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임 파 인 탱 큐 엔 드 유 ? :
영어의 몸
말할 때마다 버, 버버버버버버버버버버번역기를 돌려야 했을 만큼 국어에 재능이 모자랐던 버버킹 박근혜가 드디어 영어를 사용하기로 한 모양이다.
영애에게는 불행한 일이고 우리에게는 행복한 일이지만, 英語가 아니라 囹圄(감옥 영, 감옥 어)다. 구치소 ( 口 ) 안에 나 ( 吾 : 나 오 ) 가 갇힌 구조'다. 트레이드 마크'였던 올림머리처럼 하는 일마다 승승장구하던 행운도 이제는 내려올 모양이다. 나는 머리카락이 아무리 가볍다한들 중력의 짜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목격하고 싶다. 머리카락 한 올도 무게를 가진 신체발부의 편린'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바람이 전하는 말에 의하면 구치소 수감 입소 전 신체 검사 과정에서 그는 실핀을 뽑으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임파인탱큐엔드유 ?
박근혜의 핀 헤드 pin head(올림머리)를 볼 때마다 생각나는 영어가 있다. 오타다,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바로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연출한 << 현기증, 1959 >> 이다. 이 영화에서 일인이역을 연기하는 킴노박의 머리 모양이 박근혜와 똑같은 올림머리 스타일인 탓이다. 할리우드 헤어 아티스트들이 한 올 한 올 쌓아올린 금발의 나선형 올림머리가 얼마나 황홀했던지....... 이 올림머리는 단순하게 분장 차원을 떠나서 영화 서사를 전체를 작동시키는 매우 중요한 키워드로 작동한다. 주인공 스카티 퍼거슨(제임스 스튜어트)은 매들린과 주디가 동일 인물(킴 노박)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왜냐하면 매들린의 헤어 스타일은 올림머리이고 주디의 헤어 스타일은 내림머리이기 때문이다.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 된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무지가 아닐까 싶다. 어쩌면 우리는 올림머리를 한 핀헤드 박근혜와 푹 삶은 시금치처럼 축 쳐진 내림머리를 한 독거수 박근혜를 구별하지 못할 수도 있다. 영어에 갇힌 영애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 햇살 속 궁전에서만 살다가 창살 속 감옥에 살게 된, 헤어/메이크업을 하지 않고서는 사람을 대면하지 않았다는 그에게는 치욕이리라. 익명의 엉덩이들이 앉았다 떠난 불결한 화장실 변기에 앉아 똥을 싸고 그 옆에서 콩밥을 먹고 시팔을 닦았으리라.
오타다, 정정한다. 익명의 엉덩이들이 앉았다 떠난 불결한 화장실 변기에 앉아 똥을 싸고 그 옆에서 콩밥을 먹고 식판을 닦았으리라. 한겨레 기사에 의하면 그가 사용하게 될 영어는 1.9평인 공간으로 매트리스, 관물대, 티븨, 1440원짜리 밥이 제공되는 공간이다. 무상 급식을 반대하던 당신이 무상 급식의 중요성을 곱씹으며 살아갈 날들을 생각해본다. 아, 당신 머리는 백 개의 형광등과 백 개의 핀으로 만들어진 이미지 메이퀸. 그런 당신에게 나는 앵글로색슨족이 사용하는 영어로 잉글리쉬하게 묻겠다. 아임파인탱큐엔드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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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속 결정이 난 순간, 수감되기 전에 스스로 실핀을 뽑고 얼굴을 씻었다고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새벽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이날 법원이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가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박 전 대통령은 더 이상 전직 대통령이 아닌 ‘미결 수용자’ 처지가 됐다. 경호지원 등 전직 대통령으로서 받던 의전은 구치소 앞에서 끊겼다. 31일 법무부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은 현재 여자수용실 독거방에 수용돼 있다. 방 크기 등은 알려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이 수감된 독방은 6.56㎡(약 1.9평)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독방에는 접이식 매트리스와 관물대, 텔레비전, 1인용 책상 겸 밥상 등이 갖춰져 있다. 1440원짜리 식단이 하루 세끼 제공되고, 독방에서 혼자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한 뒤 식판을 반납하게 된다. 수면 시간도 정해져 있어 오전 6시에 일어나, 오후 8시에 취침을 해야 한다. 운동시간은 하루 45분 주어진다. 영치금 사용 한도는 1일 최대 2만원이지만, 비싼 침구나 약품, 도서 등의 구입비용은 제한을 받지 않는다. 구치소 먹거리는 훈제닭, 과자류, 우유, 빵, 과일, 김, 장아찌류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색조 화장품은 사용할 수 없지만, 로션, 스킨, 영양 크림, 선블록 등은 구입할 수 있다. 다만 일반 매점처럼 직접 수용자가 가서 고르는 게 아니라 구매 리스트를 보고 신청서를 제출하면 영치금에서 물건 값을 치른 뒤 물건이 수용자 방으로 배달된다. 앞서 이날 새벽 4시45분 서울구치소에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은 신입수용자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입소절차’를 거쳤다. 박 전 대통령의 입소절차는 다른 미결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신상기록카드를 작성하고 건강검진, 신체검사를 하는 순으로 진행됐다. 휴대전화 등 외부에서 가지고 있던 소지품은 영치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은 올림머리를 할 때 사용했던 실핀을 반납했다. 박 전 대통령은 목욕을 한 뒤 ‘수인번호’가 새겨진 수의로 갈아입고, 수용기록부에 들어갈 사진을 촬영했다.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이름표를 들고 키를 측정하는 눈금이 표시된 자 옆에 서서 ‘머그샷’이라고 불리는 사진을 찍는 것이다. 이후 구치소 규율 등 안내를 받은 뒤 식기, 칫솔, 치약, 비누, 수건 등 수용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생활용품을 받아 독방으로 이동했다.
- 한겨레, 서영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