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로토닌
미셸 우엘벡 지음, 장소미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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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   이       고   인   다    :









오 마이 길티플레져 !











   티플레져'라는 신조어가 있다. " 남한테 이야기하기에는 부끄럽지만 막상 하고 나면 즐거운 짓 " 을 뜻한다. 예를 들면 크리넥스 티슈의 주요 소비자층인 중2 남학생이 은밀히 즐기는 자위 행위'가 대표적이다. 아, 느무느무 부끄럽구요. 하지만...... 야홋, 너무 짜릿해 ~            뭐, 이런 병맛 코드가 바로 길티플레져'일 것이다. 하하. 나도 부끄럽다. 내게는 프랑스 작가 미셀 우엘벡이 그런 경우'다. 여성 혐오, 동성애 혐오, 인종 차별을 전제로 깔고 가는 프랑스 작가 미셀 우엘벡의 소설 << 세로토닌 >> 은 남한테 이야기하기에는 부끄럽지만 막상 읽고 나면 즐거움을 선사하는 책이다. 


마치 독실한 기독교 집안의 아들이 자위를 하고 나서 엄습해 오는 청교도인의 죄의식이라고나 할까 ? 그는 현대 사회가 구강기로 후퇴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 그동안 요리 프로그램들이 굉장한 비중으로 증가했고, 그러는 동안 에로물은 대부분 채널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 우스꽝스러운 오스트리아인의 용어를 빌리자면, 프랑스와 어쩌면 서구 전역은 분명 구강기로 후퇴하는 중이었다. 나도 같은 길을 걷고 있었고,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세로토닌, 376쪽) " 이 대목에서 무릎 탁, 치고 아, 했다. 한국인이라면 우엘벡의 지적에 대하여 모두 동의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 Mukbang(먹방) " 이라는 단어를 옥스포드 영어사전에 등재시킨 자랑스러운 종주국이 아니었던가 ! 먹방은 현대인의 성욕이 어떤 식으로든 좌절되어 식욕으로 전환된 오럴적 증후'다. 먹방을 푸드포르노'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우엘벡은 인간이 구강기 - 항문기 - 성기기 과정을 거쳐 성인이 되어야 하는데 현대인은 반대로 성기기-항문기-구강기로 퇴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이 소설의 남성 주인공은 집요하게 섹스에 집착하지만 그의 페니스는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이다. 그는 자발적 실종을 선택함으로써 실존의 거세를 선언한다. 


미셀 우엘벡이 프랑스 사회를 구강기 퇴행으로 진단했다면 한국 사회는 " 초(超)구강기 퇴행 " 이다. 백만장자 연예인들이 티븨 오락 프로그램에 나와서 고기 한 점 더 먹겠다고 오두방정을 떨면서 육탄전을 펼치고 수많은 먹방 유튜버들은 날마다 고기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대식의 향연을 펼친다. 시청자들은 그 모습을 보며 " 아래 " 가 아니라 " 입 " 부터 촉촉히 젖는다. 아, 젖는다. 그래요. 네에. 부끄럽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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