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봄이 왔어도
봄에게 제대로 눈길을 주질 못했었다.
그러니까,
이 사진들은 재작년 봄의 모습들이다.
그해는 감사한 마음이 넘쳐나
무시로 보아왔었던 주변 모든 것들이 예쁘게 보여
열심히
매화를,목련을,벚꽃을,
찍었다.
어제 우연히 지난 카쓰사진을 넘겨 보다
문득 작년 봄 사진은 하나 없고,
재작년 봄 꽃사진에 눈길이 멈췄다.
내가 이렇게 많이도 찍었구나!
기억을 더듬어 보니
전에 살던 아파트 주변,
도서관을 다니던 길 주변의 꽃 풍경이었다.
그해는 마치 사랑에 빠진 이처럼
발밑에 떨어진 벚꽃잎 조차
분홍단추로 보여 밟으면 차르르 소리 날 것 같다고
수선을 떨었던 모습들이 부끄러워
살짝 얼굴이 붉어진다.
그순간 감사함을 느끼게 해준
사람은 곁에 없지만,
이제 다가오려는 봄.
작년의 한숨만 쉰 봄이 아닌
다시 내 눈에 예쁜 봄이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