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치에 대하여











형은 우리집의 맏아들이자 모범생이었다. 말이 좋아 모범생이었지 내가 평균 이하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돋보이는 경우라 할 수 있었다. 그래도 형은 학년마다 반장 / 부반장이라는 완장은 달고 다녔으니 부모 입장에서 보면 맏아들은 자랑할 만한 아들이었다. 살림이 넉넉하지 않았던 부모는 재화의 상당 부분을 맏아들에게 투자하였다. 보편적 복지보다는 선별적 복지를 선택한 것이다. 지금은 개나 소나 신는 신발이 되었지만 그때만 해도 " 나이키 " 신발은 중산층이라는 계급 지표를 명징하게 보여주는 일종의 랜드마크'였다. 형이 나이키 신발을 신고 다닐 때 나는 주로 나이킹, 나이킴, 나이스 따위의 짝퉁을 신고 다녔다. 옛 과거를 생각하니 아, 뭐야. 이런 신발 !  끼리끼리 논다고 했던가. 형 친구들은 주로 나이키, 아디다스, 프로스펙스, 퓨마, 아식스를 신고 다녔다. 그런데 딱 한 사람, 시장 보세 신발을 신고 다니는 형 친구가 있었다. 나이킹은 나이킹을 알아보는 법. 그 형도 나와 같은 나이킹'이었다. 형 친구들이 대부분 모범생이었던 반면에 그 형은 어리숙하고 순박했으며 어눌했다. 부모가 사이비 종교에 빠져서 가정을 버리고 행방 불명이 되어서 집도 없이 이곳저곳을 떠돌던 형이었다. 형 친구들이 대부분 대기업에 취직하여 넥타이 직장인이 된 반면에 그 형은 중국집 배달 일을 했다. 그 형은 교통사고로 병원에 몇 번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 모두 다 악천후 때 발생한 사고였다. 속도를 늦출 수 없는 데에는 면이 불었다는 이유로 주문을 취소하거나 그 이유로 폭언과 폭력이 뒤따른다는 점. 그리고 배달 시간이 초과될 경우 벌금을 물어야 된다는 점 때문이었다. 뇌수술 때문에 머리를 삭발한 형의 모습을 보자 생강처럼 마음이 아렸다1). 한국인은 한국의 배달 문화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만 그것이 플렛폼 배달 노동자의 목숨값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올해에만 택배 노동자 9명이 과로사로 사망했다. 그들은 주6일 하루 평균 16시간을 노동했다. 폭우가 쏟아지던 날이었다.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비가 쏟아진 날은 내 기억에 없었다. 어쩌면 비에 집이 떠내려갈 수도 있다는 공포를 느낀 날이기도 했다. 걱정이 되어 창문을 열고 창밖을 보는데 폭우를 뚫고 오토바이 한 대가 내가 사는 빌라 현관문 앞에서 멈췄다. 얼마나 다급한 일이 있기에 살인 같이 퍼붓는 길을 뚫고 왔을까 ? 내 예상과는 달리 그가 오토바이 보관함에서 꺼낸 것은 치킨이었다. 내가 사는 빌라 입주민 중에 누군가가 음식 배달을 시킨 것이다. 뇌수술 때문에 머리를 삭발했던 형 친구의 모습을 떠올리자 내 입에서 육성으로 욕이 튀어나왔다. 잠시 후, 배달 노동자를 퍼붓는 비를 뚫고 사라졌다. 저렇게 퍼붓는 빗속에서 과연 앞이 보일까 ? 비가 많이 오는 날에 오도방 일을 하는 것은 눈을 감고 달리는 것과 똑같다고 말했던 그 형의 자조섞인 말이 생각났다. 악천후일수록 음식 배달 주문이 폭증한다고 한다. 살기 위해 먹는 일을 두고 욕설을 내뱉기는 그렇지만 내가 보기엔 그들은 먹기 위해 사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것은 소비자의 권리에 앞선 염치에 대한 이야기'다.







+

가로수가 뽑히는 날씨에 치킨을 배달해 먹는 인간이나, 코로나 때문에 잠시 내전을 중단하는 나라도 있는데 이 시국에 의료 파업을 하는 놈이나 그 파업을 지지하는 인간도 염치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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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0-08-27 16: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날씨가 좋지 않을 때 음식을 시켜 먹는 것은 매출이라도 올려 주지만, 코로나 19로 온 나라가 비상인 상황에서 진료 거부는 인질극이고, 내란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더 염치가 없겠지요... 당장 주변에 고혈압 환자, 당뇨병 환자 아닌 어른을 찾기 힘든 상황에서 국민을 위한다는 구호는 정말 듣기 거북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20-08-27 16:38   좋아요 3 | URL
비 적당히 내릴 때 음식 시켜 먹는 것 가지고 뭐라 그러는 게 아니라 어제처럼 가로수가 뽑히는 악천후에 음식 배달시켜 먹는 인간이 문제인 거죠. 생각이 없는 겁니다. 어제 재난 문자로 밖에 나가지 말고 안전수칙 지키라고 했는데 정작 플렛폼 회사는 플랫폼 노동자에게 배달 횟수 정확히 채우면 5만 원 상품 준다고 상품도 걸더군요. 이게 뭐하는 건지....

겨울호랑이 2020-08-27 16:49   좋아요 1 | URL
그랬군요... 비 오면 나가기 싫은 것이 사람 심리이긴 하지만, 곰곰발님 말씀처럼 그건 아니지요... 5만 원 상품권 이야기는 처음 들어봅니다... 매출 생각에 노동자의 안전을 가볍게 여기는 플랫폼 회사 나 자신의 밥그릇을 위해 급여 부분에서는 공공의 부담을 늘리고, 비급여 부분에서는 경쟁자의 진입을 막는 의료인들의 행태 모두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2020-08-27 1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20-08-27 16:39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 형은 정말 여러번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

정말 악천우 날씨에 오토바이 타면 시야가 제로거든요. 비 많이 올 때 차 몰 때보다 10배는 위험할 겁니다..

레삭매냐 2020-08-27 17: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 이러지 맙시다.

한겨울에도 추운 날에만 배달
이 폭증한다고 하더라구요.

노동의 가치에 대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절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20-08-27 17:43   좋아요 0 | URL
아. 맞다. 기사 보니 폭설 내릴 때 주문 폭주한다고 하더군요. 이때 오토바이 배달 사고가 많이 난다고.. 미끄러워서.....

2020-08-28 0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28 1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와같다면 2020-08-28 22: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선일보 ˝조국 딸이다, 의사고시 후 여기서 인턴하고 싶다˝ 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삭제

연세의료윈측 조선일보 보도 사실 아니고, 정기양 피부과 교수도 헛소문이라고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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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흑서‘ 공동저자인 서민 단국대 교수 블로그
(˝아참, 조민아, 너도 고마워. 혹시 세브란스 피부과 한다는 소문은 진짜니?˝)

서민교수 적어도 확인은 하고 글을 쓰기를
글의 무게를 알기를

곰곰생각하는발 2020-08-28 22:20   좋아요 2 | URL
오모모. 진짜 염치 없네영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0-08-28 2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20-08-28 22:32   좋아요 0 | URL
그래도 명백히 허위 사실이니 명색이 깨시민인 서민 님이 사과는 하시겠죠. 안 하시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이죠.
 


                              


침      입      자,  2 0 2 0 :









우리가 남이니 ?









                                                                                  독일어 unheimlich는 영어로 uncanny라는 뜻이다. 번역하면 " 낯익은 두려움, 친숙한 두려움, 편안한 두려움 " 되시것다. 낯익지만 두렵고, 친숙하지만 두렵고, 편안하지만 두렵다는 것은 일종의 형용 모순'인 셈이다. 


프로이트는 친밀한 대상에게서 느끼는 친숙함이야말로 심리적인 공포를 유발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주장하며 언캐니 개념을 정신분석학에 도입한다.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독일어 heimㅡ이 영어로 home이라는 데 있다. unheimlich(운하임리히)를 프로이트의 의도를 고려하지 않고 문자 그대로 번역하자면 unhomely( not homely ) 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를 공포에 떨게 만들고 억압하는 존재는 대부분 < 가정적 > 인 것이다. 무서운 이야기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 내가 네 엄마로 보이니 ? " 라는 대사 주체의 포지션이 엄마'인 이유이다. 


영화 << 침입자 >> 는 어렸을 때 실종된 여동생이 성인이 되어 집으로(heimㅡ) 돌아온다는 이야기'를 다룬다. 그런데 남자 주인공은 여동생을 끊임없이 의심한다. 그녀는 과연 가족의 구성원일까, 아니면 침입자'일까 ? 이 영화에서 발생하게 되는 공포는 전적으로 " 운하임리히 " 에 기반을 둔 두려움이다. 관객은 어렸을 때 실종되었다가 성인이 되어 돌아온 여동생이 가족을 향해 내뱉을 대사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상상할 수 있다." 내가 네 여동생으로 보이니 ? "  그것은 진부하다기보다는 장르에 충실한 클리셰'다.  과연, 이 여동생은 진부하지만 운명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그 대사를 내뱉을 수 있을까 ?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이 살해되면 경찰이 제일 먼저 의심하는 쪽은 가족이라고 한다. 평소 잉꼬부부로 소문이 자자해도 아내가 살해되면 남편을 의심하고, 남편이 살해되면 아내를 첫 번째 용의자로 의심을 한다는 것이다. 의심을 받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억울할 만도 하지만 범죄학 통계는 경찰의 의심이 정당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렇기에 가족은 우리가 남이니 ? _ 라고 핫하게 말하기 전에 우리는 남이다 ! _ 라고 쿨하게 인정하는 것이 좋다. 가족 범죄는 대부분 < 우리는 남이다 > 라는 애티튜드에서 시작된 것 같지만 사실은 < 우리가 남이니 ? > 라는 원망에서 시작된 원한이다. 


가족 동반 자살도 사실은 가족 구성원을 각각의 개인으로 인정하기보다는 하나의 공동체로 인식한 결과이다. 하물며 유사 가족 형태인 대안 가족은 말해서 무엇하랴. 현대 사이비 종교의 특징 중 하나는 신앙 공통체를 단일 가족의 형태로 형질 전환한다는 데 있다. 아버지 전광훈은 자신의 신도들에게 " 우리가 남이가 ? " 라고 핏대 세우며 외치지만 전광훈과 그 신도들에게 나는 진부하지만 운명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그 대사를 되돌려줄 수밖에 없다. "  우리가 남이지, 그러면 님이니 ? 닝기미, 조또...... 시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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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0-08-24 1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uncanny는 단순히 송곳니가 없는 뜻으로 알았습니다. ‘친숙한~’ 의미가 왜 들어갔ㄴ는지 골똘히 생각해 볼 기회를 주셨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20-08-27 15:09   좋아요 0 | URL
언캐니 개념이 꽤 흥미롭죠..ㅎㅎ
 









     좀비는 인류의 아편이다





인간의 정서적 발전, 형법의 개선, 전쟁의 감소, 유색 인종에 대한 처우 개선, 노예제도의 완화를 포함해 이 세계에서 단 한 걸음이라도 도덕적 발전이 이뤄질 때마다 세계적으로 조직화된 교회 세력의 끈질긴 반대에 부딪히지 않았던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버트란트 러셀




문자가 없던 사회에서는 입으로 말하기(orality) 가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었다. 하지만 문자가 발명되고 널리 보급되면서 문자를 읽고 쓸 줄 아는 능력(literacy) 이 커뮤니케이션의 강력한 수단으로 부상했다.  월터 옹은 이것을 구술성(orality)과 문자성(literacy)으로 구별한다.  당연히 문해율이 낮은 나라일수록 문자를 사용하지 않아도 의사 전달이 가능한 문화에 익숙하다.  예를 들면 가난한 나라일수록 책보다는 티븨 시청을 하는 시간이 높다.  " 시청 " 은 읽기와는 달리 문자를 해독해야 하는 과정이 생략되었기에 " 즉각적(즉흥적) ㅡ " 이다. 


그들은 티븨 드라마를 보면서 수다를 떠는 것을 좋아한다. 여기에 군것질이 동반되면 진정한 의미의 < 팝콘각 > 이 탄생하게 된다. 이 장면에서 우리가 유심히 살펴보아야 할 대목은 구술(口述)로 대표되는 입-쾌락의 강화 현상이다. 시청자는 드라마 속 배우들이 말하는 대사를 엿들으며 희로애락을 느끼고, 군것질을 하면서 드라마 속 빌런을 험담한다. 나애리, 이 나쁜 기즤배 ~       이 반응은 생각의 결과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생각 없이 즉흥적으로 내린 결론에 불과하다. < 생각 없이 쓰기 > 란 어렵지만 < 생각 없이 말하기 > 는 쉬운 법이니 말이다. 


그래서 오럴 쾌락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은 사고가 굉장히 단순하다. 예수회 신부이자 영문학자인 월터 옹이 이것을 오럴리티'이라고 점잖게 표현했다면 정신분석학자인 프로이트는 오럴리티의 성적 쾌락을 강조하며 구순기(oral phase)라고 표현한다. 아기는 젖을 빨면서 식욕을 충족하지만, 빈 젖을 빨 때도 구순 성감대를 자극해서 성적 쾌감을 얻는다는 가설이다. 프로이트의 용어를 빌려서 월터 옹의 용어를 설명하자면 구술성은 구순기에 해당되고 문자성은 생식기( : 신체적인 성숙이 이루어져 진정한 의미에서의 성욕이 나타나는 최종 단계)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사회는 구술문화와 문자문화 중 어느 쪽에 가까울까 ? 모두 다 동의하겠지만 대한민국은 오럴리티의 사회'다. 한국인은 책보다는 드라마에 열광하고,  " Mukbang(먹방) " 이라는 단어를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최초로 등재시킨 종주국이며, 사이비 종교가 전 세계에서 압도적으로 가장 많은 나라'이다.  이들은 이만희와 전광훈 같은 사이비 목사의 설교에 열광한다.  대한민국이 사이비 종교의 천국이 된 이유는 명백하다.  설교 무대는 오럴리티의 꽃이기 때문이다. 열정적 리액션을 강조하는 예배는 하나의 공연이 되었다. 아멘과 할렐루야라는 외침은


떼창으로 변질되었다. 그것은 마치 롹스타가 방방 뛰는 객석을 향해 모두 다 소리 질럿, 시바 !!!!! _ 라고 외치는 정언 명령을 닮았다1).  또한 통성 기도, 방언, 율동, 찬송은 주님의 영광과 신도의 열광을 돋보이게 만드는 BGM으로 발달했다. 예배는 공연이 되었다. 마땅히 볼거리가 없는 노년층에게 있어서 예배는 놀거리인 것이다. 뒷방 늙은이로 전락했던 노인들은 서서히 직관의 쾌감을 몸소 경험한 것이니 신세계인 셈이다. 전광훈과 같은 극우 목사는 그 사실을 간파했던 것이다. 격렬하게 비열한 전광훈을 보면서 좀비를 연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옛날 같았으면 이런 인간들은 싸잡아서 격렬비열도로 유배를 보냈을 것이다. 그들은 신체적으로는 어른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여전히 오럴 쾌락에 집착하는 구순기 고착 성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늙은 젖먹이'일 뿐이다. 그들이 영혼 없는 좀비가 되어 죽음을 불사(不辭)하겠다며 항전을 선포하는 이유는 전광훈이 그들에게 영생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불사(不死)에 대한 욕망이 그들을 좀비로 만든 것이다. 욥기에서 사탄은 사람이란 제 목숨 하나 건지기 위해 내놓지 못할 것이 없다고 말했지만 고작 좀비가 되어 불사가 되는 것은 영생의 가장 안 좋은 예'가 아닐까 ?  


좀비가 되어서라도 불사'가 되고 싶은 욕망은 아마도 인간이 꿈꾸는 가장 비열한 방식의 영생일 것이다.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는 맑스의 말을 좀비 장르로 전환하자면 이렇다. 좀비는 인류의 아편이다. 












​                                  


1)    전광훈의 그 유명한 발언 : " 이 성도가 내 성도 됐는지 알아보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옛날에 쓰던 방법 중 하나는 젊은 여집사에게 빤스 내려라, 한 번 자고 싶다 해보고 그대로 하면 내 성도요, 거절하면 똥이다. "  이 말은 70년대 아이돌 스타였던 리프 가렛 내한 공연 때 황홀에 빠진 한국 여성 관객들이 팬티와 브래지어를 벗어 무대 위로 던진 사건을 연상하게 만든다. 전광훈은 자신을 아이돌 롹스타로 착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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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   아   있   다    : 










좀비와 냉장고










                                                                                               좀비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주인공 사람의 스탯(능력치)이 아니라 좀비의 스탯'이다. 좀비의 다섯 가지 능력은 다음과 같다. 시력, 청력, 주력, 완력, 지력, 정력(헤헤헤. 좀비에게 정력은 좀 그렇죠 ?)...... 


좀비도 다종다양해서 좀비물에 따라 시력은 상실했으나 청력이 발달한 놈이 있는가 하면 청력은 상실했으나 주력이 발달한 놈도 있다. 심지어 조지 로메로의 고전 좀비물처럼 다섯 가지 능력이 모두 퇴화된 좀비'도 있다. 좀비'라면 어디 가서 주눅 들지 않고 방귀 꽤나 낀다고 자부하는 나는 조지 로메로의 느려터진 좀비를 좋아하지만 세월이, 하....... 수상하여 뛰는 좀비만 사랑받으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물론 야구에서의 5툴 플레이어(5 tool player)처럼 모든 공격 지표에서 최상위 능력을 발휘하는 좀비가 등장하는 좀비물이 가장 재미있을 것 같지만 


실상 허점이 없는 좀비'는 매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아기자기한 서사를 제공하지도 못해서 장르에 탁월한 감독은 5툴 플레이어를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사실, 좀비가 다섯 가지 능력을 모두 갖춘다면 그것은 좀비가 아니라 사람에 가깝다. 전광훈 사이비 종교인이 대표적인 좀비계의 5툴 플레이어'이라는 점에서 진정한 K좀비'일 것이다. < 좀비물 > 이 좀비의 공격에 집중한 장르라면 < 생존물 > 은 생존자의 수비 능력에 집중한 장르다. 방어선을 구축해야 하고 구조대가 오기 전까지 생존 식량에 의지해 존나 버티는 것이다. 


영화 << # 살아있다 >> 는 좀비물이라기보다는 생존물 재난 영화에 가깝다. 이 영화는 좀비가 등장한다 뿐이지 재난으로 인해 아파트에 고립된 생존물의 특성이 강해서 짝퉁 << 김씨 표류기 >> 처럼 보인다. 문제는 이 영화가 생존물의 꽃이라 할 수 있는 " 식량 구하기의 재미 " 와 " 턱없이 부족한 생존 식량으로 존나 버티기 신공 " 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이 영화는 좀비가 아파트 단지에 창궐해서 그곳을 탈출하기까지, 주인공이 한 달 동안 집에서 존버하는 이야기인데 상식이 있는 관객이라면, 조금 더 심하게 표현하자면 닭대가리가 아닌 이상,  이 설정은 생존물 장르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쉽게 간파할 수 있다. 


왜냐구 ?!  냉장고가 있지 않은가 !   한국인은 평균 900리터 냉장고 한 대에 4인 가구의 1달 식량을 비축한다고 한다. 이것을 1인 가구로 전환하면 6개월분 식량을 냉장고에 보관한다. 여기에 한국인은 김치냉장고도 있으니 식량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   한국인에게는 몇 달은 먹을 수 있는 쌀도 있다.  만약에 당신이 영화 속 재난과 똑같은 일이 발생해서 문을 걸어 잠그고 생활해야 한다면 최소한 6개월은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영화 속 주인공이 사는 집구석(명색이 한강 뷰가 보이는, 4인 가족이 사는 중산층 아파트)이 보관한 식량은 1인이 삼시 세 끼로 먹을 수 있는 3일 치뿐이다. 


이것을 열흘로 쪼개서 존나 버틴다네 ?  살펴보니 쌀도 없다.  아이고, 이런 집구석을 누가 이해하겠는가. 더욱 웃긴 것은 마실 물이 떨어지자 집에 있는 양주를 벌컥벌컥 마시는 설정이다. 하. 뭐, 이런 수박 씨 발라먹을면서 시바스 리갈. 알코올이 체내 수분을 과도하게 배출해서 갈증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시나리오 작가나 감독은 모르나 보다.  차라리 바다에 표류한 생존자가 갈증이 나서 바닷물을 배 터지게 마셨다고 해라.  바닷물 마시고 갈증이 해결됐어욧 ! 사정이 이러다 보니 이 영화는 생존물로서의 재미가 1도 없다. 오뚜기 라면 먹방에 양주를 부어라 마셔라 하고 있으니 이게 무슨 서바이벌 영화'란 말이냐.  


무엇보다도 생존물 특유의 메이크업이라 할 수 있는 땟국물 줄줄 흐르는 화장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그리고 유아인의 머리는 한 달을 존버했는데도 미용실에서 갓 나온 손님의 헤어스타일 같다. 그리고 웃을 때 치아는 얼마나 눈부시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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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토닌
미셸 우엘벡 지음, 장소미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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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   이       고   인   다    :









오 마이 길티플레져 !











   티플레져'라는 신조어가 있다. " 남한테 이야기하기에는 부끄럽지만 막상 하고 나면 즐거운 짓 " 을 뜻한다. 예를 들면 크리넥스 티슈의 주요 소비자층인 중2 남학생이 은밀히 즐기는 자위 행위'가 대표적이다. 아, 느무느무 부끄럽구요. 하지만...... 야홋, 너무 짜릿해 ~            뭐, 이런 병맛 코드가 바로 길티플레져'일 것이다. 하하. 나도 부끄럽다. 내게는 프랑스 작가 미셀 우엘벡이 그런 경우'다. 여성 혐오, 동성애 혐오, 인종 차별을 전제로 깔고 가는 프랑스 작가 미셀 우엘벡의 소설 << 세로토닌 >> 은 남한테 이야기하기에는 부끄럽지만 막상 읽고 나면 즐거움을 선사하는 책이다. 


마치 독실한 기독교 집안의 아들이 자위를 하고 나서 엄습해 오는 청교도인의 죄의식이라고나 할까 ? 그는 현대 사회가 구강기로 후퇴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 그동안 요리 프로그램들이 굉장한 비중으로 증가했고, 그러는 동안 에로물은 대부분 채널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 우스꽝스러운 오스트리아인의 용어를 빌리자면, 프랑스와 어쩌면 서구 전역은 분명 구강기로 후퇴하는 중이었다. 나도 같은 길을 걷고 있었고,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세로토닌, 376쪽) " 이 대목에서 무릎 탁, 치고 아, 했다. 한국인이라면 우엘벡의 지적에 대하여 모두 동의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 Mukbang(먹방) " 이라는 단어를 옥스포드 영어사전에 등재시킨 자랑스러운 종주국이 아니었던가 ! 먹방은 현대인의 성욕이 어떤 식으로든 좌절되어 식욕으로 전환된 오럴적 증후'다. 먹방을 푸드포르노'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우엘벡은 인간이 구강기 - 항문기 - 성기기 과정을 거쳐 성인이 되어야 하는데 현대인은 반대로 성기기-항문기-구강기로 퇴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이 소설의 남성 주인공은 집요하게 섹스에 집착하지만 그의 페니스는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이다. 그는 자발적 실종을 선택함으로써 실존의 거세를 선언한다. 


미셀 우엘벡이 프랑스 사회를 구강기 퇴행으로 진단했다면 한국 사회는 " 초(超)구강기 퇴행 " 이다. 백만장자 연예인들이 티븨 오락 프로그램에 나와서 고기 한 점 더 먹겠다고 오두방정을 떨면서 육탄전을 펼치고 수많은 먹방 유튜버들은 날마다 고기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대식의 향연을 펼친다. 시청자들은 그 모습을 보며 " 아래 " 가 아니라 " 입 " 부터 촉촉히 젖는다. 아, 젖는다. 그래요. 네에. 부끄럽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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