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기를 배우고 있다.
나중에,나중에
내가 오십이 되고,육십이 되고,칠십이 되었을 때
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불현듯 마흔이 되자마자 그런 생각을
한 번씩 하곤 했다.
그러다가 오랜시간 ‘그림을 배우고 싶다.‘라는 욕망을
내가 노년이 되었을 모습에 투영시키고자
8월부터 그림공방을 다니게 되었다.
나와 띠동갑이지만 한참 어린 그림선생님은
조곤조곤 나를 들었다,놨다 하면서 잘 가르쳐 주신다.
그림선생님에겐 나도 선생님으로 불리는데
기분이 썩 좋다.
가르치는 이도 선생님!
가르침 받는 이도 선생님!
두 선생님?이 모여,서로 머리 맞대고 끙끙 거리며
근 오 개월동안 몇 작품을 만들어 내긴 했다.
그림실력이라곤 그닥 재능이 없어,
미술대회라곤 국민학교 시절 교실청소 하는 모습 잘 그렸다고(아마도 상을 돌아가며 주다보니 내가 딱 걸렸던게 아닌가 싶다.) 장려상 한 번 받고,중학교 시절 미술부 친구 옆에 앉아 그 친구 그림을 슬쩍 보면서 고대로 흉내내고 물감까지 친구꺼를 훔쳐 색칠하여 냈더니 장려상 한 번 더받고 얼떨떨 했었던 기억밖엔 없었다.
그래도 그림상 두 번 받았다고 나름 소질이 있었던가?어른이 되어서도 늘 스스로에게 되묻곤 했었던~~~~~아찔한? 순간들 많았다.
제일 중요한 계기는 중학교때 내가 친구 그림을
몰래 컨닝했었던 그 친구는 결국 미술교육과를 나와
중학교 미술교사를 하고 있었다.
한 번씩 만날때마다 나는 그 친구에게 벽에 좀 걸게
그림을 좀 그려 달랬는데 알겠다던 친구는 20년이 넘도록 그림을 주지 않았다.
기다리다 지쳐 고마 내가 그리고 말겠다!!!
싶어 그림공방을 찾아 들어간 것이다.
미술친구에게 내가 너 때문에 이리 비싼 수업료를 내고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노라고 열받아 카톡을 보냈더니
친구는 깜짝 놀라더라!!!
내가 너 정도의 실력을 갖췄더라면 나도 너 따라
미대갔다고 말하니 두 번 놀라더라!!!!
친구는 내가 그림에 그리 관심이 많은줄 까맣게 몰랐다고 정 배우고 싶으면 자기가 학생들 방과후 수업시간에 가르치는 중학교 교실에 올래?그런다.ㅜ
암튼,
이래저래 시작한 그림은 처음엔 재미나더니
요즘은 좀 어렵고 힘들다.
예술 이거 아무나 하는게 아니란걸 크게 깨달아 가는 중이다.ㅜ
그림을 그리다보니 다양한 기법의 그림들이 참 많다.
그 중 팝아트가 눈길을 끌어 두 작품을 그려 보았다.
물론 100%내손길이 아닌 띠동갑 선생님의 손길이 많이 거쳐가긴 했다만 언젠간 완전한 나의 수공업 작품 완성작을 꿈꾸며 열심히 매진중이다.
강아지와 여인은 현재 말티즈인 화이트라는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 친구가 있는데 화이트 영정사진 목적으로 그려 달라고 부탁받았다.하지만 화이트만 달랑 그려서 친구에게 내내 슬픔을 느끼게 해주기 싫어 친구와 함께 짜집기 해서 그린 팝아트 1호 작품이 되겠다.
오늘 들고 온 아기 그림은 우리집 쌍둥이들 백일전 모습의 사진을 보고 따라 그린 2호 작품이다.
아기적 모습을 남겨 내가 오랫동안 바라보고 싶어 그렸는데 샘한테 둥이들이 염색을 해달라고 심하게 조르는 중인데 그림에다가 머리를 염색시켜 달라고 부탁했더니 색이 넘 밝게 염색되어 둥이들이 외국아기들이 되어 버린 듯하다.
색을 칠하면서도 다른 아기를 그리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할 정도였다.
그래도 펌을 한 것처럼 곱슬머리는 잘 나온 듯하다.
그림은 참 요상하다.
그리는 과정은 고통스러우나
완성하고 나선 내가 대견스럽다.
내가 이런 그림을 그려 내다니??
정신 똑바로 차리고 계속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