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젝의 최신작 <멈춰라, 생각하라>(와이즈베리, 2012)가 출간됐다. 원저는 <위험한 꿈을 꾼 해(The Year of Dreaming Dangerously)>(2012)로 지난 10월에 나온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번역본의 감수를 맡았는데, 책이 갖는 시의성과 함께 지젝에 관심 있는 독자들을 고려해 원서 강독 강의를 기획했다(http://cafe.daum.net/purunacademy/8Bko/73). 강의는 12월 7일부터 1월 25일까지 8주간 매주 금요일(15:00-17:00)에 푸른역사아카데미에서 진행되며 책을 정독하면서 지젝의 생각과 문제의식을 충실히 이해하는 데 목적을 둔다. 아래의 소개를 참고하시길.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철학자'이자 우리시대의 가장 도발적인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을 로쟈와 함께 원서로 읽습니다. 그의 최신작 <멈춰라 생각하라(The Year of Dreaming Dangerously)>는 이슬람혁명부터 월스트리트 점령시위까지 2011년 한해 동안 일어난 사건들의 의미에 대한 지젝의 분석과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시대를 살고 있고,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지젝의 뜨거운 사유와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영어 문장에 익숙하지 않은 분도 번역본과 같이 읽어갈 수 있습니다.

 

12.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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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아카데미 강좌로 이달에는 매주 월요일 오후 5시에 '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을 진행한다. 연극인 및 일반 참가자가 모두 수강하실 수 있다(http://www.ntck.or.kr/Home/Academy/Courses.aspx?CoursesId=10).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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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두차례 방한 강연을 갖고 오늘 이한한 슬라보예 지젝에 관한 취재기사를 일부 옮겨놓는다. 기자의 전화인터뷰에 나도 몇 마디 보탰다. 기사는 오늘 올라왔지만 짐작에 월요일자 지면에 나가는 게 아닌가 싶다. 기사 전문은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6301654421&code=940100 에서 읽어보실 수 있다.

 

 

경향신문(12. 07. 02) 시대를 읽고 싶다면, 지젝을 읽어라

 

(...)

·어려운 이론을 일상 사례로 쉽게 설명
한국에서 1980년대가 마르크스의 시대였고, 1990년대가 푸코와 들뢰즈의 시대였다면, 2000년대 이후는 지젝의 시대다. 지금까지 그의 단독 저서만 30여권이 넘게 번역됐고, 공저를 합하면 국내에 소개된 그의 책은 50권이 넘는다. 지젝을 한국에 처음으로 알린 책은 1995년에 출간된 <삐딱하게 보기>다. 이 책에서 지젝이 라캉 이론을 원용해 할리우드 영화를 해부하는 방식은 영화비평가들 사이에 화제가 됐고, 덕분에 한국 수용 초기에는 철학자라기보다는 문화비평가로 받아들여졌다. 전환점은 <이데올로기라는 숭고한 대상>의 출간이다. 이 책의 출간 이후 지젝이 서구에서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진지한 철학자로 수용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젝은 서양철학의 거인들에 대한 교양이 없는 독자들로서는 적잖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 철학적 논변을 전개하면서도 영화, 장르소설 등 대중문화와 일상의 에피소드를 자유자재로 인용하는 글쓰기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난해하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그의 책이 재미를 주는 것은 이러한 그의 글쓰기 스타일과 무관하지 않다고 평가한다. 국내 최초의 지젝 인터뷰집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을 펴낸 박용준 인디고연구소 팀장은 “지젝이 고수하는 스타일은 지적 호기심을 가진 독자들에게 대단한 쾌감을 주는데, 그것은 독자를 지젝을 향해 잡아당기는 유혹이기도 하지만 지젝 이론의 핵심을 간파하는 데 장벽으로 작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을 펴낸 서평가 이현우씨는 “헤겔이나 라캉 같은 사람들의 난해한 이론들을 일상적인 에피소드를 끌어들여 설명하는 면에서는 지젝이 독보적이다. 가장 어려운 이론들을 가장 피부에 와닿는 사례들로 설명하는 게 지젝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지젝은 이번 한국 강연에서도 우디 앨런의 <애니홀>, <007> 시리즈, <다빈치 코드> 같은 할리우드 영화부터 스타벅스, 선진국의 유기농 열풍, 자선활동 등 일상 영역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사례들을 논의에 끌어들이며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강연장은 지젝의 열정적인 수다가 지배하는 철학 콘서트장이었다.

 



·좌파의 무기력 비판하는 좌파 철학자
좌파 이론가로서 지젝의 입지는 어디쯤일까. 이현우씨는 “지젝의 별명 중 하나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철학자’다. 좌파와 좌파 이론이 침체에 직면한 지금 좌파의 무기력함을 가장 예리하게 비판하면서 동시에 좌파적 입장을 가장 강경하게 견지하는 철학자가 지젝”이라며 “지젝은 마르크스의 한계를 직시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 상황을 진단하는 데는 새로운 사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당연히 지젝에게 관심을 가질 법하고 또 가져야만 한다”고 말했다.

물론 반론도 있다. 정치평론가로도 활동하는 한윤형 미디어스 기자는 지젝을 읽지 않은 지 7년쯤 됐다. 그는 “다른 철학자들의 이론을 현란하다시피 끌어들이는 지젝의 작업이 갖는 정당성은 좌파정치의 실천이라는 대의”라며 “그러나 그런 기준으로 본다면 한국에서 좌파적 실천을 하는 데 꼭 지젝을 읽어야 할 필요는 없다. 실천적 방법은 각자 처한 자리에서 고민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젝은 6월 29일 오전 11시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분향소를 방문해 해고자들과 지속적으로 연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정우 쌍용차 지부장은 그에게 쌍용차 투쟁 셔츠와 스카프를 건넸다. 지젝은 “내일 공항에서 출국할 때 이 옷을 입겠다. 지금 입고 있는 옷도 유럽 좌파들로부터 받은 것”이라고 화답했다. 지젝은 강연회에서 자신이 비관론자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의 부조리에 대해 발언하고 행동으로 개입함으로써 그것을 바꿔내려 한다는 점에서 그는 소극적 비관론자와는 거리가 멀다. 한국에서의 지젝 열기도 그의 이런 실천적 면모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정원식 기자)

 

12. 06. 30.

 

 

P.S. 덧붙여, 성공회대 김민웅 교수의 강연 참관기는 http://www.pressian.com/books/article.asp?article_num=50120629170347&Section=05 에서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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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제목을 다시 꺼내든 것은 다음달 7월에 아트앤스터디에서 지젝 강의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이달말 방한하는 지젝의 사유에 대해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한 '기초 강좌'다(http://www.artnstudy.com/inmoonsoop/Lecture/default1207.asp?lessonidx=off_hwlee16). 강좌 개요와 소개를 옮겨놓는다.

 

 

슬라보예 지젝은 더 이상 ‘동유럽의 기적’이라거나 ‘MTV철학자’라고 불리지 않는다. 대신에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철학자’로 불린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특별한 비결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철학의 임무가 ‘자기 시대에 대한 개념적 파악’이라면 그러한 임무에 가장 충실한 철학자로 우리는 지젝을 꼽아야 하지 않을까? 본 강좌는 슬라보예 지젝 입문 강의로 『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과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을 교재로 하여 그의 철학적, 정치적 주장을 이해하는 데 목적을 둔다.

 

 

 

슬라보예 지젝이 다시 한국에 옵니다. 지난 2003년 첫 방한시 열띤 관심의 대상이 됐던 이 변방의 철학자는 그 사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철학자'가 돼, 더 막강해진 모습으로 우리를 다시 찾습니다. 과연 무엇이 그를 오늘날 동시대의 가장 '핫'한 철학자이자 가장 문제적인 철학자로 만들고 있을까?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은 바로 그 슬라보예 지젝을 처음 읽으시려는 분들을 위한 입문 강의입니다. 골치 아픈 철학을 알아서 무엇 하느냐고 생각하시는 분은 절대로 들으실 필요가 없는 강의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당면한 현실에 대해서 뭔가 제대로 생각해야겠다는 경각심을 갖고 계신 분이라면 지젝이라는 특급 '도우미'를 사유의 길잡이로 삼아도 좋겠습니다. 그와 함께 우리는 9.11 이후에 우리는 어떤 세계에 살고 있는지, 생명정치 시대의 우리의 삶은 어떤 편견에 포획돼 있는지, 세계의 변화와 변혁은 가능한지, 새로운 세계는 어떻게 개시될 수 있는지 등의 질문을 던지고자 합니다. 이 강의는 지젝이라는 길잡이에게로 안내하는 가이드 강의입니다. 특출한 능력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지젝의 애독자로서, 또 소위 '지젝 전도사'로서 로쟈는 여러분을 '지젝 존'에 안착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자유를 향한 공동투쟁'의 길에 한번 동행해보시길!  

 

12. 06. 05.

 

P.S. 지젝의 강연 일정이 잡혔다. 이달 27일(경희대 평화의전당)과 28일(건대 새천년관) 저녁 7시다. 28일은 토크콘서트로 진행되는데, 나도 패널로 참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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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한겨레의 '로쟈의 번역서 읽기' 꼭지를 옮겨놓는다. 지난주에 보낸 원고이지만 게재는 이번주에 됐다. 지젝의 <삐딱하게 보기>(시각과언어, 1995)에 대해 적었는데('슬라보이 지제크'는 '발터 베냐민'과 마찬가지로 한겨레의 표기방식이다), 지젝의 책으론 가장 먼저 번역됐고 가장 많인 팔린 책이지만 오역된 대목들이 계속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을 담았다. 혹시나 싶어 두어달 전에 다시 구입해봤지만 수정은 '쉐익스피어'를 '셰익스피어'로 고친 것 정도였다. 

 

 

 

한겨레(12. 05. 20) 오역 범벅 '삐딱하게 보기' 

 

슬라보이 지제크의 <삐딱하게 보기>를 오랜만에 손에 들었다. 지금 가장 유명한 동시대 철학자이자,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철학자’로도 불리지만, 20년쯤 전 이 책이 나왔을 무렵엔 40대 초반의 ‘뉴페이스’였다. 그의 이론적 기획은 헤겔철학과 라캉 정신분석을 결합하려는 것이었고, 책 부제도 ‘대중문화를 통한 라캉의 이해’다. 히치콕 영화부터 필름 누아르, 에스에프·탐정소설, 그리고 스티븐 킹을 통해서 라캉을 읽으려는 독특한 시도다. “고도로 정신적인 문화적 산물들을 통속적이고 평범하며 세속적인 문화적 산물들과 나란히 독해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생산적이고 전복적인 과정이라고 말한 발터 베냐민의 충고를 따른 것이다.

 

물론 전제가 있다. 지제크가 다루는 대중문화의 산물들이 독자에게도 친숙해야 한다는 점이다. 낯선 이론을 친숙한 작품들과 대질시키려는 의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히치콕 영화조차도 ‘고도로 정신적인 문화적 산물’로 간주되는 상황이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혹 우리 처지가 그런 것은 아닐까.  

 

 

가령, 히치콕 영화 <사보타주>에 대한 그의 분석을 흥미롭게 읽으려면 영화에 대한 사전인지가 필요하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내는 남동생이 희생된 버스폭발 사고에 남편이 관여한 사실을 알게 된다. 저녁식사 자리에서 그녀는 자꾸만 식탁 위 칼에 손이 간다. 이 대목이 번역본에서는 “접시 위의 칼이 마치 자석처럼 그녀를 끌어당기는 힘을 발휘한다. 그녀의 의지를 꺾으려고 남편이 그 칼을 억지로 움켜쥐기라도 한 것인 양”이라고 했지만, 여기서 ‘남편’(husband)은 ‘손’(hand)을 잘못 옮긴 것이다. 그녀의 손이 의지와 무관하게 칼을 손에 움켜쥐려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뜻이다. 남편은 그런 모습을 보고 식탁을 돌아 다가가며, 그들의 얼굴과 어깨만 보이는 대면 장면 뒤 칼에 찔려 쓰러진다. 아내가 찌른 것인지 남편이 자살하려는 의도로 찔린 것인지 모호하게 처리돼 있다.

 

지제크는 이 살인 장면을 두 가지 위협의 제스처가 만난 결과로 분석한다. “그것은 훼방된 제스처다. 즉 실행되도록, 완성되도록 의도된 제스처가 아니라 외적인 장애에 의해 좌절된 제스처”다. 하지만 여기에도 반전이 있다. 라캉이 정의한 위협의 제스처와는 정반대로 옮겨졌기 때문이다. 라캉에 따르면, 위협이란 애초 완수되지 않도록 의도된 행위다. 문제의 장면에서 아내의 욕망은 남편을 찌르려는 욕망과 억제하려는 욕망으로, 남편의 욕망 또한 자기보존적 욕망과 마조히즘적 욕망으로 분열돼 있다. 이 두 분열된 욕망의 중첩과 일치에서 나온 결과가 살인이라는 게 지제크의 견해다.

 

<삐딱하게 보기>는 지제크의 저작 가운데 가장 먼저 번역됐고, 현재까지 가장 널리 읽힌다. 하지만 많은 오역들이 교정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다. 분석 대상인 대중문화를 참고하지 않은 것이 ‘외적 장애’라면, 애초에 다 읽을 생각이 없는 독자의 모호한 욕망도 한몫 거드는 게 아닌가 싶다. 널리 읽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책도 ‘고전’에 값한다.

 

12. 05. 18.

 

 

P.S. 실제로 <삐딱하게 보기>는 지난 2005년에 동아일보가 선정한 '21세기 新고전 50권'의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어려운 이론과 복잡한 현실을 자유롭게 넘나든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아주 특별하다. 슬라보예 지젝은 영화와 소설을 통해 자크 라캉의 정신분석학 개념을 잘 드러내 준다. ‘대중문화를 통한 라캉의 이해’라는 부제를 달았지만 이를 ‘라캉을 통한 대중문화의 이해’라 불러도 무방하다. 현대를 사는 우리 자신의 정신세계나 심리적 자화상을 분석하고픈 독자에게 중요한 지침을 주는 책이다. 

참고로, 경향신문의 이번주 '21세기에 보는 20세기 사상지도' 또한 지젝을 다루고 있다(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5181812485&code=900308). 

 

 

한편, 다음달 6월말에 지젝이 방한할 예정이라고 한다. 2003년 가을에 이어 두번째일 듯한데, 오랜만에 '실물'을 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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