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로쟈 > 애도와 우울증

14년 전에 적은 페이퍼다. 학위논문은 이후에 <애도와 우울증>(그린비)으로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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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미국은 더이상 경탄과 선망의 대상이 아니라 우려와 탄식의 대상이다(마이클 무어의 영화 <화씨 11/9: 트럼프의 시대>를 보면 더 실감할 수 있다). 얼추 멸종해가는 공룡을 보는 듯싶은데, 과연 갱생의 가능성이 있는지, 의향과 저력이 있는지 궁금하다. 미국 내부자 보고서로 수전 제이코비의 <반지성주의 시대>(오월의봄)에 눈길을 주는 이유다. '거짓 문화에 빠진 미국, 건국기에서 트럼프까지'가 부제.  
















"건국 이래 200여 년간 합리적 계몽주의 대 종교적 근본주의라는 양대 축이 충돌하며 만들어낸 거대한 지각변동을 선명하게 돋을새김해낸 문명 비평서이자, 그 결과로 봉착하게 된 현대 미국의 근본적 위기에 대한 통렬한 사회 비판서다. 또 왜 이토록 평범한 미국 보통 사람들이 트럼프를 지지하는지를 밝히는 문화연구서이기도 하다. 미국 지성사의 위대한 전통에서 이탈하여 탈진실과 가짜 뉴스, 정크과학이 판을 치는 현 상황에서 깨어 있는 지식인들이 해야 할 긴급한 과업을 일깨운다."


미국을 이슈로 한 책들도 읽거나 구입하고 있는데, 최근에 구입한 건 에덤 투즈의 <대격변>(아카넷)이고, 지난봄에 가장 흥미롭게 읽은 책은 에이미 추아의 <정치적 부족주의>였다. 수전 제이코비의 책도 기대를 갖게 한다. 

















제목에 반지성주의가 들어가 있어서 같은 류의 책들을 떠올리게 되는데, <반지성주의 시대>의 원제에 들어가 있는 건 비이성(unreason)이다. '반지성주의'는 맥락에 따라 긍정적인 의미도 가질 수 있는데(지적 엘리트주의에 대한 반격으로서) 비이성의 용도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가짜 뉴스의 용도?). 트럼프 시대 미국에 대한 대안이 고작 바이든이라는 것도 미국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1%를 위한 국가에서 고작 10%를 위한 국가로의 변화라고나 할까. 기성 세대의 부패와 타락에 맞서 미국의 젊은 세대(10-20대)가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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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후반 이후 미국문학의 가장 중요한 작가의 한 명으로 꼽히는 토머스 핀천의 데뷔 장편 <브이>(민음사)가 다시 나왔다. 절판된 지 오래되었던 터라 재출간이 가장 기대되었던 책 가운데 하나였다. 핀천은 <브이>(1963) 이후에 <제49호 품목의 경매>(1966)과 <중력의 무지개>(1973) 등을 통해서 핀천표 소설을 발명한다. 이 세 편만 가지고도 문학사에서 지울 수 없는 이름이 되었는데, 지금도 이 초기작들이 핀천의 대표작으로 간주된다. <제49호 품목의 경매>를 중편으로 제외하더라도 핀천의 작품들은 주로 장편이며 <느리게 배우는 사람>이 유일한 단편집이다. 

















다시금 얘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새물결에서 나왔다 절판된 <중력의 무지개>다. 번역돼 나온 건 반가운 일이었지만 99,000원이라는 책값 때문에 원성을 많이 들었고, 결국 초판이 소진되자 더 찍지 않았다. 다른 세계문학전집판으로 나왔다면 두 권 합하더라도 40,000원 이내의 책값이 책정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 작품은 핀천의 대표작이면서도 한국의 소설독자는 범접하기 어려운 작품이 돼버렸다(<중력의 무지개>가 내가 미국문학에서 다룰 수 있는 마지막 도전작이었다).
















아무려나 <브이>가 출간돼 내년에는 토머스 핀천 작품을 강의에서 더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단편집 <느리게 배우는 사람>과 <중력의 무지개> 이후 17년만에 발표한 장편 <바인랜드>(1990)까지를 읽어보려는 게 현재의 계획이다. 국내에 핀천 연구자들이 좀 있기에 추가적으로 번역본이 나올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바인랜드> 이후에 네 편을 더 발표했기에 그 네 편과 (재번역이 가능하다면) <중력의 무지개>가 추가될 수 있는 작품 목록이다. 지난해에 필립 로스와 돈 드릴로, 코맥 매카시의 주요작을 강의에서 읽었기에 이제 내게 남은 과제는 핀천 읽기다(<제49호 품목의 경매>는 강의에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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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터 벤야민 선집이 두 권 추가되었다. <카프카와 현대>(길)와 <브레히트와 유물론>. 아울러 선집의 전체 윤곽이 드러났는데, 전15권 가운데 11권이 출간되었고, 4권이 남았다. 근간 예정인 것으로 보아 조만간 완간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반 통행로/사유 이미지>가 첫 권으로 나온 게 2007년이니까 벌써 13년 전이다. 짐작에 내년까지는 완간될 수 있는 듯싶다. 















개인적으로는 카프카 강의에서, 더 구체적으로는 '카프카 커넥션' 강의에서 카프카와 벤야민을 주제로 다룬 바 있는데, 이번에 벤야민의 카프카론이 잘 정리돼 나와 반갑다. 벤야민과 카프카, 더 나아가 현대의 문제를 숙고해볼 수 있는 좋은 입각점을 갖게 되었다. 
















카프카와 현대라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번주에 나온 로버트 올터의 <필요한 천사들>(에디투스)도 참고가 된다. '카프카, 벤야민, 숄렘에게 전통과 모더니티는 무엇이었나'가 부제다. 아울러 현대문학판의 카프카 단편 전집도 이번에 출간되었다. <프란츠 카프카>(현대문학). 미발표작까지 망라한 것으로서 솔출판사 전집판의 단편전집 <변신>(솔)에 준하는 책이다. 비교해서 읽을 수 있다는 게 소득.















카프카의 작품 가운데 3대 (미완성) 장편은 범우사판이 다시 나왔다. 박환던 교수 번역판인데, <소송>이 예전 표기대로 <심판>이란 제목으로 나왔다. 실물 확인은 해보지 않아지만, 최근의 비평판과 달리 박환덕 교수의 번역본은 예전 막스 브로트판을 옮긴 것이어서 역설적으로 희소성이 있었다. 막스 브로트판과 비평판의 차이를 자세히 검토하는 것은 연구자들의 몫이지만 이를 잘 정리한 책을 읽고 싶기도 하다(잘 정리한 논문을 아직 못 찾았다).


 









 





박환덕 교수판의 카프카 단편집은 <변신. 유형지에서>로 나와 있다. 비교해서 읽을 수 있는 번역본으로는 창비판의 <변신. 단신광대>, 열린책들의 <변신> 등이다. 카프카의 주요 번역본 전체를 갈무리해놓는 건, 해볼 만한 일이긴 하지만 나로선 여유가 없다. 

















벤야민과 브레히트에 관해서는 이미 <벤야민과 브레히트> 같은 듀오그라피가 나와 있다(8월 독일문학기행이 취소되지 않았다면 이번 여름에 강의에서 다루려고 했던 책이다). 최근에 나온 책으로는 브레히트의 연극론 <브레히트, 연극에 대한 글들>과 연구서로 이상일 교수의 <브레히트, 서사극, 낯설게 하기 수법>이 있다. 브레히트도 전집을 포함해 다량의 책이 나와 있기에 이야기가 끝이 없겠다. 이쯤에서 줄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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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타계한 이이화 선생의 유작이 출간되었다. <이이화의 동학농민혁명사>(전3권, 교유서가)다. 동학농민혁명에 관한 저작들이 많이 나와 있기에 저자가 어떤 새로운 견해를 제시하는지 알지 못하나 <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전체 그림을 가장 쉽고 명쾌하게 풀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임헌영 선생의 추천사는 이렇다. 















"이이화 선생은 역사학이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실증해주는 우리 시대의 가장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러다. 그는 국민적인 역사학자이자, 민족민주 투쟁의 실천가로 현장체험이 가장 풍부한 분단시대의 인문주의자다. 한국 현대사의 소용돌이에서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사람들을 대신해 누구보다 앞장서서 분노하고 국가 권력의 가해 사실을 밝혀내려 애썼던 사학계의 녹두장군이다. 그런 이이화 선생이 일생을 바친 것이 바로 동학농민혁명이다."













앞서 펴낸 책으로는 <민란의 시대>와 3.1운동을 다룬 <위대한 봄을 만났다> 사이를 이어주는 책으로서도 의미가 있겠다. 세계사적 맥락에서는 소위 '시민혁명'과 다른 '민중혁명'의 가능성과 한계를 가늠하게 해주는 좋은 사례라고도 생각된다(프랑스혁명과 러시아혁명 사이의 동학농민혁명). 한국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란 문제의 원점이 나는 역사의 중요한 전환기에 태동한 동학농민혁명이라고 생각한다. 그 문제를 숙고해보게 해주는 책이 나와서 반갑다. 역사적 사건의 의미는 물론 저자 역시 책과 함께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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