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재간본 소식이다. 레닌의 1917년 텍스트들과 그에 관한 슬라보예 지젝의 해제를 담은 <지젝이 만난 레닌>(교양인, 2008)이 두 권으로 분권돼 다시 나왔다. 두꺼운 양장본이 ‘레닌주의‘의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분권돼 있어서 전투식량처럼 휴대가능하다.

지젝이 엮은 레닌의 글은 <혁명의 기술에 관하여>(생각의힘)로, 지젝의 해제는 <레닌의 유산: 진리로 나아갈 권리>로 나왔는데 <레닌의 유산>에는 내가 붙인 짧은 해제도 들어 있다. 조만간 레닌에 관한 지젝의 영어본 신간도 출간될 예정이라 레닌과 러시아혁명에 관한 독서도 정점에 이르게 될 전망이다.

절판된 사실을 아쉽게 여겼었는데 훨씬 나은 모양새로 ‘지젝이 만난 레닌‘을 다시 만나게 돼 기쁘다. 거기에 나도 일조한 바 있으니 남의 잔치만도 아니다. 책을 받으면 자축이라도 해야겠다. 100년 전 혁명정신을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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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공지다. 북카페 야나문에서 12월 15일(목) 저녁 7시에 '무엇을 (생각)할 것인가'를 주제로 특강을 진행한다. 애초에는 문명사에 관한 책을 골랐으나 시의성을 고려하여 슬라보예 지젝의 <멈춰라, 생각하라>(와이즈베리, 2012)를 생각거리로 삼기로 했다. 2011년의 세계사적 사건들을 다룬 책의 원제가 <위험한 꿈을 꾼 해>라는 걸 고려한 것이기도 하다(구글번역기 번역으로는 '위험을 무릅쓰고 뛰어내리는 해'다!). 우리에겐 바로 2016년이 (본의 아니게) '위험한 꿈을 꾸는 해'가 되어가고 있지 않은가. 




덧붙이자면, 올 봄에 출간된 <새로운 계급투쟁>(자음과모음, 2016)도 더 얹을 수 있는 책이다. '어순실한' 시국에서 우리가 무엇을 생각하고 실천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참가 신청은 http://blog.aladin.co.kr/selfsearch/8913205).


16.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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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현 시국과 관련된 발언처럼 들리지만 프랑스 철학자 알랭 바디우의 신간 제목이다. <우리의 병은 오래전에 시작되었다>(자음과모음, 2016). 바우디가 겨냥한 것은 2015년 11월 13일의 파리 테러'다. '11월 13일 참극에 대한 고찰'이란 부제가 뜻하는 바다. 바디우는 테러가 발생한 지 열흘 뒤인 그해 11월 23일에 오베르빌리 시립극장에서 특별강연을 하는데, 그 강연문을 책으로 펴낸 것이라 팸플릿에 가깝다. 


"바디우의 강연은 2015년 11월 13일에 대한 언급으로부터 시작한다. 11월 13일이라는 참극의 상징을 해부하는 바디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그동안 도외시했던 고전적인 문제들에 대한 재검토가 왜 요청되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결국 바디우가 강연 전체를 통해 밝히는 파리 테러의 근본적 원인, 즉 우리가 세계의 모순 속에서 고통받는 이유는 '자본주의의 내재성에서 분리될 수 있는, 전 세계적 차원의 정치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영역본도 지난 9월에 출간되었기에 주문해서 오늘받았다. 지난봄에 나온 지젝의 <새로운 계급투쟁>(자음과모음, 2016)과 같이 읽어보면 좋겠다 싶다. 



사실 바디우와 지젝은 책은 긴급한 이슈를 다룬 팸플릿을 제쳐놓더라도 읽은 게 많고 또 밀렸다. 올해 나온 책 가운데서는 피터 홀워드의 <알랭 바디우>(길, 2016), 지젝과 살레츨이 엮은 <성화>(인간사랑, 2016), 지젝의 <분명 여기에 뼈 하나가 있다>(인간사랑, 2016) 등을 바로 꼽을 수 있다. 현재 여건으로는 시간을 빼내기가 상당히 어렵지만 자주 상기하다면 언젠가는 손에 들 날이 오기도 할 것이다. 오래전에 시작된 병은 어떻게 치유할 수 있는지 두 열정적인 철학자의 탁견에 귀 기울여 보고자 한다...


16.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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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보예 지젝의 신간이 나오는 건 더이상 뉴스 거리가 아니지만 그래도 이번엔 좀 오랜만에 센 책이 나왔다. <분명 여기에 뼈 하나가 있다>(인간사랑, 2016). '변증법적 유물론의 새로운 토대를 향하여'란 부제에서 알 수 있지만 '철학책'에 속한다(최근에 나온 지젝의 책들은 주로 '시사책'들이었다). 철학책을 기준으로 하면 <가장 숭고한 히스테리환자>(인간사랑, 2013)에 이어지는 것인데, 원저의 출간 연도를 기준으로 하면 <헤겔 레스토랑><라캉 카페>(새물결, 2013)의 바톤을 이어받는 책이다.

 

 

원제는 '절대적 되튐(Absolute Recoil)'이고, 되튐은 '입자가 다른 입자와 충돌하여 되튀는 현상'을 말한다고 한다. 그런 제목이 어색하다고 판단해서 역자는 1장의 제목을 책의 제목으로 삼았다. '분명 여기에 뼈 하나가 있다'. 만만찮은 건 마찬가지 아닐까.

"지젝은 변증법적 유물론이야말로 헤겔이 사유 과정에서 '사변적인' 접근법으로 지명한 유일한 상속자라고 주장한다. <분명 여기에 뼈 하나가 있다>는 현대 철학의 기초와 가능성에 관한 깜짝 놀랄만한 재정식화이다. 칸트 이전의 소박한 현실주의로 퇴행하지 않으면서도 초월적인 접근법을 극복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추면서, 아르놀트 쇤베르크로부터 에른스트 루비치의 영화에 이르는 오늘날의 정치적이고 예술적이며 이데올로기적인 풍경 속으로의 짧은 여행을 제공한다."

 

이 '짧은 여행'이 번역본 분량으론 703쪽이니 결코 짧지만은 않은 여행이라고 해야겠다. 그럼에도 여러 준비가 갖춰지면 이 여행을 위한 베이스캠프를 조만간 꾸리려고 한다. 두 배 이상의 분량인 <헤겔 레스토랑><라캉 카페>보다는 그래도 가뿐한 편에 속하니까(언젠가 이 책을 강의하는 건 나의 장기계획 가운데 하나다)...

 

16.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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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철학자 알랭 바디우에 대한 '가장 포괄적인 입문서'가 출간되었다. 피터 홀워드의 <알랭 바디우: 진리를 향한 주체>(길, 2016). 바디우에게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겐 익히 알려진 입문서(연구서)인데 국내 소개된 책으로는(아마도 영어권에서는) 제이슨 바커의 <알랭 바디우 비판적 입문>(이후, 2009)과 함께 씽벽을 이룰 만하다. 원저는 바커의 책이 2001년, 홀워드의 책이 2003년에 출간되었다. 현재 바커의 책은 품절된 상태.

 

"혁신과 실천, 제한 없는 낙관과 끝없는 가능성의 철학자이자 진리와 주체의 철학자인 알랭 바디우의 사유에 대한 가장 포괄적인 입문서이다. 그의 작업에 대해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더라도 무방할 정도로, 저자는 그의 철학의 주요 구성 성분들을 샅샅이 훑는다. 그 단호한 정치적 지향부터 존재론을 수학에 등치시키는 독창적인 시도를 거쳐, 자신의 학문적 라이벌들에게 제기하는 결연한 도전에 이르기까지."

이 책에 대해서는 슬라보예 지젝이 보증이라도 서듯이 '바디우 사건에 대한 홀워드의 충실성'이라는 서문을 붙이기도 했다. 신뢰할 만하다는 뜻이다(번역본도 그러할지는 읽어봐야 알겠지만).

 

 

바디우의 책은 주저인 <존재와 사건>을 비롯해서 다수의 책이 번역돼 있다. 단독 저작도 있지만 주로 공저나 대담집이 많은 편이다. 분량이 좀 되긴 하지만 이 거대한 철학자의 전모를 가늠해보는 데 홀워드의 책이 유용한 안내서가 되어줄 듯싶다. 그래주길 기대한다...

 

16. 0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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