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과 백주부 : 집밥에 대한 환상
어머니는 다행스럽게도 음식 솜씨'가 형편없었다. 아무리 좋은 식재료로 요리'를 한다 해도 맛은 항상 평균 이하'였으니까. 으하. 나는 그 사실에..... 감사했다. 왜냐하면 집 밖에서 먹게 되는 음식'은 우리집 집밥 맛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았기 때문이었다. 만약에 어머니의 음식 솜씨'가 << 한식대첩 >> 에 나올 수준이었다면 나는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밥그릇 싹싹 비우는 게 미덕인 사회에서 집 밖에서 깨작깨작거리다가 밥을 남기면 까탈스러운 인간이란 소리 듣기 딱이니 말이다. 사람들은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자주 " 집밥 " 을 찬양한다. 그들은 무의식적으로 사랑과 정성이 듬뿍 담긴 어머니와 중노동에 가까운 식당 아줌마'를 비교한다. 식당에서 나박나박 썬 무를 넣고 자박자박하게 조린 < 갈치조림 > 을 먹으면서 집밥을 찬양하다니 " 미틴 거 아니야 ? " 나는 사람들이 입에 침이 고이도록 칭찬하는 " 집밥 이야기 " 를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겪은 경험으로 축소해서 말하자면 < 집밥 타령 > 은 여성보다는 남성이 주류였고, 도시 출신'보다는 시골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집밥 예찬'에는 " 어머니 손맛 " 이라는 해괴한 논리가 자리잡고 있었다. 어머니 손맛이 맛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맛집 탐방 오락 프로에 등장하는 손님들이 내뱉는 말과 비슷했다. 그들은 한결같이 카메라 앞에서 " 그 옛날 어머니가 해주던 맛 " 이라고 강조했다. 정말 그럴까 ? 그들이 집밥과 밖에서 먹는 밥'을 분리하는 기준은 의외로 단순하다. 집밥은 어머니가 주체이지만 밖에서 먹는 밥은 아줌마가 주체이다. 여기에는 한국 특유의 << 어머니 찬양과 아줌마 경멸 >> 이 자리하고 있다. 그들이 보기에 밖에서 먹는 밥이 맛이 없는 이유는 사랑과 정성의 아이콘인 엄마가 아니라 아줌마가 음식을 한다는 데 있다. " 옛날 어머니 손맛 " 이라는 해괴한 논리'는 대한민국 남성 중심 사고'가 낳은 착각'이다. 그들이 어머니를 호출하는 이유는 어머니'라는 존재가 " 보살핌의 아이콘 " 이라는 데 있다. 그 옛날 기억 속에 어머니는 자신을 보살피는 기계"다. 비오는 날 김치전이 먹고 싶다면 김치전을 뚝딱 내놓고, 비빔국수가 먹고 싶다고 말하면 먹음직스러운 비빔국수가 나온다. 하지만 이 기억 속에는 절차가 생략되어 있다. 한여름 불 앞에서 땀 흘리며 요리를 하는, 어머니의 무보수 노동 장면이 " 블랙 아웃 " 형태로 통편집된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 과정을 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또한 여기에는 집밥이 공짜'라는 인식도 자리하고 있다. 이 세상에 공짜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 공짜는 다, 맛있어요 ! 남성 입장에서 보면 " 집밥 " 은 여러모로 환상적인 음식'이다. 그러다 보니 식당에만 가면 집밥 타령이다. 이제 집밥 타령은 그만했으면 싶다. 집밥에 침이 고이더라도 한여름, 불 앞에서 고생하는 아내(어머니)를 생각한다면, 경제적으로 그리 궁핍한 생활이 아니라면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외식'을 합시다. 집밥이 곧 사랑이라고 ? 글쎄, 정말 그럴까 ? 집밥은 아내 혹은 어머니의 노동'으로 만들어진 음식이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당신이 집밥 타령을 하며 침이 고일 때, 누군가는 집밥 때문에 땀을 흘린다. 집밥은 사랑의 결실이며서 동시에 노동의 결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