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학기에 필립 로스를 읽으며 가방에 넣고 다니는 책이 <왜 쓰는가>이다. 올봄에 번역돼 나온 이 책은 로스(가족들은 ‘필‘이라는 애칭으로 부른다)가 절필(2012)한 이후, 그리고 타계(2018)하기 바로 전해에 나왔다. 생전에 펴낸 마지막 책인 것. 에세이와 인터뷰들로 구성돼 있는데 로스의 독자들에게 마지막 선물 같은 책이다.

강의에서 <아버지의 유산>(1991)을 읽으며 로스가 1986년 가을에 토리노의 프리모 레비를 찾아가 인터뷰한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그 인터뷰도 <왜 쓰는가>에 수록돼 있다. 이래저래 작품을 ‘두텁게‘ 읽도록 도와준다고 할까. 로스는 레비의 자택을 직접 찾아가 대화를 나누었는데, 2019년봄 이탈리아문학기행 때 토리노를 찾은 기억이 난다. 토리노는 레비 때문에, 그리고 니체 때문에 찾았었다. 당시 일행은 레비가 평생 살았던, 그리고 자살로 생을 마친 아파트 건물 앞까지 갔었다.

레비는 로스와의 인터뷰가 있고 수개월 뒤 자신의 아파트 통로 계단에서 몸을 던져 자살한다. <아버지의 유산>에도 이 사실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시기로 봤을 때 로스와의 인터뷰가 레비의 마지막 인터뷰였을 가능성도 있다. 레비가 로스에 대해선 인상이라도 적은 게 있는지 궁금하다.

두 사람의 인터뷰 때 사진을 찾아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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