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예능 : 이효리 x 이상순 비판


 


                                                                                                       << 효리네 민박 >> 두 번째 시즌에서 소녀시대 윤아가 와플 기계로 수제 와플을 만드는 에피소드가 방송되었는데 방송 직후 이 와플 기계는 날개 돋친 듯 팔려서 결국에는 품절이 되었다고 한다. 그는 주방기구를 만들었으나 그녀는 새를 창조, 하시었다.

자신이 만든 상품에 날개가 달리는 기적은 모든, 모오오든 자본가의 소망이어서 중소업체는 PPL에 사활을 건다. 윤아는 방송에 나와서 자연스럽게 무심한 듯 시크하게 와플 한 번 구웠을 뿐인데, 그 행위가 날개를 돋게 만드는 힘이 되었으니 자본가 입장에서는 환장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 대목에서 나는 뒷목을 잡고 오열하게 된다. 자본주의에서 벗어나 자연주의적인 환경 속에서 욜로와 힐링을 추구하는 효리네 식구들은 " 자본적인, 너무나 자본적인 방식 " 으로 냉장고 문을 열어 음료수를 마신다. 배신감이 들겠지만 이 음료수는 PPL이다.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화면에 반드시 음료수 상품이 노출되어야 한다. 자동차와 청소기도 PPL이다.

사업자는 자신의 상품이 효리네 식구들에 의해 " 작동되어야 " 한다는 조건으로 억대의 광고비를 지불하고 방송사와 계약을 맺는다. 그러니까 효리네 식구들은 반드시 한번은 냉장고 문을 열어야 하고, 반드시 한번은 자동차에 시동을 걸어야 하며, 반드시 한번은 청소기를 돌려야 한다. 왜 ? 그들은 PPL 모델이니까. 어디 그뿐인가 ?  매트리스도 PPL이어서 엉덩이로 매트리스를 한번 뭉가주어야 한다. 침대는 과학입니다 _ 따위의 구닥다리 광고는 필요없다. 그저 스타 연예인이 엉덩이로 매트리스를 뭉가주면 끝. 이런 방식을 친자연주의적 삶'이라고 선전하는 것은 이명박 정권은 가장 도덕적인 정권이었었다고 말하는 이명박의 거짓말과 다를 것이 없다.

시청자들이 보기에 효리네 집터는 스타 연예인이 사는 쉼터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들에게는 일터인 곳이다. 그들은 쉼터에서 쉬는 것이 아니라 쉬는 척 연기를 한다는 점에서 그곳은 일터인 셈이다. << 효리네 민박 >> 시즌 1'이 인기를 얻자 관광객들이 이효리와 이상순의 집을 구경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고 남편인 이상순이 사생활 침해라며 자제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는데, 나는 이 호소가 납득이 가지 않았다. 담벼락 밖에서 기웃거리는 관광객의 눈이 거슬려서 사생활 침해 운운하며 고통을 호소했던 부부는 정작 담벼락은커녕 현관문을 지나 안방까지 침투한 카메라의 눈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도 않는다.

그들 부부는 전국민이 엿볼 수 있는 카메라를 의식하지도 않은 채 자연스럽게 사생활을 즐긴다. 쉽게 말해서 돈이 안 되는 사생활 침해는 불쾌하지만 반대로 돈이 되는 사생활 침해는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인내하겠다는 속셈이 아닐까. 이 얼마나 자연주의적 자본주의적 계산법인가. 만약에 그들 부부가 자신들만의 쉼터에서 은밀하며 자유로운 사생활을 즐기고 싶었다면 애초에 가족 예능이라는 관찰 예능은 참여하면 안 된다. 하여, 나는 그들 부부의 간절한 호소가 졸라 구차한 호소처럼 들린다. 그 정도는 감수하시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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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3-04 17: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앗, 그 전에는 이상순 글을 보면서 두 부부가 좀 안쓰럽게 느껴졌는데, 이 글을 보는 순간 설득되어 버렸어요. 확실히 좀 구차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8-03-04 17:32   좋아요 1 | URL
사생활 노출 피해 운운하시던 분들이 민박 2를 찍은 이유는 뭘까요.. 결국은 돈이죠.

takeone1020 2018-03-04 17: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와플먹고싶네오ㅎ

곰곰생각하는발 2018-03-04 17:33   좋아요 0 | URL
와플은 벨기에 가서 먹어야죠... 와플 먹으러 내일은 븨루쉴이나 다녀와야 겠습니다...

사과사과 2018-03-04 17: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플기계는 ppl이 아닌 걸로 알고 있어요. 의도된 장치가 아닌 맥락있는 스토리여서 사람들의 공감을 사는 거죠 모든 보여지는 것에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팩트로 전파하는 건 위험한 거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8-03-04 17:31   좋아요 1 | URL
저도 와플기계가 PPL이 아닌 것은 알고 있었고 그것을 안 상태로 이 글을 쓴 것입니다. 스타의 간접 노출이 상품 판매에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한 것이고 중소기업이 PPL에 큰 돈을 쏟는 이유롤 설명하기 위한 것입니다.

수다맨 2018-03-05 06: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상순-이효리 부부의 생활 모습이나 방송 방식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족 예능이라는 것이 앞으로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현실에선 생활의 중압에 버티고 버티느라 등골이 휘는 개인, 부부, 부모가 부지기수인데 저들의 귀족 행세와 자기 허세는 실시간으로 방영이 되고, 이러한 영상을 마침맞게 소비하는 시청자들 모습이 저는 이해가 가지 않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8-03-06 15:14   좋아요 1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가족예능으로 쉽게 돈 벌고서는 사건 터져서 방송에 노출된 가족의 사생활 피해가 발생하면 사생활 피해된다고 하소연하는 것을 볼 때마다 그러니까 왜 가족 예능 나오냐고 한마디하고 섶더군요..

초원 2018-03-10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란도란 소근소근 왁자지껄 희희낙낙.
이런 것들이 어려운 저로서는 좋아보였어요.
눈먼 시청자였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8-03-10 12:56   좋아요 0 | URL
ㅎㅎ 네에. 저는 이 프로가 드라마였다면 굉장히 좋아했을 겁니다.. ㅎㅎ

이박사 2018-03-12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을 받고 찍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까지 감수해야 한다는 말은 조금 위험한 것 같습니다. 카메라가 집 안까지 침투했다고 해도, 방송에 나가는 건 협의가 된 사항이고 편집된 ‘쇼‘입니다. 시청자가 친근감을 느끼기 쉬운 컨셉이지만 과도하게 이입해서 선을 넘으면 곤란하죠.

samadhi(眞我) 2018-03-13 0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십여 년 티비없이 살다가 지난 해 말에 남편이 기어이 티비를 질러버렸지요.
티비를 켜면 스포츠만 보게 됩니다. 어느 날, 우리가 왜 스포츠랑 다큐만 볼까 생각해봤는데 아, 다른 방송은 되게 작위적이어서 그렇구나. 하고 남편에게 얘기했지요.
한창기의 유산 이라는 다큐도 보고서 눈이 휘둥그레지고 이런 걸 볼 수 있어 티비 산 보람 있네. 하고 둘이 바보같이 웃고.

곰곰생각하는발 2018-03-13 18:09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맞는 것 같습니다. 저도 좀 작위적인 것에 대한 체질적인 반감이 있다라고나 할까요.. ㅎㅎ

shinok 2018-03-15 09: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아침에 생각을 참 달리 하게 만드는 글이었습니다.
챙겨보지는 않지만 그냥 그들에 삶을 동경하는 입장으로 멍하니 바라봤는데...다른건 다 마다하고 갖고자했던 커피포트를 쓰는장면에서는 멍하던 제 시선이 화들짝 놀라고 제 손가락과 두 눈동자는 검색을 시작하게되었죠. 흐흐흐 아직 사지는 않았지만 장바구니에 고이 모셔두었습니다. 이 글에서 저를 발견하고 놀랐습니다. 책 읽다가 지치면 이런거 보다가 지겨우면 꺼버리고 하는 무심한 내 행동들에 반성하는 아침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8-03-15 12:31   좋아요 0 | URL
아, 네에.. 저는 이 방송이 힐링 드라마‘라면 재미있게 볼 생각입니다만..
이것을 두고 리얼다큐라고 믿는 것은 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