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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브론토사우루스 스티븐 제이 굴드 자연학 에세이 선집 3
스티븐 제이 굴드 지음, 김동광 옮김 / 현암사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박근혜와 타자기

 

 

 

 

 

 

 

잘못된 사회적 편향성'에 대해 두 팔 걷고 정열적으로 싸운 과학자'가 있다. 그가 바로 진화생물학자인 스티븐 제이 굴드'다. 정치와 거리가 직업군 가운데 하나가 과학자'라고 생각하지만 과학자'라고 해서 정치와 무관할 수는 없다.  굴드는 < 인간에 대한 오해 > 에서 " 기존의 아이큐, 우생학, 골상학, 두개계측학 속에 들어 있는 인종, 계급, 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 " 을 낱낱이 깨부순다.  그는 " 편향성 바로 세우기 운동 본부 이사장 " 이라는 명함이 어울릴 만한 위인이다. 워낙 글솜씨가 뛰어나다 보니 그가 똥을 된장이라 해도 믿을 지경이다. 그는 멍청한 롬브로스의 < 범죄자 이론 > 뿐만 아니라 윌슨의 < 사회생물학 > 에 대해서도 편견으로 가득찬 사이비 다윈주의'라며 시간 날 때마다 깐족거렸다.

 

어느 정도였나 하면 : 윌슨의 < 사회생물학 > 이 출간되어 명성을 얻자 하버드대 동료 교수였던 굴드는 ' 사회 생물학 연구회 ' 를 만들어 조직적으로 사회생물학 이론'을 비판했다. 동료 교수의 명성을 시기했다기보다는 보수적 견해에 대한 반격'이었다. 그는 특정 계급과 집단에 대한 우월적 편향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가 보기엔 개똥 같은 소리'였다.

 

 

현상 유지 그리고 일부 집단의 계급, 인종, 성에  따른 특권을 유전적으로 정당화하는 경향이 있다. 역사적으로 강대국 또는 강대국의 지배 집단들은 그들의 권력을 유지하거나 확장하기 위한 지지를 이러한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에서 얻어냈다... ( 중략 ) 이러한 이론들은 1910년과 1930년 사이 미국에서 시행된 단종법과 이민제한법의 시행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나치 독일이 가스실을 만들게 유도한 우생학 정책의 중요한 기초를 제공했다.

 

- 1975. 11. 13일자 [ 뉴욕 리뷰 오브 북스 ] 에 보낸 서신 / 출처, 여덟 마리 새끼 돼지

 

 

만약에 굴드가 한국인이어서 유창하게 한국어를 할 수 있었다면 한국 우파의 아이콘 황우석에 대해서도 신랄한 어조로 퍽유 메시지'를 날렸을 것이다. " 아따, 우석이 무식이 철철 넘치오 잉. 한솥밥 먹는 과학자로써 쪽팔리구만. 도대체 자네가 하는 말은 말이여 막걸리여, 아니면 말방귀여, 뭐시여 ? 과학 분야에서 소숫점 이하 숫자 하나 조작해도 그거시 거대한 대국민 사기요 날조'지, 사소한 오류는 또 뭐시여. 데이터 조작이 무슨 데이터 무제한 에스케이 텔레콤 서비스여 ? 음마, 뭐 이런 개똥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는가 !  변명이랍시고.... 에휴, 잘생겼다. 잘생겼어. 닝기미, 조또 ! " 굴드는 그런 존재다 ! 스티븐 제이 굴드 자연학 에세이 선집 3탄인 < 힘내라 브론토사우루스 > 는 에세이로써 깨알 재미'를 당신에게 선사한다.

 

특히 문자열 Q W E R T Y(쿼티) 자판 타자기'에 대한 에세이'는 흥미롭다.  과학 분야에서 쿼티 타자기 사연은 백설공주 이야기만큼 유명해서 단골 레퍼토리'로 사용되는 이야기'다. 재레미 다이아몬드의 < 총,균,쇠 > 에서도 쿼티 자판 이야기가 나온다(그 외, 몇몇 책에서도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쿼티 씨의 슬픈 이야기를 접했으나 내가 가진 기억력의 한계로 출처를 까먹었다). Q W E R T Y 자판 배열은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여 타이핑 속도를 최대한 늦추도록 고안한 배열이다. 가장 많이 쓰는 알파벳은 주로 자판 왼쪽에 배치되어 있다. 오른손잡이에게 불리한 배열이다. 특히 알파벳 a 를 왼손 새끼손가락으로 간신히 친다고 생각해 보라. 다섯손가락 가운데 가장 부자연스러운 손가락이 새끼손가락 아니었던가 ?

 

알파벳 a 를 왼손 새끼손가락이 가까스로 닿을 수 있는 끄트머리에 배치하는 행위는 팀에서 블로킹을 담당해야 할 키가 가장 큰 배구 선수를 네트에서 제일 먼 끄트머리에 배치하는 멍청한 감독의 황당한 전술만큼 어이없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옛날 수동 타자기는 타이핑 속도가 빠르게 되면 글쇠들이 엉켜서 망가졌기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속도를 늦추는 방식으로 배열하다 보니 탄생한 것이 쿼티 자판 배열이었다. 나중에는 타이핑 속도 때문에 글쇠가 엉키는 오류를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보완했지만 결국에는 이 비효율적 쿼티 자판 배열이 현재에도 사용되고 있다. 지금 내가 치고 있는 자판 배열도 Q W E R T Y 자판 방식'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Q W E R T Y  자판보다 2배나 빠른 자판 배열 타자기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 

 

이유는 간단하다.  Q W E R T Y 자판에 익숙한 타이피스트( 타자수, 타자 교사 등등... )가  기득권을 내세워 새로운 것을 도입하는 데 저항했다. 새로운 자판이 도입되면 눈부신 타자 실력(쿼티 자판으로 배운)은 한순간에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그들은 타이핑 속도가 2배나 빠르고 타자를 칠 때 드는 힘의 95% 를 절약할 수 있는 새로운 자판 배열 타자기를 익히느니 차라리 불편한 쿼티 자판기를 사용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세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불완전성이 반드시 열성(퇴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 둘째,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a사 기술력'이 b사 기술력보다 뛰어나다고 해서 반드시 a사 제품이 시장을 독점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 대표적인 경우가 VHS 녹화 방식의 승리를 들 수 있다. 베타 방식이 기술적으로 VHS방식보다 앞섰지만 결국에는 패배했다 )

 

셋째, 정치학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변화에는 저항이 따른다는 점이다.  이 장을 읽다가 문득 "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e) " 이라는 사회과학 용어가 떠올랐다.  전방 백 미터 앞에 과속방지턱이 있다는 사실도 알려주는 친절한 GPS를 끈 채 잠시 삼천포로 빠지자.

 

< 경로의존성 > 이란 : " 법률이나 제도, 관습 그리고 과학적 지식이나 기술에 이르기까지 인간사회는 한번 형성되어 버리면 그 후 외부로부터의 다양한 쇼크에 의해 형성시에 존재한 환경이나 여러 조건이 변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종래부터의 내용이나 형태가 그대로 존속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같이 과거의 하나의 선택이 관성(inertia) 때문에 쉽게 변화되지 않는 현상을 ‘경로의존성’이라고 한다. ( 21세기 정치학대사전, 한국사전연구사'에서 발췌 ) "

 

내가 잘난 척하려고 경로의존성'이라고 어렵게 말해서 그렇지 일종의 귀차니즘'이요, 관성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대표적인 경로의존성 짚단이 바로 공무원 사회'다. 새누리당이 온갖 포악질에도 존나 승승장구하는 이유는 정치적 매너리즘 때문이다. 매워도 다시 한 번 불닭'에 손이 가듯 새누리당 지지자들도 미워도 다시 한 번 여닭'에 투표를 한다. 유권자들은 새누리당이 말하는 " 통합과 쇄신 " 이 그들만의 짜고 치는 공염불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지만 알면서도 속는다. 잘못된 선택에 대해서 주머니 털어서 먼지 안 나는 놈 없다는 논리'로 정당화한다. 그놈이 그놈이니 그놈보다 그놈이 낫다는 말이다. 깃발 부대는 그렇게 탄생한다. 그것은 마치 타자기의 글쇠 엉킴 문제는 완벽하게 해결되었지만 여전히 불편한 쿼티 자판 타자기를 고수했던 심리와 동일한 것이다.

 

불편하면 바꿔야 한다. 세월호와 같은 참사를 막을 수만 있다면 처음부터 다시 새로운 자판을 손에 익혀야 한다. 처음은 미미했으나 끝은 LTE급보다 빠른 타자 실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과 박근혜, 그리고 새누리당은 쿼티 타자기에 익숙한 유권자가 만든 비극이다. 느리고 불편한  Q W E R T Y 자판 배열 방식 (새누리당) 은 민주주의로 향하는 속도를 늦춘다. 이제 다시 GPS 전원을 켜 본 궤도 안으로 진입하자. 굴드'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굴드니까 ! 굴드가 아니었다면 캄브리아 조개 화석 따위에 대한 글을 읽으며 낄낄거릴까. 굴드는 과학 지식뿐만 아니라 과학자가 갖추어야 할 자세'에 대해서도 말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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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4-05-22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티븐 제이 굴드는 제가 무척 좋아하는 (과)학자입니다. 저는 플라톤-노자 사상을 선호하지만, 진화론에 있어서는 확실히 아리스토텔레스-장자 사상이 맞는 것 같습니다.

한 때 DVORAK를 연습한 적이 있는데, (ㅋㅋ) 이미 QWERTY에 익해진 상태라 연습의 동인이 약하다라구요. 자판 변경도 따로 해야 하고.


곰곰생각하는발 2014-05-23 00:44   좋아요 0 | URL
마립간 님과 저는 독서 취향이 비슷한 가 ㅂㅂ 봅니다.
전 뭐 딱히 영문 자판 사용할 일이 별로 없어서 그냥 그려려니 합니다
개인적으로 ㅂ 자판이 왼쪽 맨 위 꼭대기에 있어 불변합니다.

봄밤 2014-05-22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근혜와 타자기와 힘내라 브론토사우르스라니요! 두 번 읽고 갑니다. 총총.
책 제목 정말 좋네요. 흠흠. 읽어보고 싶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5-23 00:45   좋아요 0 | URL
굴드는 과핵책이지만 어렵지 않아서 과학 상식이 없어도( 대부분 과학책은 어느 정도 밑밥이 깔려야 이해하기 쉬운데.. ) 읽기 쉽습니다. 그게 굴드의 솜씨입니다. 함 읽어보세요 ~ 재미있습니다.

samadhi(眞我) 2014-05-27 0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굴드에게 애정이 솟네요. 사회생물학연구회를 만들었다는 것에 놀라 존경심이 생깁니다. 함께 꼴통들 엿먹이게 굴드랑 친해지고 싶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5-27 12:59   좋아요 0 | URL
굴드랑 사마디 님이랑 궁합이 잘 맞을 겁니다.
참...보기 드문 과학자'예요. 과학자치고는 정말 글을 소설가보다 잘 씁니다.
전무후무할 겁니다.

rendevous 2014-07-14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드워드 윌슨 <통섭> 재밌게 읽었는데 사회생물학에 보수적 관점이 깔려 있단 건 미처 캐치해내지 못했네요... 굴드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사회생물학 연구회 에피소드에서 애정이 마구 샘솟는 ^^ 이 아름다운 인물에 대해 글 쓰는 데 당에 대한 충성심 어쩌구하면서 낮은 출산율의 책임을 대한민국의 여성들의 책임으로 돌리는 김무성 씨가 당 대표로 선출됐다는 대한민국의 관성을 보면서... 힘이 마구 샘솟네요. 용맹정진 공부해서 이 예외상태를 정지시켜야 할텐데...

데카르트 방법서설을 보니 사회관습/관성/경로의존성에 순응적인 태도를 보이더라고요. 도올 선생님이 쓴 도올심득 동경대전을 보니 데카르트가 30년 전쟁을 겪으면서 사회'안정'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맥락이 있었다고 하는데... 우리 시대의 사회적 무의식은 국민들에게 어떻게 나쁜 선택을 은연중에 강요하는지... 아직도 유교문화 잔재가 남아 있는 것 같고, 대한민국이 아니라 대한제국도 아니고 대한왕국... 예전에 '선덕여왕' 흥행을 보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을 예견하신 고등학교 선생님이 계속 떠오르는 요즘입니다.

rendevous 2014-07-14 21:29   좋아요 0 | URL
우수 리뷰 당선 축하드려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4-07-15 13:30   좋아요 0 | URL

우슈 리브 말입니까 ? 이달의 리뷰 말씀하시는군요... ㅎㅎㅎㅎ. 고맙습니다.
굴드 책이 굉장히 좋습니다. 이 양반의 인간에 대한 오해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재미있어요.
저도 윌슨의 < 통섭 > 재미있게 읽었는데 가만 굴드 말을 들어보니 굴드 말이 맞습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