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의 신작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느린걸음, 2010)를 드문드문 읽다가 '자기 삶의 연구자'란 시에서 눈길이 멈추었다. "삶은 다른 그무엇도 아니라네/ 삶의 목적은 오직 삶 그 자체라네"는 시구 때문이다.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의 주제와도 맞닿아 있는데, 보통의 '혁명시인'들은 그렇게 노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채롭다(그들은 '미래'를 노래한다). 하긴 그가 노동운동가에서 평화운동가로 변신한 지 오래다. 아무려나 우리 모두가 자기 삶의 연구자가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엔 문맥과 무관하게 전폭적으로 공감한다. 시의 전문은 이렇다.    

자기 삶의 연구자 

우리 모두는  
자기 삶의 연구자가 되어야 한다네 

내가 나 자신을 연구하지 않으면
다른 자들이 나를 연구한다네
시장의 전문가와 지식장사꾼들이
나를 소비자로 시청자로 유권자로
내 꿈과 심리까지 연구해 써먹는다네 

우리 모두는
자기 삶의 연구자가 되어야 한다네 

내 모든 행위가 CCTV에 찍히고
전자결제와 통신기록으로 체크되듯
내 가슴과 뇌에는 나를 연구하는
저들의 첨단 생체인식 센서가 박혀있어
내가 삶에서 한눈팔고 따라가는 순간
삶은 창백하게 빠져나가고 만다네 

우리 모두는
자기 삶의 최고 기술자가 되어야 한다네 

최고의 삶의 기술은 언제나 
나쁜 것에서 좋은 것을 만들어내는 것
복잡한 일을 단순하게 만들어내는 것 

삶은 다른 그 무엇도 아니라네
삶의 목적은 오직 삶 그 자체라네
지금 바로 행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우리가 이토록 고통받을 이유가 없다네 

우리 모두는  
자기 삶의 최고 연구자가 되어야 한다네 

 

10. 10. 31.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글샘 2010-11-01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료 재건 부대가 가서 정말 의료, 재건에 힘써줄 거라고 저 순진한 사람이 믿는 걸까요?

로쟈 2010-11-01 14:37   좋아요 0 | URL
시인은 본래 '순진한 사람'들입니다. 영악한 시인도 몇 되지만...

비로그인 2010-11-01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보도 후지고 매력 없으면 지는 겁니다”라는 박노해 인터뷰 한겨레 기사를 읽었습니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46443.html

글샘 2010-11-01 14:15   좋아요 0 | URL
진보는 항상 후지고 매력 없는 건데요... 일제시대에 독립군... 뽀대났을까? 저 사람은 사회주의가 매력 있어서 했던 모양이에요. 에고... 계급적 사고를 못하는 사람의 한계랄지... 진보는 못가진 사람들의 생각이라서, 늘 후지고 매력없는 쪽일텐데... 보수가 오히려 번지르르하고 멋지고 우아하죠. 매력투성이고...

로쟈 2010-11-01 14:35   좋아요 0 | URL
진보가 후지고 매력없는 쪽이란 건 일리가 가는 말씀인데, 그렇다고 보수가 멋지고 우아하다는 말씀은 생소하게 들립니다. 김규항식으로 말하면 '본능'밖에 없는 건데요...

글샘 2010-11-01 18:03   좋아요 0 | URL
보수가 정말 멋지고 우아하단 게 아니라, 겉보기에 번지르르하고 옷 갖춰 입는 거 좋아하고, 클래시컬한 거 좋아하고... 그렇단 얘기죠. ^^

봄날은간다 2010-11-01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급적 사고? 그게 뭔지 궁금해지네요.
기왕이면 아름답고 매력적으로 사는게 좋다는 말인데...그렇게 심오하게 받아들이다니...

너의탓이아니야 2010-11-01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들어서의 진보는 후진 생활을 해야하지만 젊어서의 진보는 정말 우아하고 매력있으며... 한마디로 간지나지 않나요? 배고프고 남루함의 치명적인 미학을 모르시다니ㅋㅋ 그런 겉보기에 혹해서 운동 시작한 사람들은 결국 본능이 이끄는데로 자기 몸에 똥칠하며 떠나가기 마련이구요.

비로그인 2010-11-01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은 다른 그무엇도 아니라네/ 삶의 목적은 오직 삶 그 자체라네" ... 기억하고 갑니다.

돈케빈 2010-11-02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모두 자기 삶의 연구자가 되어야 한다.'
시라기 보다는 설교나 설법, 철학처럼 직설적입니다.
박노해라는 맥락은 고려해야겠지만 시에는 운율이 있어야 시 같은 맛을 줍니다.
시인 솔봉은 박노해가 시인으로서 과대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솔봉의 견해에 전적으로 수긍이 갑니다.
요즘은 철학조차 창의성 있게 표현하려고 노력합니다.

adele 2010-11-02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젊어서는 누구나 한번쯤은 진보에 매혹되기 마련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누구나가 순진하거나 순수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런 사람의 가치가 더욱 발하는 법이지요. 박노해 시인에 대한 다양한 평가와 상관없이, 일단은 오랜만의 시집이라 반가웠습니다.
 

'11월의 읽을 만한 책'을 바쁘게 골라놓는다. 창밖으론 햇빛이 눈부신 날이지만, 곧 을씨년스러운 날씨가 시작될지도 모른다. 겨울을 준비하는 독서라는 게 따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11월엔 왠지 그런 책들도 읽어줘야 할 듯싶다. 달력이 빼곡한 걸로 봐서는 무얼 읽을 시간은커녕 '느낄' 시간도 없이 또 한달이 지나갈 것 같지만... 

 

1. 문학 

정과리 교수가 고른 책은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한겨레출판, 2010)이다. 별다른 소개가 필요하지 않은 책인데, 추천자의 평은 이렇다. "통상적인 에세이가 세계에 대한 솔직한 느낌과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세계와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있다면 오웰의 에세이는 그대로 산 체험이다. 그리고 매순간 세계와 씨름하는 가운데 현장에서 솟아나는 생각들을 싸움의 기운을 그대로 담아 뿜어낸다." 생각난 김에 '왜 쓰는가'에 초점을 맞춰 제임스 미치너의 <작가는 왜 쓰는가>(예담, 2008)와 폴 오스터의 <왜 쓰는가?>(열린책들, 2005)도 같이 곁들일 수 있겠다. 적고 보니 모두 영어권 작가들이군.  

2. 역사 

김기덕 교수가 추천한 책은 김호동의 <몽골제국과 세계사의 탄생>(돌베개, 2010)이다. 저자는 중앙아시아사 전문가로 책은 한국연구재단에서 주최한 '석학과 함께하는 인문강좌'의 강연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이 주제에 관한 더없이 요긴한 입문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저자의 전작 가운데 <동방 기독교와 동서문명>(까치, 2002), 그리고 오카다 히데히로의 <세계사의 탄생>(황금가지, 2002)을 같이 읽어볼 만한 책으로 꼽아본다. 오카다의 책은 몇달 전에 구해놓고 아직 손에 들지 못했는데, 어디에 두었나 찾아봐야겠다.  

3. 철학 

김형철 교수가 고른 철학분야의 책은 <철학 개그 콘서트>(럭스미디어, 2010)이다. "하버드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두 저자가 쓴 책. 철학이 이렇게 웃겨도 되는 것인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읽는 내내 유쾌하고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라고 소개되는 책이다. "철학은 그저 딱딱하고 골치 아프고 이해할 수 없는 논의만을 전개하는 학문으로 오인하는 경우들이 있다. 일반인들의 철학에 대한 무지라고만 말하기에는 전문 철학자들의 잘못도 크다."는 추천자의 문제의식이 선정에 작용한 듯하다. 정말 '개그 콘서트' 수준에까지 도달하고 있는지는 읽어봐야 알겠다(나처럼 '개그 콘서트'를 별로 볼일이 없는 독자는 '감'이 없긴 하지만). 그런 대중성에 대한 고려라면 이동희의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철학이야기>(휴머니스트, 2010) 두 권도 견줘봄직하다.   

4. 정치/사회 

강정인 교수가 추천한 책은 <10대의 섹스, 유쾌한 섹슈얼리티>(동녘, 2010)이다. 소개는 이렇다. 

"이 책은 ‘10대와 어른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섹슈얼리티를 매개로 전개되는 맥락들―예를 들어, 10대의 외모중심주의(성형), 임신, 티켓다방, 성매매 등―을 살피면서, 10대 여성들과 소통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일반 매체에서는, 좀더 정직하게 말해 우리 어른들은, 이러한 맥락을 ’문제(비행)‘라는 관점에서 접근하지만, 이 책은 ’그들이 서 있는 위치에서 그들과 만나라‘는 ’문화‘적 접근을 강조한다. 이 점에서 충격적이고 신선하다."  

요즘 자주 청소년의 성이 사회적 이슈나 문제로 불거지는 걸 보면, '10대의 섹스'가 더이상 외면할 수 없는 공론장의 주제가 될지 모르겠다. 첫발을 떼는 책으로 의미가 있어 보인다. 참고로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엮어낸 <섹슈얼리티 강의>는 두 권이 나와 있다.    

5. 경제/경영 

박원암 교수가 고른 책은 이충현의 <그리노믹스>(시아출판사, 2010)이다. 책소개를 보니 내겐 또 다른 의미의 '전문서'다.  

’그리노믹스’? 책 제목만 봐서는 환경문제를 경제학으로 풀어보려는 서적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유통업체 내 그린경영의 실상과 비전을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 이충현은 국내 굴지의 유통업체인 홈플러스에서 친환경에너지팀 실무를 맡고 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실무자로서 그린경영의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기에는 능력부족이었다고 자평하고 있으나 오히려 실무자가 아니면 느끼기 어려운 세계적 유통업체들의 급속한 그린경영 추세와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그린경영 선도기업의 노력을 가감 없이 전달하고 있다.

교양서로 11월에 읽을 만한 경제서는 단연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부키, 2010)일 것이다. 거기에 스티글리츠의 <끝나지 않은 추락>(21세기북스, 2010)까지 얹으면 한달치 경제교양으로선 충분하겠다.  

6. 과학    

장경애 과학동아 기획실장이 고른 책은 수딥타 바단 퀘렌의 <제인 구달>(나무처럼, 2010)이다. 이미 구달에 관해선 여러 평전이 나와 있어서 희소성이 있는 건 아니다. 분량으로 보아 청소년용으로 널리 읽힘직하다. 데일 피터슨의 <제인 구달 평전>(지호, 2010)을 고려해본다면 그렇다. <희망의 자연>(사이언스북스, 2010)도 최근에 나온 구달 관련서이다.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고른 예술분야의 책은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1>(눌와, 2010). 김원룡, 안휘준 교수의 <한국미술사>(서울대출판부, 1997) 외 한국미술 통사는 몇 권 돼 보이지 않는데, 유홍준판 한국미술사가 완간되면 장관이지 않을까 싶다. 첫권에서 다루는 시기를 고려하면 강우방의 <한국미술의 탄생>(솔출판사, 2007)과 견주어봐도 좋겠다. 나로선 대학 2학년때쯤인가 <한국 고미술의 이해> 같은 문고본 책을 읽은 게 전부인데, 그사이에 어떤 연구 성과들이 더 축적되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8. 교양 

철학자 탁석산이 고른 교양서는 노엘 보탐의 <쓸모없지만 유쾌한 지식의 발견>(돋을새김, 2010). 쓸모없지만 유쾌한 지식이란 어떤 것인가? 추천의 빌미가 된 맛보기 한 대목. 

이 책은 제목에 아주 충실하다. 정말 쓸모없는 지식들을 모았다. 특히 명사들의 별의별 말들이 재미있는데, 몇 가지 사례를 보자. 뉴욕시의 운전면허시험 객관적 문제 중에는 ‘어떤 장소에 설치된 주차 금지 표지는 무슨 뜻인가?’라는 문제도 있으며, 한 스포츠 해설가는 ‘이상하게도, 슬로우 모션으로 다시 돌려보면 공이 공중에 더 오래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고 하며, 전 미국 부통령 앨 고어는 ‘내가 인터넷을 발명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게다가 전 프랑스 대통령 샤를 드 골은 ‘중국은 많은 중국인이 살고 있는 커다란 나라입니다.’고 말했다고 하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물론 다른 것들도 많이 있다. ‘1687년 이전에 만들어진 시계에는 시침만 있었다.’든가 ‘부족 시대의 사람들은 쓸모없는 구성원을 없애고 싶을 때, 그들을 죽이는 대신 집을 불태워 떠나도록 강요했다. 이런 풍습으로부터 to get fired(해고당하다)라는 표현이 생겼다.’고 한다. 정말 쓸모없어 보인다. 하지만 읽으면 유쾌해진다.

그런 관점에서 고르자면, 요네하라 마리의 <팬티 인문학>(마음산책, 2010)도 후보감이다. '속옷의 문화사'는 나름 쓸모가 있는 것인가? 그리고 바나나. 요시모토 바나나 말고, '세계를 바꾼 과일의 운명'을 다룬 댄 쾨펠의 <바나나>(이마고, 2010)다. 저자가 "3년 동안 온두라스, 에콰도르, 중국, 벨기에 등 전 세계 바나나 농장과 바나나 연구소들을 찾아다니며 자신도 미처 몰랐던 바나나에 얽힌 놀라운 이야기들을 여기 빼곡히 담았다."고 하며, "바나나의 기원과 신화, 역사와 지리, 정치와 경제 그리고 문화와 과학이 맛있게 결합되어 있다"는 책이다. 쓸모없는 책은 아니겠지만 저자의 발상 자제는 사뭇 의외이고 유쾌하다.    

9. 실용 

손수호 논설위원이 고른 실용서는 지현곤의 <달달한 인생>(생각의나무, 2010). '장애인 카투니스트'인 저자의 인생역정이 눈에 띄는 책.  

지현곤 씨는 우리 시대의 마이너리티다. 도시는 그를 밀어냈다. 척추결핵의 후유증으로 골방에서 엎드려 생활한다. 학교라고는 초등학교 1학년이 전부다. 한글도 독학으로 배웠다. 그러나 그는 신체장애를 이기고 카툰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데 성공했다. 독학으로 익힌 카툰은 대전국제만화영상전 대상(1994), 국제서울만화전 대상(1995)을 받았고 2008년에는 뉴욕 아트게이트 갤러리 초대전을 열었다. 중학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이 책은 장애인 카투니스트의 작가론이자 작품론이다.

10. 구조주의 

나대로 고른 주제는 '구조주의'다. 최근에 우치다 타츠루의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갈라파고스, 2010)를 읽으면서 다시 관심을 갖게 된 주제. 예전에 절반을 읽은 프랑수아 도스의 <구조주의의 역사>(동문선)도 마저 읽어볼 참이다. 조금 무게 있는 책을 원하는 독자라면 김형효 교수의 <구조주의 사유체계와 사상>(인간사랑)을 손에 들 수도 있겠다. 개인적으론 재미철학자 승계호 교수의 <구조주의와 해석학>(전남대출판부, 2010)이 번역된 걸 뒤늦게 알고서 어제 구입했다(나는 승계호 교수의 책을 대부분 갖고 있다). 흥미로운 독서가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10. 10. 30.  

P.S. '11월의 읽을 만한 고전'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열린책들)이다. 개인적으론 강의도 예정돼 있어서 한번 더 자세히 읽어봐야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참고로, 폴란드의 안제이 바이다 감독의 <악령>(1987)은 유튜브에서 감상해볼 수 있다(바이다는 <악령>을 무대에도 올린 바 있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헌내 2010-10-30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장하준 교수 책이 나왔군요..

로쟈 2010-10-31 00:15   좋아요 0 | URL
곧 베스트셀러가 될 거 같아요.

빵가게재습격 2010-10-30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서점에서 <철학 개그 콘서트>를 호기심을 가지고 읽어 보았는데요. 으음...썰렁하더군요...제 유머 밑천이란게 보잘 것 없어서, 일반화시키기는 무리입니다만...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는 두어 장 읽어보고 앞뒤가리지 않고 구입했습니다. 집사람도 무척 재미있다고 하더군요. 페이퍼 즐겁게 읽고, 두서없이 댓글 남깁니다.^^

로쟈 2010-10-31 00:16   좋아요 0 | URL
저도 재밌게 읽고 간단한 서평도 썼습니다.^^

2010-10-31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31 18: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꾸때리다 2010-11-01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에 뜨고 있는 스티글리츠나 장하준을 보면서 문뜩 드는 생각이... 얼마전까지만 해도 조선일보는 열심히 신자유주의 대세론을 선전하던 집단이었는데 어느새인가 천연덕스레 스티글리츠의 글을 올리더군요. 자기 반성이 있는 집단인지 모르겠고. 또 한편으로는 조선일보 사람들 눈에는 스티글리츠 정도는 용납할 수 있는 경제학자로 보이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고...

로쟈 2010-11-02 08:10   좋아요 0 | URL
MB의 공정사회론도 마찬가지죠. 다른 한편으론 '저지선'이 좀더 왼쪽으로 간다는 의미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제 종로에 있는 서점에 들렀지만 헛걸음하게 만든 책은 버나드 맨더빌의 <꿀벌의 우화>(문예출판사, 2010)이.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부키, 2010)와 함께 물류창고에는 들어와 있었지만 아직 매장에는 깔리지 않은 것. 매출에 좀 무심한 거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온라인에서 구매하려다 좀더 빨리 손에 들 수 있을 것 같아서 종종 오프라인 서점을 찾지만 대개는 이런 식이다. 물론 눈에 띄는 몇 권의 다른 책을 구입했으니 아주 헛걸음은 아니었지만. 일단 리뷰기사만 먼저 챙겨놓도록 한다. '개인의 악덕, 사회의 이익'은 책의 부제다. 

 

경향신문(10. 10. 30) “도덕 찾다간 경제 망해” 천민자본주의 씨앗

‘사치는 가난뱅이 백만에 일자리를 주었고 얄미운 오만은 또 다른 백만을 먹여 살렸다. 시샘과 헛바람은 산업의 역군이니 그들이 즐기는 멍청한 짓거리인 먹고 쓰고 입는 것에 부리는 변덕은 괴상하고 우스꽝스러운 악덕이지만 시장을 돌아가게 하는 바로 그 바퀴였다. … 이제 악덕은 교묘하게 재주 부려 시간과 일이 더해지면서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놓았다. 이것이 참된 기쁨이요 즐거움이요 넉넉함이어서 그 높이로 치자면 아주 못사는 놈조차도 예전에 잘살던 놈보다 더 잘살게 되었으니 여기에 더 보탤 것은 없을 것이다.’

네덜란드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했던 버나드 맨더빌(1670~1733)이 쓴 풍자시 ‘투덜대는 벌집: 또는, 정직해진 악당들’의 일부다. 맨더빌은 이 풍자시가 포함된 책 <꿀벌의 우화>를 1723년 출판했는데 ‘종교와 미덕을 깎아내리고 악덕을 부추긴다’며 큰 비난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맨더빌의 주장은 ‘악덕이 경제를 풍요하게 만든다’는 주장에서 한발 더 나아가 ‘도덕 찾다가는 경제가 다 망한다’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단순한 것도 고상하게 말하는 게 특기인 경제학자들은 이것을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라고 부른다. 맨더빌이 이 가설의 최초 주창자라고 할 순 없겠으나 체계화된 글로 남긴 것은 사실이다. 맨더빌이 이 책을 쓴 지 300년쯤 지났지만 우리 일상에서 비슷한 주장을 쉽게 들을 수 있다. ‘눈먼 돈, 검은 돈이 좀 돌아야 밥장사, 술장사도 먹고 산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너무 천박한가? 그렇다면 ‘경쟁력이 충분한 수도권의 규제를 풀어서 전체 대한민국의 성장을 견인토록 해야 한다’는 논리는?

맨더빌이 살던 시절의 영국은 산업혁명이 일어나려면 100년쯤 기다려야 했지만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을 하면서 큰 돈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절제와 겸양, 정직과 근면 등 도덕을 강조하는 근엄한 목소리가 여전히 사회를 지배하고 있었는데 맨더빌은 이런 것들을 위선이자 경제에도 도움이 안되는 것이라고 정면에서 비판한 것이었다. 우리는 아담 스미스가 인간의 이기심을 해방시킨 인물이라고 알고 있다. ‘우리가 매일 식사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양조장·빵집 주인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이기심 때문’이라는 스미스의 유명한 명제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꿀벌의 우화>를 번역한 최윤재 고려대 교수에 따르면 스미스에게 돌아가는 찬사 혹은 비난은 대부분 맨더빌에게 돌아가야 한다. 최 교수는 “맨더빌은 돈 벌 욕심을 아예 버리라는 낡은 도덕을 비판한 사람이다. 그런 맨더빌을 따라 돈 벌 욕심을 받아들이되 돈 벌자고 남의 눈에 피눈물 흐르게 하는 짓을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이 스미스의 도덕감정이고, 그런 짓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 칸트의 도덕원칙이다”라고 말했다.

‘Mandeville’이라는 이름 때문에 도덕론자들로부터 ‘인간 악마’(Man-Devil)라고 불렸다는 맨더빌. 신자유주의 경제사상을 정립시킨 하이예크는 맨더빌에 대해 “아무도 읽어서도 안되고 물들어서도 안되는 인물로 찍혔지만, 결국에는 거의 모든 사람이 읽고 그에 물들어갔다”고 말했다. 번역자 말마따나 현대의 천박한 자본주의의 근원을 살피려는 사람은 맨더빌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 <꿀벌의 우화>는 고전이지만 처음 번역됐다.(김재중 기자) 

10. 10. 30.


댓글(4)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10-10-31 10:23   좋아요 0 | URL
예약판매도 하는 대형서점들이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매장에 비치하지 않았다니,,, '개인의 악덕, 사회의 이익' 이라는 표현만큼, 묘하네요. 벌써 '불온서적'으로 찍힌 것 아닐까요? ^^

로쟈 2010-10-30 09:09   좋아요 0 | URL
네, 불황이라고 하면서도 좀 무신경해보였습니다...

롱맨 2010-10-30 09:56   좋아요 0 | URL
전 어제 광화문 교보매장에서 구입했습니다. 제가 방문한 그즘에 매장에 깔린 것 같더군요^.^

로쟈 2010-10-30 10:02   좋아요 0 | URL
반디와 영풍이 좀 게으른가 봅니다...
 

주중에 책을 구하고 아직 펼쳐보지 못한 책이긴 한데, 지젝의 신간 <나눌 수 없는 잔여>(도서출판b, 2010)에 대한 리뷰기사를 옮겨놓는다. 원저는 1996년에 나온 것으로 국내 소개된 책으로는 <향락의 전이>(1994)와 <환상의 돌림병>(1997) 사이에 나온 것이다.   

한겨레(10. 10. 30) 관념론자 셸링 안에 유물론 씨앗 있다 

<나눌 수 없는 잔여>는 좌파 철학계의 스타 슬라보예 지젝(61·사진)의 1996년 저작이다. 이 책이 번역됨으로써, 지젝을 세상에 알린 <이데올로기라는 숭고한 대상>(1989) 이래 그의 주요 저작이 거의 모두 우리말로 나온 셈이 됐다. 이 책의 번역이 늦어진 것은 내용의 낯섦과 까다로움도 한몫한 것 같다. 부제 ‘셸링과 관련된 문제들에 대한 에세이’가 가리키는 대로 이 책은 셸링의 철학을 논의의 재료로 삼고 있다. 언제나 상식과 통념의 허를 찌르는 지젝은 이 책에서 좌파 철학이 거의 다루지 않는 셸링이라는 ‘낡은 주제’를 아주 새롭게 독해한다. 



철학사의 일반적 서술을 따르면, 프리드리히 빌헬름 요제프 셸링(1775~1854)은 독일 관념론의 대표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선배 피히테의 주관적 관념론을 객관적 관념론으로 뒤집어 헤겔의 절대적 관념론으로 넘겨준 사람이 셸링이다. 전통 좌파 철학 노선은 셸링을 비합리주의적 철학의 주창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특히 후기 셸링 철학이 그런 평가를 받았는데, 이 시기의 셸링은 ‘신지학’(신의 본질에 대한 신비한 지식을 추구하는 학문)에 몰두한 사람, ‘객관적 관념론’을 창출한 젊은 시절의 합리성과 과학성을 잃어버린 사람으로 통했다. 지젝은 이 책에서 바로 이런 ‘표준적 독해’를 뒤집는다. 그의 해석을 통해 셸링은 비합리적 신비주의에 빠진 관념론자가 아니라 일종의 유물론자로 재탄생하며, 탈관념론의 선구자로 등장한다. 그리하여 이 책은 셸링을 유물론 계열의 철학자로 읽어낸 최초의 책이 됐다.

더 흥미로운 것은 지젝이 ‘유물론자’ 셸링의 모습을 청년기 저작이 아니라 후기 저작에서 발견한다는 사실이다. 비과학적이고 신비주의적인 세계로 빠져들었다는 평가를 받는 후기 셸링이야말로 유물론자 셸링이라는 본질을 감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지젝은 셸링의 미완성 저작 <우주의 역사>를 탐색한다. 셸링은 <우주의 역사> 초고를 1811년부터 5년 동안 세번이나 쓰고도 끝내 완성하지 못했다. 지젝이 논의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그 세 편의 초고다. 이 초고 상태의 글에서 셸링은 ‘신의 역사’를 자신의 상상력을 동원해 구성한다. <요한복음>의 첫 구절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의 그 태초 이전의 상태에 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그 태초 이전에 카오스적 상태의 우주가 있었으며 그때 우주는 맹목적 충동 그 자체였다. 태초 이전에 신은 이 카오스적·맹목적 충동이었다. 이 충동이 모든 것의 토대다. 이 토대에서 신이 스스로 독립해 나와 자기 자신을 탄생시킨다. 이렇게 탄생한 신이 곧 이성이고, 그 이성이 역사의 주체다.

이렇게 신비주의적으로 이야기하는 세계의 기초로서의 ‘토대’가 바로 셸링 유물론의 근거이다. 이성은 바로 이 비이성적 토대에서 탄생한다. 비이성이야말로 이성의 바탕이다. 문제는 그 토대를 아무리 이성적으로 이해하고 설명하려고 해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지젝은 자크 라캉의 정신분석 개념을 동원해 셸링의 철학을 설명한다. 셸링의 그 비이성적 토대를 ‘나눌 수 없는 잔여’라는 개념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완벽하게 포착할 수도 없고 해석할 수도 없는 토대, 그것을 라캉의 용어로 말하면 ‘실재계’라고 할 수 있다. 그 실재계가 현실(상징적 질서)의 세계로 들어올 때 바깥에 남게 되는 것이 ‘나눌 수 없는 잔여’다. 요컨대,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세계라 해도 그 토대에 비이성적인 불가해한 것을 깔고 있으며, 이성은 언제나 이 비이성과 얽혀 있어서, 칼로 무를 자르듯 깔끔하게 나눌 수 없다는 것, 그래서 분석은 해독할 수 없는 잔여를 남긴다는 것이다. 이런 해석을 통해 셸링의 <우주의 역사>는 “메타심리학적 작품”이 된다. 

지젝은 이 책에서 셸링의 유물론이 철학사에서 ‘사라지는 매개’ 구실을 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사라지는 매개’라는 개념은 비평가 프레드릭 제임슨한테서 빌려온 말인데, 제임슨은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분석하면서 이 말을 처음 사용했다. 요약하면, 프로테스탄티즘은 봉건제와 자본주의 사이의 ‘사라지는 매개’였다는 것이다. 봉건제 시대에 종교는 경제와 분리돼 있었다. 프로테스탄티즘이라는 새로운 신앙이 등장하고서야 종교 안으로 경제가 들어왔다. 재산을 축적하고 노동에 매진하는 것이 구원의 표지라고 주장한 것인데, 이런 종교 윤리를 통해 자본주의가 발흥했다. 그러나 프로테스탄티즘은 자본주의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결국 쇠퇴하고 말았다. 프로테스탄티즘은 봉건제와 자본주의를 잇는 ‘사라지는 매개자’였던 것이다. 셸링도 이와 유사한 기능을 한다는 것이 지젝의 주장이다. 셸링의 유물론적 철학은 독일 관념론의 세계 안에서 신이라는 절대자에 대한 사유의 형태로 나타났다. 이 유물론이 이후 마르크스·니체·프로이트의 진정한 유물론으로 이어졌다. 셸링이 관념론 안에서 유물론적 사유의 씨를 뿌렸고 이 씨가 발아해 관념론 형식을 벗어버리고 유물론으로 자라났다는 것인데, 이것이 ‘사라지는 매개’로서 셸링 철학의 철학사적 기여인 셈이다.(고명섭 기자) 

10. 10. 29.  

P.S. 책의 부제는 '셸링과 관련된 문제들에 대한 에세이'인데, 1부의 두 장이 '셸링에 대한 에세이'라면, 2부의 3장 '양자물리학과 라캉'이 '관련된 문제들에 대한 에세이'다. 개인적인 관심은 일단 셸링보다는 관련된 문제들 쪽에 쏠린다. 사실 셸링 철학이 양자물리학보다 더 쉽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Kitty 2010-10-30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례일지 모르겠지만 저는 <환상의 돌림병>이라는 제목만 보면 왜 그렇게 웃긴지 모르겠네요 ㅋㅋㅋ 환상의 돌림병이라는 말을 처음 보고 저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너무 궁금해서 원제를 찾아봤던 기억이 납니다 ㅎㅎㅎ

로쟈 2010-10-30 08:36   좋아요 0 | URL
'이데올로기의 숭고한 대상', '환상이라는 돌림병' 그런 식으로 번역이 됐어야 할 거 같은데, 처지가 바뀌었어요...

sommer 2010-10-31 0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셸링을 유물론적으로 다룬 건 지젝도 참고했다고 말했듯이, 그가 처음이 아니라 이미 그 전에 하버마스(인식과 관심에서 셸링과 맑스의 연관을 다루고 있는 논문)와 만프레드 프랑크의 '존재의 무한한 결핍'이 있다는 것도 덧붙여야 할 거 같군요.

로쟈 2010-11-01 14:39   좋아요 0 | URL
단행본 분량으론 처음이란 뜻인가 봅니다...
 

아침에 강연차 지방에 내려가는 길에 버스에서 읽은 칼럼은 최근 불거진 봉은사 법당 땅밟기 문제를 다루고 있었다. 칼럼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땅밟기 동영상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개신교 신자 몇몇이 서울 삼성동 봉은사 법당에 들어가 “이곳은 하나님의 땅”이라며 ‘땅밟기 기도’를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아이고, 아버지….” “땅밟기 한다고 봉은사가 교회됩니까.” “어리석은 몇 명이 100만 안티 부르네.” “땅밟기와 무속의 지신(地神)밟기는 뭐가 다르지요?” 이 모두가 기독교인들의 댓글이다. 그중에서도 어느 목사의 개탄이 눈을 찌른다. “얼빠진 이들이 기독교를 미신으로 만들어 버렸다. 생각해 보라. 땅밟기 한다고 절이 무너지는가.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을 닮았다는 성경 구절은 사유(思惟)할 줄 안다는 뜻 아닌가.”(<경향신문>, '땅밟기, 지신밟기') 

칼럼을 읽으면서 최근에 나온 카렌 암스트롱의 <신을 위한 변론>(웅진지식하우스, 2010)을 떠올렸다. 부제는 '우리가 잃어버린 종교의 참된 의미를 찾아서'. 저자는 저명한 비교종교학자이자 종교비평가로, 다양한 저술, 강연, 방송 등을 통해 세계종교의 평화와 조화를 위해 일하고 있다 한다. 국내에도 자서전을 포함해 그녀의 책이 여럿 소개돼 있다. 테리 이글턴의 <신을 옹호하다>(모멘토, 2010)과 함께, 그리고 종교 비판을 담은 도킨스, 히친스, 데닛 등의 책과 함께 일독해봄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종교의 참된 의미를 찾아서...


13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신을 위한 변론- 우리가 잃어버린 종교의 참의미를 찾아서
카렌 암스트롱 지음, 정준형 옮김, 오강남 감수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10월
22,000원 → 19,8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00원(5% 적립)
2010년 10월 28일에 저장
품절
The Case for God (Paperback)
Armstrong, Karen / Anchor Books / 2010년 9월
34,580원 → 28,350원(18%할인) / 마일리지 1,42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6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0년 10월 28일에 저장

신의 역사 1
카렌 암스트롱 지음 | 배국원, 유지황 옮김 / 동연출판사 / 1999년 2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10년 10월 28일에 저장
절판
신의 역사 2
카렌 암스트롱 지음 | 배국원, 유지황 옮김 / 동연출판사 / 1999년 2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10년 10월 28일에 저장
절판


13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2010-10-29 0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30 0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