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기원
토니 모리슨 지음, 이다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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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타자화하고, 소유화 하려는 것은 타고나는 것도 아니요, 강의나 교육을 통해 배우는 것도 아닌, 남이 하는 것을 보고 따라 하는 모방성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작가는 힘주어 말하고 있다. 결국 차별은 이타성을 철저히 배제한 군중의 이기심의 표본을 본인도 모르게 따라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토니 모리슨의 성찰을 더 듣고, 읽을 수 있었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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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8-01 12:5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모방성.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군중심리같은 것도 그럴테고요. 이 책도 찜해뒀어요.

책읽는나무 2022-08-01 13:03   좋아요 6 | URL
저도 잠자냥님과 미미님 올리신 책 제목을 보고 찜해 뒀었는데 마침 도서관에 신간으로 있어서 대출해 온 책이었습니다.
얇지만 정말 큰 울림이 있었어요.
추천하고픈 책입니다^^

단발머리 2022-08-02 14: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표지는 침울해 보여서 호감형은 아닌데 저자가 토니 모리슨이네요. 그렇다면 다시 생각해 봐야겠네요^^

책읽는나무 2022-08-02 21:53   좋아요 3 | URL
얇은 책이고, 강연을 글로 옮긴 책이라 그런지 글이 쉬워 금방 읽히지만, 감동은 오래 가는 책이었어요. 토니 모리슨의 책이라 더욱 그런 듯 합니다.
강추드립니다^^
 

토니 모리슨의 통찰을 더 읽고, 들을 수 없다는 것은 시대의 아픔이지 않을까, 싶다.

미국 남부 출신의 의학자인 새뮤얼 카트라이트는 노예의 주인이기도 하다. 그가 쓴 우생학 저서를 읽어보기만 해도 과학에서, 심지어 정치에서.
타자를 통제하기 위한 기록을 남기는 데 얼마나열심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카트라이트는 〈흑인 - P26

종의 질병과 신체적 특이점에 대한 보고〉(1851)에서 다음과 같이 적는다.


불변의 생리적 법칙에 따라 흑인종은 드물게 예외가 있기는 해도, 대체로, 오직 백인의 강제적인 권위 아래 있을 때만이 도덕적 교양을 쌓거나 종교 및다른 교육의 덕을 볼 수 있을 정도의 지적 능력을일깨울 수 있다.
.………… 게으른 천성 때문에 강요라는 자극을 통하지 않으면 대기를 빨아들일 페의 용량도 절반밖에 확장되지 않으며 운동 부족으로 인해 꾸벅꾸벅 졸면서 일생을 보내게 된다. ・・・・・흑인은 혈액이 뇌로 공급되면 정신은 무지, 미신, 야만에 얽매이게 되며문명, 도덕적 교양, 종교적 진실 등에는 문을 걸어 잠근다. - P27

지금은(현재 쓰고 있는 소설에서는) 인종차별주의의 학습에 대해 흥미로운 탐구를 하고 있다. 어찌하여 인종을 차별하지 않는 자궁으로부터 나와 인종을 차별하는 자궁으로 움직이는가? 즉, 사랑을 받거나 혐오를 당할 수도 있지만 언제나 인종의 영향 아래 살아가야만 하는 존재여야 하는가?
인종이란 (가상의 유전적 특성일 뿐만 아니라) 무엇이며 왜 중요한가? 그 경계가 밝혀지고 정의 내려지면 (그것이 가능하다면) 어떤 행동을 요구하거나 부추기는가? - P42

인종은 특정한 종을 의미하는 것이며, 우리는 인류라는 종에 속할 뿐이다. 그것이 전부이다. 그렇다면 다른 것들은 다 무엇인가? 적개심은 무엇이며, 사회적 인종차별은 무엇이고, 게다가 타자화란 대체 무엇인가? 타자화가 가진 매력, 그것이 주는 위안과 사회적·심리적·경제적 권력은 어떤 성격을 갖고 있는가? 소속감을 ‘나‘라는 개별적 자아보다 훨씬 더 큰 무언가의 일부가 된다는, 그래서 더 큰 힘을 가질 수 있다는 암묵적인 의미를 느끼는 데서 오는 짜릿함일까?
나는 일단 ‘이방인‘이라는 것에 그러니까 소외된 자아를 정의내리기 위해서 우선 타자에 대한 사회적·심리적 요구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군중을 찾아다니는 사람은 언제나 외로운 사람이다). - P43

그들은 노예를 비인간적이고 야만적인 존재로 규정하려고 애를 쓰지만, 의미로 보자면 비인간적인 쪽은 바로 처벌을 내리는 쪽이다.
그들이 채찍질을 하다가 지쳐 쉰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들이 가하는 처벌은 교정을 위한 행위라기보다 엄연히 사디즘 행위다. 벌을 가하는사람이 도중에 휴식을 취하지 않고는 계속하지 못할 정도로 오랫동안 채찍질을 한다면, 과연 매를 맞는 사람은 무엇을 배울 수 있겠는가? 그런극도의 고통은 순전히 채찍을 든 사람의 쾌감을위해 설계된 것 같아 보인다. - P62

언어와 이미지라는 작은 신들은 경험의 양분이되어 경험을 형성한다. 내가 기이하게 차려입고 낚시를 하던 여자를 즉각 포용했던 이유는, 내 눈에 비친 여자의 모습을 기반으로 하는 특정한 이미지 때문이었다. 나는 즉각 여자를 감상적으로 다루고 나만의 이미지로만 사용했다. 여자가 나만의 샤먼이라는 환상에 빠진 것이다. 여자를 소유했다. 아니 소유하기를 원했다 (여자도 그걸 눈치했을 것이라고 본다).
나는 뿌리박힌 이미지와 세련된 언어가 가진 유혹하고 드러내고 통제하려는 힘을 잠시 잊고있었다. 또한 그 힘이 인간의 과제, 즉 인간성을 유지하고 타인의 비인간화와 소외를 막는 일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도 잊어버렸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자원을 지나치게 단순히 나열한 것이 분명하다. 여기에는 우리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요소까지 끼어들기 때문 - P72

이다. 이미지와 언어가 친근함을 더해주고 지식도 넓혀주리라는 애초의 기대와는 달리, 미디어에서 반복하여 보여주는 이미지와 언어는 인간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떻게 생겨야 하는지), 그리고 실상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시각을 좁혀버린다.
미디어의 왜곡에 넘어가면 시야가 흐릿해질 수 있다. 저항해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낚시하던 여자와의 만남에서 그런 영향에 명백하고도 적극적으로 저항하려 했다.
예술과 상상력뿐만 아니라 심지어 시장도 공식에서 형식을 분리하고, 인공에서 자연을 분리하고, 상품에서 인간성을 분리하는 일에 가담하고 있다.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 시도하는 예술은,
어떤 고상한 영역에서는 경멸의 대상으로도 쳐주지 않는다.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도 변해버렸다. ‘진실‘이라는 말도 그것의 부재가 모호성이 존재보다 강렬해서 따옴표에 가두어야 할 정도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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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토끼 (리커버)
정보라 지음 / 아작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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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동화가 만약 이렇게 잔혹동화로 끝난다면 세상은 좀 기괴하게 바뀔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현재 기괴한 세상까지는 아니어도 원한과 복수를 품은 사람들은 분명 있을터, 읽고 난다면 저주 토끼 한 마리 들여 놓고 싶어질 수도 있겠다. 그래서 더 기괴하다. 하지만 그 기괴함과 저주 토끼 뒤에는 서늘한 슬픔을 읽을 수 있다. 서늘한 슬픔은 여름에 읽어야 제맛이다. 더한 오싹함이 나온다면 무더운 여름에 또 읽고 싶어지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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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7-31 10: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기괴하고 슬프고... 저도 그랬어요.

책읽는나무 2022-07-31 19:44   좋아요 2 | URL
안그래도 비슷한 시기에 바람돌이님과 읽어서 좋았어요^^
결과 뒤에 그러한 원인들을 생각해 보면....좀 슬프게 다가왔네요ㅜㅜ

라로 2022-07-31 13: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못 읽을 것 같아요. 무서버서 ㅠㅠ

책읽는나무 2022-07-31 19:42   좋아요 1 | URL
읽을 때는 그런가 보다!! 하고 읽을 수 있어요. 뒤늦게 생각해 보면?? 아!!!ㅜㅜ
할 수 있긴한데, 또 그리 많이 무섭진 않아요^^
조금 안타까운 무서움이랄까요??
공포하고는 조금 다른?
아...뭐라고 설명킨 어렵네요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8-01 12:39   좋아요 1 | URL
라로님!! 어젯밤 저주 토끼 단편 한 두개를 읽은 제 딸이 무섭다고 하네요ㅜㅜ
앞의 두 편은 조금 무섭긴 했는데 뒷편들은 그냥 저냥 읽을 수 있다고 말해줬는데도...저도 겁이 많은 편인데도 그냥 읽었거든요. 섬뜩하네? 그러면서요ㅋㅋㅋ
딸의 반응을 보고 라로님도 무서울 수 있겠구나! 느껴져 댓글을 답니다^^

희선 2022-07-31 23: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기괴하지만 서늘한 슬픔이 느껴져서 여러 사람이 좋아하는 거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지금을 사는 사람 이야기와 아주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책읽는나무 2022-08-01 12:41   좋아요 1 | URL
책은 부커상 후보에 오른 작품이어 사람들이 기대를 하고 읽어서인지? 호불호가 꽤 있더라구요.
저는 개인적으로 괜찮게 읽었어요^^
앞으로 더 기대가 되는 작가이구나!생각했구요.
희선님 말씀처럼 현재 사람들의 고민거리가 담긴 작품들도 있었어요^^

독서괭 2022-08-02 13: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잔인한 장면은 안 나오면서 섬뜩하고 오싹한 이야기 좋아하는데~ 읽어보고 싶네요^^

책읽는나무 2022-08-02 21:56   좋아요 1 | URL
잔인한 장면은?? 없었던 듯도 하고, 있었던 듯도 한데...그런 장면들이 그닥 기억에 남지 않는다면 많이 잔인하진 않은 것 같네요^^
읽고 나서 가만 생각해 보면 뒤늦게 섬뜩함이 밀려 오는 작품들이 몇 개 있었어요^^
 

뉴스를 보고 정말 깜짝 놀랐었는데 글을 읽고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 대목이었다.

‘요즘 애들‘이란 말 많이 들어보셨나요? 보통 이렇게 시작되는 말에는 칭찬이나 격려보다 부정적인 평가와 우려가 담겨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안에는 아직 경험이 부족한 청소년들에 대한 진심 어린 조언도 들어 있겠지만, 대부분 ‘요즘 어른들‘의 기우에 불과할 때가 많지요. 그런데소년범죄를 바라보는 시선에서도 이와 비슷한 지점이 있습니다.
한 예로, 청소년 폭력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날 때마다요즘 아이들의 ‘폭력성‘에 대한 이야기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곤 합니다.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요즘 애들은 왜저래.‘ 하는 식의 ‘라떼‘ (내가 너희만 할 때는 그런 일이 없었다는 - P128

뜻) 시리즈부터 ‘저런 애들은 소년원이 아니라 교도소에 보내서 뜨거운 맛을 보여줘야 한다.‘라는 엄벌론에 이르기까지, 비행소년 또는 불특정다수의 청소년을 향한 각양각색의 비난이 쏟아집니다.
물론 어른들의 걱정이 그냥 나온 것은 아닙니다. 요 몇년 사이 일어난 청소년 폭력사건이 도를 넘은 행태를 보인것은 사실이니까요. 소년법 폐지 청원으로 이어질 만큼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 준 ‘부산여중생폭행사건‘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지요. 이 사건의 내용을 보면 소년범들에 대한 국민들의 날이 선 감정이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10대 여학생들이 했다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 참혹한 폭력 현장, 철 없다고 넘기기에는 너무나도 몰지각한 아이들의 태도를 보며 아무렇지 않을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그러나 드러난 사건 몇 개만으로 특정 집단을 겨냥해 이렇다 저렇다 비난하고, 이때다 싶은 마음으로 몰아가는 것은 위험합니다. 특히, 그것이 혐오를 동반한 비난일 때는 더욱 그렇지요. 부산여중생폭행사건이 터졌을 때, 소년범에 대해서도 사형 또는 무기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소년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여론을 지지하기에 앞서 좀 더 냉정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 P129

생각합니다. 만일 조직폭력배 4명이 한 시민에게 부산여중생폭행사건의 가해자들이 저지른 것과 똑같은 내용의 폭력을 저질렀다고 해보겠습니다. 이 경우 그 조직폭력배들에 대해 사형이나 무기징역형을 선고하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강연에 가서 수없이 질문을 해 보았지만, 그러한 폭력을 저지른 조직폭력배들에 대해 선고되어야 할 형의 최고치는 징역 10년이었습니다. 대다수의 사람은 그들에게 징역 5년형이 적당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성인들보다 더 관용을 받아야 하고, 조직폭력배보다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적다고 할 수 있는 아이들에게 사형이나 무기징역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여론이 드높았던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그것은 바로 비행소년들에 대한 혐오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혐오나 혐오주의는 사람들을비이성적인 상태로 이끌어 문제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더큰 사회갈등으로 이어질 뿐입니다. 그럼 청소년폭력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조건적인 비난이나 혐오 대신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합니다. 훌륭한 어부는 물고기를 잡기 전에 그물부터 손질한다고 하지요. 그물에 구멍이 뚫려 있으면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물고기를 손에 넣 - P130

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청소년폭력 문제에 대해서도 이런
‘태도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진정한 해결책을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럼 다시 원래의 문제로 돌아가서, 요즘 10대는 정말 과거에 비해 훨씬 더 폭력적이고 잔인해진 걸까요? 그 아이들을 엄벌에 처하면 다수의 선량한청소년들이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을까요?
먼저 24년간 법관으로 일하고 있고 8년간 현장에서 소년사건을 담당했던 제 시각으로 보자면, 요즘 아이들이 예전에 비해 ‘더‘ 폭력적이고 잔인해졌다는 것은 정보화 시대의 과다한 정보 노출에서 비롯된 오해나 편견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 P131

H 같은 피해자를 진정으로 돕는 길은 무엇일까 고민해본 적 있으신가요? 가해자에 대한 혐오를 내뱉으며 엄벌하라고 청원하고 기사에 댓글을 달기만 하면 피해자의 상처가 치유되고 회복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것만으로는부족합니다.
범죄 피해자들을 진정으로 돕는 길은 그것 외에도 범죄피해자 구조에 관한 제도를 세밀하게 만들어 피해자들이제도의 불비로 보호망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게 하는 한편,
제도가 미비한 경우 공동체 구성원이 나서서 아픔을 함께나누며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일도 동반되어야 합니다.
부산여중생폭행사건이 터졌을 때, 대다수 시민은 가해자들의 엄벌에만 관심을 두었습니다. 피해자의 가정 회복이나 학업 복귀에 관해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거의 없었습 - P160

니다. 앞으로는 좀 더 크게 헤아릴 수 있는 어른다운 어른들이 많아지기를 소망합니다. 남과 같은 곳만 바라보며 분노를 표출하기보다는 남이 보지 못하는 곳을 살피고, 마음을 열고 작은 도움의 손길이라도 베푸는 참다운 어른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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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혹하여 빌려 온 책인데 읽으면서 이건 아닌가? 싶다가도 배움의 본질을 열거하는 선인들의 툭툭 내뱉는 듯한 말들이 통찰력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어지럽지만 쭉쭉 읽어보다 프랜시스 베이컨 철학자의 <공부와 독서> 편은 꽤 귀 기울여 들어볼만하다.

학문은 타고난 재능을 완벽하게 다듬어 주고, 경험은 학문을 완벽하게 다듬어 준다. 타고난 재능은 자연 상태의 식물과 같아서 학문으로써 경작과 가지치기를 해 주어야 하며, 학문은 경험으로써 경계를 지어주지 않으면 온갖 방향으로 아무렇게나 뻗어가기 때문이다.
교활한 이는 학문을 멸시하고, 순박한 이는 학문을 우러러보며, 지혜로운 이는 학문을 적절하게 활용한다. 사실 학문 자체는 그 자신의 용도가 무엇인지를 충분히 알려주지 않으며, 오히려 학문에서 비롯되는 지혜란 학문 외부에서 학문을 초월하여 그것을 관찰하고 적용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이다.
반박하거나 논쟁에 뛰어들어 싸우려는 의도로 책을 읽지 말라. 또한 모든 내용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거나, 권위자의 말에 맹종하려는 의도로, 또는 대화에서 자신을 내세우려는 의도로 책을 읽지 말라. 더 깊이 배우고 신중하게 숙고하며 자신의 판단력을 사용하 - P138

기 위해 책을 읽어라.
가볍게 맛만 보듯 읽기에 적합한 책들이 있고 꿀꺽 삼키듯이 재빨리 훑어보아야 하는 책이 있는가 하면, 아주 소수에 지나지 않지만 계속 곱씹고 낱낱이 소화하는 것이 적절한 책도 있다. 다시 말해서 어떤 책들은 일부만 살펴보면 되고 어떤 책들은 끝까지 읽기는하되 그 책을 읽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해서는 안된다. 반면 소수에 지나지 않지만 어떤 책들은 특별히 주의를 집중해 열심히 읽어야 한다. 그 밖에 다른 사람을 통해 대신 읽는 것, 즉 요약된 것만을 읽어도 충분한 책도 적잖이 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나라면 얄팍한 주제를 다룬 책이나 별로 읽을 가치 없는 저자의 책을 제외하면, 그런 식의 독서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 외의경우 책들을 그렇게 ‘증류‘하면 흔히 팔리는 증류수처럼 알맹이가 다 빠져 아무 맛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독서는 풍부한 지식과 훌륭한 가르침으로 보상하고, 토론과 대화는 언제나 쉽게 나서서 말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 주며, 글을 쓰는 일과 읽은 것을 요약해서 기록하는 일은 잘 검토된 내용을 정신 깊숙이 새겨 확고히 자리 잡게 해 준다. 그러므로 글쓰기를 싫어해 게을 - P139

리하는 사람이라면 기억력이 대단히 좋아야 할 것이고, 토론을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매우 총명하고 재치 있어야 할 것이며, 독서를 잘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자기가 모르는 것을 아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무언가 속임수를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역사를 읽으면 현명한 사람이 되고, 시를 읽으면 독창적인 사람이 되며, 수학은 정확성을 길러 주고, 자연철학은 깊이 있는 판단력을 키워 주고, 도덕적 가르침은 원칙의 엄중함을 알려주며, 변증술과 수사학은 논쟁에 필요한 투지와 민첩성을 갖춰 준다. "공부가 곧 인격이 된다"라는 오비디우스의 말처럼 말이다.
설령 타고난 지력에 결함이 있더라도 적합한 방식으로 공부하면 교정하거나 제거하지 못할 결함이 없다. 몸에 병이 생기더라도 적합한 운동으로 완화시키지 못할 것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공놀이는 신장에 좋고, 활쏘기는 폐와 흉부에, 가벼운 산책은 복부에, 말타기는 머리에 좋다. 만약 어떤 사람의 정신이 가볍게스치듯 이리저리 떠돌아다닌다면, 수학, 그중에서도 특히 증명을 열심히 공부해야 하고, 도중에 정신이 조금이라도 산만해진다면 증명이 끝날 때까지 처음부터 - P140

다시 시작해 반복해야 한다. 만약 차이를 분간하고 구별해 내는 것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스콜라 철학에 몰두해야 한다. 스콜라주의자들은 겨자씨처럼 작은 것도 더 잘게 쪼개는 이들이니 말이다. 전체를 빠르게 훑어보는 것을 천성적으로 잘하지 못하고, 어떤 것의 증명과 예시에서 다른 것을 도출해 내거나 포착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법률 소송 사례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하라. 이런 식으로 하면 지력의 모든 결함은 그에 적합한 학문의 치료법을 갖게 될 것이다.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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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7-29 23: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볍게 맛만 보듯 읽기에 적합한 책들이 있고 꿀꺽 삼키듯이 재빨리 훑어보아야 하는 책이 있는가 하면, 아주 소수에 지나지 않지만 계속 곱씹고 낱낱이 소화하는 것이 적절한 책도 있다. 다시 말해서 어떤 책들은 일부만 살펴보면 되고 어떤 책들은 끝까지 읽기는하되 그 책을 읽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해서는 안된다.]
오! 제가 책읽는 방식(열독/완독)과 똑같아서 놀람요 ㅎㅎㅎ

책 읽을 때도 시간과 집중 조절이 필요합니돠 !ㅎㅎ

쌍둥이들 나무님 책읽을때 방해 하지 말귀!^^

책읽는나무 2022-07-31 08:49   좋아요 1 | URL
오~~스콧님은 선인들이 열거하는 방식대로 모범적으로 책을 읽고 계셨었군요?^^
저는 그냥 저냥 닥치는대로 읽다가, 중도 포기하고 그러기를 반복 중이라 완독이 잘 안되었던 것 같아요.
좀 산만한 것도 문제였던가? 싶기도 하구요^^
그래도 요즘엔 더우면 애들이랑 아파트 아래 아파트 독서실에 쪼르르 내려가 에어컨도 쐬면서 책 읽으니 비록 꾸벅꾸벅 많이 졸기도 하지만, 다른 달보다 책을 많이 읽게 되는 것 같아요^^
애들 밥 차려 주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요ㅜㅜ
스콧님도 덥지만, 즐거운 열독, 완독 반복하시는 현명한 책 읽기 시간 쭉쭉~ 이어나가시길 바랍니다.
비가 오는 주말이 예상된다던데 습도 조절도 잘 하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