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뭔데 ? :
꼰대의 품격 : 조필과 김종인
송능한 감독의 영화 << 넘버3 >> 에서 현정화와 최영의에 대한 육담’은 근대적 아버지에 대한 신랄한 풍자다. 현정화’로 대표되는 <헝그리 정신 > 과 최영의’로 상징되는 <무뎃뽀* 정신 > 은 학교 운동장에서 월요 조회 시간’이면 머리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훈화 정신이다. 헝그리 정신’은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박카스 특유의 미친 신세계이고, 무뎃뽀 정신’은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 는 어느 제국주의자의 미친 구세계이다. 박카스 국토대장정 식 헝그리 정신이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은 고생의 미학’이 아니라 순종의 미학’이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길 위의 날씨는 덥고, 집 안은 시원하다. 부모 말 잘 듣자, 공부 열심히 해서 땡볕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되지 말자, 순종하자, 그러자, 그게 장땡이다. 박카스 참가자들이여, 울먹이면서 이렇게 인터뷰하자 : 엄마, 아빠 사랑해요 ! 그것(들)은 박정희 식으로 말하자면 < 악 > 을 닮았다. 라면 먹고 달린 선수가 현정화가 아니라 임춘애’라고 해도, 정답은 현정화’라고 말해야 한다. 틀려도 믿고 따라야 하는 이유는 무조건적 믿음에 의해서만 잘 살아보세, 라는 욕망이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밴츠 몰고, 폼 나게 룸살롱에서 양주도 먹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6척 거인 존슨’과 맞짱 뜬 최영의’의 전설적 다구리는 정주영 식 < 깡' >을 닮았다. 그들은 농번기가 되면 농민들과 막걸리’를 마시며 풍월가’를 읊거나 사막 한가운데 바벨탑을 짓는 전설적 성공 신화의 주인공들이지만, 카메라’가 < 틸 다운 >해서 물밑과 땅 밑으로 침투하면 그곳에는 좆나게 휘젓는 오리발의 세계’가 있다. 막걸리 너머엔 날마다 술집 아가씨’를 청와대 아방궁으로 공수하는 이상한 위스키의 세계가 있으며 정주영의 낡은 구두 신화에는 노동운동에 대한 집요한 탄압이 있었다. 그들 상체는 우아한 백조이지만 하체는 우스꽝스러운 오리발’이며, 불굴의 페니스’는 알고 보면 발기해도 3센티미터인 초라한 고추’의 세계이다.
- 쌈마이, 의리적 혈투1) 중
정직한 사람은 쪽은 팔더라도 양심은 팔지 않는다. 반면, 건달은 양심은 팔아도 쪽을 파는 짓은 안 한다. 그들에게 < 쪽팔리다 > 는 최악의 상황인 경우'다. 그래서 월세 살면서 벤츠 타고 룸살롱 가서 술을 마시는 신인류가 탄생하는 것이다. 남자는 가오'가 서야 (성)기'가 사는 법. 영화 << 넘버 3 >> 에서 불사파 두목 조필(송강호)가 말하지 않았던가. 니들 일주일 째 짱개 컵라면으로 이렇게 때우는 거 잘알어. 물론 흰쌀밥에 고깃국 먹고..... 벤츠 타고 룸살롱 가고 싶겠지 ? < 그 > 가 짱개에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부하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 토 다는 것 금지 > 다. 조필2) 에게 토, 토토토토토토토토토토 다는 놈은 배, 배배배배신, 배반, to부정사'다. 그는 " 아랫것 " 을 좆나게 팬 후 이렇게 선언한다.
" 내가 현정화, 하면 현정화인 거야. " 이처럼 조필'이 대노(大怒)하신 이유는 아랫것이 눈치도 없이 " 조필의 쪽 " 을 건드렸다는 데 있다. 잠 자는 사자의 코털이요, 잠 자는 용의 비늘(역린)3) 을 건드린 게지. 이 유명한 장면에서 관객은 배가 찢어지도록 웃어 젖혔지만 이 풍자극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는 듯하다. 이 우스꽝스러운 << 어거지 >> 는 조필만이 가지고 있는 성격이 아니라 대부분의 인간이 가지고 있는 품격'이다. 인간은 달달한 거짓말에는 관대하지만 칼칼한 진실 앞에서는 화를 내는 법. 우럭도 아니면서 울컥하는 존재.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 인간이란 그렇게 반응하도록 " 셋팅 " 된 존재인 것이다. 김종인의 노욕'을 보고 있자니 제일 먼저 떠오른 이미지는 송강호가 연기한 조필'이었다.
김종인 식 비례 공천 명단이 당헌과 당규에 위반되자 더민주 중앙위원회가 한 목소리로 " 임춘애입니다, 행님 ! " 이라고 잘못을 지적하자 김종인의 얼굴이 우락부락해졌다. 토, 토토토토토토토토토토토 다는 놈을 극도로 싫어하는 그가 잘못을 수정할 리 없다. 그는 대뜸 << 대접 ㅡ 소홀론 >> 을 이유로 당무 거부 및 사퇴'라는 배수진을 쳤다. 나는 이런 대접 받으면서 일을 할 수는 없다아아아아 ~ 이런 식으로 토 달면 게으른 개에게는 " 해삣 " 은 비치지 않아. 이런 마인드, 저런 시바스 리갈, 에라 미네랄 워터. 꼰대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접대(대접)이다. 원청을 접대해야 하는 하청업체 입장에서는 접대가 소홀하면 그에 상응하는 홀대가 따르니 돈을 빌려서라도 음식을 장만해야 한다.
이처럼 다 먹지도 못한다는 사실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잔칫상의 상다리'가 부러져야 하는 이유는 바로 꼰대의 접대 의식'에 있다. 안 먹어도 좋으니 예우는 갖춰다오. 한국 정치의 허례허식'은 김종인 같은 좆같은 꼰대가 여의도를 장악했기 때문에 발생한다. 정치의 핵심은 " 무질서를 없애려는 노력 " 에 있다. 좋은 정치가는 훌륭한 과학자와 같다. 왜냐하면 과학자는 무질서(불확정성)에서 질서(확정성)을 찾으려고 노력하듯이, 정치가는 법적 절차를 통해서 무질서를 없애려고 노력한다. 좋은 정치'란 곧 무질서에 질서를 부여하는 작업인 것이다. 공정과 평등은 예외'라는 무질서에 질서를 부여할 때 만들어진 결과'이다. 김종인 식 비례 명단이 잘못된 이유는 본인만 빼고 모두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당헌과 당규로 정해놓은 법칙(질서)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라면 먹고 뛰어서 메달을 딴 선수는 현정화가 아니라 임춘애라며 정정을 요구한 것이 과연 역린에 해당될까 ? 방귀 뀐 놈이 성내는 꼴이다. 이처럼 대접이나 받으려고 정치를 하니 정치인'이 역겨운 것이다. 김종인은 최악을 피하기 위한 차악이 아니다. 그는 최악'이다 ■
1) http://blog.aladin.co.kr/749915104/6962044 : 쌈마이, 의리적 혈투
2) 조필은 " 좆삐리 " 에 대한 명백한 농담'이다
3) 역린(逆거스릴 역 鱗 비늘 린) : 임금의 노여움을 이르는 말. 용의 턱 아래에 거꾸로 난 비늘을 건드리면 용이 크게 노하여 건드린 사람을 죽인다는 << 한비자 >> 의 " 세난편 " 에서 유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