 몸은 연소되어도 되는 주체'였다. 고용주는 현정화 정신을 숭배했다. 우리는 항상 환경과 구조적 문제점을 말하기보다는 헝그리 정신만 강조하게 되었다. 이 자리에서 밝히지만 " 라면 먹고 금메달 딴 선수는 현정화가 아니라 임춘애입니다, 형님 ! " 이에 대한 형님의 반응은 뻔하다. " 나가 있어 !!!! " 그래도 나는 말하련다. " 임춘애입니다, 형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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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4-07-07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임춘애입니다 형님, 이 말 참 달착지근하고 쫄깃하네요. 다시금 넘버3의 위대함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마태우스 2014-07-08 0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송강호의 명대사를 가지고 축구 얘기를 찰지게 할 수가 있네요. 좋은 글은 전혀 관계없어 보이던 두 사물을 연결시키는 거라고 제가 늘 생각했는데요, 곰발님의 글은 정말 걸작입니다. 볼 때마다 감탄사를 남발하게 된다는... (이 짧은 댓글을 달면서 표절을 저지르다니 죄송...)

곰곰생각하는발 2014-07-08 11:46   좋아요 0 | URL
언제나 좋은 말씀만 하셔서 고맙습니다. 걸작이라는 소리는 태어나서 처음 들어 몸이 둥 떴습니다. 생유 ~ 마태우스 님 !!!!

만화애니비평 2014-07-08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건이 있어야 개인의 능력이 따르는 법이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7-08 11:47   좋아요 0 | URL
저는 좋은 환경에서 좋은 선수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2014-07-08 14: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봉다리잘띠네 씨에 대한 기록 

 

 

 

 

 

나와 함께 살고 있는 개는 " 골든 리트리버 " 다. 말이야 < 골든 ~ > 이지, 하는 짓으로 보면 < copper : 구리 > 에 가깝다. 원래 리트리버는 온순한 성격인데 이 개는 무척 사납다. 특히 식사 중'에는 어느 누구도 접근할 수 없다. 소개가 늦었다. 이 개 이름은 " 봉다리잘띠네 " 다. 얼마 전에 < 쩍쩍이 > 에서 < 봉다리잘띠네 > 로 개명했다. 비닐 봉투만 보면 흥분해서 마당을 뛰어다닌다. 그래서 지은 이름이 봉다리(만 보면 좋아서) 잘 뛰네'다. 혹자는 우아한 프랑스 이름이나 카메룬 사람 이름 같다고 착각하는데 우리말'이다. 그렇다면 왜 봉다리잘띠네 씨'는 봉다리만 보면 흥분해서 뛰어다닐까 ? 비니루 패티시즘'이라도 있는 것일까 ? 아마, 내 말을 듣고 나면 당신은 봉다리잘띠네 씨'에 대해 연민을 느낄 것이다.

 

나는 그동안 봉다리잘띠네 씨'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집에 갈 때는 항상 구멍가게에 들려 개가 먹을 주전부리를 사고는 했다. 새우깡, 천하장사 소세지, 비비빅 따위'다. 먹거리를 비닐 봉투에 담아  오니 봉다리잘띠네 씨'에게 봉다리는 화수분이다. 어머니도 이에 동참한다. 외식 후 남은 고기를 비닐 봉투에 담아 챙겨 오신다. 그래서 봉다리잘띠네 씨는 봉투만 보면 미치게 되었다. 아, 불쌍한 봉다리잘띠네 씨 ! 너의 절편음란증은 다 내 잘못이다. 용서하거라 ! 봉다리잘띠네 씨는 살아오면서 사건 사고가 많았다. 돈봉투를 물어뜯은 적이 있고, 내 노트북을 발톱으로 북북 그어서 산 지 얼마 되지 않는 신형 노트북이 " 그지 " 가 되었다.

 

그런가 하면 교회 바자회 때 쓰려고 준비한 참기름 통을 엎어서 난리가 난 적이 있다. 일반 석유통 크기에 가득 담긴 참기름이었으니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어머니에게 죽도록 맞았다. 그런가 하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메주를 담그기 위해 무공해로 키운 짚단을 어렵사리 수소문해서 구해왔는데 짚단을 담은 소쿠리에 똥을 싸서 그때도 뒈지게 맞았다. 그뿐인가 ? 어머니가 애지중지 키우던 배추 위에다가도 똥을 싸서 따귀를 맞았다. 서랍 속에 넣어둔 농약을 삼킨 적도 있다. 그 무거운 걸 들고 새벽 거리를 뛰어다녔다. 얼마나 다급했는지 동물 병원이 아닌 일반 병원 응급실로 뛰어가서 응급 수술해 달라고 떼를 쓰기도 했다.

 

농담이 아니라 실화'다. 접수처 직원은 당연히 그럴 수 없다고 했으나 나는 그 사람 멱살을 잡을 뻔했다. 다행히 24시간 운영하는 동물 병원을 찾아서 응급치료를 받았는데 병원 대기실에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신고 있던 슬리퍼 하나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뛰어다니다 보니 정신이 없었던 것이다. 오른발에는 슬리퍼 대신 개똥이 왕창 묻어 있었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그렇게 해서 살려냈건만 봉다리잘띠네 씨는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 개가 가장 무서워하고 존경하는 인물은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절대 신에 가까웠다. 어머니가 한마디 하면 잘띠네 씨는 황송해서 발라당 드러누우며 오줌을 찔끔 싸기도 했다. 그 다음 서열은 진공청소기'였다. 다음은 전기모기채, 샤워기 꼭지, 라이터 순이었다.

 

라이터 같은 경우는 무서워한다기보다는 짜증을 냈다. 불을 켜는 시늉을 하면 물어뜯었다. 라이터 다음이 바로 < 나 > 였다. 나는 집안에서 서열이 꼴찌였다. 삼백 원짜리 라이터보다 못한 존재라니 ! 그래도 나는 봉다리잘띠네씨'를 사랑해서 근사한 개집을 장만했다. 벨기에 제품으로 조립식 개집이었다. 무공해 제품으로 개집치고는 꽤 비싸게 주고 샀는데, 개새끼 ! 아.... ( 흥분을 가라앉히자. 개집 얘기가 나오면 야마가 돈다. 이해하시길... ) 잘띠네 씨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개집에 들어가 잔 적이 없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오로지 땅바닥에서 잠을 잔다. 불쌍해서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화장실에서 재웠는데 이제는 아예 화장실이 자기 집인 줄 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잘띠네 씨는 화장실 바닥에 편안하게 누워 있다.

 

그리고 변기통을 식수대로 사용한다. 정수기 물을 떠 주면 콧방귀도 안 뀐다. 오로지 화장실 변기 물만 마신다. 그래, 시바 ! 원효대사님도 시체 썩은 물 드시고 득도 하셨지. 봉다리잘띠네 씨는 이제 곧 좋아서 마당을 미친듯이 뛰어다닐 것이다. 신기하다, 식탐이 많아서 나를 보면 으르렁거리고, 내가 사 준 집은 거들떠도 안 보지만 밉지 않으니 말이다. 무엇보다도 봉다리만보면잘띠네 씨'는 달달한 걸 무척 좋아한다. 작년 여름에 먹은 비비빅이 백 개가 넘는다. 여름 보양식으로 날마다 한두 개씩 주다 보니 그리 되었다. 마르크스와 앵겔스는 공산당선언문에서 "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 " 라고 말했다. 그 유명한 문장을 살짝 바꾸자면 " 봉다리잘띠네여, 단걸 그만 먹어라 ! " 라고 말하고 싶다. 살찐다. 어찌 되었든,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뛰어다녔으면 좋겠다.

 

 

 

+

아차 ! 이 말을 하려고 이 글을 쓴 건데 까먹고 지나갈 뻔했다. 봉다리잘띠네 씨'는 < 단어 > 를 알아듣는다. 동물농장에 나오는 개처럼 40개 단어를 구별할 줄 아는 능력은 아직 없지만 한 개 단어'만큼은 구별할 줄 안다. " 벌레 " 라는 단어'다. 내가 잘띠네 씨에게 " 벌레 어딨어 ? " 라고 물으면 갑자기 벌떡 일어나 털을 곤두세우고는 벌레를 찾는데 주로 벽을 쳐다본다. 못자국이라도 있으면 벌레인 줄 알고 살핀다. 봉다리잘띠네 씨'가 < 벌레 > 라는 단어를 학습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어느 날, 거미 한 마리가 벽에 붙어 있었다. 일반 거미가 아니라 타란튤라처럼 생긴 거대한 거미였다. ( 과장이 아니다. 산 아래 달동네에 살아서 이상한 벌레가 자주 출몰한다 ) 내가 너무 놀라서 뒤로 자빠지며 잘띠네 씨에게 벌레 ! 벌레 !!!!! 라고 외치자 호기심이 왕성한 잘띠네 씨가 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냅다 삼켰다. 독거미가 확실했다. 잘띠네 씨는 삼키자마자 거미를 토해내며 뒤로 자빠졌다. 그 다음부터 " 벌레 " 라는 단어만 나오면 흥분한다. 복수하겠다, 뭐... 그런 것 아니겠는가 ?

 

 

 

 

+

고양이도 한 마리 키운다. 고양이 이름은 " 사색이 " 다. 봉다리잘띠네 씨와는 달리 사색 씨'는 나를 좋아한다. 사진집을 보고 있는 그윽한 눈동자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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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qur 2014-07-06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알고보니 동물농장 아저씨였었.. 하하. 봉다리잘띠네의 득도에 오백원 겁니다.

그나저나 오늘 어수선이 휴업한 건가요. 글 대방출!

곰곰생각하는발 2014-07-07 10:41   좋아요 0 | URL
현재 잘띠네 씨'가 터득한 낱말은 " 벌레 어딨어 ? " 와 " 쥐 어딨어 ? " 입니다. 쥐 어딨어? 라고 물으면 쥐가 자주 다니는 길을 코르 킁킁 하며 털이 곤두섭니다.

노이에자이트 2014-07-06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들은 신문이나 책 앞에 저렇게 앉아서 뭔가 생각하는 모습을 보일 때가 있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7-07 10:39   좋아요 0 | URL
고양이는 뭐랄까. 신비한 구석이 있죠. 개가 장비 같은 인물이라면 고양이는 제갈공명 같다고나 할까요 ?

엄동 2014-07-07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심 보고싶어요
쩍쩍이.
실물이 훨 간지날 듯

곰곰생각하는발 2014-07-07 15:00   좋아요 0 | URL
화장실이 자기 집 안방이고 변기물 먹는 놈이 뭔놈의 간지입니다. 그지'지....
개인적으로 전 쩍쩍이(잘띠네) 씨'에게 냉소적임..

달콤한 농담 2014-07-08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웃겨 죽는 줄 알았습니다. 어렸을 적 줄곧 개를, 현재는 고양이 한마리를 키우는 저로써는 왠지 모든 개는 수컷의 성향을, 모든 고양이는 암컷의 성향을 갖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7-08 18:54   좋아요 0 | URL
봉다리만보면잘띠네 씨의 누추한 속살을 보며 좋아하시는군요. 달콤한농담 님을 위해 가끔 이 녀석의 처철한 식탐에 대해 가끔 올리겠습니다. 우울하시거든 미리 말씀해 주십시요...

달콤한 농담 2014-07-09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봉다리만보면잘띠네(박차고뛰어나온노미,,,,필이 나네요)를 둘러싼 곰님과 곰님 모친의 한바탕 난리법석 대소동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 해서요,,,,봉~이는 무척 사랑스러운 놈입니다. 다른 사람이 기르는 개라는 조건하에서만 말이죠 ^^ 말씀만으로도 우울이 반감되는 효과가 있네요 감솨 ~~

곰곰생각하는발 2014-07-09 14:43   좋아요 0 | URL
개가 좋은 일을 할 때도 있군요. 허허허허허...

2014-07-09 14: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09 14: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09 18: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당동 더하기 25, 읽어 보셨나요 ?

 

 

영국 프리미어 축구 클럽 대항전'에 빠지면 국내 K리그 클럽 대항전'은 재미가 없어서 못 본다. < 네덜란드 : 독일 > A매치 경기를 보고 나서 곧바로 < 베트남 : 캄보디아 > A매치 경기'를 볼 때 느끼게 되는 당혹감이라고 할까 ? 풋볼이 아니라 똥볼이다.  " 레베루(레벨) " 가 다르다. 사대주의적 속물 근성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국내 K리그 경기는 거품 빠진 미지근한 맥주 맛이 난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메이저리그에 빠지면 한국 프로야구는 시시하다 ! 국내에서 홈런 타자로 활동하는 용병 선수들이 대부분 메이저리그에서 방출된 선수들이니 실력 차를 굳이 비교 평가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나는 엘지 팬으로써 야구 중계를 보는 낙으로 살고, 

 

종종 야구장을 찾는 편이지만 메이저리그 중계를 보다가 한국 야구를 보면 전국 고교 대항전'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든다. ( 메이저리그 선수, 특히 보스턴 레드삭스 선수 수염을 보다가 반들반들한 국내 프로야구 선수 턱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 여기에 응원 문화도 한몫 한다. 치어리더와 함께 목이 터져라 응원하며 율동을 하는 중년을 보라 !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 야구장이 도떼기시장도 아니고 음악 틀어놓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풍경을 보면.... 할 말은 많다만 여기서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 그냥 < 정 > 때문에 본다. 하지만 어쩌랴, 관심이 있어야 실력이 느는 법이고, 실력이 있어야 수준 높은 경기를 펼칠 수 있으니 국내 축구와 야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응원해야 한다. 그래야 류현진이나 손흥민 같은 선수가 나오는 것이다. 우, 하다가도 아, 하게 된다. 내가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조은의 << 사당동 더하기 25 >> 라는 사회학 책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엄기호의 << 단속사회 >> 나 오찬호의 <<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 같은 사회학 서적을 읽게 되면 " 레베루 " 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내가 만난 몇몇 크레타 인'이 거짓말쟁이라고 해서 크레타 인'이 모두 거짓말쟁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부분을 전체로 확대 해석하는 <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 에 빠지게 된다. 같은 이유로 몇몇 사마리아 인'이 착하다고 해서 사마리아 인'이라면 무조적 묻지마-보증'을 섰다가는 거지꼴을 못 면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과도하게 무리를 묶으면 편견과 차별을 낳는다. 몇몇 유대인이 돈만 밝히는 사채업자'라고 해서 유대인 전체가 사악하다고 주장하면 안 되고, 몇몇 목사가 패악스럽다고 해서 기독교 전체가 사악하다고 주장하면 안 된다.

 

<< 단속사회 >> 나 <<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 라는 책은 몇몇 사례를 전체인 양 부풀린다. 작가 김연수를 닮아서 감수성이 예민한 문학소녀들에게 인기가 있을 법한 수다맨이 <<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 라는 책에 대해 남긴 100자평은 예리하다.

 

" 삼분의 일쯤 읽다 덮었다. 이 저자는 뭔가 착각하고 있다. 사회학적 글이라면 직관이나 귀동냥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객관적 자료를 통해 논리적 증명을 해야한다. 단순히 주변인 몇 명의 사례를 들먹이며 `이십대 개새끼론`을 펼치는 것은 위험천만하다. 이 책은 꼰대의 글로 읽힐 소지가 다분하다. "

 

 

프로이트는 같은 정신분석의는 귀동냥에 의존해도 되지만 사회학자가 귀동냥에만 의존하게 되면 위험하다. 오찬호는 교양 있게 < 괴물이 된 이십대 > 라고 표현했지만, 이 표현을 고양이 혓바닥처럼 까칠한 저잣거리 입말로 번역하자면 < 이십대 개새끼론 > 이다. 하지만 나는 오찬호의 사회 분석 방식(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대해 찬성하지 않을 뿐이지, 이십대 개새끼론'에는 찬성한다. 단, 선행 조건이 붙는다. 삼십대 개새끼론, 사십대 개새끼론, 오십대 개새끼론, 육십대 개새끼론도 포함해야 한다. 그래야 공평하다. 꼰대'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바로 " 왕년 " 이다. 갈 왕 : 往 에 해 년 : 年 으로 옛날'이란 뜻이다. 왕년에 잘 나가지 않은 사람 어디 있나 ? 왕년에 여자들에게 인기가 없는 중년 있었던가 ?

 

오찬호는 < 왕년에 ~ > 라는 프레임을 작동시켜서 왕년에 우리는 이랬는데 왜 너희들은 팔 월 한낮에 늘어진 엿처럼 시들시들하냐고 질타한다. 인간은 " 상황적 동물 " 이다.  직면한 상황에 따라 행동은 달라진다. 80년대 상황과 2000년대 상황을 배제한 채 오로지 현상만을 놓고 분석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리고 차별에 찬성하는 이십대'가 있다면, 차별에 반대하는 이십대도 있다.  오찬호는 차별에 찬성하는 몇몇 이십대를 마치 전체인 양 말하고는 혀를 끌끌 찬다.  엄기호의 << 단속사회 >> 도 분석틀로 사용된 실험군'이 지나치게 협소하고, 진단은 성급하다. 소설가는 다작을 할 수 있지만, 사회학을 공부하는 학자가 다작을 하게 되면 내용이 부실하게 된다.

 

<< 단속사회 >> 는 전작인 <<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 후속편 같다. 전작에서 했던 말을 다시 한다. 마치 팔도비빔면 같다. 왼손으로 비벼도 되고, 오른손으로 비벼도 된다. 그게 그거라는 말이다. 조은의 << 사당동 더하기 25 >> 는 가난한 가족을 25년 동안 찾아다니며 기록한 내용이다. 엄기호와 오찬호의 책이 < 겉절이 > 같다면 이 책은 < 묵은 김장 김치 > 다. 겉절이는 훌륭한 반찬이기는 하나 맛있는 김치찌개를 끓일 수는 없다. 반찬을 원한다면 호호 형제(엄기호+오찬호) 가 만든 겉절이를 추천하지만, 찌갯거리를 원한다면 조은이 푹 담근 묵은 김치를 권한다. 대학에서 29년간 학생들을 가르쳤던 조은은 정년을 맞아 < 사회학은 현장이다 > 라는 제목으로 마지막 강의를 했다고 한다.

 

이 제목에 모든 것이 담겨져 있다. 엄기호와 오찬호가 귀'만 열었다면, 조은은 귀를 열고 눈으로 보고 발로 뛰었다. 그녀는 섣불리 진단하지 않고 아주 오랫동안 관찰하고 기록한다. 그리고 그 기록을 바탕으로 가난에 대해 말한다. 무뚝뚝한 성실성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이 과정에서 분석가의 부끄러운 욕망도 솔직하게 고백한다. 조은은 정금선 할머니 가족이 별탈없이 지내기를 바라지만 한편으로는 극적인 사건이 발생하기를 내심 기대한다. 기승승승'만 있는 스토리보다는 기승전결이 뚜렷한 이야기가 재미있으니깐 말이다. 그리고는 그 사실에 스스로 놀란다. 이 책은 관찰과 기록에만 그치지 않고, 분석가가 대상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반성하는 과정이 담겼다.

 

참, << 사당동 더하기 22 >. 라는 다큐멘터리 시디'는 이 책을 살 때 덤으로 나온다.  누군가가 나에게 << 단속사회 >> 나 <<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 라는 책이 읽어볼 만한 책이냐고 묻는다면 오히려 당신에게 되묻겠다. " << 사당동 더하기 25 >> 읽어 보셨나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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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4-07-08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이지 사당동 더하기 25는 걸작이라 불러도 아깝지 않지요!! 저도 작년에 이 책을 읽고 나서 '무뚝뚝한 성실성'이 배어난 글쓰기란 이런 거구나, 하는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에 비해 오찬호 글을 읽고 나면, 곰곰발님 말씀처럼 '레베루'에 대해 생각하게 되지요... 좀 더 심하게 말하자면 겉절이보다도 '다꾸앙(단무지)'에 알맞아 보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7-08 00:50   좋아요 0 | URL
저도 사당동은 작년에 읽었습니다. 이 글은 오찬호에 대해 쓰려다가 딱히 할 말이 없더군요. 그래서 사당동과 비교하게 되더군요. 모범 답안이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