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귀엽다지만 :
최 가 박 당
최가(崔家)와 박씨(朴氏)가 만나 일가를 이뤄 푸른 기와집에 입성했으니 올해의 사자성어를 뽑자면 " 최가박당 崔家朴黨1) " 이다.
럭셔리한 집구석은 일필로 휘갈겨 써 놓은 가훈 하나쯤은 있는 법. 추측컨대, 최가박당네 가훈은 " 닭치고 내 말 들어 ! " 가 아닐까 싶다. 혹은 " 닭 잡아먹고 오리 말 ??!! " 최순실이라는 블랙홀이 모든 것을 잡아먹다 보니 치킨집에서 " 순살치킨 주세요 ! " 라는 주문을 " 순실치킨 주세요 ! " 라고 말하는 불상사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노태우 정부 시절, 민정수석실에서 작성한 << 최태민 보고서 >> 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최태민과 내연의 관계로 동거하고 있다 ” 국가 최고의 정보 수집 팀이 올린 보고서이니 무조건 엉터리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 보고서 내용이 사실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하자면 박근혜는 최가(-家)네에 시집 온 새엄마'이다. 풀리지 않던 의문이 해소되는 부분이다. 최순실이 해외 도피 중에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했을 때 의아하다는 생각을 했다. 언론과 인터뷰를 한다는 것은 곧 자신이 머물고 있는 거처를 노출시킨다는 것인데 상식적이지 않은 행위이다. 그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인터뷰를 진행했다는 것은 인터뷰를 가장한, 검찰에게 띄우는 가이드 라인'이라고 언론은 평가했다. 동의하는 한편 동의하지 않는 구석도 있다. 최순실이 인터뷰를 빌어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띄운 것은 사실이지만 수신자는 검찰이 아니라 박근혜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주목한 부분은 다음과 같다. " 더욱이 딸아이가 심경의 변화를 보이고 있어 두고 가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 지금은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다. 건강이 회복되면 용서를 구하고, 죄가 있다면 받을 것은 달게 받겠다.” 뜬금없는 모성애'다. 달리 말하면 이 사태가 수습되지 않으면 딸아이가 극단적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 이 메시지는 누구에게 띄우는 편지일까 ? 새엄마보다 4살 적은 최순실이 정유라라는 늦둥이 딸을 얻었다면, 최순실이라는 의붓딸보다 4살 많은 새엄마가 늦둥이 딸을 얻을 수도 있다는 가정도 성립된다. 그렇지 않은가 ? 그동안 의문으로 남았던 것이 선명해지는 순간이다.
모 언론사에서 정윤희 아버지를 인터뷰했던 적이 있다. 그때 정윤희 부친은 아들이 최순실과 결혼했을 때 이미 최순실은 애 딸린(정유라) 며느리였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 누구의 씨인가를 떠나서 혼전 임신을 했고 출산을 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오랫동안 최가박당을 추적한 주진우 기자는 팟캐스트 방송에서 최순실은 임신한 적이 없다는 알쏭달쏭한 말을 남긴 적이 있다. 이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 정유라가 최순실의 아이가 아닐 수도 있다는, 존나 희박한 가정을 받아들인다면 정유라는 누구의 아이일까 ?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형국이다. 박근혜가 최순실에게 보내는 과도한 애착도 이해가 가지 않지만,
박근혜가 정유라에게 보내는 과도한 애착도 이해가 가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얽히고설킨 출생의 비밀이 아닐 수 없다. 박근혜는 96초짜리 사과문을 발표한 지 열흘이 지나 다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생방송으로 진행된 9분짜리 사과였다. 그런데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자신을 향한 연민 앞에서는 울먹이던 그는 타자를 향한 연민에는 관심조차 없다. 가장 추한 눈물은 자신을 향한 과잉 연민에서 비롯된 눈물이다. D.H 로렌스는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스스로를 가여워하는 짐승을 본 적이 없다. 작은 새는 얼어 죽어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는 순간에도 단 한번도 자신의 죽음을 가여이 여기지 않는다. I never saw a wild thing sorry for itself. A small bird will drop frozen dead from a bough without ever having felt sorry for itself. 박근혜의 눈물이 지저분한 이유이다.
도종환의 시도 가슴을 친다. 산짐승은 몸에 병이 들면 가만히 웅크리고 있는다 / 숲이 내려보내는 바람 소리에 귀를 세우고 / 제 혀로 상처를 핥으며 / 아픈 시간이 몸을 지나가길 기다린다 / 나도 가만히 있자 ( 병든 짐승 전문 ) 이 시에서 세월호의 비극을 유추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 어두컴컴한 선실에서, 바깥의 소리에 귀를 세우며 제 혀로 상처를 핥으며 죽어간 아이들에게는 그토록 냉정했던 사람이 자기 연민에 울먹이다니, 다시 한 번 유감이다.
1) 홍콩 액션 영화 시리즈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