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국적 불량 수다 :
악서(惡書)를 찾아서
한때, 아니 오랫동안 " 베스트셀러 " 를 경멸했던 적이 있다. 이 에티튜드'는 대중적 인기를 낮잡아서 나의 레벨을 높이려는 얄팍한 수작'에 불과했다. 이제는 베스트셀러가 나쁜 책이라고 단정하지는 않는다. 사실, 엄밀히 따지고 보면 우리가 고전이라고 부르는 명작 가운데 상당수는 왕년에 잘나갔던 베스트셀러'가 아니었을까 ? 정리하면 : 많이 팔린 책이 좋은 책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많이 팔려서 나쁜 책'이라는 편견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ㅡ 정도'로 마무리하기로 하자.
내가 생각하는 좋은 책은 많이 팔렸지만 헌책방에 눈에 띄지 않는 책이다. < 헌책방 > 에서 구하기 힘든 책'이라는 것은 곧 독자들이 책을 팔지 않았다는 증거'이니, 책에 대한 가치 기준에서 보자면 이만한 지표'도 없다. 좋은 책에 대한 기준은 베스트셀러인가 스터디셀러인가가 아니라 책 주인에게 버려지지 않는 책'이다. 내용이 형편 없는 책이라 해도 구하기 힘든 책은 귀한 책이고, 귀한 대접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베스트셀러'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헌책방에 무더기로 나온 책 가운데 팔 할'은 " 한때 베스트셀러 " 였던 책이라는 데 있다. 전여옥의 << 일본은 없다 >>, 홍정욱의 << 7막 7장 >> , 김우중의 <<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 , 이명박의 << 신화는 없다 >> 라는 책은 헌책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책들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불티나게 팔렸으나 불티나게 버려진 것'이다. 전여옥은 병맛 정치인'이 되었고, 김우중은 깜빵에 갔으며, 이명박은 박근혜와 더불어 단군 이래 후흑(厚黑)의 상징적 인물이 되었다. 개나 소나 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실천하셨으니 신화적 인물이기는 하다. 이명박은 개과천선(改ㅡ)하셨고, 박근혜는 계과천선(鷄ㅡ)하셨다. 종이를 만들기 위해 한 해에 베어지는 나무가 무려 40억 그루라고 한다. 세계 인구가 대략 70억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랄 만한 수치'다. 덧대어, 30년생 나무 한 그루'에서 만들 수 있는 종이는 60kg. 책 한 권이 평균 700g 이니 30년생 나무 한 그루'로 만들 수 있는 책은 고작 80권 정도'다. 아, 어떤 숭고함. 자기 몸을 분골쇄신하여 종이가 되는 순교 ! 나무의 순교를 생각하면 아무 책이나 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악서(惡書)는 그 책을 산 독자뿐만 아니라 나무'에게도 민폐'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제1 악서'는 무엇일까 ? 내가 보기엔 박근혜의 << 대선공약집 >> 이다. 그는 (나무의) 숭고한 희생을 쓰레기로 만들었다 ■

- 붉은색과 검은색의 조합이 뭔가 사악하다는 느낌이 들게 만든다 : 각하, 세상을 바꾸긴 바꾸셨는데 민중이 원한 세상은 그 세상이 아니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