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 현대판 포틀래치'다.
독일 축구는 선이 간결하다. " 원 샷 원 킬 " 이다. 독일 축구가 칸딘스키 회화'라면 브라질 축구는 클레 그림 같다. 비유가 어정쩡한가, 그럼 다시 ! 독일 축구가 동양화 난초 그림이라면, 브라질 축구는 유화로 그린 서양화 기법을 연상시킨다. 전자가 획을 긋는 방식이라면, 후자는 점을 찍는 방식이다. 티키타카는 유화'를 닮았다. 브라질 선수 개인기를 바탕으로 한 화려한 드리블'은 아, 하는 감탄사를 내뱉게 한다. 하지만 브라질 월드컵 4강전 < 독일 - 브라질 > 경기는 아, 라는 감탄사 대신 앗, 이라는 비명을 지르기에 바빴다. 7 : 1, 독일 승리였다. " 펠레의 저주 " 는 예상을 빗나간 적이 없다. 브라질은 졌다. 펠레가 < 브라질은 철벽 수비가 뛰어나기에 브라질이 우승할 거임 ! > 이라고 예상했으나 결과는 자동문 수비'였다.
독일을 응원했던 나는 결정을 철회하고 브라질이 어느 정도 만회하기를 바랐으나 이 바람이 헛바람이란 사실은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증명되었다. 독일은 사냥에 성공했고 배가 터질 만큼 먹었지만 자비는 없었다. 배불리 먹고 나면 그늘에 누워 낮잠을 자는 게 맹수의 습속이지만, 독일은 먹이를 얻기 위해 사냥을 하는 사자 무리'보다는 살인을 목적으로 하는 들개에 가까웠다. 비난할 일은 아니다. 축구는 총성 없는 전쟁이니깐 말이다. 사실 독일 공격이 잔인했다기보다는 브라질 수비가 완벽하게 무너졌다. 독일이 나무 그늘 아래에서 낮잠을 자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결과론'이지만 나는 독일이 당연히 이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 나는 오래 전부터 독일을 응원했다. 그렇기에 내 예측은 편애와 편향성에 의존한 예측에 가깝다. 독일 축구는 화려하지 않다. 실리 축구를 쳘치는 팀이었다. 중요한 것은 개인기가 아니라 승리'다. )
개인기를 바탕으로 볼 점유율을 높여 득점 찬스를 얻는 티키타카 전술이 위험하다는 사실은 이미 스페인 몰락에서 예견되었다. 더군다나 공격력 대부분을 네미마르'라는 선수의 발끝에 의존하는 방식은 네미마르가 부진할 경우에는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점에서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 점에서 < 네덜란드 : 아르헨티나 > 경기도 네덜란드가 이길 확률이 높다. 메시가 죽으면 아르헨티나 전체가 죽는다. 현재 브라질 현지는 전운이 감도는 모양새'다. 버스는 화난 군중에 의해 전소되었고, 대형 유통매장을 중심으로 약탈도 발생하고 있다. 브라질 마피아도 한몫했다. 네미마르에게 부상을 입힌 콜롬비아 선수 수니가에'에게 보복을 선언했고 현상금이 붙었다는 말도 나돈다.
만약에 수니가에 선수가 피살된다면 국가 분쟁도 피할 수 없다. 콜롬비아 마피아는 군대보다 화력이 빵빵한 집단이다. 브라질 마피아와 콜롬비아 마피아 간 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그뿐이 아니다. 알려진 대로 브라질 국민 가운데 상당수는 월드컵 개최에 반대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축제가 수익을 창출할 수 없는 적자 경영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국민 세금과 빚으로 잔치를 벌이고, 이득은 몇몇 스포츠 마피아와 대기업이 차지한다. 브라질은 월드컵 도로와 경기장 건설을 위해 빈민가를 강제로 철거했다. 86아시안 게임 당시 달동네가 해외선수단과 응원단에게 쪽팔리다는 이유로 도로 가림막을 설치한 이유와 비슷하다. 대한민국이 2002 월드컵을 개최해서 얻은 수익은 얼마나 될까 ?
축구는 거대한 빚잔치가 되었다. 월드컵은 현대판 " 포틀래치 " 다. 포틀래치는 치누크 인디언족 말로 " 소비한다 " 라는 뜻으로, 경조사 때 과도하게 잔치를 벌이는 축제'다. 포틀래치 축제에서 주인에게 과도한 선물을 받은 손님은 답례 축하연을 열어서 손님들에게 더 많은 선물을 해야 했다. 포틀래치 축제에서 증여의 핵심은 : 주인은 손님에게 과도한 선물을 한다, 주인이 주면 손님은 무조건 받아야 한다, 손님은 후에 더욱 성대한 답례 축하연을 열어야 한다. 만약에 답례 축하연'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주인은 체면을 잃거나 심지어 노예가 되기도 했다. 월드컵도 마찬가지'다.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다음 개최지는 이보다 더 화려한 개최를 위해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상을 차릴 것이고,
국가 탕진에 대한 고통은 전적으로 빚으로 남을 것이다. 물론 그 빚을 갚아야 할 주체는 국민이다. 대형 스포츠 축제 개최는 수지맞는 장사가 아니다. 빚 잔치일 뿐이다. 평창 올림픽 개최를 위해서 전국민이 기도로 염원한 적이 있다. 바다가 갈라지는 기적을 보여주었듯이 대한민국에도 기적을 보여주시옵소서 ! 묻고 싶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당신에게 무엇을 선사할까 ? 자긍심 ?! 웃기지 마라, 소문난 잔치가 끝나면 남겨진 것은 부러진 상다리'가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