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블 데드 1 - [초특가판]
샘 레이미 감독, 브루스 켐벨 외 출연 / 기타 (DVD) / 2003년 7월
평점 :
이불 개고 밥 먹어
하루 일과 가운데 내가 가장 잘하는 < 짓 > 은 " 쓸데없는 생각 " 이다. 쓸모없는 생각'을 하다 보면 기분이 좋아져서 우, 하던 마음이 아, 하게 된다. 이 세상에 < 쓸데없는 생각 > 이 없었더라면 무슨 맛으로 세상을 살아갈까 ? 아침에 눈을 뜨니 방바닥이었다. 웃풍이 세다 보니 추운 침대에서 자다가 바닥에서 잔 모양이다. 헝크러진 침대'를 보다가 문득 한국인에게 침대 생활'이 적절한 것일까, 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침대가 생활 필수 가구'가 된 데에는 한국인의 주거 형태가 한옥에서 양옥 주거 문화로 급변하면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 옛날, 아침이면 어머니가 " 다들 이불 개고 밥 먹어 ! " 라고 소리치던 풍경은 이제는 볼 수 없다. 단순하게 90년대 이전을 과거'라고 규정하고 90년대 이후를 현재'라고 설정하자면 : 과거의 풍경을 상징하는 구령은 < 이불 개고 밥 먹어 > 이고,
현재의 풍경은 < 이불 펴고 밥 먹어 > 인 셈이다. 이제 아침에 잠자리(침대)를 정리한다는 것은 이불을 개는 게 아니라 이불을 (구김 없이) 펴는 것에 해당된다. 그런데 침대 문화는 한국의 주거 환경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비록 주거 문화가 서구식으로 변했다 해도 말이다. 우선 난방 방식에서 차이'가 난다. 서구의 난방 방식은 벽난로나 스팀을 이용해서 공기를 덥히는 방식이고, 한국은 바닥(지열)을 덥히는 온돌 방식이다. 다시 말해서 서구식 난방은 공기는 따듯하지만 바닥은 차갑고, 한국식 난방은 공기는 차갑지만 바닥은 따듯한 구조이다. 이 차이는 도긴개긴 같지만 큰 차이를 만든다. 바닥이 차니 서양 사람들은 신발을 신고, 카페트를 깔고, 침대를 사용한다. 반면, 한국인은 신발을 벗고 생활한다.
굳이 신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문제는 카페트와 침대의 사용이다. 열 효율 측면에서 보자면 카페트는 지열을 활용하지 못하고, 침대는 바닥을 활용하지 못한다. 웃풍이 센 주거 환경에서 웃풍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침대를 사용하는 것이다.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이라는 가구 회사의 광고를 곧이곧대로 믿는다 해도, 분명한 것은 침대 생활이 한국식 난방 방식과는 어울리지 않는, 비과학적 효용이라는 점이다. 침대가 과학일망정 침대 생활은 과학이 아니랍니다. 바닥은 뜨끈뜨끈한데 침대는 춥다 보니 침대 생활자는 대부분 전기장판을 사용한다. 선풍기 옆에 두고 부채질하는 꼴이다. 내 쓸데없는 생각은 쓸모없는 침대로 확장된 것이다. 쓸데없는 생각의 특징은 쓸데없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생성된다는 점이다.
침대를 생각하다가 느닷없이 보니엠의 << Rivers Of Babylon >> 이란 달달한 노래가 떠올랐다. 이 노래 가사에 " 다들 이불 개고 밥 먹어 ~ " 라는 구수한 한국말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참.... 구수한 노랫말이다잉 ~ 잠시 추억에 젖어 불러본다, 아련한 추억의 편린을 ! 아아아아 ~ 다들 이불 개고 밥 먹어 ~ 국물 없인 밥 안 먹어 ~ 흥얼흥얼거리며 노래를 부르다가 갑자기 샘 레이미가 약관의 나이로 만든 영화 << 이블 데드 >> 가 떠올랐다. 아아아아 ~ 다들 이블 데드 보고(나서) 밥 먹어 ~ 한때 B무비에 환장했던 시절이 떠올랐다. 이 영화는 샘 레이미 감독이 다니던 대학을 때려치우고 나서 불알친구들과 힘을 모아 만든 16M 영화였다. 영화에 대한 공부를 한 적도 없고,
영화에 대한 기술을 배운 적도 없고, 연기를 공부한 적도 없지만 그들은 동전 몇 푼 모아서 영화를 만들었다. 바로 그 영화가 내가 열광했던 << 이블 데드 >> 였다. B 무비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좋아서 돌아버리게 된다. 이 영화가 무엇보다도 좋았던 점은 경제적 효율성에 있었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생각난 김에 유투부를 통해 다시 보았다. 지금 보아도 여전히 경이롭다. B급 영화를 보는 재미는 영화 스탭의 < 악전고투 > 에 있다. 멋진 장면을 뽑아내고는 싶으나 돈이 없을 때,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기똥찬 아이디어를 내거나 몸으로 때우는 것밖에는 없다. 이 영화에는 가진 거라고는 불알 두 쪽과 맨발이 전부였던 청춘의 열정이 엿보인다.
그래서 나는 샘 레이미의 < 스파이더 > 시리즈'보다는 < 이블데드 > 시리즈가 더 재미있다. 이 영화에 대한 감상은 다시 또 다른 생각을 탄생시켰다. 내가 가입한 영화 카페 정모 때, 이 영화를 함께 보고 나서 술을 마셨던 기억이 생각난 것이다. 각자 동전 몇 푼 추렴해서 소주를 마셨던 기억. 술국 하나 시켜 놓고 몇 시간 동안 이 영화를 찬양했던 기억 말이다. 한때 우리는 모두 샘 레이미를 꿈꿨다. 그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 수소문 끝에 한 명과 연락이 닿았다. 그 친구에게 << 이블 데드 >> 를 유독 좋아했던 친구 A 에 대해 물었다. 그가 말했다. " 그 새끼 깜방 갔잖아. 이름 생각 안 나 ?! 명균이, 오명균이. 보이스피싱으로 사기치고 다니다가 걸렸잖아. 몰랐어 ? 그 유명한 서울 중앙지검 오명균 수사관이 바로 그 놈이야. 그 새끼... 영화 찍는다, 찍는다, 찍는다 하더니 진짜로 영화를 찍었더라고 ! 어차피 인생이란 거대한 연기요, 거대한 환영(幻影)이잖아. "
내일, 면회를 가야겠다. 눈물이 앞...... 을 가린다.
- 불알친구 동맹 가운데 연기 경험이 전무했던 브루스 캠벨이 연기를 했던 이유는 단순했다. 다른 친구들보다는 잘생겼다는 데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