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다섯 개'라고요 ?
개인적으로 특정 출판사가 후원하는 문예지 편집위원(문학평론가)의 비평'보다는 변방의 숨은 고수가 작성한 서평'을 신뢰하는 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문단이 순문학과 순문학이 아닌 것으로 나누는 편애'가 지겹기도 하거니와 내 눈에는 < 순문학 > 이나 < 순문학이 아닌 것 > 은 순두부와 두부의 차이처럼 사소해 보였다. 영양가는 모두 대동소이한데 말이다. 하물며 < 순문학이 아닌 것 > 을 < 순문학 > 이라 우길 때는 어이가 없다. < 두부 > 를 < 순두부 > 라며 우기는 꼴이니 웃기지 않은가 ? 그리고 조직 내 보스 눈치 살피느라 좌고우면하는, 가자미 눈깔로 문학을 살피는 문학평론가'보다는 차라리 실력 있는 무명 독자의 솔직한 평가를 믿고 책을 구매하는 게 성공 확률이 높다.
하지만 서평의 은둔 고수'라고 해서 그들이 내린 평가를 모두 신뢰하지는 않는다. 내가 책을 고를 때 참고하는 리뷰는 별이 다섯 개'로 도배된 리뷰 목록'보다는 차라리 별, 별별, 별의별 스펙트럼이 적당히 공존하는 블로거의 리뷰 목록'이다. 그 아무리 글재주가 뛰어나다한들 쓴소리 못하고 칭찬만 남발하는 것은 자질이 없는 사람이 아닐까. 한국 문학에 대한 짝사랑 때문에 싫은 소리를 못하겠다고 고백한 모 스타 평론가나 별 다섯 개로 도배된 블로거의 리뷰 목록이나 도긴개긴'이다. 내가 알라딘 14기 신간 평가단 활동을 하면서 주의했던 것은 좋은 게 좋은 것 아니겠는가, 라는 자세였다. 출판사에서 책을 무료로 제공받는다고 해당 출판사에 우호적인 별 다섯 개 - 리뷰'를 남발하는 것은 주례사 비평으로 비평의 본질을 훼손하는 평론가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달달한 글보다는 칼칼한 글이 필요하다고 생각은 변함이 없다. 좋은 평론은 글쓴이의 미문이 아니라 글쓴이의 태도에 달려 있다. 그렇기에 평론에서 달달한 미문은 미덕이 아니라 악덕에 빠질 위험성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좋은 서평도 마찬가지'다(여기서 직업 서평가의 서평'은 제외하자. 알리디너의 리뷰로 범위를 한정하자). 서평과 비평은 다른 영역이다.서평은 생래적으로 " 구매 후기 " 수준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 리뷰라는 작업을 폄하하고자 하는 말은 아니다). 혹자는 구매 후기 수준에서 벗어나야 좋은 리뷰라고 말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알라딘 리뷰가 비평 흉내를 내면 꼴사납다. 잰 척하고자 하는 욕망을 이해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서평과 비평의 간극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비평은 메스로 내부를 들여다보는 해부학인 반면, 리뷰는 청진기를 가슴에 얹어 환자의 기초 건강 상태를 진단하는 예방학'이다. 전자가 < 외과의 > 라면 후자는 < 내과의 > 다. 내과의가 메스로 배를 쨀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 내가 생각하는 좋은 리뷰는 메스로 배를 째서 내부를 해부하는 것보다는 기초 검사를 통해 건강 상태를 체크한 후 질병 예방에 도움을 주는 글이다. " 이 책 읽다 보면 독자 입장에서는 스트레스를 받아서 암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 " 하여튼 별이 다섯 개로 도배된 리뷰 목록을 가진 블로그'는 신뢰하지 않는다. 느긋한 마음으로 쓰려다가 갑자기 급하게 매조지한다.
덧대기
오해는 마시라, 누구를 겨냥해서 쓴 글은 절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