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네 도서관에 김숨 작가님이 방문하시어
강연을 하셨다.
작가님이 직접 낭독해 주시어,
작가님의 목소리를 통해 듣게 된
세 페이지를 밑줄긋기 해 둔다.
10 페이지의 맨 마지막 단어인 ˝끝˝ 은 김복동 할머님이 직접 내뱉으신 말씀이란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으셔 몸이 힘드신 할머님은
찾아간 작가에게 한동안 침묵을 내뱉으셨는데,
김숨 작가는 그 침묵 속에서도 뜻과 의미를 파악하려 애 쓰신 듯 했다. 앞서의 침묵과 며칠 후의 침묵의 깊이가 달랐다고 말했다.
그 침묵 속에도 표정이 있는 것 같았다고 했다.
기력을 좀 찾으신 날의 할머님은 증언을 하셨지만,
그리 긴 말씀은 없으신 듯 했다.
지겹게 똑같은 질문을 받아오셨고,
뻔한 대답을 강요하는 질문을 받아오셨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조금은 거리감이 있으셨던 듯 하다.
그래도 영리한 김숨 작가님은 할머님께 친근한 질문으로
조금씩 조금씩 다가가신 듯 하다.
162~163 페이지의 문장들은 정말 가슴 아프게 읽히는 구절들이었다.
믿을 데가 없어,
의지할 데가 없어,
죽을 복.
죽을 고생으로 고향 땅으로 돌아왔건만,
형제들에게 외면 당하고,
먹고 살기 위해서 또 갖은 고생을 하고,
결혼을 했었으나 남편 분은 설암에 걸려
장사를 하면서 8 년을 남편 병수발을 하셨다고 한다.
업보를 짓고 싶지 않아, 마음으로도.
아무도 미워하고 싶지 않아.
아무도 원망하고 싶지 않아.
금방 끝날 줄 알았어....
용서하고 떠나고 싶어.
번개처럼.
한순간.
할머님은 일본이란 나라에는 분노하셨지만,
일본 사람들에겐 모두 다 미움을 주지 않으셨다고 했다.
그 시절 분명 착했던 일본 사람들도 있었다고.
일본 사람에게 은혜를 입은 사람들도 몇몇 있었던 것 같은데
할머님은 그것이 잊혀지지 않으셨나 보다,
작가님은 할머님이 한 쪽으로만 치우치지 않고,
굉장히 수평적인 역사관을 가지고 계신 할머님이라고 하셔,
듣고 있던 독자들도 놀라면서, 공감하곤 했었다.
또한,
용서하고 떠나고 싶다. 라는 이 한 마디가 할머님의 인생관이
드러난 문장이구나! 라고 느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아무리 이해하려고 애를 써도 이해되지 않는 사실.
할머님이 그 의구심을 풀기 위해 전생을 보신다는 아저씨를
찾아 가셨다. 할머님은 전생에 죄를 지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전생을 본다는 아저씨의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싶지만,
할머님은 전생의 업보로 인해, 이해할 수 없는 일을 겪었던 것인가? 하며, 이해하려 애를 쓰셨을까?
그래서 죄를 짓고 산다는 것에 어쩌면,
얼토당토 않은 트라우마를 짊어지고 사셨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할머님의 죄가 아닌데.....
그래서, 할머님은 죄를 짓는다는 것에 평생 고민하며 사느라,
생각이 깊으셨을까?
‘용서하고 떠나고 싶다‘ 고 말씀하신 게 아닐까?
용서란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것인데,
그 어려운 걸 할머님이 몸소 보여주셨다고 생각한다.
몇 년 전 <한 명> 이란 소설을 읽고 마음이
너무 아파, 읽고 나서도 어쩌지 못했었던 기억이 떠올라, 그 후로 ‘위안부‘ 할머님 이야기 관련된 소설들을 애써 피해 왔었다. 그런데 그동안 김숨 작가님은 ‘위안부‘ 할머님 이야기에 관한 소설을 다섯 권을 내셨단 소리에 조금 놀랐다. 아니 언제 그렇게?
순간, 이래놓고 내가 김숨 작가를 좋아한다고 떠벌리기엔 좀 창피하단 생각이 들기도 해서 순간 고개를 숙이기도...
이제부터는 찾아 읽어야겠다.
그리고 오늘 김복동 할머님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안타까웠었고, 모두들 한숨을 쉬기도 했지만,
할머님 에피소드에 같이 웃기도 했다.
뒤늦게나마 김복동 할머님과 그 외 할머님들이 그곳에선 편안히 쉬고 계시기를 기도해 본다.
3
아침마다 목소리가 들려왔어. 방향도 없는 곳에서.
"숨 쉬세요."
"숨 멈추세요."
끝- - P10
49
그리고 다시, 먼 땅, 먼 땅으로……………
내가 싸우고 있어..……….
믿을 데가 없어.……….
의지할 데가 없어………….
죽을 복. - P162
자다가 고통없이 죽는 거. 그거 하나 바라..… 몸이 너무 고달프니까...... 정신이 나가 허우적거리는 병이 올까봐두려워……….
내 나이 아흔셋・・・・・・ 전생에 지은 업보는 다 치른것 같아······
업보를 짓고 싶지 않아, 마음으로도,
아무도 미워하고 싶지 않아, 아무도 원망하고 싶지 않아.
금방 끝날 줄 알았어..……….
용서하고 떠나고 싶어.
번개처럼,
한순간.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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