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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문 - 2010년 제34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박민규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0년 1월
평점 :
자위는 얼어 죽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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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그는 황순원 시상식 때 가면을 쓰고 등장했다. 처음에는 송강호인 줄 알았다
<< 무한도전 >> 은 원래 << 무모한 도전 >> 에서 " 모 " 가 빠져나간 것이다. 마찬가지로 << 이상문학상 >> 은 << 이상한 문학상 >> 에서 " 한 " 이 빠져나간 꼴이다. 믿거나 말거나 ! 프랑스를 대표하는 권위있는 문학상은 공쿠르' 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자면 르노도'가 될 것이다. 영국은 부커상이고, 미국은 내셔널북어워드'다. ( 혹은 퓰리쳐 ? ) 그리고 스페인어권의 노벨상이라고 불리우는 세르반테스문학상이 있고, 일본은 나오키상 ( 혹은 아카타카와상 ) 이 그 나라를 대표적인 문학상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학상은 무엇일까 ? 이상문학상 ?! 동인문학상 ?! 이상문학상이나 동인문학상은 모두 단편( 혹은 단편 분량의 중편 ) 을 심사 대상으로 한다. 정작 장편은 심사에서 제외된다. 이상한 문학상이다. 만약에 이상문학상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학상이라면 대한민국 문학판은 해괴한 동네다. 단편이 장편에 비해 문학적 가치가 떨어진다는 소리가 아니다.
장편을 배제한 문학상이 과연 대한민국을 대표할 만한 문학상이 될 수 있을까 ? 문학을 야구에 빗대서 설명하자면 장편은 선발 투수이고 단편은 불펜 투수 역할이다. 마무리 투수가 승리를 따낼 수도 있지만 불펜의 주요 임무는 선발의 승리를 " 세이브 " 하는 것이다. 참고로 공쿠르성, 르노도상, 부커상, 내셔널북어워드, 세르반테스문학상, 나오키상, 아카타카와상은 모두 장편 ( 혹은 그해 출간된 단편집 ) 을 선정 대상으로 삼는다. 2010년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자는 박민규'였다. 수상작은 << 아침의 문 >> 이었다.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문학상답게 수상작 역시 평소 박민규 소설 제목과는 다르게 고상하고 순수한 작품을 선정했다. 여러 사안을 고려한 현명한 선택이었다. 이상문학상 수상작이 결정되면 방송을 탈 것이 분명한데, 만약에 << 딜도가 우리 가정을 지켰어요 >> 로 선정된다면 골치 아픈 상황이 연출될 것은 불 보듯 뻔하지 않은가 ?
예쁜 여성 아나운서가 " 올해의 이상문학상 수상작은 << 딜도가 우리 가정을 지켜줬어요 >> 로 선정되었습니다. 자동차 판매사원인 남편이 아내가 사용하는, 클리토리스에 진동을 가해서 올가슴에 도달하게 만드는 딜도를 발견하면서....... " 이라고 말하면 방송 사고가 날 것이 뻔하니 될 것이다. 이상문학상을 수상하면 닭똥 같은 원고료와 함께 작가가 직접 선정한 단편 하나와 " 문학적 자서전 " 이라는 지면을 할애받는다. 박민규는 " 자선 대표작 " 으로 << 딜도가 우리 가정을 지켜줬어요 >> 를 선정했고, " 문학적 자서전 " 으로는 << 자서전은 얼어 죽을 >> 이라는 글을 보냈다. 공교롭게도 그가 고른 두 편은 모두 고상한 이상문학상과는 어울리지 않는 제목이었다. 이상문학상 선정 위원회에서 보면 박민규의 자선 대표작 선정은 최악이었다. 경제를 이야기하는데 파리가 윙윙거려서 방송 사고가 났다면, 이번에는 문학을 이야기하는데 딜도가 윙윙거려서 낯 뜨거운 상황을 연출한 꼴이 되었다.
더군다나 문학적 자서전을 선정해 주세요, 라는 멘트에 << 자서전은 얼어 죽을 >> 이라는 제목을 단 글을 보냈으니 이상문학상을 주관하는 문학사상은 내심 작가의 ' 조까라 마이싱 ㅡ 정신 ' 에 분통을 터뜨렸을 것이다. 기획안 제출하라고 했더니, << 기획안은 얼어 죽을 >> 이라는 제목을 단 획기적인 기획안이 올라오는 경우와 유사하다. 하지만 엎질러진 물이니 주워담을 수는 없는 노릇, 환장할 노릇 ! << 딜도가 우리 가정을 지켜줬어요 >> 는 남편이 서랍에서 아내가 애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딜도를 발견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내용은 대략 이렇다 : 그는 경제적으로도 무능력한 남편이면서 동시에 밤일도 무능력한 남편이었다는 사실에 충격 머겅 ~ 두 번 머겅 ~ 그는 성공해서 돌아오리라 마음 먹고 화성으로 출장을 가서 외계인을 상대로 자동차 판매에 나선다. 그곳에는 몸집이 거대한 화성 외계인이 살고 있다.
" 키는 대략 칠~팔 미터, 비대한 몸집 전체가 짙고옅은 회갈색의 피부로 덮여 있었고... 내 키보다 큰 거대한 생식기가 땅에 축 늘어져 " 있었다. NASA가 땅을 적극적으로 매입하는 바람에 벼락부자가 된 그녀가 자동차를 보며 한마디한다. " 어머, 이 장난감 좆같다. " 은밀한 욕망을 품은 눈빛으로 추파를 던지는 화성의 거대 복부인 ! " 일 년이 되도록 한번도 안해봤어.... " 남자는 고객의 의중을 간파한다. 일 년이 되도록 한번도 안해본 여자가 말한다. " 난 가진 거라곤 돈밖에 없는데.... " 가진 거라곤 독밖에 안 남은 남자는 이 은밀한 거래를, 지구인과 화성인 사이에 벌어지는 이종 교접을 실행에 옮기기로 한다. 그녀가 다리를 벌리자 거대하고 촉촉한 검은 동굴 입구가 모습을 드러낸다. 아, 스고이 ! 남자는 차에 시동을 걸면서 생각한다. 차를 팔아서 위풍당당 지구로 돌아가리라. 좆같이 생긴 불자동차가 딜도가 되어 땅굴 안으로 들어간다. 전진... 후진... 전진... 후진... 좌삼삼.... 우삼삼. " 고갱님, 만족하십니까. 네에 ? "
이 단편을 읽었을 때 낄낄거리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 이런 것도 문학이다. 문학이 항상 고상할 필요는 없다. 대만 감독 차이 밍량이 이런 소리를 했다. " 나쁜 영화는 지구의 종말을 걱정하고, 좋은 영화는 자신의 내일을 걱정한다. " 톨스토이는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고, 박민규는 자신의 내일을 걱정한다. 인구 구성 대비 소수에 속하는 주인 ( 甲 ) 이 다수인 노예 ( 乙 ) 를 지배할 수 있는 이유 또한 보이지 않는 딜도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주인은 밤일에 서툰 상대 때문에 불만이 많은 노예에게 딜도를 무료로 제공한다. 한국 드라마는 전형적인 딜도'다. 드라마 속 재벌은 사악하다. 사랑은 없고 탐욕만 있다. 반면 재벌과 싸우는 서민은 탐욕은 없고 사랑은 충만하다. 재벌 가족이 베트남 월남쌀처럼 찰기가 없어 봄바람에도 휘날린다면, 서민 가족은 항상 통일벼처럼 찰기가 있어 끈끈하다.
가족의 힘으로 역경을 헤쳐나간다는 밥풀 뜯어먹는 소리. 이런 일일 드라마가 절대 다수인 노예에게 시부리는 것은 동일한 메시지'다. 부자들은 돈 많으면 뭐 하노. 가족끼리 싸움질하다고 소고기나 사묵겠지. 우리는 돈은 없어도 마음만은 부자아아아아 ~ 이 정신적 딸딸이는 가난한 자가 쉽게 범하는 자기합리화'이다. 그들은 주인이 뿌리는 " 드라마 ㅡ 딜도 "라는 오락거리에 취해서 자신이 처한 현실을 보지 못한다. 그저 부자는 돈은 많지만 불행하고 빈자는 돈은 없지만 행복한 존재라고 착각한다. 이런 식으로 가난한 자에게 딜도를 제공하는 것은 비단 드라마만이 아니다. 혜민이나 김난도 같은 힐링 코치도 딜도를 노예에게 제공한다.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고 허위 사실을 유포한다. 그것을 믿는 놈은 병신이다. 천 번 흔들리면 어른이 되는 게 아니라 골병 든다.
그것도 모르고 스스로 자위한다. 드라마ㅡ자위, 멘토ㅡ자위, 힐링ㅡ자위는 아편과 같다. 딜도가 제공하는 딸딸이에 정신줄 놓고 지내는 사이 주인은 쥐새끼처럼 야금야금 자신의 영토를 확장한다. 재채기 같은 올가슴이 몰려와서 눈 감았다 뜨니 의료 민영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이마트는 대형 마트가 아니라서 규제에서 벗어나고, 지구는 독수리 오형제가 지키지만 박근혜는 문고리 삼형제가 지키고, 어느덧 떡볶이 가게는 대기업이 접수한다. 전지현이 광고에 나와 떡볶이 먹으며 " 마디꾸나 " 를 속삭일 날도 머지않았다. 당신이 올가슴에 아, 아아, 하고 있는 사이에 노동자인 당신의 환경은 점점 우우, 하게 된다. 부자가 빈자보다 더 오래 살고, 더 행복하고, 더 건강하다. 재벌은 불행하다고 ? 당신은 속고 있는 것이다. 소수인 부자가 다수인 빈자를 지배하는 이유'다, 시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