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도망치다시피 집을 떠나 강원도 속초에 머물렀던 적이 있다. 영화 속 파이란처럼 그곳에서 1년을 혼자 버텼다. 춥고 배 고팠다. 첫사랑은 아니지만 첫눈에 반한 여자와는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10년 연애 끝에 헤어졌다. 첫눈에 반했던 그 여자 생각을 하며 동명항 방파제 앞 가게에서 밖을 바라보면 대설 특보'가 내려진 방파제가 보였다. 첫눈에 반한 여자와 폭설이라...... 어쩌면 나는 그 유배지'에서 파이란처럼 헤어진 정인'을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강재처럼 저렇게 방파제에서 통곡 한 적이 있다. 노무현의 노제'를 다녀와서 동명항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방파제에 앉아서 통곡을 했다. 비단 노무현 때문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노무현의 죽음 때문에 서글펐다. 이 양가적 감정을 당신은 모르리라. 그래서 그랬을까 ? 영화 속 파이란의 손끝, 파란 정맥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오늘, 약속이 있었으나 계속 잠만 잤다. 잠을 자면서 꿈속에서 결정을 했다. 오랜 고민이었다. 결정을 하고 나니 환해졌다. 최승자 시인의 시'처럼, 터널은 끝에 가서야 환해진다. 나를 포함한 모든 것을 용서하기로 했다. 끝에 가서야 환해진다는 시인의 말, 요즘 계속 생선 가시'처럼 걸려 있다.

 

- 파이란, 3이라는 숫자 中

 

 


 

 

 

 

 

 

변호인 : 밥의 힘으로 일어서야 하는, 어떤 숭고한 직립

 

 

 

                                

  

 

 

 

 

 

그 시각 두 개의 얼굴 : 어제 나는 민주노총이 짓밟힌 줄은 전혀 몰랐다. 버스 기사'가 광화문에서 정차하지 않고 우회해서 돌아간다는 사전 고지를 하길래 고개를 갸우뚱했다. 버스 안에서 자꾸 송강호의 저 얼굴이 떠올랐다. 눈물 쏟아내도 통속이 되지 않는 저 배우는 배우가 아니라 귀신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집에 왔을 때, 뉴스를 통해 전두환의 사위인 윤상현의 활짝 웃는 얼굴을 보았다. 팥죽 먹었냐는 인사말이 내 목에 걸렸다. 영화 속 송강호는 노동자의 밥줄을 염려하는데, 윤상현은 노동자의 밥줄 따위는 신경 안 쓴다는 웃음이다. 묘한 대조'다.  타인의 고통에 대해서 아무런 연민 없이 웃는, 저 환한 웃음이 목에 걸린 가시처럼 불쾌해서 내내 헛헛했다. 저 웃음은 헛것'이다. 귀신과 헛것'은 다른 것이다. 귀신은 무겁고 헛것은 가볍다. 무게의 있고 없음'이 귀신과 헛것을 나눈다.

 

 

아침 인사'이자 첫인사는 대부분 " 안녕하세요 ? " 로 시작한다. 그리고 점심이 되면 또 한번 안녕하냐고 묻기가 그래서 그냥 " 식사하셨어요 ? " 라고 묻는다. 전설적인 펑크 롹 뺀드 < 삐삐밴드 > 는 「안녕하세요」 라는 노래에서 " 식사하셨어요. 별일 없으시죠 ? " 라고 묻는다. 카메라를 향해 침을 뱉은 불온한 밴드'치고는 지나치게 예의바르다. 하지만 " 동방예의지국 " 어쩌구저쩌구할 때 이 예의가 그 예의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 세상에 진심을 담은 인사'가 어디에 있는가. 대부분 형식적인 인사이니 그/그녀가 밥을 먹었든, 안 먹었든 관심은 없지만 형식상 던지는 꾀죄죄한 관심'일 뿐이다. 자신의 좆끝에서 태어났으면서도 첩이 낳은 자식이라며 호부호형을 허하지 않은 홍길동 아버지인 양반-먹물-꼰대-어르신 연대'가 장악한 세상이니 이런 꾀죄죄한 안부조자 묻지 않는다면 양반-먹물-꼰대-어르신 연대로부터 싸가지에 밥 말아먹을 놈'이라는 소리 듣기 딱이다.  ( 됐고 ! )

 

안부를 묻는다는 측면에서 < 안녕하다 > 과 < 밥을 먹다 > 는 같은 말이다. 그러므로 안녕과 밥은 뿌리글'이거나 한 뿌리에서 나온 갈래 글'일 것이다. 고대 대자보 " 모두 안녕하십니까 ? " 라는 말은 곧 " 모두 식사하셨습니까 ? " 라고 고쳐 써도 된다. 나 혼자 배부르고 등 따스우면 다냐 ? 라는 속뜻이다. 안녕하지 못하다는 말은 결국 밥 앞에 평등하지 못하다는 뜻으로 읽히기도 한다. 그래서 그들은 안녕하냐고 물은 다음 밀양 송전탑, 비정규직, 철도 노조에 대한 근심을 이야기한다. 모든 인간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말하지만 이 말을 믿을 사람은 오천 만 대한민국 국민 중에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인간이 법 앞에서 평등하지 않다는 말은 곧 밥 앞에서도 평등할 수 없다는 뜻이 된다. 동일 근로 환경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하늘과 땅 차이'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안녕하지 못하다. 대한민국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지 않다. 대한민국 국민은 밥 앞에 평등하지 않다.

 

< 살인의 추억 > 에서 송강호는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면서도 괴물의 멱살을 잡으며 " 밥은... 먹고 다니냐 ? " 말한다. 이 영화의 주제는 바로 " 괴물도 밥은 먹는다. " 다. 그렇다, 짐승 같은 인간'도 밥은 먹어야 산다. 죄를 묻되, 적어도 밥그릇은 차지 말아야 한다는 인본주의적 생각이 송강호로부터 밥은 먹고 다니냐는 엉뚱한 대사를 치게 만든 것이다. 밥 앞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 비록 빌어먹는 거지라고 해도 그들은 밥을 먹을 권리가 있고, 괴물이라고 해도 밥을 먹을 권리가 있다. 사실, 죄를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하면 안 된다는 말은 계룡산 꼭대기 구름 바위 위에서 뜬구름잡는 머털도사의 헛소리'다. 그래서 벼슬아치들은 그 알량한 박애'로 전두환과 노태우를 용서한 것일까 ? 한국인이 원수를 배부르고 등 따습게 만든 꼬락서니를 보면 대한민국 벼슬아치들은 노벨평화상을 1000000000번은 받고도 남을 것이다. 저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 죄를 미워하면 그 사람도 미워해야 한다. "

 

다만 죄를 미워하되 밥그릇은 차지 말아야 한다.  밥은 먹고 다니냐, 라고 말하던 그가 다시 밥'에 대해 묻는다. 영화 < 변호인 > 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 글자'인 단어는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들로 이루어진다. 눈, 코, 귀, 입, 손, 발, 좆, 숨, 물 그리고 밥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다. 절대적 요소라는 측면에서 보면 숭고하기까지 한 단어이다. 만약에 송강호가 박해일에게 밥 대신 " 사탕은 먹고 다니냐 ? " 라고 말했다면 다 된 밥에 코 빠질 뻔했다. 반면 한 글자 단어에 비하면 두 글자 단어'는 부차적인 요소에 해당된다. 사랑과 미움 따위의 감정 단어가 두 글자인 이유는 살기 위해 목구멍을 넘겨야 하는 한 글자 단어들에 비해 사치스러운 감정이기 때문에 그렇다. 불교에서 말하는 삶은 < 겨우의 삶 > 이다. 그리고 예수님이 요구하는 삶도 겨우 살아가라는 가르침'이다.

 

부처와 예수는 서로 다른 말을 하는 성인이 아니라 같은 말을 하는 성인'이다.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은 한 글자'면 충분하다는 것'이 바로 < 겨우 - 살이 > 이다. 겨우-살이'가 처량스럽고 궁색하며 꾀죄죄하게 느껴진다면 먹물 꼰대처럼 멋지게 꾸밀 수도 있다. 최소주의적 삶'은 어떤가 ? 요즘 유행하는 A,B,C를 섞어서 미니멀리즘적 삶'은 어떤가 ? 다 같은 말이다. 입을 수 있는 < 옷 > 이면 충분하다. < 옷 > 대신 < 루. 이. 비. 통 > 이라는 네 글자를 탐하는 순간, 당신은 속물이 되는 것이다. < 변호인 >에서 송강호는 돈만 밝히는 속물'이다. 돈 많이 버니 좋은 것이다. " 뭐니 뭐니 해도 머니 많이 버니 좋은 것 아니겠니 ? " 그는 < 집 > 이라는 한 글자 단어를 버리고 < 아파트 > 라는 세 글자'로 만들어진 곳으로 이사를 간다. 가장 꼭대기 윗층으로 말이다. 그는 돈을 통해서 고졸'이라는 꾀죄죄한 콤플렉스'를 해소하고 신분 상승을 한 의지의 한국인인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 사' 字 로 끝나는 유망 직종에 근무하는 변 ! 호 ! 사 ! 다. 그런 그가 ~士'를 버리고 ~人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국밥집 아들'을 변호하면서부터이다. 그는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士(벼슬아치 사)를 버리고 같은 눈높이로 사람(人)을 바라본다. 군화발에 퍼렇게 멍든 육체 앞에서, 그 무수한 어린것들 앞에서, 같은 눈높이로 묻는 것이다. " 밥은 먹고 다니냐.... " < 국밥 > 은 비빔밥과 마찬가지'로 모든 것을 하나로 담는 그릇이다. 음식에도 < 겨우 > 라는 철학적 접근이 가능하다면 국밥이야말로 한 글자 미니멀리즘이다. 함민복의 시 < 눈물은 왜 짠가 > 에서 시인의 노모'는 설렁탕 주인을 불러 국물이 짜다며 뽀얗고 말간 육수를 더 달라고 부탁한다. 노모의 속내는 가난한 아들에게 더 많은 국물을 주기 위해서이다. 투가리'라는 그릇 속에 담긴 국과 밥을 삼키면서 시인은 말한다. 눈물은 왜 짠가....

 

누군가 말했다. 송강호의 연기는 마치 사자후를 토해내는 것 같다고 말이다. 이 말에 동의한다. 송강호는 배우라기보다는 차라리 귀신에 가깝다. < 밀양 > 에서의 송강호 연기가 절제의 미학이었다면, < 변호인 > 은 눈물을 쏟아내는 신파의 미학에 가깝다. 송강호의 연기가 놀라운 지점은 이 " 쏟아내는 " 과잉 연기'가 통속적 파토스로 빠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것이 바로 그가 가지고 있는 미덕이며 아우라'다. 영화는 웃음과 눈물 사이를 잘 타고 넘는다. 다만 눈물이 흔하다 보니 절제미'는 떨어진다. 하지만 송강호의 연기'는 이 모든 것을 무마시키는 힘이 있다. 그리고 그 힘의 뿌리는 노무현일 것이다. 밥을 먹는 목적은 계급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침대에 편안하게 눕기 위해서 밥을 먹는 놈이고, 다른 하나는 일어나서 일터로 나가기 위해 밥을 먹는 놈이다.  송강호는 일어나기 위해 밥을 먹는 놈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민주화를 위해 싸운 송강호'가 재판을 받는 씬'이다. 법정은 그를 보기 위한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를 변호하기 위해서 부산 지역 변호사는 士를 버리고 人을 얻어 변호인 자격으로 법정에 앉아 그를 지지한다. 판사가 공동 변호인 명단'을 부른다. 그 호명에 따라 한 사람, 한 사람, 한 사람, 한 사람 일어난다. 이 장면은 영화 < 죽은 시인을 위한 사회 > 에 나오는 그 감동적인 장면을 떠올리게 만든다. 송강호는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변호인의 직립을 바라보다가 울듯 말듯한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본다. 그러다가 문득 깨닫게 된다. 적어도 침대에 편히 눕기 위해서 밥을 먹지 말자는 다짐. 대한민국의 민주화는 일어날 힘을 얻기 위해 밥을 먹은 자의 희생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 그 숭고한, 어떤 직립 앞에서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든다. 노무현을 생각할수록 자꾸 이명박을 생각하게 만든다. 살리에르, 모짜르트의 천재성과 대중적 사랑을 질투했던 인물. 나는 이명박과 살리에르가 자꾸 겹친다.

 

 

어제 나는 민주노총이 짓밟힌 줄은 전혀 몰랐다. 영화를 보고 나서 버스에 오르는데 버스 기사'가 광화문에서 정차하지 않고 우회해서 돌아간다는 사전 고지를 하길래 고개를 갸우뚱했다. 버스 안에서 자꾸 송강호의 저 얼굴이 떠올랐다. 눈물 쏟아내도 통속이 되지 않는 저 배우는 배우가 아니라 귀신이란 생각이 들었다. 살풀이였다. 그리고 집에 왔을 때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게 되었다. 뉴스를 통해 한때 전두환의 사위였던 윤상현의 활짝 웃는 얼굴을 보았다. 그가 방긋 웃으면서 내뱉은 팥죽 먹었냐는 인사말이 내 목에 걸렸다. 영화 속 송강호는 노동자의 밥줄을 염려하는데, 윤상현은 노동자의 밥줄 따위는 신경 안 쓴다는 웃음이다. 국밥과 팥죽,  묘한 대조'다.  타인의 고통에 대해서 아무런 연민 없이 웃는, 저 환한 웃음이 헛헛해서 쓸쓸했다. 저 웃음은 헛것'이다. 귀신과 헛것'은 다른 것이다. 귀신은 무겁고 헛것은 가볍다.

 

무게의 있고 없음'이 귀신과 헛것을 나눈다. 귀신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그는 단지 외로운 자일 뿐이다. 하지만 헛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있다. 정작 두려운 존재는 귀신이 아니라 껍데기가 전부인 헛것이다.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르미에르 2013-12-23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모 대표님 우문현답.

이른 새벽 출판사대표 선배모친의 장례식장에 다녀오며 택시를 탔습니다. 그런데, 택시기사님이 어제 경찰의 민주노총 사무실 진격에 대해 "세상에 이따위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 하며 저에게 묻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대답을 했습니다. "여기 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2-23 10:15   좋아요 0 | URL
전 어제 버스 기사가 광화문을 거치지 않겠다고 차에 오르는 승객들에게 통보를 하더라고요.
왜 그런가 했더니 그새 그짓을 했더군요. 정부가 말이지요. 시바, 영화 보는 내내 불편하고, 자꾸 그 생각나고....
참, 영화 보고 나오니 술 생각 나고, 혼자 순대국에 소주 먹자니 눈물 나고...

만화애니비평 2013-12-23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보고 왔습니다. 집에 가거나 혹은 시간되면 리뷰를 적어야 하는데, 마음이 아팠습니다. 울고 싶어도 울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울게 되는 순간 글을 적을 수 있는 에너지가 사라지기 때문이죠. 가슴 한 구석에 깊이 새겨진 분노와 울분 그리고 새로운 것에 대한 생각들이 이리저리 뒤죽박죽되는군요. 가기 전에 운명이다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부림사건이 노무현의 인생을 바꾼 것이죠. 사람들이 미우나 좋으나 저에게 유일한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입니다.
가끔 진보라고 생각하는 분 중에서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욕하거나 비난하는데 거기에 대한 개인 사견은 존중해도 조금 답답한게 그러면 대안은 무엇인가? 라면 아무 것도 제시해줄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대안이라곤 그저 희망조차 없습니다. 진보정의당에 활동하는 노회찬 심상정의원님을 좋아하는데, 그분들도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하다가 지금 거기 당에 친노와 뭉쳤죠. 변호인을 보면서 진짜 한국 진보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생각을 고쳐야 할 겁니다. 과정 없는 결과 없듯이 말이죠. 물론 결과론적인 부분이 강한 것이 세상이나, 씁쓸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2-23 12:47   좋아요 0 | URL
저는 만애비 님과는 달리 대통령 노무현'에 대해서는 비판적입니다. 그에게 튜표한 적도 없고, 노 정권 동안 그의 정책을 지지한 적 단 한번도 없습니다. 이명박과 박근혜의 파이를 키우 것은 노무현과 김대중의 실정에 기반한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의 노무현은 지지합니다. 하지만 노무현 서거 때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운 놈은 저입니다. 일종의 양가적 감정이죠. 그러고보니 저에게는 단 한 명의 마음 속 대통령이 없네요.

비의딸 2013-12-23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식사 하셨습니까.. 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3-12-23 13:20   좋아요 0 | URL
네에, 별일없으시죠 ?

만화애니비평 2013-12-23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기사 대통령 퇴임이후 그분의 회고록을 보면 발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겠더군요. 본인이 해결하지 못한 복지와 노동문제에 후회하고, 그런 실정이 되는 것은 실정될 수밖에 없는 내외부, 특히 구조적인 부분이 큰 것 같네요. 노무현 당시 경제가 망하는 이야기가 도는 것은 노무현보다는 노무현을 싫어하는 대다수 특권세력이라고 하니, 그저 먹먹.....

곰곰생각하는발 2013-12-23 13:20   좋아요 0 | URL
노무현이 다른 인물과 다른 점은 염치'를 아는 정치인이었다는 점이죠. 이 점은 정말 훌륭한 미덕이죠. 김대중을 제외하고는 그 어느 누구도 자신의 실정을 부끄러워한 인간은 없었습니다. 이명박을 보세요. 한다는 짓이 해이에 나가 국가 전도사가 되겠다고 하네요. 뻔뻔함의 극치'죠...

ㅇㅓㅁㄷㅗㅇ 2013-12-23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어제 봤습니다 변호인
영화 좋았습니다
송강호 대단합니다 진정.

노무현 전대통령을 모티브로 삼았다는건
알고 보았고요

중반이 넘어가면서는
영화보는 내내 입도 속도 깔깔해지더군요
욱 하지 말기로 해놓고 욱 해지기도 했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2-23 17:41   좋아요 0 | URL
송강호 참...좋은 배우죠. 정말 송강호는 좋은 배우임.
제가 인정하는 배우는
송강호, 최민식, 임창정...

임창정'은 저평가가 되어서 그렇지
언젠가 작품 하나 만나면 대박날 위인입니다.
그는 자신의 연기로 작품 전체를 살릴 수 있느 몇 안 되는 배우입니다.
아직 빛을 못 봐서 그럼...
이제 코미디 작품은 빼고 진지한 작품 한두 개 더 하면 진가가 나타날 거예요...

엄동 2013-12-24 14:34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임창정!
진정 공감입니다



(여백의 美)

곰곰생각하는발 2013-12-24 19:53   좋아요 0 | URL
오홋... 엄동 닏도 임창정 좋아하는군요.
우리 같이 임청장 팬 카페라도 가입해야겠습니다.

수다맨 2013-12-23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지웅 평론가도 (신파로 빠지기 쉬운) 이 영화를 살린 일등 공신이 송강호라고 하더군요

저 역시 노무현에 대한 평가는 양가적입니다. 굳이 크게 구분하자면 대통령 이전의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이후의 노무현 이렇게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의외로 '대통령 이후의 노무현'을 잘 생각하지 않던데-그냥 마음씨 좋았던 봉화마을 할아버지 정도로만 여기지요- 사실 노무현이 봉화라는 공간을 어떤 (살기 좋은) 농촌공동체로 만들려는 욕심이 있었던 듯합니다. 어쩌면 그가 좀 더 오래 살았더라면 (아나키스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풀뿌리 공동체의 단초를 마련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대통령 노무현은 무능했고(다수 여당과 공고한 지지율을 확보한 상태에서도 악법에 가까운 사학법과 국보법도 제대로 손대지 못했죠) , 본인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던 간에 친(親)신자유주의적이었죠. 비정규직 악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외국 자본의 무차별적 유입을 돕는 한미 FTA가 체결되었으며, 김영삼 시기 때보다도 많은 노동자들이 감옥에 구속되었지요. 곰곰발님 말씀처럼 오늘날 사회적 모순이 심해진 원인은 이미 노무현 정부가 마련해준 것입니다. 이것은 솔직히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가 성찰적 인간이고, 인간적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오늘날 "변호인" 같은 영화의 위상이 드높아지는 것은 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2-23 17:38   좋아요 0 | URL
그게 바로 이 작품의 단점입니다. 만약에 설경구가 이 역을 했다면 ( 개인적으로 연기를 참 못하는 배우라고 생각 ) 이 영화는 그냥 질질 짜는 통속극'이 될 뻔했습니다. 이 영화는 송강호가 거의 다 끌고 갔습니다. 이동진 같은 사람은 김영애 연기를 칭찬하던데 전 오버라고생각했어요. 김영애 연기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송강호의 쏟아내는 연기를 빛내기 위해서는 오히려 김영애의 쏟아내는 연기를 자제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들거든요. 둘 다 쏟으면 아무래도....
이 영화는 대중영화이지 정치영화는 아니죠. 남영동' 뭐 이런 영화는 아니라는 말입니다. 어찌 보면 노무현 코드가 흥행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는 장사꾼의 계산이 깔린 영화입니다. 그런데 다 집어치우고.... 그 모든 단점을 송강호가 다 흡수합니다. 굉장한 연기였습니다.

노무현에 대한 냉정한 시각이 필요하다고 보여줘요. 비정규직은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두고두고 문제가 될 소지가 있고, 에프티에이도 마찬가지죠. 그리고 모든 정권 통틀어서 농민이 자살을 한 수가 가장 많은 정권이 노무현 정권이었습니다. 대통령 노무현은 확실히 무능했어요. 그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분리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인간 노무현과 대통령 노무현을 말이죠. 철도민영화, 강정 구럼비 마을 해군기지.. 이미 다 노 정권 때 이루어진 것 아닌가요 ? 하지만 그가 인간적이었다는 것을 쉽게 부정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는 확실히 다른 대통령과는 달리 인간적인 매력이 있었죠... 그래서 저는 늘 양가적입니다. 냉탕 온탕 마구 번걸아가며.. 마이죠..

꼬마요정 2013-12-23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곰곰생각하는발님~
쓰신 글 공감하며 잘 읽었습니다. 어제 저 웃는 얼굴 보면서 살이 떨려서 혼났습니다. 진정한 소시오패스가 아닐런지요.

지금처럼 이렇게 노무현 전대통령이 영웅시 되는 건 사실, 이명박이랑 박근혜가 만들어준 것 아니겠어요? 그가 대통령이 되기 전이나 대통령이었던 시절에는 이렇게까지 지지받지 못했죠. 억울한 죽음이 많은 것들을 미화시킨다고 생각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2-24 06:17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반사이익이죠. 상상을 초월할 만큼 퇴행되다 보니 노무현이 다시 그리워지기 시작한 거라 봅니다. 여기에는 일종의 " 지못미 " 도 작용했겠죠.... 팅커벨이신가 보군요. 꼬마요정이라고 하니 말입니다.

2013-12-23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윤상현은 전두환 딸과 이혼한지 오랩니다.
현재는 롯데가의 사위에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2-24 06:16   좋아요 0 | URL
오홋, 그렇습니까.. 그럼 한때 전두환의 사우였던으로 바꿔야 할 거 같군요

rendevous 2013-12-28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잡설로 시작하면 살리에리에 대한 평가가 열등감으로 가득 차 천재를 질투하는 2인자의 아이콘에서 고전주의를 이끌었던 3인방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새로운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저도 88만원 세대 읽으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신자유주의 정책을 폈고, 대통령으로 무능했다는 사실을 조금 알게 됐는데 그냥 이 영화만 봤을 때 송강호 씨의 연기 덕분에 정말 많이 흔들렸습니다. 뇌와 심장 사이 어떤 게 떨렸던 것 같아요. 억울하고 화나고 슬프고... 그럼에도 더 힘을 내서 무언가를 위해 '노동'해야 겠다는 의지가 솟아나서. 귀신 얘기하니까 괜시리 '김지하'가 생각나네요.... 씁쓸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2 21:12   좋아요 0 | URL
천재를 질투하는 평범한 재능... 드라마적이잖아요.
전 영화는 그럭저럭 보았습니다. 송강호가 아니었다면 아마
덤덤한 작품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