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래미파, 피가 끓을걸 ? :
빵-셔틀은 빵-셔틀을 지지하지 않는다
1. 며칠 전, 안철수가 버니 샌더스를 " 코스프레 " 한 적 있다. 버니 샌더스 열풍에 숟가락 하나 얹겠다는 수작'인데, 이 코스프레는 역풍으로 다가와서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아담 스미스가 칼 마르크스를 닮았다고 주장하는 꼴이니 말이다. 이런 작태를 두고 호가호위'라고 한다. 여우 새끼'가 호랑이 가죽을 뒤집어쓰고 유세 좀 떨겠다는 수작. 안철수는 대중의 정치 혐오'를 이용한 정치인이고, 버니 샌더스는 정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도구라고 말하며 정치 참여를 독려한 정치인'이다. 고로, 두 사람은 N극과 S극이다. 정치를 혐오하는 사람은 안철수를 지지하게 되고, 정치에 분노하는 사람은 버니 샌더스를 지지하게 된다. < 혐오 > 는 대상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방식이지만 < 분노 > 는 대상 안으로 개입한다. 낡은 정치'를 바꿀 수 있는 힘은 혐오가 아니라 분노'에서 나온다.
2. 극우 정치인은 입신양명을 위해 대중의 " 혐오 " 를 이용한다. 여기에는 반드시 희생양이 필요하다. < 적 > 이 선명할수록 혐오 또한 선명해진다. 독일은 유태인을 희생양으로 삼았고, 한국은 빨갱이와 전라도 사람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전라도 사람은 빨갱이다 ! 위에서도 지적했듯이 안철수 식 양비론(늙은 보수와 낡은 진보, 양 진영에 대한 공격)은 대중의 정치 혐오를 부추긴다. 다시 말해서 안철수는 야인이라기보다는 여당 쪽 주류'에 가깝다.
3. 양비론은 공정한 애티튜드처럼 보이지만, 이 태도는 전적으로 여당(새누리당)에게 유리한 전략이다. 정치란 생래적으로 " 편애 " 에 뿌리를 둔다. 그들은 <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것 > 이나 < 겨 묻은 개가 똥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것 > 이나 한통속으로 싸잡아서 비판하지만 곰곰 생각하면 같지 않다. 겨 묻은 개보다 똥 묻은 개가 100배는 더러운 법'이다. 이런 식의 논리는 거악(巨惡)에게 항상 면죄부로 작동한다. 그러다 보니 " 나라를 팔아먹어도 1번을 찍어예 ~ " 라는 지지자가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 ?
4. 용서라는 미덕도 강자에게 유리한 덕목이다. 용서가 미덕이 되다 보니 피해자에게 용서를 강요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용서를 하지 않으면 속 좁은 인간이 되는 세상이 된 것이다. 때린 놈 입장에서 보면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 그렇기에 때린 놈은 다리를 못 뻗고 자고 맞은 놈이 발 뻗고 잔다는 속담은 이제는 옛말이 되었다. 오늘날에는 때린 놈이 다리 뻗고 자고 맞은 놈은 다리를 못 뻗고 잔다. 맞은 놈만 억울한 것이다. 용서는 미덕이 아니다.
5. 맞은 놈이 때린 놈에게 복수하는 서사'는 통쾌한 맛을 선사한다. 맞은 놈은 복수를 위해 체력을 단련한다. 10년 후, 맞은 놈이 때린 놈'에게 말한다. " 네가 가라, 하와이 ! "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은 (맞은 놈이 보내는) 때린 놈'에 대한 동경이다. 맞은 놈이 때린 놈에게 보내는 복수심은 공교롭게도 때린 놈을 닮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고스란히 가난한 유권자가 부자를 대변하는 정당을 지지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구석이 있다. 맞은 놈(가난한 노동자)은 때린 놈(부자 재벌)을 혐오하면서도 동시에 동경한다. 낮에는 곰 쓸개를 씹고 밤에는 바늘 침대 위에서 와신상담하지만, 이 복수의 심인(心因)에는 때린 놈에 대한 동경이 자리하고 있다. 빵셔틀이 다른 빵셔틀'을 경멸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미국 대선 후보 경선에서 가난한 히스패닉계와 흑인이 지지하는 사람은 버니 샌더스가 아니라 힐러리 클린턴이다. 빵셔틀은 다른 빵셔틀의 곤경'을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
6. 국민의당 지지자들이 내세우는 논리는 " 호남맹주론 " 이다. 호남의 절대적 지지로 당선된 노무현과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은 호남의 적자'가 아니라 영남 패권 세력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쉽게 말해서 : 경상도 새끼들이 다 해먹기에 무등산 호랑이 새끼'를 키워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논리에는 " 지역 혐오 감정 " 이 동원된다. 고종석과 김욱이 대표적이다. 특히, 국민의당 지지자들에게 << 아주 낯선 상식, 김욱 저 >> 은 바이블이 된 모양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일리 있는 주장도 있고 일리가 없어서 삼사가 뒤틀린 부분도 있다. 읽다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도 든다. 오육했으면 그럴까 싶기도 하다. 이런 칠팔 ! 하지만 김욱이 말하는 개혁은 지역을 기반으로 한 혐오'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시작부터 잘못되었다. 첫 단추, 제대로 끼우시고 말씀하시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