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리가리

 


 


장난감이 없던 시절에 아이들은 주로 자기 몸을 장난감의 일부로 사용했다. 말뚝박기에서 술래가 되면 스스로 말판을 자처해서 타인의 항문에 자기 머리를 처박는 일을 사슴도 아니면서 서슴없이 행해서 학이 그 모습을 보고 학을 떼곤 했다. 학은 속으로 생각했다. 사슴이란 짐승은 상종도 못할 놈이로구나.                          

나는 말뚝박기라면 자신이 있어서 공격수가 되면 100미터 밖에서 도움닫기를 해서 목표 지점 앞에서 도약하여 내 꼬리뼈를 인간 장난감 말판의 일부였던 친구 등판에 꽂았다. 드라큘라의 송곳니보다 날카로운 내 꼬리뼈는 무기였으리라.  한 놈이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무릎을 꿇고 쓰러지면 나머지 말판도 도미노처럼 쓰러져서 이내 개판이 되었다. 이 정도면 막가는 거제 ?  또다시 술래가 된 녀석들은 복수를 다짐하며 이를 악물었다. 어릴 때 놀던 놀이를 회상하다가 문득 " 와리가리 " 라는 놀이가 생각났다. 왔다리갔다리를 줄인 말이다. 룰은 간단했다.

< 이쪽 > 에서 < 저쪽 > 으로 넘어간 후 다시 < 이쪽 > 으로 넘어오면 1살이 되고, 이 행위를 반복하면 나이를 추가로 얻을 수 있는 놀이인데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막강한 힘을 발휘했다. 일종의 월담(월경)하는 놀이 형태였는데 이쪽과 저쪽 사이에는 국경수비대가 있어서 잡히면 죽어야 했다. 오늘 내가 이 놀이를 떠올린 까닭은 안철수와 국민의당이 보여주는 행태 때문이다. 안철수는 몸값 한 번 불리겠다고 이쪽(민주당)에 붙었다가 단물만 쏙 빼먹고는 저쪽(국민의당)으로 갔다가 이제는 다시 그쪽(바른정당)으로 가려는 것이다. 최종 목적지는 자유한국당일 것이다. 아무리 정치판이 이판사판 공사판의 아사리판이라 해도 지킬 것은 지켜야 하는 법인데


안철수는 이제 철판을 깔았나 보다. 국민의당도 마찬가지다. 당이 많아야 정치가 건강하다며 다당제를 외쳤던 인간이 이제는 정치 노선이 같다면 합당해야 된다는 논리를 사슴도 아니면서 서슴없이 펼치고 있으니 이 꼴 저 꼴 다 배알이 꼴리는 학이 학을 떼기 좋은 풍경이다. 상종도 못할 놈들이로구나. 지랄이 풍년이다. 나잇값 한 번 올리겠다고 철새처럼 와리가리 하다가 이제는 헤매고 있다. 한때 멘토의 우상으로 나이 사십 대에 이미 자서전을 발기하시고, 오타다. 자서전을 발정하시고, 오타다. 자서전을 발로 쓰시고, 오타다. 자서전을 발간하시고 초등학생의 텐트폴'로 우뚝 솟은 안철수의 와리가리 놀이를 보면서


역시 옛말은 진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애나 어른이나 하는 짓은 똑같구나. 안철수와 말뚝박기 놀이 한 번 하고 싶다. 내 꼬리뼈로 너의 등짝을 스매싱해 주마_ 이런 마음이 든다. 와리가리 놀이를 해도 좋다. 안철수가 한 살 더 먹겠다고 이쪽에서 저쪽으로 야밤에 도주할 때 국경수비대인 나는 너의 전담 마크맨이 되어서 뒷덜미를 잡고 내동댕이치리라. 요놈, 요놈.  이 쥐새끼 같은 놈 !                             나는 지체 높은 어르신이 철없는 어린 것을 훈화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 영 못마땅할 뿐만 아니라 철없는 어린것이 지체 높은 어르신에게 위로를 받고자 고개를 조아리는 꼴도 영 못마땅하다. 

자신을 구원해 줄 멘토는 없다. 그들이 내뱉는 " 힐링 " 은 돈을 벌기 위한 늑대 저자의 " 하울링 " 이다. 그리고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 그저 살기 위해 태어난 존재일 뿐이다. 인생은 어차피 각자도생이요, 독고다이다. 나는 인간이라는 종은 모두 다 도토리 키재기여서 어린놈이나 늙은 놈이나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멘토랍시고 나랏 말쌈이 듕국과 달라 서로 사맛디 아니해서 가여븐 멘티를 위로하는 꼴을 보면 그 또한 가증스럽기는 마찬가지.  끝으로 안철수와 그 일당에게 노래 한 곡 띄운다. 혁오가 부릅니다. 와리가리 !



 

 

 

 

본문과는 상관없는 덧대기     ㅣ      문재인 대통령 중국 방문 홀대론의 핵심은 중국이 국빈 접대에 소홀했다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논조로 기사를 쓴 언론이나 기자가 진심을 가지고 썼다고 생각한다. 부처 눈에는 모두가 부처로 보이고 돼지 눈에는 모두가 돼지로 보이는 법이다. 언론과 기자들이 문재인 홀대론 기사를 내보내는 것은 그들이 평소 대접을 받는 일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내가 이 정도 지위에 있다면 그 정도 대접은 받아야 하는 거 아이가 ?  그렇기에 메이저 언론의 정치 부장이 간장 종지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악담을 담은 글을 칼럼이랍시고 내보내는 것이다. 그것이 그들의 기자 정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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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12-20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뚝박기에서 맨 끝의 말이 되었을 때 허리에 가해진 그 충격과 고통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ㅜㅜ

곰곰생각하는발 2017-12-20 20:18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맨끝이 좋은 자리입니다. 끝에서 두 번째가 진짜 죽음이죠..ㅎㅎㅎㅎ

cyrus 2017-12-21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군대에 있을 때 몸으로 놀기 좋아하는 부소대장 때문에 말뚝박이 엄청 많이 했어요. 길어야 세 달 동안 다른 부대에 파견 근무를 해요. 그곳에 진짜 놀 게 없어요. 막사와 훈련장, 이게 전부에요. PX도 없어요. 떨어지는 낙엽을 조심해야 한다는 말년 병장도 예외 없었습니다.. ㅎㅎㅎ 신기하게도 그거 하면서 허리 아작 난 장병들은 단 한 명도 없었어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7-12-21 13:33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제가 말뚝박기 중독이어서 전 쉬는시간마다 이걸 했는데 허리에 금이 간 적이 있습니다. 금이 간 게 아니라 허리 삐긋.. ㅎㅎㅎ 언제 한번 알라디너들 모여서 말뚝놀이 한번 하죠..ㅎㅎ
 
아동의 탄생
필립 아리에스 지음, 문지영 옮김 / 새물결 / 2003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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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은 없다


 



ㅡ 피터 브뢰헬, 아이들의 놀이 1559







" 어른(이 된다는 것) " 을 주제로 글을 하나 써야 하는데 아무리 쥐어짜도 글감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리저리 글감 자료를 찾다가 매우 흥미로운 그림 하나를 발견했다. 피터 브뢰헬의 풍속화 << 아이들의 놀이 >> 에는 아이들이 200명이 출연한다. 그들은 각자 혹은 끼리끼리 모여서 75가지의 놀이를 재현한다. 팽이 돌리기, 굴렁쇠 굴리기, 말뚝박기, 기마놀이, 돌치기 놀이 등 말 그대로 " 놀이 백화점 " 인 셈이다. 내가 이 그림에서 흥미를 가지는 이유는 그림 속 아이가 어른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돋보기가 없다면 그림을 확대해서 세세하게 살펴보면 아이가 어른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어른이 아이를 흉내 내며 놀이에 열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종합하면, 이 그림은 아이와 어른 구별없이 놀이를 즐기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렇다, 17세기 이전에만 해도 아이는 7세 정도가 되면 어른 취급을 했다. 그들은 어른의 공동체에 속해서 술도 마시고, 노름도 하고, 섹스도 즐겼다. 동양도 마찬가지였다. << 임꺽정 >> 의 저자 홍명희는 나이 13세에 결혼해서 서른에 손자를 보았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이야기라고 ?! 아니다, 그는 20세기 인간이었다. 그렇다면 아이와 어른을 구별하는 것은 필립 아리에스의 주장대로 근대 이후가 만든 프레임이다. 그는 << 아동의 탄생 >> 에서 아동이라는 계층은 존재하지 않았으나 근대 이후 인간을 억압하고 통제할 목적으로 발명된 신제품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른이라는 계층도 헛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어른이 된다는 것은 반드시 유년 시절을 거쳐야 도달할 수 있는 지위이기 때문이다. 올챙이 시절 없이는 개구리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유년이 헛것이라면 성년도 헛것이다. 그러므로 어른이라는 계급은 판타지다. 한마디로 어른은 없다. 진실은 단순하다. 어떤 진실에 대해 20자 이내로 설명이 불가능하다면 그것은 철학의 영역에서 다퉈야 할 문제이지만 20자 이내로 설명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진실에 가깝다. 간단 명료하게 말하겠다. " 애나 어른이나 똑같다 " 나이 가지고 유세 떨지 말자.




본문과는 상관없는 발문 ㅣ ㉠ 대부업 광고 문구 중에 " 여자니까 쉽게 " 라는 표현이 있다. 여성을 특별 우대하겠다는 표현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 여자는 멍청해서 복잡한 것은 못해 " 라는 뉘앙스로도 읽을 수 있다. 여성 우대보다는 여성 홀대로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현세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보기에는 근대 이전에는 아이를 보호하지 못하고 어른 취급하는 태도가 아동 학대(방치)처럼 보이지만 아이를 억압하고 학대하는 쪽은 현대인이다. 아이를 위하는 척하지만 사실은 억압의 결과이다. 그것을 외면한 채 아이와 어른을 구별하는 것은 차별이다. ㉡ 길(밖)에서 자유롭게 놀던 아이들을 억압하고 통제하기 위해서는 아이와 어른을 구별한 후 아이들을 길에서 내쫓는 것이었다. 그래서 억압자는 학교를 세운 후 그곳에 아이들을 감금한다(학교가 교육 시설이 아니라 억압하기 위한 제도라는 사실은 푸코의 << 감시와 처벌 >> 에서 자세히 다루지만, 이미 그 이전에 필립 아리에스가 << 아동의 탄생 >> 에서 자세히 다루었던 주제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소개한 두 책은 매우 흥미롭고 유익한 책이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 어른에게 복종할 것 " 이다. 애나 어른이나 똑같다는 평등은 어른에게 까불면 맞는다로 바뀌었다. 아이들은 어른에게 복종해야 된다는 규율을 배우고 실천함으로써 어른의 공동체에서 배제된다. 그들에게 주어졌던 자유도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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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2-19 18: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만화를 보는 성인을 얕잡아보고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어른’을 권위적인 존재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술 마시고, 섹스하고, 노름하고, 유흥주점에 가는 것을 ‘어른’이 누릴 수 있는 놀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런 놀이에 푹 빠지면 자신의 인생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의 행복까지 파괴해요. 절제할 자신이 없으면 차라리 책 읽고 만화 보고, 피규어 모으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2-19 21:02   좋아요 1 | URL
저는 만화라는 장르가 문자로 텍스트를 꾸미는 문학보다 한 단계 위라고 생각합니다. ^^
꼭 보면 책 안 읽는 사람이 만화책 무시하고는 하죠..
 

 

 

 

 

 





불행한 당신에게





 

5년 전이었나. 당시에 내 친구는 해외 이민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었다. 헬조선에서 사무직 노동자로 사느니 차라리 천국 같은 곳에서 육체노동자로 사는 게 백 번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결심을 하면 실행은 신속하게 진행하는 편이라 다음해 친구의 이민 소식이 들렸다. 내가 어느 나라로 이민을 가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방긋 웃으면 하늘을 가리키며 천국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그 뜻을 몰라 고개를 갸우뚱거렸으나 며칠 뒤 조간신문에 난 기사를 통해 그 의미를 알 수 있었다. 기사 제목은 생활고 끝에 일가족 동반 자살이었다.

그 친구가 돌아왔다. 천국에 사는 친구가 한국으로 돌아온 것이다. 여행 목적으로 잠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아예 살기 위해서 다시 왔노라고 말했다. 천국은 살 곳이 아니더군. 따분한 곳이야. 천국에는 불행한 사람은 없는데 행복한 사람도 없어. 행복이 뭐야 ? 불행의 상대적 개념이잖아. 이승에서 살 때는 몰랐는데 인간이라는 게 말이야...... 타인의 불행에 기생해서 자신의 행복을 만드는 족속이더군. 잘 생각해 보라고. 그렇잖아. 이웃이 행복하면 우리는 그들을 축복하기는커녕 질투가 먼저 나. 반면에 이웃이 불행에 빠지면 겉으로는 걱정하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자기 삶에 만족을 해.

그게 인간이라니까. 우리가 문학이나 드라마 따위를 왜 보겠어 ? 그 이야기 속에서 불행을 엿보기 위해서 보는 거야. 문학 속 주인공치고 제대로 행복한 놈 봤어 ? 아, 난 천국에서는 못 살겠더군. 시바..... 죄다 행복한 놈뿐이야. 그곳에서 불행의 스펙터클을 구경한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지. 그래서 다시 이곳으로 내려왔다네. 그때는 몰랐는데 나는 페루애가 참 좋아. 넌 좋은 놈이었어. 너를 보면서 나는 꽤나 행복했거든. 너의 불행이 다수에게는 행복을 주니까. 고마운 녀석, 내가 한 턱 쏜다아 ~

농담처럼 시작한 글이지만  :  나는 불행이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모든 이가 행복할 수는 없다. 행복은 불행을 먹고 자라나는 기쁨이니깐 말이다. 그래서 나는 가난한 예술가들이 괴수 영화에 나오는 괴물 같은 존재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잔인하게 들리겠지만, 인간의 죄를 대신하여 불행을 자처한 예수처럼 가난한 예술가는 자신의 불행을 통해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사한다. 그것은 휴머니티를 위해 쓰러지는 괴수영화의 괴물과 같다. 영화 속 괴물은 도시를 파괴하며 대나무도 아니면서 우후죽순처럼 솟은 도시를 쑥도 아니면서 쑥대밭으로 만들지만, 괴물의 위악은 붕괴된 가족을 복원하기 위한 기회를 제공한다.

예술가도 마찬가지다. 내가 니체에게 홀딱 반했던 데에는 그가 쓴 위대한 잠언 때문이 아니라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자신이 길렀던) 병든 말을 부여잡고 통곡했던, 학대받아 숨진 말의 목덜미를 부여잡고 연민 때문에 미쳐 버린 불행에 있었다. 하물며 고흐는 말해서 무엇하랴. 그래서 나는 불행한 자가 성스럽다. 우리가 들장미 소녀 캔디를 좋아하는 이유도 캔디가 불행하기 때문이다. 하니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나애리가 아닌 하니를 응원하는 까닭은 하니가 불행하기 때문이다. 하여 나는 박근혜가 조금 더 불행해졌으면 한다. 무기징역보다는 사형을 원한다. 그래야 우리가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으니까.

좐인한 인간이라 욕하지 마라. 그동안 그의 행복을 위해서 우리의 삶은 불행해졌으니까. 잔을 높이 들자. 너의 검은 불행에 앞에서 건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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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2-18 17: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요즘 이상의 시를 다시 읽고 있습니다. 처음 읽었을 땐 몰랐는데, 그의 난해한 시를 꼼꼼히 읽을수록 이상의 불행한 삶에 눈길이 갔습니다. 이상은 자신의 불행한 삶을 암호와 같은 시 속에 숨겨놓았어요. 이상은 자신이 폐병에 걸려서 각혈하는 상황을 시의 소재로 삼았습니다. 이상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에게 ‘불행’이 없었다면 이런 기이한 작품들이 나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18 17:44   좋아요 3 | URL
제가 항상 주장하는 것 중 하나가 다 가진 사람은 굳이 문학 따윈 하지 않죠. 뭔가 결핍이 있기에 그것에 대한 보상으로 문학을 하지 않나 싶습니다..

표맥(漂麥) 2017-12-18 2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암 박지원이 말했습니다, 참다운 문학의 동기는 득의(得意)가 아니라 불만(不滿)이라구요... 퍼뜩 생각이 나게하는 곰발님 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19 17:07   좋아요 2 | URL
한국에서 박지원만큼 호탕하고 호연지기한 분도 안 계시죠. 진정한 자유인이자 가식이 없는 어른이었으며 평등 사상이 몸에 벤, 그리고 유머감각이 탁월한 분이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양이라디오 2017-12-21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이 글이 이달의 페이퍼에 선정되거나 다른 곳에 실렸으면 하네요. 많은 사람들이 보았으면 합니다. 지속되는 행복이란 불가능하거니와 참 따분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불행이 있기 때문에 행복이 더욱 값진 것이겠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2-21 13:27   좋아요 1 | URL
행복을 얻기 위해 사용하는 에너지가 꽤 만만치 않거든요..
그만큼 노력을 해야 된다는 것인데 이게 과연 그렇게 가성비가 뛰어난 것인지 의문입니다..

고양이라디오 2017-12-21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발님 글 링크 복사해서 제 서재 페이퍼에 소개했는데 괜찮을런지요?? 선 복사 후 허락인데,,, 허락해주시겠죠^^ㅎ?

곰곰생각하는발 2017-12-21 13:26   좋아요 1 | URL
다 같이 읽자고 쓴 글인데 마음껏 복사하셔도 됩니다. 하여튼 고양이라디오 님 서울 입성 축하드립니다아..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23741.html

 

 

 

 


 

이 기사 하나가 잊고 있었던 기억을 소환했다. 나는 그가 어려웠던 시절과 서울대 입학식과 결혼식도 지켜봤다. 맑고 쾌활한 사람이었으나 외로움을 숨길 수 없었던 이였다. 그는 예나 지금이나 좋은 사람이었다. 한 달에 30만 원 달라는 것을 깎아서 25만 원을 주고 달방을 얻었다. 나는 속초 어느 모텔에서 장기 투숙자로서 1년을 버텼다. 이곳에 투숙한 달방 거주자는 신분 노출을 꺼리는 지명수배자이거나 노래방 아가씨이거나 유사 성산업 종사자와 그들을 감시하는 포주가 대부분이었다. 모텔에 드나드는 사람은 하룻밤이 지나면 떠나거나 장기 투숙자도 계절따라 모두 떠나갔지만 나는 떠나지 못했다. 떠난다는 행위가 때로는 축복이라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Sara Bareilles의 << 그래비티 >> 라는 노래를 처음 들었던 곳도 이곳 달방이었다. 그때가 3월이었다. 창문을 열자 폭설로 인해 속초 도시는 마비가 되어 도로를 지나가는 차는 보이지 않았다. 눈길을 걸었다. 눈길에 빠졌다. 무릎 위까지 푹푹 빠지는 깊이는 아찔했다. 오늘 문득 이 노래를 듣다가 그때 썼던 글이 생각났다. 시를 쓰려고 행을 나누었지만 부끄러워서 행갈이를 하지는 않았다. 촌스러운 신파이기는 했으나 그때 내가 느낀 상실은 신파라는 감정의 잉여를 거치지 않고서는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가끔 지나가는 바람이 그녀의 소식을 전했다. 나는 좋은 소식보다는 나쁜 소식이 더 많기를 원했다. 그녀가 불행해야 내가 행복할 테니까. 그리고는 이내 후회했다. 그 여자는 승객이 붐비는 아침 출근길 전철 안에서 운 좋게 얻은 좌석 끝자리'였다. 이토록 붐비는 아침 출근길 전철 안에서 한쪽 곁을 온전히 비울 수 있다는 것은 누가 봐도 축복이었다. 그 여자를 사랑했다. 이제 다 옛일이 되었다.


 



Sara Bareilles's official music video for 'Gravity' 

 

 

나 죽어도 당신은 파릇파릇 꽃 피울 것이다 실뿌리 내리고 잎잎이 이슬 받으면 꽃 피어 열매 맺을 것이다 비록 손가락 걸며 맺은 사랑의 약속은 비열했으나 시계추처럼 당신에게 매달린 나의 신파를 비웃지는 마라 사람은 누구나 탯줄에 매달려 사랑을 구걸하던 生이 아니었더냐 어쩌면 미시령 고개 너머에 눈처럼 하얀 젖가슴을 가진 당신을 닮은 여자가 나를 기다릴지도 모른다 당신은 어둠에서 절망을 읽으나 또 누군가는 어둠에서 낭만을 읽을 것이다 철없는 녀자 하나 있어 그 옛날의 당신처럼 내 옷자락 끝을 잡고 애원할 것이다 아, 이 세상 모든 꽃들이 시든다 해도 미시령 고개 아래 벌거숭이 빈집에서 병들어 죽어도 눈이 감기는 그 순간까지도 나의 검은 망막 속에 당신의 고운 얼굴 새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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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7 2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양이라디오 2017-12-21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길을 걸었다. 눈길에 빠졌다.‘ 이 구절 좋네요^^

시도 좋고 곰발님 글 너무 좋네요ㅎ 글 잘 쓰시는 분들 글을 읽으면 그 리듬감이 전해져서 좋습니다. 꼭 음악을 듣는 거 같아요ㅎ
 

 

 

 




​                          


가 장   편 한   곳  :












편하게 있어


 

 








                                                                                                       개그콘서트에서 재미있게 본 꼭지 하나가 << 편하게 있어 >> 라는 코너'였다. 밤만 되면 문어가 되는 주정뱅이 상사가 늦은 밤에 직장 부하 직원을 억지로 집으로 끌고 오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다루는 콩트다. 그 집 주인이자 직장 상사인 남자는 부하 직원을 배려한답시고 편하게 있어 _ 를 남발하지만 비교적 정신이 멀쩡한 꼴뚜기 부하 직원은 그 자리가 불편하다.

설상가상, 밤 문어이자 이 집 주인이자 직장 상사인 그는 잠자는 아내를 깨워 술 안주를 내오라고 주문도 한다. 간단한 안주로 뭐가 있을까, 해파리냉채 ?! 그럴수록 어린 꼴뚜기는 불편하다. 아, 불편하다. 불편해, 불편하다고요.                        편하게 있어 _ 라고 말하는 사람은 대부분 그 공간 환경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공간 환경에서 가장 " 편한 곳 " 은 어디일까 ?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내 인생의 시계 초침을 거꾸로 돌려서 과거 어느 때로 돌아가야 한다. 동의하신다면, 당신이 동의하신다면 나는 고통스러웠던 그때 일을 기꺼이 공개할 용의가 있다. 준비, 되셨습니까 ?

그날 나는 지방으로 내려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후배가 또다시 낙방을 하자 위로주 한 잔 건네기 위해서였다.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는 아니지만 젓가락이 휘어질 정도로 크게 쏘마 !  후배를 만나 술집으로 들어갔다. 한 배, 두 배, 세 배. 술잔이 빠르게 돌았다 x 2.  이미 늦은 밤이라 차편은 끊긴 지 오래여서 나는 후배에게 근처에 모텔이나 24시간 사우나가 있느냐고 묻자 후배는 정색을 하며 말했다. 형님, 형님 같은 분이 모텔이나 사우나에서 잠을 주무시다니요. 형님처럼 잠자리가 까탈스러우신 분은 그런 곳에서는 잠을 설칩니다. 저를 위해 여기까지 내려오셨는데 모텔이라니요.

저희 집으로 모시겠습니다. 편하게 지내세요. 후배가 늦은 나이에도 부모와 함께 사는 캥거루족이란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후배의 간청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또한 여기서 술잔을 꺾기 아쉽다는 생각도 들어 후배 집에서 잠을 청하는 대신 그 모텔비로 술 한 잔 더하기로 했다. 우리는 24시간 횟집에서 싱싱한 문어숙회에 술 한 잔 더했다.  ㅡ 형님, 쫄깃쫄깃합니다아.                  흥이 오른 나는 농담을 섞어 말했다. ㅡ 문어는 죽어서야 비로소 탱탱한 허벅지를 가질 수밖에 없는 슬픈 짐승이지. ㅡ 하하하하. 형님은 유머 감각도 탁월하십니다아.                  여기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그 다음날이었다. 웅성거리는 소리에 눈을 뜨니 이곳은 후배의 방. 거실에서는 후배와 어머니 사이에서 오고가는 말이 들렸다. 사람 됨됨이를 알려면 그 부모나 사귀는 친구를 보면 안다는 소리가 딱이다, 응 ? 니들 나이가 몇인데 다 큰 외간 남자가 남의 집에서 잠이나 처자고 그러니. 사람들이 예의가 있어야지, 예의가 !                      후배 어머니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내 귀에 박혔다. 후배는 소리를 낮추라며 간절히 호소했지만 후배 어머니는 말풍선에 더 많은 공기를 불어넣었다(말풍선 내용은 굳이 이 자리를 빌려 설명하지 않겠다). 어찌나 매섭고 모진 잔소리였는지 후배고 나발이고 후배의 등짝을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

바로 그때였다. 평소 과민한 대장이 반응을 하기 시작했다. 괄약근은 온힘을 다해 성을 수성하려고 애를 썼으나 밀려드는 똥 덩어리를 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버텨야 한다. 적어도 거실에 있는 두 모자가 싸움을 멈추고 각자의 방으로 들어갈 때까지만이라도 !  그렇게 10분, 20분, 20분 3초, 20분 19초. 20분 19.3초. 20분 19.319초. 20분 19.21934562356초. 아, 아아아아. 다행히도 그날은 일요일 아침이어서 후배 가족들은 후배만 남기고 모두 교회를 향했다. 잠시 후 후배가 방으로 들어왔고 나는 문이 열리는 소리에 잠에서 깬 사람 연기를 했다. 후배가 웃으면서 말했다. 편하게 주무셨어요 ?  

어, 세상모르고 잠을 잤네그려. 나는 느긋한 목소리로 화장실의 위치를 물은 후에 아주 느긋한 걸음으로 화장실을 노크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 아아. 그때 생각하면 아찔하다. 0.000000000001초만 늦었어도 나는 분별력 있는 지성인이 아니라 분변력 없는 사람이 되었으리라. 내가 이날 얻은 교훈은 편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화장실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 편하다 " 라는 형용사에서 어근으로 쓰이는 한자 편(便)은 편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지만 또 다른 갈래로는 똥오줌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편하다는 말 속에는 똥을 눈치 보지 않고 싸야 편하다는 의미인 것이다.

이제 내가 말머리 초입에서 던진 질문으로 돌아가자. 가장 " 편한 곳 " 은 어디인가 ?  답은 변소(便所)다. 똥오줌 변(편할 편)에 곳 소. 그 아무리 동선을 고려하고 인체공학적 가구와 편리한 시설을 갖췄다고 해도 눈치 보며 똥을 싸야 한다면 그곳은 항상 불편한 곳이다. 화장실을 좀 사용해도 될까요 _ 라고 묻는 사람은 언제나 그곳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또 그것이 정상적인 불편이다. 내가 이 글에서 하고 싶은 말은 " 화장실의 역설 " 이다. 그 아무리 99칸짜리 대저택에 사는 집주인이라고 해도 그가 기껏 가질 수 있는 화장실은 고작 손바닥 크기이다. 운동장 만한 화장실은 이 세상에 없을 테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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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과는 상관없는, 출처 없는 발문  ㅣ  ㉠ 혜민의 <<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속도를 멈추고 느리게 사유하자는 주장이다. 그래야 여유로운 삶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내가 혜민을 비판하는 대목은 그가 언행을 완벽하게 불일치시킨다는 데 있다.  < 그 > 는 느린 사유가 핵심이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느린 삶을 살지 않는다. 그는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트위터를 통해 250만 명이 넘는 팔로워와 소통하고 있다. 그렇다면 SNS적 삶, 자신이 작성한 문자가 빛의 속도로 세계 곳곳을 파고드는 이 아찔한,  이 속도감 있는 삶을 그는 어떤 식으로 변명을 할까 궁금하다. 그는 브레이크 없는 차의 악셀레터를 신나게 밟으며 스피드를 즐기고 있지만 정작 하는 말은 물바가지에 이파리 하나 띄우며 천천히 마시라고 말한다. 내가 보기에 혜민은 " 스피드 광 " 이다. 그렇기에 혜민은 " 스피치 꽝 " 이다. 또한 그는 스펙이 그 사람을 평가하는 절대 기준이 아니라고 강조하지만 사실은 저자의 스펙 때문에 하나 마나 한 소리로 가득 찬 이 책이 진리를 담은 책으로 둔갑하여 소비되고 있다는 사실도 꽤나 모순이다.


㉡  영화 << 봄날은 간다 >> 에서 유지태는 이영애를 향해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_ 라고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묻는다. 나는 이 대사가 하도 개똥 같은 소리처럼 들려서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멍청아, 사랑은 변하는 거야 ! 반면에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유지태를 향한 이영애의 변심은 사랑이 변한 탓이지 사람이 변한 탓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둘을 자주 혼동해서 변심(變心)을 변신(變身)으로 착각하고는 한다. 心은 가변적이지만 身은 불변에 가깝다. 이보다 쉬운 비유를 들자면 20세기 김밥은 소울푸드였다. 1년에 한 번 먹을 수 있는 음식이어서 어머니의 손맛과 정성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음식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점심에 김밥 한 줄 먹었다고 말하면 대뜸 밥을 먹어야지 김밥 먹어서 되겠어 _ 라는 대답을 자주 듣는다. 21세기 김밥은 밥도 아닌 존재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김밥이 변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 변한 것은 김밥이 아니라 김밥을 둘러싼 환경이다. 서울시 분뇨차가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 라는 명곡을 망쳤듯이 김밥천국이 김밥의 아우라를 망쳤다. 자기계발서를 읽는 사람은 < 책 > 을 통해서 자신을 변화시키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자기계발서를 읽는 독자는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  자기계발서(성공학) 저자를 자신의 인생 멘토로 설정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한때 21세기 청춘 멘토로서 열광적 찬사를 얻었던 안철수의 꼬라지를 보라. 천성이 게으른 사람이 부지런한 삶을 통해 인생을 바꿨다는 내용을 담은 자기계발서를 읽는다고 해서 게으름뱅이가 부지런한 사람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물론 잠깐의 변화는 가능하지만 길게 보면 도루묵이다. 영화 << 봄날은 간다 >> 에서 유지태가 이영애를 향해 " 사람이 어떻게 변하니 ? " 라고 물었다면 이 영화는 조금 더 근사한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사랑이 어떻게 변할 수 있니 _ 라는 질문은 멍청하지만 사람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느 _ 라는 질문은 정치적이고 철학적이어서 깊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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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7 10: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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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7 12: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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