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로쟈 > 인터넷은 인문학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나

11년 전에 쓴 글이다. 요즘이라면 ˝유튜브는 인문학을 위해~˝라고 누가 써주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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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경험주의-관념주의-검색주의

13년 전의 독서메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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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주간경향에 실은 리뷰를 옮겨놓는다. E. M. 포스터 원작의 소설들이 영화로 재개봉됐거나 개봉될 예정인데(<전망 좋은 방>과 <하워즈 엔드> 그리고 <모리스> 등) 영소설 강의에서 최근에 <전망 좋은 방>과 <하워즈 엔드>를 읽었다. 대표작 <하워즈 엔드>는 여러 가지 면에서 빼어난 모범적인 소설로 여겨져 리뷰에서 간단히 살펴보았다. 

















주간경향(20. 06. 22) 영국 중산층 세 부류 계급 전쟁의 해법


사후에 출간된 <모리스>까지 단 여섯 편의 장편소설을 남겼을 뿐이지만, E. M. 포스터는 20세기 초반 영국 소설사에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작가다. <하워즈 엔드>(1910)를 정점으로 한 그의 소설들은 여전히 소설이란 무엇이고, 사회적 문제를 어떻게 다룰 수 있는지 좋은 참고가 된다. ‘사회적 문제’라고 한 것은 구체적으로 계급 문제다. 미국의 비평가 라이오널 트릴링은 <하워즈 엔드>를 일컬어 “영국의 운명에 관한 소설로서, 계급 전쟁을 다룬 이야기”라고 정확하게 규정했다. 소설은 중산층 내부의 세 부류를 제시한다. 헨리를 가장으로 하는 윌콕스가는 문명의 건설자를 자부하는 전형적인 사업가 집안이다. 헨리는 사업가 한 명이 열두 명의 사회개혁가보다 세상에 유익하다고 생각하며 여성 참정권이니 사회주의니 하는 주장을 헛소리로 치부한다.


반면에 아버지가 귀화한 독일인인 슐레겔가의 자매, 마거릿과 헬렌은 교양있는 시민계급을 대표한다. 자매는 범게르만주의 역시 영국의 제국주의와 마찬가지로 전혀 창조적이지 못하며, 저속한 정신의 악덕만을 보여줄 뿐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하게 보면 소설은 이렇듯 대립적으로 설정된 슐레겔가의 자매와 윌콕스 집안의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진 해프닝과 인연을 따라가는 것으로 읽힌다. 동생 헬렌이 윌콕스가의 막내아들과 벌인 약혼 소동이 해프닝이라면 언니 마거릿이 상처한 헨리 윌콕스의 청혼을 받고 결혼하게 되는 것이 인연이다.


그렇지만 두 집안의 대립과 인연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 설정은 도시 중산층의 밑바닥을 구성하는 사무직 노동자 레너드 바스트의 존재다. 레너드는 신사 계급의 맨 끝자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신사 계급처럼 행동해야 한다. 즉 자신이 열등하지 않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서 신사적 교양을 악착같이 습득해야 한다. 독서와 음악회 관람을 빼놓지 않는 이유다. 그런 레너드가 한 음악회에서 슐레겔 자매와 만나면서 이야기의 또 다른 축이 마련된다.

자본가인 윌콕스에게 세상이 부자와 빈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설사 부를 균등하게 나눈다 하더라도 빈부의 격차는 다시금 생겨날 수밖에 없다고 그는 믿는다. 반면 슐레겔 자매는 레너드와 같은 하층계급 사람에게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주고자 한다. 자매는 레너드가 다니는 직장의 전망이 어둡다는 윌콕스의 조언에 따라 레너드로 하여금 이직하게 하지만, 오히려 그는 옮긴 직장에서 해고당하고 곤궁에 처한다. 헬렌은 윌콕스에게 책임을 물으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레너드의 아내가 과거 윌콕스의 정부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상황은 더 꼬인다. 급기야는 동정심에, 책임감까지 더해져 헬렌은 레너드의 아이를 갖게 되고, 그런 사실도 모른 채 레너드는 어이없는 사고로 죽는다. 


그렇게 마무리된다면 사회 비극이 될 뻔한 이야기지만 결말에서 윌콕스는 저택 ‘하워즈 엔드’를 아내 마거릿에게 양도하고 나중에는 헬렌의 아이에게 상속되게끔 한다. ‘단지 연결하라’는 구호를 모토로 내건 소설에서 포스터가 제시하고 있는 계급 전쟁의 해법이다.


20. 06. 17.

















P.S. 국내에는 단편소설집까지 한 권 더해서 일곱 권의 E. M. 포스터 전집이 출간됐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절판되었고 세 권만 현재 세계문학전집판에 들어가 있다. 초기 두 작품을 포함해 <하워즈 엔드>와 함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인도로 가는 길>까지 현재 번역본이 없는 상황이다(나는 하는 수 없이 중고본으로 구했다). 어떻게든 다시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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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근대생활사큰사전‘ 시리즈가 나오기 시작했다. 권창규의 <인조인간 프로젝트>(서해문집)는 ‘근대 광고의 풍경‘이 부제고, 최병택의 <욕망의 전시장>은 ‘식민지 조선의 공진회와 박람회‘가 부제다. 전체 시리즈는 각각의 키위드에 대해 책 한 권 분량을 할애하기에 ‘큰사전‘이라고 이름을 붙인 모양이다. 가령 <인조인간 프로젝트>의 소개는 이렇다.

˝‘시각‘ 섹션의 ‘광고‘ 키워드를 다룬 <인조인간 프로젝트>에서는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인 1890년대 후반부터 1945년 전까지 광고를 다룬다. 특히, 광고의 수가 많았던 1920~1930년대의 신문광고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같은 저자의 책을 검색하다가 오래 전에 나온 <상품의 시대>(민음사)도 관심이 가서 구입했다. 부제가 좀 긴데, ‘출세, 교양, 건강, 섹스, 애국 다섯 가지 키워드로 본 한국 소비사회‘다.

˝저자 권창규는 국문학 전공자로서는 드물게 문화 자본과 소비에 관심을 가지고 광고를 통해 한국과 한국인을 읽어 냈다. 대한제국과 식민지 시기에 나온 광고를 비롯해 문학과 신문·잡지의 기사를 섭렵하며 상품 소비가 삶의 중심으로 부상한 근대의 일상을 살피고 상품의 호출해 낸 한국인의 실체를 조명한다.˝

광고를 주제로 한 <인조인간 프로젝트>와 같이 읽어볼 수 있는 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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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강상중 교수의 신작이 나왔다.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사계절). 그러고 보니 지난해에 나온 <만년의 집>은 건너뛰었다. 재작년에 나온 우치다 타츠루와의 공저 <위험하지 않은 몰락>까지가 내가 기억하는 책이다. 아무튼 신작은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의 현대사를 다루고 있다. 그 현대사를 압축한 표현이 책의 제목이다(현재 일본의 상황과도 정확하게 들어맞는다).

˝2018년 메이지 150주년을 앞두고 과거에 대한 찬사와 만세 구호가 휘몰아치고 전 국가적 성대한 기념식을 준비하며 애국심을 고취하던 그때, 강상중은 메이지가 남긴 야만적 차별과 불평등, 그리고 그로 인해 비참에 빠진 국민을 보듬는 작업을 시도했다.˝

같이 떠올리게 되는 건 한 세기 앞서서 그러한 문제를 직시했던 작가 나쓰메 소세키다. 강상중 교수 자신도 소세키에 대한 책을 쓴 바 있고, 근대의 문제들을 사유하는 데 있어서 막스 베버와 함께 가장 중요한 저자로 참고하고 있기도 하다.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 혹은 약간 변형하여 ‘떠오른 국민과 버려진 개인‘이라고 하면 소세키의 문제의식이지 않을까 싶다. 하반기에는 소세키의 <나의 개인주의>도 강의에서 다시 읽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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