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내 거 같은 너 :
돌격형 철수
여기는 sbs 대통령 티븨 초청 토론회 녹화장. 안철수 주도권 질의 시간, 홍준표와 오고가는 말풍선을 주고받다가 홍준표 후보가 안철수 후보에게 느닷없이 묻는다. " 안 후보는 좌퐈 후보요, 우퐈 후보요 ? "
좌퐈'라고 말하면 경상도 대구가 들썩거릴 것이고, 우퐈라고 말하면 전라도 광주가 들썩거릴 것이다. 한쪽으로 기우는 순간 다른 한쪽은 쑥대밭이 되리라. 팔도 비빔면 식 순화어로 말하자면 홍준표 후보는 비빔면 위에 양념장을 얹어 주며 오른손으로 비빌 것이냐, 왼손으로 비빌 것이냐고 묻는 것이다. 홍준표가 던지는 비빔면 프레임'에 말려들면 좆되는 법. 재치 있는 대답은 두 손으로 비벼도 되잖아 ! 대머리는 헤어 날 수 없는 매력이 있다는 농담으로 천 만 탈모인을 화나게 했던 일이 떠올랐던 것일까 ? 안철수는 재미없는 농담으로 대꾸한다. " 전, 상식파입니다아아아아아 ~ "
나를 놀라게 했던 것은 상식파'라는 아재 개그'가 아니라 그가 답변을 끝마치고 보인 태도였다. 그는 이 말과 함께 고개를 획 돌려버린다, 마치 애인에게 토라져서 등을 돌린 모습으로. 대선 토론회에서 중요한 것은 < 토크 > 이 아니라 < 액션 > 이다. 그러니까 말뜻이 아닌 말짓 : 톤, 표정, 손짓, 눈짓, 태도 따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3D를 " 쓰리디 " 라고 발음하든 " 삼디 " 라고 발음하든,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누누이 하는 말이지만 유권자는 " 내용 " 보다는 " 태도" 를 유심히 보게 마련이다. 안철수는 토론 내내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긴장하다 보니 얼굴은 빨갛게 상기된 채 시종 굳은 표정이었고, 스스로 그 사실을 인지했는지 억지로 미소를 보이려고 애를 썼으나 입가 주름은 긴장으로 인해 가볍게 떨렸다. 그러다 보니 상식파입니다 _ 라는 아재 개그가 개그스럽지 않은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윤리 없는 농담이 조롱으로 끝맺듯이 여유 없는 농담은 어색한 긴장을 유발한다. 아슬아슬한 개그였다. 이웃의 고 퀄리티 말장난을 빌리자면 안(安)스러워서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뭐, 안철수를 지지하는 유권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최근 안철수의 유치원 논란이 상식파를 넘어 일파만파 논란이 퍼지자
오늘 안철수 캠프 측에서 내놓은 해법은 < 안스러워서 안쓰러운 지경의 절정 > 이었다. " 병설형 단설 " 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병설이면 병설이고 단설이면 단설이지 " 병설형 단설 " 이라는 해괴망측한 이종교잡은 무엇인가 ? 이 말은 전쟁터에서 소대장이 소대원에게 " 앞으로 후퇴 !!! " 라고 돌진형 후퇴를 명령하는 것과 같다. 전진하라는 말이야, 후진하라는 말이야 ?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단설 유치원을 늘리겠습니다아 _ 라고 말하면 안철수의 잘못을 인정하게 되는 꼴이요,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병설을 계속 추진하겠습니다아 _ 라고 말하면 역풍이 지속될 것
같으니 타협점으로 내놓은 것이 병설인 듯 병설 아닌 병설 같은 것이다(혹은 단설인 듯 단설 아닌 단설 같은 것이다). 영유아 자녀를 둔 맘(mom)에게 동조하면 안철수 맘이 무너지니 안철수 캠프 쪽에서는 이맘저맘 곤혹스러운 것이 아닐 것이다. 이맘이냐, 저맘이냐 ? 그것이 문재인 경우다. 이뿐이 아니다. 자고 일어나면 검증해야 할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져 있다. 안철수 부인 특혜 채용으로 시작한 의혹이 이제는 상시적 갑질의 일상화 논란으로 퍼지고 있다. 김미경 씨가 안철수 보좌진을 개인 비서'처럼 부렸다는 것이다. 여기에 덧대 안철수 예비군 의혹도 불거졌다.
부인이 재직한 병원의 진단서를 받아서 예비군 훈련을 단 한번도 받지 않았다는 의혹이다. 이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안철수가 말하는 상식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당치 않는 의혹 제기에 안철수 본인 맘이 쓰리디 쓰리겠지만 대통령 후보라면 으레 거쳐야 할 통과의례이니 어쩌겠는가. 그 의혹이 일파인지 만파인지 대파인지 쪽파인지는 유권자가 상식에 의거하여 판단할 몫이니 당당하다면 떳떳하게 밝혀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