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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원은 전쟁
장강명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1월
평점 :
언젠가 지인들과의 대화 속에서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나름 큰 충격을 받았었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은 지방 경상도의 중소도시다.
그래서 내가 팔을 뻗는 반경으로 보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지인들이 이 정도라면,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수는 더 많을 터이다.
암튼,그래도 희망이 보이는 것은 나이가 젊은 사람들은 더 이상 보수편에 서질 않는 추세다.
헌데...내가 가장 좋아하는 지인들,
젊다면 젊은 축에 들 수 있는 지인들이 통일은 이루어지지 않길 원한다는 소리에 깜짝 놀라 반문하는 나에게 사실은 보수를 지지하는 편이란 소리에 할말을 잃었고....갑자기 그 순간 왜 그 지인들의 얼굴조차 보기 싫어지던지....ㅜㅜ
요지는 통일이 되어 우리가 북한 주민들을 위해 세금을 더 낼필요가 없다는 것인데, 나는 나대로 내가 생각하는 통일관?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 놓았었다만...정말 선한 사람들이라고 믿고 의지해 온 그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믿기 싫었고,실망스럽다 못해 서글펐다.
나 조차도 내 앞가림을 못하는 주제에 누굴 탓할 입장은 아니지만....믿고 있었던 사람들에게서 생각과 가치관이 다르다는 논리를 받아들인다는 것이 두고두고 힘들었었다.
다시 어른의 사고관?을 대체하여 종교와 정치얘기는 하지 말자고 무언의 합일을 이루면서 일단락 되었다.
도서관에 갔던 날,
예전부터 제목만 듣고 미뤘던 장강명의 이 소설책을 분풀이용으로 씩씩대면서 빌려 와 읽었다.
허나...읽을수록 소설의 내용들이 너무 현실적인 것처럼 다가와 읽는 속도가 자꾸 드뎌졌다.
이거 뭐지??
요즘 소설을 너무 안읽었던 탓일까???
소설 초반부 몰입하기가 힘들었다.
읽으면서 줄곧, 통일을 반대하는 내 지인들은 절대로 읽지 않았음 하는 딴생각이 들었던 탓도 있었을 것이다.
암튼,
읽고 나서 갑자기 나의 통일관이 바뀌면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결론은 바뀌지 않아 다행이다.
하지만,
통일이 되었을때 복잡한 남북의 정세는 크게 바뀌지 않아 우왕좌왕 서로를 이용하고 배신하게 되는 그런 상황들이 생기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으니 슬쩍 걱정스럽긴 하다.
강민준은 자신이 겪은 일이 보다 큰 상황에 대한 비유가 된다고도생각했다. 그는 이전까지 군복이나 계급장에 길바닥에 떨어진 낙엽만큼도 의미를 부여한 적이 없었다. 군인으로서의 책임감을 자각해본 일도 없었다. 그런데도 결정적인 상황이 되자 그에 따라 행동했다. 타고난 개인주의자로서, 민준은 군인정신, 충성심 같은 단어나 ‘군인은 군인답게, 학생은 학생답게 따위의 구호에는 여전히 거부감을 느꼈다. 그러나 그런 강요된 의무감 없이 다시 수류탄 앞에 섰을 때 자신이 막연한 인류애와 냉철한 이성만으로 용기를 끌어낼 수 있을지는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민족이라든가 통일이라는 개념은 어떨까. 북한 주민을 향해 책임감을 불러일으키는 데에는 유용하지 않을까. 이웃 사람이 굶거나 부당한이유로 괴롭힘을 당할 때 내야 할 용기를 발휘하는 심리적 도구로써말이다.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역사를 공유하면서 훨씬 부유하게 사는 사람들이 바로 제 옆에 있는 못 사는 사람들을 외면하는 것은 창피한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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