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와, 드루와
내용은 이렇다 :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가 사연을 보낸다. 시어머니가 결혼할 아들에게 아파트 한 채를 사주었는데 예비 며느리에게 현관문 비밀번호를 요구한다는 것. 사연을 보낸 예비 신부는 고민에 빠진다. 시작부터 " 시월드 " 와 < 삐걱 > 거리느냐, 아니면 무리한 요구에 굴복하느냐 ? 어, 어어어어찌 하오리까. 동영상을 보면 찬과 반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비밀번호를 시어머니에게 알려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김태훈은 시어머니가 아파트를 장만했기에 비밀번호를 공유해야 된다는 논리를 펼친다. 다시 말해서 " 경제적 원조 " 를 강조한 것이다. 아,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 ! 김태훈이 " 무뇌아적 페미니스트 " 라는 칼럼으로 논란의 중심이 된 사건은 < 돌발 > 에 의한 말실수'가 아니라 그동안 차곡차곡 쌓여진 < 에토스 > 였던 것이다.
그가 주장하는 것은 간단하다. ① 시어머니가 아파트를 사줬다, ② 집에 대한 권리는 시어머니에게 있다, ③ 그러므로 시어머니는 건물에 대한 유지-보수-관리'에 대한 감독 권한을 며느리와 공유한다. 그런데 이런 주장은 논리적으로 이치에 맞지 않다. 김태훈이 목에 핏대줄 세우며 큰소리치는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말이다. 쉽게 말해서 김태훈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 건물주 - 시어머니요, 세입자 - 며느리 > 라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건물주가 건물에 대한 권리를 행사한다고 세입자의 의사에 반하는 데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집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 명백한 주거침입죄'다. 건물주라 해도 세입자가 " 드루와, 드루와 ! " 라고 말하지 않는 이상은 집안에 발을 들일 수 없다. 이 간단한 법률 상식'을 김태훈은 모르고 있는 것.
또한 시어머니가 자식에게 아파트를 사준 행위'에는 채무 관계가 성립될 수 없다. 시어머니가 집을 장만하는 데 드는 비용은 보다 좋은 며느리(건강,미모,집안 내력 따위)를 얻기 위한 지불'일 뿐이다. 그것은 아들에 대한 < 투자 > 이지 며느리에 대한 < 투자 > 가 아니다. 후세에게 좋은 유전자를 선사하려는 것은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짐승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이다. 새에 비유하자면 어떤 종(암컷)은 수컷의 집짓기 실력으로 짝짓기를 결정하는데 둥지를 잘 짓는 수컷이 인기가 좋다. 인간이라고 다를까 ? 튼튼한 둥지'를 가지고 싶어하는 것은 " 반도의 흔한 김치년 " 이 가지고 있는 천박한 욕망이 아니라 본능이다. 미녀에 대한 기준은 나라마다 다를 것 같지만 사실은 놀랄 만큼 비슷하다. " 나무아미타불 " 을 외치는 나라나 " 아멘 " 을 외치는 나라나
" 알라, 알라, 알라리, 알라리 알라 신이여 ! " 를 외치는 나라나 모두 대동소이하다는 말이다. 두툼한 입술, 깨끗하고 부드러운 피부, 초롱초롱한 눈, 경기미(米)보다 찰진 머리카락, 활기찬 걸음걸이, 얼굴의 좌우 대칭성은 매력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지만 달리 생각하면 생식력(번식 능력)에 대한 지표이기도 하다. 남성들이 윤기가 흐르며 풍성한, 긴 머리 젊은 여성을 선호하는 이유는 건강한 생식력에 있다. 미스코리아 대회에서 유독 긴머리 여성이 많다는 것, 특히 올림머리 스타일을 강조한다는 것은 후세에게 건강한 DNA를 물려줄 수 있다는 남성 욕망이 투영된 결과'이다. 만약에 드라마에서 여배우가 찰랑찰랑한 머리를 뽐내며 암 투병 연기를 펼친다면, 더군다나 올림머리를 하고서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연기력을 펼친다면 당신은 이에 동의할까 ? 그럴 리는 없다.
분장사가 <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은 캐릭터 > 를 연출할 때 제일 먼저 하는 것은 더러운 피부 색깔과 헝크러진 머리카락'이다. 동영상 속 시어머니가 지불한 집값은 건강한 DNA를 얻기 위해 튼튼한 둥지를 내놓은 것일 뿐이다. 동영상을 보고 있자니 스스로를 합리적 달변가요, 냉철한 패널'이라고 생각하는 김태훈의 모습이 꼴사납다. 경제적 원조를 제공했으니 안방에 대한 꾀죄죄한 권리를 가질 수 있다는 주장 또한 말도 안되는 얼토당토목금토'다. 만약에 그가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는 식민정책을 옹호하는 제국주의자와 다를 바 없다. < 경제적 원조 > 를 주었으니 그 나라(안방)에 대한 < 내정 간섭 > 하겠다는 소리와 같으니 말이다. 분유에 밀가루 원조했으니 식민지 국가를 통치하겠다는 발상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지난 번'에서도 지적한 적이 있지만 김태훈은 꼴페(무뇌아적 페미니스트)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밥상머리 교육에서 배운 남존여비'를 실천할 뿐이다. 그는 꼴페가 싫은 것이 아니라 그냥 여자가 감히 남자에게 대드는 것이 싫을 뿐이다. 패널들은 사연을 보낸 예비 신부를 신랄한 어조로 공격하지만 정작 비판받아야 할 대상은 예비 신부가 아니라 시어머니'다. 이 세상 모든 짐승은 도주거리(flight distance, 逃走距離)와 공격거리(attack distance, 攻擊距離)를 가진다. 저 멀리서 사자가 나타났다고 해서 한가롭게 풀을 뜯어먹던 누우 떼가 모두 혼비백산하여 도망치지는 않는다. 누우 입장에서 보면 < 도주거리- 밖 > 은 사자와 달리기를 해서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거리 차이'이기 때문에 안전한 간격이다.
반면 사자가 < 도주거리 - 안 > 으로 진입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이 간격은 사자가 누우를 따라잡을 수 있는 거리 간격이기 때문이다. < 공격거리 > 는 < 도주거리 > 가 무너졌을 때 발생한다. 흔한 예가 막다른 골목길에 다다른 쥐가 갑자기 돌변하여 고양이를 공격하는 장면이다. 쥐가 고양이와 싸워서 이길 리는 거의 없지만 쥐는 필사적으로 강력한 카운터 펀치를 날리려고 한다. 재수 없으면 한방에 가는 것이 카운터 펀치가 아니었던가 ! 맹수들에게 있어서 부상은 곧 죽음이다. 다리를 다쳐서 사냥을 할 수 없다면 그것은 곧 죽음이다. 그렇다면 사자는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서 수컷끼리 싸우다가 부상을 입게 될까 ? 그렇지는 않다. 공격거리에 내몰린 먹잇감의 마지막 카운터펀치'에 부상을 당하는 예는 부지기수'다.
사연을 보낸 예비 신부가 살아갈 공간, 나아가 < 현관문 > 이라는 상징은 도주거리의 안과 밖을 경계 짓는 최전선인 셈이다.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으려는 전략은 안전한 도주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전술이다. 이것은 가정을 지키려고 하는 어미의 본능이다. 만약에 이러한 몸짓을 " 반도의 흔한 김치년 " 이라고 비하하거나 " 여성의 이중성 " 으로 폄하하기에 앞서 < 도주거리 > 가 무너지면 < 공격거리 > 가 발생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